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대륙암 그대에게(5.13a)는 부산빌라알파인클럽의 허송회가 개척한 루트이다. 허송회는 우리가 대학산악부를 할때 부산기계공고 산악부를 한 친구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챔피언이었던 김명학의 동기. 1990년 제 2회(?) 금정암벽대회에서 허송회가 1등을 하고 내가 2등(자랑질^^)을 했었다. 이때 대회 장소가 대륙암 하단이었다. 결승루트가 지금의 가을의 문턱(5.12a)이었던 것 같다. 허송회가 완등을 했고 나는 완등은 못했지만 두번째로 많이 올라갔다. 몇년 전에 월간산에서 허송회 관련 기사를 본 것 같다. 요즘 가성비가 좋은 국산 암벽화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부토라 이사로서 열심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이전의 기사였던가 허송회가 한참 열심히 등반할때의 기사였던 것 같은데 대륙암 그대에게의 개척 및 초등자로서 순식간에 이 루트를 올라버렸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김명학 만큼이나 허송회도 뛰어난 클라이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륙암 그대에게는 늘 이끼가 가득했다. 스타트 부분도 잡풀로 우거져 접근도 쉽지 않았고 등반의 흔적이 늘 없어서 쳐다만 보던 루트였다. 2,3년전인가 한 번 시도해본적이 있다. 옆에 있는 사랑만들기 루트로 올라서 톱로핑으로 줄을 설치했다. 루트 길이는 8m 정도 될까. 좌우 폭이 2m 남짓되는 오버행 페이스에 3개의 볼트가 벽 중앙에 나 있다. 왼쪽의 사랑만들기(5.10b)와는 큰 틈이 있고 90도 각도로 꺽여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역시 90도 각도로 다시 쓰레기(5.10a)루트와 구분되어 꺾여있다. 중앙의 페이스에는 별 다른 홀드가 잘 안보이고 왼쪽, 오른쪽 칸테만으로는 등반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참고할만한 동영상이나 사진도 없고 등반을 하는 것을 본적도 없고 몇 번 버둥거리다가 결국 포기. 등반 불가한 루트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광훈이가 그대에게를 등반하는 사람을 봤다고 했다. 그럼 다시 한 번 해볼까. 탕건바위 비영(5.13a)을 9주간 등반했지만 크럭스에서 매번 막혀서 진도도 안나가고 이번 기회에 접근도 좋고 여름에 시원한 대륙암의 그대에게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해볼까. 5월 26일 정기산행이 대륙암이라 자연스럽게 그대에게로. 루트가 말끔히 청소가 되어있다. 스타트 부분의 우거진 풀들도 제거되어 있고 홀드마다 초크 자국이 가득하다. 초크를 따라 올려다보니 등반라인이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 오른쪽 칸테를 따라 시작해서 가운데 크림프 홀드를 거치고 왼쪽의 칸테로 넘어온 다음 중앙벽의 크림프를 잠깐 이용한 다음 다시 칸테 그리고 중앙의 크랙을 이용해서 앵커까지. 사랑만들기 루트로 비장의 무기인 롱셀카봉 퀵걸이를 들고 등반을 했다. 사랑만들기 앵커에서 퀵걸이를 이용해서 손쉽게 그대에게 루트 앵커에 줄을 걸 수 있었다. 5월 26일 3번을 등반을 했다. 첫번째, 두번째는 과연 이게 등반이 가능할까 싶었고 3번째에는 어라~ 이거 할만하네.
6월 1일 토요일 다시 대륙암을 찾았다. 톱로핑으로만 3번을 등반했다. 조금씩 무브가 풀리고 등반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퀵을 언제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대에게 3회 등반 이외에도 이날 8교시 등반을 했다. 너무 많이 한 거 아닌가. 다음날 6월 2일 일요일 원식(락오딧세이)과 다시 대륙암에 왔다. 전날 너무 많이 등반을 해서 컨디션이 별로일 듯 했다. 역시나 몸풀기로 등반한 스텔라(5.10c) 부터 무브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대에게는 예상외로 잘 풀린다. 2번의 등반으로 2번째 볼트와 3번째 볼트를 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다. 2번째 퀵은 벽 중앙에 있는 크림프를 오른손으로 잡고 허리 높이에 있는 스탠스에 오른발을 올린 다음 왼발은 카운터 발란스로 허공에 날리면서 왼손으로 잽싸게 클립. 대신에 퀵드로 2개를 걸어놓으니 용이하다. 3번째 퀵은 왼쪽의 칸테에 있는 사이드 홀드를 잡은 2번째 퀵을 걸기 위해 잡았던 벽 중앙의 크림프 홀드에 오른발을 하이스텝으로 딛으면 몸이 일순간 벽에 착 붙는다. 벽에 붙은 틈을 이용해서 오른손으로 클립. 여기도 볼트에 퀵드로 3개를 달면 클립하기가 용이하다. 물론 추락하면 거리는 조금 더 나오겠지만 바닥을 칠 염려는 없다. 2번째 퀵 역시 처음에는 카운터 발란스 상태를 만들어 오른손, 오른발만 벽에 붙인채 클립을 한다는 게 영 미덥지가 못했지만 루트에 적응이 되면서 생각보다 쉽게 클립이 될 것 같았다. 물론 클립하려고 줄을 쭈~욱 뺏다가 추락하면 바닥을 칠 수도 있으니 충분한 연습과 확신이 없으면 섣불리 리딩을 하면 안될 것 같았다. 3번째 등반도 톱로핑을 했다. 그런데 군더더기 동작 하나 없이, 텐션도 없이 깔끔하게 등반을 해버렸다.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리딩을 할건데.ㅠㅠ. 아쉬운 마음에 결국 리딩을 해보기로 결정. 줄을 빼고 휴식에 돌입. 3번째 퀵을 보니 퀵의 방향이 반대로 되어있다. 이런 내려올때 바로 했어야 하는데... 반대로 클립하면 되겠지. 아~ 그런데 이게 실패의 빌미가 될 줄이야. 리딩을 시작하려고 하니 구경꾼들이 많다. 마음을 다잡고 출발. 2번째 퀵을 하는데 조금 버벅거렸다. 3번째 퀵을 하다가 퀵의 방향이 반대로다 보니 또 버벅거렸다. 아 안되겠구나 생각하면서도 크럭스 부분을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았다. 그러나 추락. 조금 쉬었다가 이어서 등반을 하니 앵커까지 무리없이 가진다. 아까비. 한 번 더 시도할 체력은 없는 것 같고. 원식이가 화요일 저녁에 다시 오자고 꼬신다. 실내암장 훈련가는 셈 치고 오면 되겠네.
6월 4일 화요일. 하루종일 바빴다. 출장으로 연포초, 성지초를 다녀오고 학교 체육관에서 교직원 배구대회 연습을 40분정도 하고 부랴부랴 챙겨서 차를 몰고 금정산 대륙암으로. 어제는 잠을 설쳐서 수면 부족에다 몸을 제대로 안푼 상태로 배구 연습을 하다 발목도 조금 삐끗하고. 컨디션은 영 아니올시다인데. 대륙암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니 일단 가야지. 5시 40분쯤 도착하니 원식 혼자서 음악을 즐기고 있다. 원식이 그대에게 루트에 줄과 퀵을 미리 걸어놓았다. 스텔라에서 몸을 풀까 하다가 원식의 제안으로 그대에게 톱로핑 등반을 하면서 무브 연습을 했다. 등반하면서 퀵드로 갯수와 길이, 방향을 세밀하게 다시 세팅을 했다. 15분쯤 쉬고 리딩 시작. 비교적 깔금하게 동작을 이어갔다. 3번째 퀵도 가볍게 클립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크럭스 구간에서 왼발 힐훅을 걸고 일어서서 위쪽 칸테의 사이드 홀드까지 잘 잡았다. 오른발을 들어서 모서리에 나 있는 조그만 스탠스에 오른발만 올리면 거의 97%이상 성공인데 예상치않게 왼발 힐훅이 툭 빠져버렸다. 오마이갓. 다시 20분 휴식. 완등하면 찍으려고 갖다놓은 휴대폰이 부정을 탓나. 김칫국을 미리 마시면 안되지. 바위 밑에 갖다놓은 휴대폰도 철수. 액체 초크, 가루 초크 정성스럽게 예쁘게 바르고 다시 리딩. 내가 분석한 그대에게 무브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시 출발.
1. 왼손 작은 사이드, 오른손 오른쪽 칸테 오른발을 최대한 높게 해서 일어선다.
2. 왼발 아래쪽 찍고 오른손 칸테 더 높이 투테이크.
3.오른손 페이스의 크림프 잡고
4. 왼손 살짝 던져서 사이드 홀드 잡기 왼발은 아래쪽
5. 오른발 힐훅으로 오른손 더 위 칸테 잡았다가
6. 오른손 벽 중앙의 크림프 홀드 잡기
7. 오른발 올려서 카운터 발란스 후 클립(퀵드로 1개반 길이 걸어두기)
8. 왼손 왼쪽 칸테 잡기 왼발 아래쪽 스탠스 디디기 왼손 투테이크로 조금 더 위쪽 옮기기
9. 오른발 백스텝 왼발 조금 날리면서 오른손으로 중앙벽 사이드 크림프 던져 잡기
10. 왼발 힐훅 걸고 왼손 위쪽 턱 살짝 던져 잡기
11. 오른발 중앙벽 크림프에 올려서 오른손으로 3번째 퀵하기(3번째 퀵은 퀵드로 3개 길이 오른손 클립할 수 있게)
12. 오른손 중앙벽 위쪽 크림프 잡기
13. 왼손 위쪽 칸테(검지가 살짝 걸림)로 옮겨잡기.
14. 왼손 칸테 조금 더 위쪽(약간 슬로프 홀드) 잡고 오른발 왼쪽으로 옮겨오고 왼발 힐훅 걸기
15. 일어서면서 왼손 위쪽 칸테 한 번 치고 한 번 더 쳐서 잡고 당기면서 오른발 왼쪽 위 작은 스탠스 밟고 일어서기.
16. 오른손 중앙벽 크랙을 어프지션으로 잡기
17. 왼손 칸테 더 올려잡기 오른발 바깥쪽 스탠스 딛기
18. 오른손 위쪽의 핀치 홀드 잡고
19. 왼손 칸테 더 올리다가 언더 잡기
20. 오른발 스탠스 끝을 높이 밟고 왼발은 힐훅(?) 위쪽의 크림프 홀드 잡기.
21. 오른발 왼발 올리면서 왼손으로 위쪽 날개 오른손으로 위쪽 날개 잡고 완등 앵커에 줄 걸기.
☆ 첫 번째 퀵은 걸고 시작. 2번째 퀵은 1개 반 길이(왼손 클립), 3번째 퀵은 3개 걸어두기(오른손 클립)
중간에 2번의 위기가 있었다. 3번째 퀵을 걸고 발이 한 번 미끌했지만 잘 참았고 왼발 힐훅도 한 번 삐끗했지만 용케 견디고 완등 앵커에 줄을 걸었다. 나도 모르게 환성이 터져나온다. 고함도 질러보고 내려와서는 기념 사진도 찰칵찰칵. 이보다 기분 좋을 순 없다. 톱로핑 10회, 리딩 3회 총 13회 시도끝에 완등했다. 늘 가는 대륙암에서 늘 보기만 했던 루트였는데 이렇게 완등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부산에 있는 최고 난이도 루트를 완등해서 또 기분이 좋다. 하산해서 몸보신용으로 삼계탕 한 그릇씩 하고 집에서 호가든 한 캔 먹고 바로 꿈나라로.^^
클라이밍 하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자주 가는 금정산 대륙암.
그대에게 완등 후에 완등 영상이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이번에 재등 영상을 찍었습니다.
중간 퀵을 걸기 위해 걸어놓은 마지막 앵커 퀵이 마지막 무브를 완성하기 전에 손에 닿아서 이걸 걸고 가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망설였습니다. 결국 걸고 가는 걸로. 마지막 무브까지 마저 완성하고 추락을 안했으니 재등한 걸로 생각했습니다. 뭔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재등에는 마지막 무브를 조금 바꾸었습니다. 첫번째 완등시에는 핀치 홀드(18번)를 잡고 살짝 런지 하면서 왼손으로 19번을 잡았는데 재등에는 핀치 혼드를 잡고 왼손을 왼쪽 칸테벽을 잡은 후 오른손으로 19번 홀드를 잡았습니다.
또 언젠가 재재등을 해야할 핑계가 생긴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