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순한 의사소통 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쓰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속에는 우리민족만이 지켜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 땅을 거쳐갔고 지금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이 담겨져 있습니다.
비록, 세종대왕 때에 이르러 우리말이 한글이라는 모습을 띄고 형상화되었지만, 삼국시대 전부터 우리는 우리민족만의 독특한 '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우리민족의 말들은 고전책에서나 찾아봐야 할 정도로 잊혀져가고 있고, 수많은 침략의 역사를 반영하듯 우리말 속에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버젓이 우리말 행세를 하고 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래어의 우리말에 대한 침략성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한 나라의 '말'에 의한 약한 나라의 '말'에 대한 침략! 우리는 강한 나라일까요? 약한 나라일까요? 남의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하며 버젓이 유식한 행세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일까요? 국적만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는 외국인일까요?
비약이 심하지만, 좀 더 의식적으로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의 말들 이외에 훨씬 많은 일본어가 우리곁에 상존한다는 사실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 ★ ★ ★ ★
요이 땅! - ようい, どん!
ようい(用意)
用意는 마음을 먹다, 마음의 준비를 하다, 용의주도하다 등 우리말에도 쓰는 한자어인데, 경기 시작의 구호로 일본에서는 ようい,どん!이라고 한답니다.
우리말로 하면 준비 탕!이 되겠지요.
이 말이 그대로 우리말에 남아 초등학교 때 달리기 등을 할 때 요이라고 구령을 한 후, 신호총을 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기스 - きず
傷 きず
기스는 우리말의 상처, 흠, 흠집, 결점, 티 등의 뜻을 지닌 말입니다.
물건같은 것을 옮길 때 '기스나지 않게 조심해서 옮겨'
자동차 등이 긁혔을 때 '기스났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젠 예쁜 우리말로 바꿔 써야겠죠?
무데뽀 - むてっぽう
無鐵砲 むてっぽう
앞 뒤 생각없이 무턱대고 하는 모양, 분별없음, 경솔함 등을 뜻하는 표현인데, 방향과 시각을 겨냥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쏘아대는 발포행위에 비유한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무턱대고, 저돌적으로, 막무가내, 무모한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찌라시 - ちらし
散(ち)らし
아침마다 신문에 가득히 끼여서 오는 광고 쪽지, 우편함에 가득 꽂혀 있는 선전지.
우리는 보통 이런 것들을 찌라시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어 ちらし(흩뜨림, 광고지)를 그대로 읽은 것이다.
사라 - さら
皿(さら)
접시를 뜻하는 말인데, 접시에 담은 음식을 세는 단위로도 쓴다. 주로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회 한사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거의 생활화된 언어인만큼 더 신경써서 쓰지 않도록 해야겠죠.
입빠이 - 一杯(いっぱい)
一杯(いっぱい)
입빠이는 '가득히'라는 의미로 우리 생활에서 정말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술을 마시며 '잔에 입빠이 채워라',
주유소에 가서 '입빠이 넣어 주세요.'라고 자주 말하죠.
일본어에서는 '가득'의 의미 외에도 여러 뜻으로 쓰이는데, '한 잔, 한 그릇'의 의미로 쓰일 때는 악센트가 앞에 있으며, '가득(히)'의 의미로 쓰일 때는 뒤에 강세가 옵니다. 이 외에도 '빠듯함, …껏(한도)' 등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여러분 '가득(히)'이라는 예쁜 우리말이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노가다 - 土方(どかた)
土方(どかた)
공사판의 노동자, 막일꾼, 또는 막일을 하는 것을 우리는 보통 '노가다'라고 말합니다.
'요즘 노가다 뛰면 하루 일당이 얼마야?'
'할 일 없으면 노가다라도 뛰지뭐'라는 식으로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쓰는데, 원래 일본어로는 どかた(土方)입니다.
노동자들이 공사장 주변의 작은 토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위의 예문에서도 나타나듯이 노가다라고 하면 왠지 자기가 하는 일을 비하시켜 말하는 자조적인 느낌이 드는데, 건전한 우리말인 노동자나 노동이라는 말로 고쳐 써야겠죠?
다마 - 玉(たま)
玉(たま)
우리나라에서 다마라고 하면 보통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 기계부품에 들어가는 구슬, 전구, 당구공 등 여러 뜻으로 많이 쓰인다.
실제 일본어에서도 이 玉(たま)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 자주 쓰이는 표현을 알아보자.
玉がきれる 전구가 나가다
玉にきず 옥에 티
水(みず)の玉(たま) 물방울 = 水玉(みずたま)
100円(えん)だま 100엔 주화
パチンコのたま 파친코용 쇠구슬
たまを投(な)げる 공을 던지다
眼鏡(めがね)の玉をぬぐう 안경알을 닦다
玉をころがすような聲(こえ) 옥을 굴리는 듯한 아름다운 목소리
다꽝 - たくあん
たくあん
'다꽝'이라는 말이 일본어라는 걸 모르는 분은 없을 것 같네요.
たくあん漬(づ)け의 줄인 말로, 우리말로는 '단무지'
たくあん은 단무지를 만든,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나라 澤庵(택암) 스님이름(일본의 '고승대덕전'이라는 책에 나와 있다고 함)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자장면 먹으러 가서는 꼭 '단무지 더 주세요'라고 말하세요.
쯔끼다시 - つけたし? 突き出し?
つけたし?突き出し?
일식집이나 횟집 가서 '쯔끼다시' 더 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죠.
또는 이 집은 쯔끼다시가 잘 나온다든지, 부실하다든지 등등 자주 말하는데, 원래 일본어 발음은 つけたし입니다..
つけたし는 덧붙임, 곁들여 내는 것을 말하며 일식집 같은 곳에서 말할 때는 기본안주(반찬), 곁들이 안주(반찬)이라고 하면 되겠죠.
'突き出し'에는 (일본요리에서) 입매로 처음에 내놓는 간단한 안주라는 뜻이 있습니다.
유도리 - ゆとり
ゆとり
ゆとり는 시간, 금전, 기력 등의 여유를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ゆとりのある生活(せいかつ)'라고 하면 '여유있는 생활'이라는 의미가 되겠죠.
'사람이 좀 유도리가 있어야지 그렇게 꽉 막혀서야...'
'그렇게 유도리가 없어서야 어디 세상 살아가겠어'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럴 땐 여유, 융통성 등으로 바꿔써야겠네요.
뗑깡 - てんかん
てんかん
뗑깡부리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뗑깡'은 일본어에서 한자로 '전간(てんかん)'이라고 쓰며 간질병, 지랄병을 의미합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부리거나 생떼쓰는 의미로 혹은 어린이가 심하게 투정을 부리는 뜻으로 쓰입니다. 상황에 따라 생떼, 어거지,투정, 행패 등 적당한 말로 바꿔써야겠습니다.
다대기 - たたき
たたき
칼국수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 칼칼한 맛을 돋구고자 넣는 양념을 흔히 '다대기'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일본어 'たたき'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たたき'는 일본어로는 '두들김, 다짐'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재료를 넣어 다진 양념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젠 '다대기'가 아닌 '다진 양념' 이라고 말해야 겠네요.
겜뻬이 - 源平(げんぺい)
源平(げんぺい)
당구용어의 상당부분을 일본어가 차지하고 있는데, 요즘은 우리말로 순화시켜 쓰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겜뻬이도 당구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편가르기를 뜻합니다. '우리 겜뻬이 치자'라고 하면 '편 갈라서 치자'는 의미로, 이 겜뻬이는 일본어로 源平(げんぺい), 11세기 경 源平시대에 源氏(げんじ)와 平氏(へいし) 가 양립하여 서로 패권을 다투어 싸웠는데 여기에서 두 무사의 성을 본따 편을 갈라 경기하는 것을 겜뻬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때 源氏는 흰 깃발, 平氏는 붉은 깃발을 사용했기 때문에 源平는 홍백을 뜻하기도 합니다.
쇼부 - 勝負(しょうぶ)
勝負(しょうぶ)
쇼부는 승부(勝負)의 일본어 발음입니다. 물건을 사거나, 어떤 일의 결판을 내기 위한 흥정을 할 때 쇼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죠.
예를 들어 물건값을 흥정할 때, '그럼, 우리 만오천원으로 쇼부봅시다' 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데, 각 상황에 맞게 승부, 흥정, 결판 등 적당한 우리말을 바꿔써야겠습니다.
오뎅 - おでん
おでん → 어묵꼬치, 생선묵
우리 나라에 간이 음식으로 널리 퍼져 있는 '오뎅'은 곤약, 생선묵, 묵, 유부 따위를 여러 개씩 꼬챙이에 꿰어, 끓는 장국에 넣어 익힌 일본식 술안주를 가리킵니다. 그냥 생선묵 하나만을 꼬치에 꿰어 파는 것도 오뎅이라고 하고, 꼬치에 꿰지 않고 반찬거리로 파는 생선묵도 오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오뎅은 생선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를 한 꼬챙이에 꿰어 끓는 국물에서 익힌 것이라야 하는데, 이것은 주로 일식집이나 선술집의 술안주로 쓰이는데 요즘은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으로도 제법 인기가 있습니다. 요즘은 '꼬치 전문점'까지 생겨나 성업중인데, 이처럼 오뎅은 '어묵 꼬치' 또는 '꼬치 안주'라고 바꿔 쓰면 적당하겠죠.
쿠사리 - 腐(くさ)り
腐(くさ)り
흔히들 속어로 남의 말이나 행동을 비웃는 것을 쿠사리준다고 하지요.
동사형은 腐(くさ)る...
원래는 식물 따위가 부패하다 또는, 나무, 암석, 금속이 삭다, 부식하다라는 의미이나, 속어로는 기분이 우울하다, 풀이 죽다, 동사뒤에 이어져 타인의 동작을 경멸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쿠사리준다고 하는 것 보다는 비웃다 또는 면박준다라고 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구박, 면박, 꾸중, 야단, 핀잔 같은 말로 바꿔 쓰면 좋겠네요.
이외 腐る와 관련된 표현으로는
만땅 - 滿(まん)タン
滿(まん)タン
滿(まん)タン은 일본어와 외래어로 이루어진 일본식 외래어입니다.
'가득'이라는 의미의 '滿'과 'タンク(tank)'의 줄임말인 'タン'이 합쳐진 말로, 연료 등을 탱크 가득히 넣는 것을 뜻합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입빠이(一杯:いっぱい) 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만땅(滿タン)이라는 말도 이에 못지않게 많이 쓰이고 있죠.
一杯에서처럼 '가득(히)'라는 말로 바꿔 써야겠네요.
기라성 - きら星(ぼし)
기라성(きら星:きらぼし)
'기라성같은 존재', '기라성처럼 늘어서다' 등 기라성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많이 접합니다. 한자로는 綺羅星이라고 적어 얼핏 그냥 한자어가 아닌가하지만, 여기서의 '綺羅'는 일본어 'きら'의 취음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きら'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 'きらきら'는 '반짝반짝'. 이 'きら'에 星(ほし)가 붙어 기라성(きら星:きらぼし)이 된 것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또는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인데, 과연 우리말로는 어떻게 바꾸어 쓰면 좋을까요?
삐까삐까(ぴかぴか)
ぴかぴか는 원래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ぴかぴか가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첫째는 '번쩍'이라는 말이 합쳐진 '삐까번쩍', 사물의 외양이나 차림새가 번쩍번쩍 빛난다는 의미로, 둘째는 서로 비슷해서 우열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예전에 일본인에게 두 번째 뜻으로 설명을 하니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일본어에서는 그런 뜻으로 쓰이지 않으니 당연한 거겠죠.^^;
짬뽕 - ちゃんぽん
짬뽕(ちゃんぽん)
국어사전에서 짬뽕을 찾아보면,
짬뽕 (일 ちゃんぽん)
1. 종류가 다른 술을 섞어 마시는 일,
2. 서로 다른 것을 섞는 일,
3. 중국 국수의 한 가지. 초마면
이라고 적혀 있답니다.
즉 짬뽕이라는 말이 중국어도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라는 거죠.
짬뽕은 육류·조개·채소·생선묵 등을 끓여 면을 넣어 만든 중국식 요리입니다. 일본 나가사키의 명물로 유명한데, 이 짬뽕의 유래도 여러 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중국 福建城에서 온 陣平順이라는 사람이 나가사키의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야채찌꺼기와 고기토막 등을 볶아, 중화면을 넣고 끓여 만든, 푸짐한 양과 영양 만점인 요리를 고안해낸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 짬뽕은 시뻘겋고 얼큰한 맛이지만 일본 나가사키의 짬뽕은 희고 순한 맛이랍니다.
요지 - 楊枝(ようじ)
요지(ようじ) → 이쑤시개
흔히 식당에서 이쑤시개를 달라고 할 때 '요지 좀 주세요'라고 많이 말하죠.
이쑤시개가 일본어로 바로 楊枝(ようじ)랍니다.
앞으로는 고기 드시고 난 뒤 꼭 요지가 아닌 이쑤시개를 이용해 주세요.^.^
앗싸리 - あっさり
앗싸리(あっさり) → 아예, 차라리
이 あっさり(앗싸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죠. 아래는 검색엔진 네이버에서 '앗싸리'를 입력해서 나온 예문입니다.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1) 그냥 아싸리 쐬주나 한잔 먹자
2) 그런식으로 하려면 앗싸리 하지마
3) 위의 글들은 모두 본인의 경험에 의한 글이므로 어쩌면 주관적인 생각에 치우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런 걸로 시비걸려면 앗싸리 관두라.
4) 캐나다 Vancouver B.C. 에 소재하고 있는 UBC학교 안에는 누드 비취가 있다기에 갔다가 들어가는 사람도 모두 벗어야 한다기에 꿀릴까봐 앗싸리 포기함.
위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あっさり는 '아예, 차라리'의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あっさり는 일본어로 '깨끗하게, 간단히, 시원스레, 선선히, 산뜻하게, 담박하게' 등의 뜻입니다.
나가리 - ながれ
나가리(ながれ) → 깨짐, 유산, 허사, 무효
화투판에서 빈번히 듣는 '나가리'는 일본어 '流(なが)れ'에서 온 말입니다.
어떤 일이 무효가 되거나, 계획이 허사가 되거나 중단되었을 때, 또는 서로의 약속을 깨고 없었던 일로 할 때 등 많이 쓰이고 있다. 깨짐, 유산, 허사, 무효 등 우리말로 고쳐써야겠죠.
첫댓글 좋은 상식이 될꺼 같아요!!!
오 재밌는 상식 잘봤습니다. 거의다 흔하게 접해본 단어들이 일본어 였군요 언제쯤이면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 전환이 될지.....
그러게요~ 아름다운 우리말로 빨리 바뀌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예뿐우리말속에 아직도 일본말이 많이남아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