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가 돌아왔다. 2020년 1월 6일 시작, 같은 해 2월 25일 끝난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3’가 그것이다. 4월 28일 방송한 ‘낭만닥터 김사부3’ 1회 시청률은 1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같음.)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12.7%는 ‘낭만닥터 김사부2’ 1회 시청률 10.8%를 넘어선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시작부터 동시간대는 물론 금요일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SBS 금토드라마 1회 시청률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채널 경쟁력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 역시 수도권 기준 4.5%를 기록, 금요일 전체 1위는 물론 한주간 방송된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엑스포츠뉴스, 2023.4.29.)
6월 17일 종영까지 최저 시청률 12.0%(6회)로 인기 속에 방송됐지만, 그러나 ‘낭만닥터 김사부3’는 1회의 거센 기세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령 ‘낭만닥터 김사부2’가 최고 시청률 27.1%를 찍은데 비해 ‘낭만닥터 김사부3’는 고작 16.8%(16회)였을 뿐이다. 2016년 11월 7일부터 두 달 남짓 방송된 시리즈 1편의 최고 시청률 27.6%에 비해선 거의 반토막난 수준이다.
평균 시청률도 1편의 20.4%, 2편의 18.3%보다 한참 뒤처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첫 방송 시청률만 1편의 9.5%, 2편의 10.8%보다 높게 나타났을 뿐 예전만 못한 인기몰이였음을 알 수 있다. 특기할 건 시리즈로 돌아온 2, 3편이 1편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만 못해서 그렇지 그 정도면 ‘낭만닥터 김사부3’가 인기드라마라 해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2편에서 이미 말했듯 강원도 정선에 있는 돌담병원의 김사부(한석규)를 비롯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살려내는 이야기다. 기존 의사 서우진(안효섭)ㆍ차은재(이성경)ㆍ남도일(변우민)ㆍ정인수(윤나무)ㆍ배문정(신동욱)ㆍ윤아름(소주연)에 이어 장동화(이신영)ㆍ이선웅(이홍내)이 새로 합류했다.
병원장 박민국(김주헌)과 행정실장 장기태(임원희), 간호사 오명심(진경)ㆍ박은탁(김민재) 등도 그대로 나온다. 2편에서 벌어진 돌담병원 없애기 프로젝트 대신 김사부가 꿈꿔오던 권역외상센터 개원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김사부 라이벌이었던 차진만(이경영)이 센터장으로 영입된다. 12회에서 차진만이 사표를 내고 강동주(유연석)가 센터장 대행으로 오기도 한다.
김사부가 ‘나보다 더 센 놈’이라 말한 동주는 시리즈 1편에 나온 의사다. 1편의 동주를 불러낸 건 좀체로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시청률에 변화를 주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동주가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3부 시청률은, 그러나 12회에 비해 아주 조금인 0.4%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미 “‘낭만닥터 김사부2’의 강점은 ‘어,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단순히 환자 치료의 의술을 넘어 인술(仁術)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고 말했듯 ‘낭만닥터 김사부3’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술의 의사 부각은 더 강화된 듯 보인다. 심지어 의사 미화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인술의 의사 부각은 가령 진만 센터장 영입 및 사표내고 떠나기라든가 새로 합류해 불만과 시행착오 등 시련을 겪는 선웅ㆍ동화의 거듭나기를 통한 김사부 보여주기가 그렇다. 수간호사 명심은 최종회에서 결론을 내듯 아예 노골적으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끌어당긴 거잖아요”라며 김사부의 ‘중력’에 대해 말한다.
김사부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하는 우진ㆍ은재도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말한 대로 ‘아픈 내 몸을 믿고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의사들이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의학용어와 숨가쁜 손놀림의 수술로 혼을 쏙 빼놓는 ‘낭만닥터 김사부3’를 시청자들이 본방사수한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아내와 별거중인 인수의 딸이 혼자 돌담병원에 찾아온 에피소드 등 의사들의 가정사 이야기가 자칫 지루하거나 건조할 수 있는 의학드라마의 약점을 커버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환자들이 모를 의사들의 고뇌에 대한 어떤 메시지같기도 하다. 다만, 최종회에서 주말마다 엄마랑 내려오기로 했다며 딸이 인수 품에 안겨 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해 다소 아쉽다.
인술과 별개로 지나친 의사 미화는 좀 거슬린다. 가령 센터장 동주에 반발해 농성중인 외상센터 의사와 간호사들이 산불로 인해 들이닥친 응급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무조건 복귀하는 걸 들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번번이 환자들, 나아가 국민을 볼모로 정부와 정치권을 이기려고만 하는, 특권의식 쩌는 의사들의 파업이 생각나서다.
특히 정전에 휴대폰 불빛을 모은 수술하기(2회)라든가 도의원 보좌관들에 대한 밤샘 수술(16회)이 실제로 행해지거나 가능한지 강한 의구심을 안겨준다. 행정실장 기태가 그 사실을 통보받고도 깜박해 수술 도중 정전사태를 맞이한 것 역시 전혀 일상스러워 보이지 않지만, 지나친 의사 미화가 ‘낭만’을 떠나 판타지 드라마로 내몰릴 수 있어서다.
전혀 일상스러워 보이지 않는 게 또 있다. 가령 원장인 민국의 행보가 그렇다. 폭설로 막힌 도로에서 양호준(고상호)과 함께 혈액가방을 들고 냅다 병원을 향해 뛰는 것이나 김사부에게 의존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모자란 인력에 직접 하는 수술도 그럴 수 있지만, 응급실로 나와 환자들이 누운 들것을 미는 등 어느 병원장이 그런 일을 할까 의문을 갖게 한다.
오히려 헐떡거리면서도 굉장히 떫은 표정을 짓는 호준이 박진감 넘치는 의사 모습이 아닐까? 원장인 민국은 그렇다쳐도 병원에 도착한 호준은 그나마 딴나라이거나 다른 병원 의사인 듯 경위서 작성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런 캐릭터도 인술의 의사를 보여주기 위한 콘트라스트인지 모르겠으나 도무지 공감ㆍ동화가 되지 않는다. 대체 이런 의사 설정이 왜 필요한지….
이런 전개조차 앞에서 말한 인술 의사 부각 차원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거듭나기로 이어지긴 하지만, 적색 색맹을 가진 선웅이나 걸핏하면 퇴근타령에 심지어 PC방에서 게임하며 콜을 피하기까지 하는 전공의 동화의 그런 모습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설사 실제 그런 일이 있다 해도 굳이 드라마에서 그런 치부를 까발길 필요가 있나 싶어서다.
가장 거슬리는 건 아주 기분 나쁜 헛웃음을 토해내는 장실장의 너무 억지스러운 코믹모드다. 고함 지르기와 따발총 언사로 진상 환자를 단숨에 제압하는 명심과 함께다. 또한 손목터널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사부나 손 부상회복이 덜된 우진이 ‘실력 있는 오른손’ 운운하며 은근슬쩍 수술에 나서는 건 위험해 보인다.
한편 소재 확장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1~2회에서 북한의 탈북자 치료와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송환으로 시선을 확 끌더니 건물 붕괴, 가습기 피해자, 총기난사 무장 탈영병, 폭설로 막힌 도로에서의 혈액 공급, 병원내 화장실에서의 여학생 분만, 산불로 인한 환자 및 의사ㆍ간호사들의 대피까지 여느 의학드라마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그것이다.
시리즈 3편으로 이어지는데 따른 소재 고갈 타개로 보이는데, 장단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잊어버릴만하면 발생하는 대형사고 등 다양한 경로로 생기는 환자군을 통해 일종의 경각심을 안겨주고 있지만, 좀 아니지 싶은 것도 있다. 비내림으로 한바탕 소동에 그치고마는 산불의 돌담병원 향하기 같은 전개가 꼭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게다가 산불 대피 와중에 안 보이는 김사부를 찾아나서느라 의사ㆍ간호사들이 법석을 떠는 것도 마찬가지다. 명심이 찾아내고보니 김사부는 대피가 우선인 긴급상황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옛 추억에 잠겨 있다.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한 한가롭거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김사부는 명심이 준 사탕을 먹으며 웃기까지 한다.
병원 식구들은 물론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졸지에 민폐쟁이가 되어버린 김사부의 그런 모습이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이것조차 앞에서 말한 인술 의사 부각 차원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산불 대피가 마치 장난처럼 보이게 한 황당 전개라 할 수 있어서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이미 지적했듯 우진과 은재, 은탁과 아름의 여전한 연애 전개도 보기가 거역스럽다. 본격 로맨스물도 아닌 의학드라마에서 밀당에 이어 키스신까지 여러 번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시리즈 4편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내에서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등 연애질은 더 이상 안봤으면 한다.
나로선 깜짝 놀란 게 있기도 하다. 어머니(이지하)가 내려와 우진의 짐을 싸서 병원으로 보내는 등 엄중 경고하지만, 최종회에서 엉겁결에 집들이를 함으로써 우진과 은재의 결혼전 동거를 사실상 용인한 셈이 되어서다. 그런 결말을 내려고 그랬는지 12회에 나온 은재 엄마의 이후 행적은 최종회까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 진만은 돌담병원을 떠나면서 은재에게 우진과 함께 한 번 오라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내가 꼰대라 그런지 모를 일이지만, 세상에 그런 아빠가 또 있을까 싶다. 멀쩡한 직업의 의사들이 혼전 동거라니, 전혀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한시라도 붙어 있을 만큼의 사랑이라면 열일 제치고 결혼식부터 올려야 하는 게 순리이고, 사회 규범의 상식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