그리움으로 기억될 이름 제75회 / 이헌 조미경
세상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말미암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소식도 뉴스가 되어 날아온다. 그 소식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제 정세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철강 등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아파트를 짓는 건설 회사 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우진의 회사도 선 분양 후 입주를 하는 현장에서 분양가를 올려야 하는 불가피 한 상황이 발생했다. 매일신문에서는 미국에서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게 되어 한국은행에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단 0.1%만 올려도, 회사로서는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진이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회사는 국내 건설사 도급 순위 30위 권에 드는 탄탄한 중견 회사로 거듭나게 되어, 상장은 하지 않았지만, 자금력은 충분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앞으로 뻗어나가야 하는 우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4층 건물의 사옥을 보유한 회사로 키운 저력으로 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나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그는 인터폰으로 얼마 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 민우를 불렀다. 민우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에 입사해서, 일을 하다 아버지 밑에서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있었다. 민우를 기다리는 동안 차 한잔을 마시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묵묵하게 곁에서 그를 지켜준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우진이 없었다. 두 사람은 한참 얼굴을 맞대고 앉아 세계의 뉴스를 분석했다. 세계의 경제를 알기 위해서는, 국내 소식도 중요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정치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민우는 타임스를 가지고 아버지 우진에게 미국의 사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연우가 모처럼 고교 동창 모임에 참석을 했다. 친구들의 입에서 들리는 소식은 한결같이 음울했다. 부모 세대와 달리 그의 세대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들을 성장시키면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보다는, 앞으로 100세 시대에 맞추어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각자 작은 고민이 있었다. 그중에서는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하여 집에서 삼식이가 되어, 아내에게 눈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창도 있었고, 일찍이 사업으로 대성하여 반짝이는 고급차에 기사를 대동하고 모임에 나오는 성공한 동창생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자식들이 자기 앞길은 책임지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주제로 안주를 대신했다. 자식들의 결혼과 부모의 노령화가 가지오는 갖가지 일들로 언제나 걱정반 한숨 반으로 술자리가 익었다. 그즈음 연우에게도 작은 걱정이 있었다. 그동안 대기업에 잘 다니던 아들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자, 부모인 자신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표를 내 던지고 집에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아들은 유학을 다녀온 인재였다. 그러나 사회는 아들의 능력을 우선시하지 않았다. 아들의 백수 생활은 길게 가면 3개월이라 생각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미역국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아버지인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는 신세였다. 연우가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눈높이를 낮추라는 충고 외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아버지 생전에 회사를 창업해서 잘 키웠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다들 술이 거나하게 취했는데, 늘 말수가 없던 고교 때 친한 친구인 익균이 말한다. 그는 공무원으로 퇴직 후 공인중개사 시험을 통과해서 얼마 전 개업을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부동산 중개 일이 그럭저럭 잘 되는지 친구들 앞에서 제법 너스레를 떨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랑스레 떠들어 댄다. 순간 연우는 귀가 번쩍 트이는 것을 느꼈다. 부동산 매매 계약 한건으로 다른 사람들이 1년에 버는 돈을 벌었다는 말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동창들의 모든 시선이 익균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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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즈음 모두가 어려운 현실을 살고 있지요
경제도 어렵고 가게도 어렵고
사회도 어려운 요즈음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마음 우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연재소설을 보면서 많이
느껴보는 부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