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에 앞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 vs 포항 => 아챔 진출권이 걸려있는 이 경기를 가야하나
안양 vs 부천 => 승격이 걸려있는 이 경기를 가야하나.
프로필에서 보이듯이 저는 서울팬이라 머리는 당연히 서울 경기를 향하는데 마음은 자꾸 준PO에 가있더라구요.
두 경기, 네 팀 모두 동기부여면에서는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겠지만, 승강플옵 특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축구가 절 유횩했습니다.
직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승강플옵은 "한번도 안본 사람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 없다." 라는 표현이 관통하는것 같아요.(전 15년 수원fc vs 서울 이랜드, vs 부산 아이파크 1차전을 직관 했습니다.)
물론 3자 입장이라 재밌는거지 당사자들은 정말 스트레스가 심하겠지만요. 작년엔 그말싫.. 복무중이라 못갔는데 죽을 맛이였습니다.
포항전도 물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테제만 이상하게 마음이 안가더라고요. 머리와 가슴이 다른 방향을 가르킬때 머리를 믿었다가 낭패 본 적이 있어서,(15년 아챔 16강 1차전, 감바한테 3골 먹히는거 눈으로 보고 멘탈 터지는 와중에 성남 선수들은 광저우 상대로 인생경기를 펼치고 승리..)
이번엔 과감히 가슴이 시키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설레는 마음으로 아워네이션을 향했고 굉장히 만족스러운 직관이였습니다. 가슴은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네요ㅋㅋ
특히나 안양에 꽤나 인상 깊었던 점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1. 택시 -> 제가 어디 갈때마다 한번씩은 택시를 타는데 그때마다 지역의 축구주제로 꼭 물어봅니다.(포항, 대구, 인천, 전북, 안양, 수원B, 수원FC,)(상암동 쪽은 지하철이 연결되어있어서 한번도 안타봄)
보통 지역의 축구인기가 좋으면 기사님 얼굴이 환해지시면서운전하시는 동안 즐겁게 축구 이야기를 하는데
(전북 택시 기사님 - 너무 꿰고 계셔서 대화 주도권을 잃음. 여긴 도시 자체가 그냥 축구팬
대구 택시 기사님- "어우 최근에 난리도 아니예요"
포항 택시 기사님 - "네..뭐 경기있을때면 택시타고 가시는 분들 있죠"
인천 택시 기사님 - "주말에 가시는분들 있죠."
수원FC - "아 종합운동장에도 따로 팀이 있어요? 옜날에 수원삼성이 여기 썼었는데, 수원블루윙즈 - "최근엔 축구장보단 야구장을 많이 가시죠")
버스타고 범계역에 내려서 택시를 탔습니다.
보통은 제가 먼저 축구주제로 말을거는데 오늘은 의외로 기사님 께서 먼저 주제를 꺼내시더라구요.
"오늘 경기 보러 가세요?"
"어? 네! 배고파서 뭐라도 먹고 들어가려고요. 옹- 안양 요즘에도 인기 많나요?"
"그럼요. 창단때부터 팬이였어요."
"옛날에 여기 있다가 뒤통수치고 서울간 팀도 있잖아요.ㅋㅋ
"하하 처음 올라갔잖아요. 올 해 꼭 (1부리그)올라가야 할텐데.. 오늘 이기면 부산이랑 붙죠?
그 다음은 위에 팀이랑 하고"
"네. 오늘 경기 포함해서 네 경기 해야죠"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 같아요. 근데 제가 볼땐 다 이기고 올라갈 것 같아요."
"1부리그 팀도 다 뚫고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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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그인 탓인지 초창기엔 잡음도 있었고 창단부터 지금까지 늘 관중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개막전 제외) K리그 인기도 별로인 마당에 2부리그까지 이해하시는 분들은 적어서 기대 안했었는데, 덕분에 짧은 시간동안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 교통체증
경기장 가는 길에 "생각보다 차가 많네요" 했는데 위 1번의 택시기사님께서 알려주시더군요.
"지하철 역 있지, 주변에 웨딩홀도 많지, 경기장도(심지어 농구의 안양KGC, 아이스하키의 안양한라까지 한 지붕을 쓰다니;;) 있지, 백화점도 있지 주말엔 차 어음청! 막혀요. 여기"
그리고 경기가 끝난 저녁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을 기어이 몸으로 느끼고 말았습니다.
역시나 택시를 잡고 범계역 까지 가는길, 낮의 택시 기사님의 말이 진짜였음을 느끼면서도
"와 그래도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옆에서 운전하시던 기사님이 그러 시더군요.
"여기 주변에 결혼식장이 여섯개나 되요. 저어쪽엔 돌잔치 하는 곳도 있고"
솔직히 여섯개는 반칙 아닙니까?
"그리고 여기 백화점 있죠?(롯데) 아유 얘넨 주차장 위치를 이상하게 만들어서 차가 엄청 막혀요. 오죽 심했으면 버스는 따로가라고 도로 한 가운데에 전용도로도 만들었어요."
롯데 백화점이 잘못했네
3. 관중
1) 오늘 총 유료 관중수는 6,017명 입니다.
역대 K리그2 준PO 관중 1위인데 이 수치를 보고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포인트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우선 구단 사상 첫 준PO 진출 이라는 빛나는 현장임에도 불과하고 수용인원의 반을 채 찍지 못한 모습을 보면 여전히 K리그가 시민들에게 큰 인식거리가 아니구나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만
올 시즌 안양의 주력상품이자 확실한 시야가 보장되는 가변석(3,486석)만을 총 수용인원이라고 판단한다면(인원이 많이 모이게된다면 관람 환경이 극단적으로 나빠진다는 것을 안양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가정하) 가변석 매진 + 그보다 무려 2,500명이 더 왔다는건 안양 입장에서 어느정도 유의미한 수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올 시즌 안양의 평균 관중은 3,767명!
홈 개막전 11,098명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응원하는 팀의 평균 관중수와 너무 큰 차이의 관중이 어느 날 갑자기 들어찬다면(시즌중 종종 이런 숫자를 유치해본적이 없었다면 더더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평소 관심을 가지며 사랑하기보단 그냥 큰 경기가 있다하니까 나들이 나왔구나하고 피부로 깨달은 적이 더러 있습니다.
우리 팀에 어떤 선수가 뛰고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며 이 경기가 왜 의미 있는지도 모르시죠.
물론 팀에 가지고 있는 애정의 수위가 깊던 얕던 많은 관중이 왔다는건 매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팀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는 이 분들을 고정적으로 유치해야할 숙제가 있는데 아직까진 많은 팀들이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대형 관중중 얼마만큼이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이고 얼마나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지 감조차 못잡는 느낌?
그래도 몇 년 전만해도 이런거 싹다 무시하고 보여지는 수치에만 신경쓴다고 무료표 남발해가며 숫자를 끌어올리는 팀이 리그에 태반이였는데 이제는 무료표 없이도 일단은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는 그 숫자를 꾸준히 유지하는게 관건이겠네요.)
(객단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안양과 같은 시민구단은 공공재이니 객단가가 매우 높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다만 좌석 및 가격의 다양화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날 입장한 관중수는 최다관중도 아니고 두 번째로 많은 관중(34R VS안산, 8,690명)도 아닙니다.
하지만 홈 개막전의 11,098명이 매년 한번은 있는 반짝 효과라 쳐도, 이 날의 6,017명은 오히려 최다관중이 아니기에 안양이 내년에 집어삼킬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말로 내년 평균관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면 가변석을 더 설치해도 되지 않을까요?
3) 경기가 끝나고 나니 트랙 한쪽으로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뭔 일인가하니 경기직후 선수들이 퇴장하는 코스라 하더군요.(다른 구단은 보통은 중앙통로를통해 락커룸으로 향하는데 안양종합운동장의 구조상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벤트는 신기했습니다.)
선수들이 지나가는 길에 싸인 받는 분, 하이파이브 하는 분,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는 분 다양했지만 선수와 악수하고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나 이 손 이제 안씻을거야!” 자랑했던 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좀처럼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ㅋㅋ
4) 관중 연령층은 정말 다양 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녀와 함께 온 4인가족부터 친구들끼리 구경온 남,녀 중,고등학생, “우리 부산(다음 경기)까지 가야돼!?”, “하.. 원정을 따라가?”며 동성친구(ㅠㅠ)과 행복한(?) 고민하던 2,30대 분들, 부부끼리 오신 아버님, 어머님등 내년에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4. 경기력
전반전에는 스쿼드 구성의 역량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안양이 부천을 그야말로 압도했습니다.
모든 포지션에서 어렵지 않게 공을 소유했고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 부천을 몰아세운 장면이 쉴 틈없이 나왔기에 누가봐도 안양의 다득점 승리가 유력해 보였습니다.
부천의 수문장이 최철원 키퍼가 아니였다면요.
다소 이른시간 터진 팔라시오스의 득점은 프리킥 상황에서 안양과 부천의 집중력 차이로 생겨 어쩔수 없었지만, 그 뒤로 부천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완벽히 키퍼 개인의 역량이였습니다.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빨려가는 슈팅이 오면 “노리는 곳은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미리 몸을 던져 막아내고 공격수가 인식한 듯 반대쪽 슈팅을 날려도 막아내고 붕괴된 수비로 양쪽에 한 명씩 공격수가 쇄도해서 들어오면 가까운 골대를 틀어 막아 각도를 내주지 않고, 반대편으로 공을 넘기려는 의도를 미리 포착해서 비어있는 골대를 커버 달려들어온는 헤딩도 막아 냈습니다.
기대했던 조규성 선수는 중동원정으로 몸이 무거웠던 탓인지 큰 활약없이 가장 먼저 교체되어 나갔고 알렉스도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팔라시오스는 특유의 피지컬에 나쁘지 않은 발재간으로 부천의 수비벽을 자주 무력화 시켰으나 드리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아 아쉽게 공격이 무산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후반전은 전반과 양상이 너무 달랐습니다.
안양의 활동량은 후반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덕분에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공격 시도 회수 또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에 전반에만 두 장의 교체카드를 쓴 부천은 후반에 피지컬이 탄탄한 말론(부상이였나?)까지 더 하며 전방에서 볼 소유 시간을 회복, 역습 기회에 사이드로 빠르게 쇄도하면 지친 안양 수비라인은 따라가지 못한채 그대로 무너졌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부천이 득점에 성공 했습니다.
부산의 경기는 챙겨보지 않기에 득점 패턴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안양의 공략법은 이미 정해진 것 같습니다.
안양은 부천과 비기고 PO에 안착한 이득보단 경기에서 약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 뼈아프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산의 수비도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으니 모쪼록 잘 준비했으면 좋겠네요.
[사진=플레이오프 확정 후 인사하는 안양 선수들]
5.서포터
팀이 다시 생기기까지의 공백기도 길었고 무대도 달라졌기에 그 규모는 작아졌지만 이 두 집단이 왜 K리그 초창기부터 강성으로 이름값(?)이 높았는지 대충 알게된 것 같습니다.(상암벌에 홍염을 깠을 때부터 “아! 이래서;;” 했었지만..)
응원들을 어우 살벌하게 하시더라구요 ㄷㄷ 양 팀의 응원가와 응원구호만봐도 알 수 있는데
쩌렁쩌렁한 소리가 끊겨서 울리는게 인상적이였던 안양의 “안양, 안양 부셔 버려 oo” 구호,
2002년 월드컵으로 대중화가되면서 무뎌졌지만 보통 특정 기관에서 사용되기에 남성분들은 한번쯤은 고개를 젓는 단어 “필승!” ..이 들어간 응원가 “오 필승 부천”
대구FC의 사례 같이 두 팀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좋은 경기장, 예전처럼 꽉 들어찬 관중들이 모두 상대팀을 압박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6.먹거리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40분전에 경기장에 들어왔기에 육상트랙에 서있던 푸드트럭이 보이자 너무 반가웠습니다.(있는줄 몰랐거든요.)
츄러스, 카페, 닭꼬치, 닭강정 등 맛있어보이는 여러 음식들중 닭강정과 닭꼬치를 사고 매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맛있게 식사!
맥주가 가장 맛있ㅇ...
준플레이오프는 좋은 선택이였습니다.
맞붙는 두 팀이 1년중 가장 공들이는 경기였기에 경기 내외적으로 볼 것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전 구단 홈경기 관람하기를 버킷리스로 삼았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른 2부리그 팀도 자주 놀러다녀야겠습니다.
첫댓글 장문 ㄷㄷ 재밌으셨겠네여
안양 창단 때 가고 두번째 갔는데 가변석 정말 좋더군요.
3면이 가득차니 다른 경기장 같더군요.
아쉬웠던건, 자리 맡아 놓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거.
그리고 일반석 꼭대기에서 돗자리 깔고 식사하며 즐기는건 특이하고 좋았지만 담배 피우는 아재 땜시 짜증이 .
거기다 코로 가래는 얼마나 들이먹던지 아주 ㅜㅜ
그래도 경기 재밌었고 수원 느낌나는 서포터의 쿵짝쿵짝 반다 리듬 흥겹더군요.
1부 오면 꽤 흥 할 거 같아요.
좋은 경기 후기 글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후기 재밌게 잘 봤습니다^^
평촌 살았던 사람으로서, 택시 이용해서 갈려면 범계역 보다는 거리는 있지만 덜 막히는 평촌역에서 타는걸 추천합니다.
오 꿀 팁 감사합니다.
올 해 한번의 경기가 더 잡힌다면 평촌을 통해서 가야겠습니다.ㅋㅋ
ㅋㅋㅋㅋㅋ 부셔버려 vs 염통터져라 뛰어 .. 아 인천은 좀 얌전한 편이구나 싶었습니다
굿~고맙습니다~
와 재밌게 읽었습니다. 고장팀 얘기라 그런지 더욱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