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디 아이언맨님의 고마우신 선물로 'BAND OF BROTHERS'를 받아 지금 1-2편을 보았습니다.
정말 잘 만들고 잘 찍었더군요. 거기다가 저의 구미에 맞는 공수부대 얘기라니 정말 2편에서 야간강하 직전의 완벽한 소음과 어둠속의 강하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언가 몸에서 과거에 저의 세포로 자리잡았던 그 야간강하의 느낌이 전달되어 약 0.5 초간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지금이라고 다시 뛰고 싶은 궁상맞은 생각과 함께...하여간 이런 낙하산병은 여러분이 좀 이해해주십시요.)
오랫동안 잇빨칼럼을 안 썼습니다. 물론 제가 과거 한 2년전에 쓸만한 주제들을 모아봤는데(당시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아직도 한 15건 정도의 공수부대 에피소드가 남아 있더군요. 당시 그 정리해봤던 노트에....시간이 나는데로 올려보겠습니다.
오늘은 밴드 어브 브라더스를 보고 받은 일종의 감동을 벗삼아,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와 감성적으로 기억하는 몇가지 장면과 심취들을 수필 형식으로 올려보려고 합니다.
< 어두운 밤 하늘의 비행기 안 >
비행기안에 들어가면 시간은 감성상에서 정지한다. 군대생활이 무르익은 사람은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지도 않는다. 그저 멍하니 앞을 보고 있으면 시간은 멈추고 지금 이 비행기가 날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느낌은 무언가 '흔들이고 있다'는 것. 조금씩 흔들흔들. 공중 그네에 몸이 맞겨진 것 같은 모양세다.
야간이 되면 더욱 사람은 비행에 무감각해진다. 기내는 상당히 어둡다. 오히려 밖이 더 밝은 경우도 있다. 물론 비행기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지상에서 관찰되면 안 되기에 밝은 빛을 기내에 비출수도 없다. 우리는 달밤을 좋아한다. 비행기에서 나가 공중에서 1.5의 중력에 매달려 있을때 달이 떠 있으면 여러가지면으로 방법적으로 편리하기도 하지만, 보다 가까운 곳에서 달과 함께 있다는 흥취가 생기고, 한폭의 수채화를 불을 끈 상태에서 관람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대지가 눈에 덮혀 있다면 그 흥취는 술취한 정철도 같이 좋아하리라.
그러나 공중의 고요를 만나기전의 기내는 온통 흔들리는 소음이며, 그 중 상당수는 무언가 쇠들이 덜컥거리는 소리이고, 그 나머지는 양편의 문에서 날아오는 엔진의 굉음이다. 그러나 일정한 그 엔진의 굉음은 또한 곧 망각하게 된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것에 둔감해지는 것은 바로 인간의 한 특징인가 보다.
우리는 착륙과 이륙을 동시에 하지 않는 비행을 한다. 그러므로 항상 비행기가 긴장되는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비행기는 색다른 공간이다. 여름에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으며, 한 겨울에 외측문을 떼고 날아가도 추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비행기라는 존재. 고도가 떨어지면 나노메터로 된 고도계의 동그란 계측바늘이 떨어진다. 유압이 표시가 되며 균형을 계기판에서 경고한다. 그러나 낮은 구릉에서 뛰어내리기 시합을 하는 어린이보다도 우리는 감각이 없다. 그저 충분히 죽을수 있을만큼 높다는 것 외에는....
한순간 쑤욱 꺼졌다가 한순간 쑤욱 엘리베이터처럼 중심이 들린다. 이 순간 모두 큰 내색은 안하지만 대부분은 몸이 가려운 듯 꼬인다. 하강하면 턱이 들린다. 그냥 일자로 쑥 떨어지는 느낌이다. 특히나 밑으로 쑥꺼지는 것이 길어질때는 가끔씩 추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움직일수 없다. 비좁은 비행기안에는 큰 여력이 필요할만큰 움직임이 힘든다. 내 무릎의 군장은 내측문의 앉은 강하자들과 맞물려있고 그들 역시 나에게 제약을 받는다.
좌우는 다시 내 앞뒤번 강하자가 나를 밀고 있고 나도 그들을 고정시키고 있다. 외측문에 앉아 있는 나 역시 창밖을 보려면 힘겹게 몸을 틀어서 봐야한다. 내측문의 사람들은 창밖이 보이기는 하나 대부분 검은색 밤의 기운 뿐이다. 그들이 볼수 있는 것 역시 암흑뿐이므로 큰 관심거리가 될수는 없다. 그러나 내측문의 앞열로 가면 엔진의 불꽃이 보인다. 나도 가끔은 내측문에 앉아 보았다. 어두운 가운에 양편에서 내뿜는 불꽃은 파란색을 내고 있다. 배기구를 통하여 용접기처럼 불꽃을 내고 있다.
비행기를 야간에 탑승하여 밤에 이륙을 할 경우, 배치로에서 엔진의 시동을 거는 것을 내측문에서 보면 정말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C-123이다. 불꽃이 터져나오면서 공포탄의 단편 거미줄같은 폭발화염이 터진다. 펑펑하는 소리가 들린다. 경험이 없는 신병들은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고참들은 그저 멍청한 얼굴로 비어버린 맥주잔같은 풀린 동공으로 앞을 주시할 뿐이다.
비행기안은 노천 카페에 백열전구를 달아놓은 것보다 어둡다. 특히나 산악헬멧의 그늘로 인해서 사람들의 눈을 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턱만이 제대로 조명을 받고 있다. 가끔씩 강하근무지원자들이 공중의 정박줄을 잡고, 중간에 있는 그물의자 파이프를 군화로 밟으면서 왔다갔다 한다. 근무자가 고참인 경우는 다시 가끔 그냥 우리의 군장을 밟으면서 지나간다. 내리눌린 군장으로 인해서 다리는 새다리가 된 느낌이다.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너는 무슨 생각을 하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나? 왜 이다지도 점프전의 비행기안에서는 사람이 백지장 같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까? 왜 가끔은 지나간 일들이 뇌리를 스치는 것일까? 왜 친한 전우들끼리도 말이 없어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앞만 보고 있는 것일까?
내 시야의 모든 것은 5/8 정도가 검은 색이다. 화이버의 그늘도, 창밖의 어둠도, 조악한 조명을 받는 모든 장비들도....
한때 이런 생각을 했다. 바로 셍떽쥐베리의 '야간 비행' 난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소설의 감각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쎙떽쥐베리 혼자의 감각이며, 그로 인해서 우리는 바보가 되고 그를 추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밴드 어브 브라더스를 보고 느끼듯이, 수송기들은 시간이 과거로 흘러가는 만큼 요동이 심하다. 그 요동에서 철과 볼트 너트가 흔들리며 갉아 먹는 듯한 진동은 더욱 강하다. 마치 지하철 중간의 연결통로의 양쪽의 발판이 카오스 이론처럼 흔들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서 일어서면 그것은 더해진다. 우리는 무릎을 선 자세와 앉은 자세의 중간에서 벌을 받듯이 남사당 줄타기를 해야 한다. 땅에 사람이 서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선원이 땅에 발을 딛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인공물에 의탁한 신세는 그것을 벗어나기까지는 언제나 그 인공물의 비호를 받고, 거꾸로 말하면 우리는 거기에 수감되는 것이다.
밴드 어브 브라더스에서 대공포를 맞아 불에 타며 추락하는 수송기를 보았다. 난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영화였으나 외쳤다.
"그냥 뛰어 내려. 그냥 뛰어 내려. 병신아. 맨 앞놈을 그냥 밖으로 던져서라도 뛰어 내려. 무조건 피탄되어 쓰러진 전우의 시체를 밟고라도 앞으로 문을 항해 뛰어 나가란 말야. 패스의 맨 마지막이라 생명줄의 길이가 안 되어 기내에서 일부 산낭이 개방돼 나오더라도 그냥 뛰어 나가란 말야. 안되면 못말리는 람보처럼 생명줄을 나이프로 끊고 그냥 뛰어나가서 예비낙하산을 당겨버려! 뛰어내려. 뛰어내려. 비행기는 그냥 관이 된다. 뛰어 내려!"
그러나 비행기는 떨어져 추락했다. 그리고 폭발했다. 불이 활활 타올랐다.
어둠의 그림자. 땅 역시 어둠의 그림자. 사방은 어둠의 그림자. 신에 비하여 못난 기구를 사용하여 바보같이 뛰어 내리는 사람들.
기내가 덜컹 거린다. 다시 쇠붙이 조각들이 쥐가 갉듯이 글어댄다. 우리의 무릎이 춤을 춘다. 발은 붙어 있어도 중력의 힘은 사방으로 요동친다. 엔진의 굉음. 모두가 굳게 다문 입.
비행기와 사람.
< 풀잎이 마음을 전하던 시절 >
고단한 하루를 마감했던 하루는 다시 떠나고 고단한 하루를 새벽이 열고 있다. 어느날부터 우리는 느끼고 있다. 창문을 열어 놓아도 잘때 춥지 않다.
그리고 해가 점차 일찍 오르기 시작하므로, 여명도 일찍 올라온다. 여명의 시간이 적응 안된 병사들은 파랗게 밝아오는 창을 향해서 슬쩍 눈을 뜨면서 응시한다. 그리고는 내무반 벽의 시계를 본다.
"아! 아직 더 자도 된다."
그러나 밖에서 오랜 동안 괴롭힌 추위는 가버렸다.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 더 잘 수 있다는 이 화려한 기쁨.
그리고 점차 나는 느낀다.
"아 새벽의 냄새가 바뀌었다!"
봄이 온 것이다. 아스라히 작년에 항상 곁에 두다가 떠나가버린 바로 그 냄새가 창밖에서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고작 풀냄새일까? 아니다. 풀냄새가 다가 아니다.
아니 그 냄새가 원래 존재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겨울의 추위는 항상 창문으로 병사들에 의해서 이격시켰고, 결국 냄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직 고단한 병사들의 체취와 막힌듯 곰팡이 냄새가 공존하는 그런 냄새. 그리고 보일러 파이프를 통해서 밀려오던 아주 둔하고 무거운 온기의 냄새가 전부였다.
냄새가 전해져 온다. 냄새가 전해져 온다.
풀의 냄새가 날아온다. 어느 꽃의 냄새가 날아온다. 청소년기의 파릇한 풀들의 냄새가 날아온다. 그리고 겨울이 차압했던 원래 존재하던 공기의 냄새가 날아온다. 이 모든 것들이 섞였다. 그리고 나의 몸은 모포를 감싸고 자는 듯 안 자는 듯 이 냄새를 풍미하고 있다.
눈을 떠서 더욱 더 파란색으로 물들어진 창을 보면서....
단 10분이라도 더 잘수 있다는 행복을 느끼면서....
병사는 속으로 말한다.
"아, 오늘이 일요일이었다면...."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기상전 마지막 보초의 움직임인가. 사람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많이 달라진다. 겨울철이라면 창밖은 검게 물들어 병사들을 고립시키고 보초의 부스럭 덜거럭 소리는 잠을 방해하는 거슬리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 냄새를 보라.
저 잡음에 내가 신경질을 낼 것인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 나에게 마음을 전하던 풀잎은 사라졌다.
풀은 멀고 나는 고립된 도시로 들어왔다.
도시가 아니었어도 곧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도시가 된다.
우리는 항상 개발하고 있다. 곧 콘크리트가 사방을 메꾸어 당신을 포위할 것이다.
이제 그 냄새를 맡으려거든 공원에 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냄새를 음미하고 싶거든 사람이 드믄 시간의 공원에 가야한다.
풀과 공기는 그대로인데 왜 나는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명백한 것 하나.
자연에게는 잘못이 없다.
다만 우리가 달라졌고 느낌이 둔해졌으며.....콘크리트 안에서 고립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부정적으로 볼수는 없다.
왜 인가?
그렇다.
항상 부대는 자연의 곁에 있었다.
난 군대를 싫어하는, 거부하는, 가길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서 그 냄새를 맡아 보라고.
계절별로 날아오는 향기와 새벽의 냄새를 맡아 보라고.
그 일종의 향기로운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을 느껴보라고.....
세상을 살면서 언제 그러한 자연과 매일 아침 키스하며 일어나 볼 것인가.
죽는날까지 언제 한번 그렇게 하루하루 폐에게 좋은 냄새를 선사할 것인가.
그 냄새가 맡고 싶다.
새벽이 오는 냄새.
봄에 흐르는 풀들의 냄새.
그것으로 마음이 편해진
조금 더 정갈해진 나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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