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는 녹지율 35%의 ‘그린시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진형 친환경 저밀도 전원 도시’이다. 판교는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산이 많고 공원이 많다. 판교의 동쪽에서 서쪽으로는 운중천이 흐르고, 북쪽에서 남쪽으로는 금토천이 흐른다. 운중천과 금토천은 탄천의 절반 정도 되는 하천이다. 토지 공사는 산과 공원, 그리고 하천을 국내 최고의 작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뉜다.
동판교에는 전철역이 들어서고, 14만평의 신촌공원, 5만평의 합수부공원이 들어선다. 판교톨게이트 근처의 20만평 벤쳐 단지에는 대덕연구단지 같은 연구소 분위기의 선진형 기업 단지가 형성된다. 서판교에는 분당 중앙공원의 2배가 넘는 30만평의 금토산 공원이 조성된다. 금토산 공원 주변에는 단독 주택과 연립 주택 등의 저밀도 주택 단지가 만들어진다.
판교가 좋은 이유는 강남과 분당의 성공한 신도시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녹지 및 자연 환경 등 삶의 환경은 양쪽 신도시보다 우월하다. 강남역까지는 전철로 17분 정도 걸리고, 차를 통한 경부고속도로 진입과 서울 강남권 진입도 매우 수월하다. 분당이 약 600만평에 40만이 사는데, 판교는 약 300만평에 12만명이 살게 되는 쾌적한 신도시다. 따라서 판교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분양가 규제만 없다면, 평당 3천만원에도 분양이 가능한 곳, 그곳이 판교이다.
◆ 판교 아파트 당첨 확률 1%
판교 아파트의 당첨 확률은 전반적으로 300 대 1 정도이다. 40세 이상 10년 무주택자가 25.7평 이하의 통장이 있어 청약할 경우는 당첨 확률이 50 대 1 정도이고, 서울시의 일반 1순위가 청약할 경우 당첨 확률이 1,000 대 1 정도이다.
당첨되어도 적법한 절차로는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다. 즉, 팔 수도 살 수도 없다. 전용 면적 25.7평 이하는 분양 계약 후 5년간, 25.7평 초과는 계약 후부터 입주 시까지 팔아서도 안되고 사서도 안 된다. 팔거나 사다가 들키면 잡혀간다. 분양권 전매 금지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분양권은 무효가 된다.
법대로라면 통장은 있어도 분양 대금이 없는 1순위자는 청약해선 안 된다. 당첨 후,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5.7평 이하는 입주 후에도 약 2년 6개월간을 더 팔 수 없으므로 자기 돈이 총 분양금의 60% 정도가 있어야 청약할 수 있다. 25.7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25.7평 이하보다 비싸지만 입주까지만 못 판다. 입주 후에는 얼마든지 전매가 가능하므로 입주 이후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 얼마든지 팔면 된다.
결국, 따져보면 성남시에 거주하는 1순위자로 중·대형 통장을 가진 사람이 당첨 확률도 높고, 시세 차익도 많을 뿐만 아니라, 전매 제한에도 비교적 자유로워서 당첨될 경우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될 것 같다. 25.7평 초과 성남시 1순위자의 당첨 확률은 약 45 대 1이고, 당첨됨과 동시에 로얄층에 걸릴 확률은 70 대 1이다. 이 역시 총 분양금의 60% 이상의 분양 대금이 있어야 한다. 판교는 총 분양금의 40% 이상을 대출해 주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자금이 충분치 않은 아파트 당첨은 대부분 전매로 이어지고, 잘못되면 범법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번에 상당한 강도의 단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판교로 몰리는 돈
판교로 돈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말, 토지 보상이 시작되고부터 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성남시는 판교에 토지보상비로 2조6천억원을 풀었다. 공시지가의 2배 수준으로 풀린 보상비는 조용하던 비닐하우스촌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200억원 넘게 보상 받은 사람부터 19만원을 보상 받은 사람까지 천차만별의 돈 잔치가 시작되고, 개발 제한 구역이던 판교에는 새 번호판을 단 외제차가 속속 들어왔으며, 인근 분당 룸살롱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세입자들은 세대 당 625만원의 이주비를 통보 받고는, ‘결사항전’의 프랭카드를 붙이고 망루를 쳤다. 보상금은 다시 용인과 이천 등 주변 토지로 흡수되고, 분당 아파트와 상가로 밀려들어 왔다. 또, 이 중 상당 금액은 이주자 택지 및 협의 양도인 택지, 상가 부지 지분권 등의 공급가액으로 시행자 (토지공사, 주택공사, 성남시)에게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지금 판교를 기웃거리는 돈은 약 100조원 정도이다. 민영아파트 분양 대금이 8조원이고, 상가와 빌딩 분양 대금이 수조원이며, 이주자 택지 및 협의 양도인 택지, 상가 부지 지분권 등과 아파트 불법 전매에 동원되는 프리미엄도 수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이미 엄청난 돈이 들어와 있다.
이주자 택지란 2000년 10월 17일 이전부터 판교 택지 지구에 거주한 가옥 소유자에게 주는 점포 주택지이다. 이는 약 70~100평으로 평당 400만원 정도 (택지 조성 원가의 80%)에 분양해 준다. 여기에 이미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협의양도인 택지는 집은 갖고 있지 않되 토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전용 주거 지역 단독 주택지를 약 700만원 (택지 조성 원가의 110%)에 분양해 준다. 여기에도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상가부지지분권은 공람 공고일 이전부터 현지에서 자유업을 하던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화훼업, 쌀가게, 슈퍼, 식당 등이 그에 속한다. 이들에게는 감정가로 6평 ~ 8평의 근린 상가 부지를 분양해 준다. 이 상가 부지 지분권의 프리미엄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육박한다. 이 외에 2000년 10월 17일 이후부터 거주해 온 가옥 소유주에게는 32평형 분양아파트 입주권을 주고 있는데 이 또한 형성된 프리미엄만 1억5천만원이 넘는다.
이 밖에 주거용 건축물 세입자에게 주는 25평 임대아파트 입주권이 있다. 이 딱지도 3천5백만원 정도 프리미엄을 줘야 산다. 벌서 이 5종류의 각종 권리의 딱지를 수천개가 서너번씩 회전을 해서 수조원이 돌고 돌아갔다. 이 또한 분양 전까지 전매는 불법이어서 들키면 벌금을 내거나 콩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사는 자와 파는 자가 같이 범죄자가 되는 양벌 규정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약 5%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딱지 거래자들이 잘못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약속을 지키고 탐욕스러운 자가 끼어 들지만 않으면 대부분 순조롭게 넘어간다.
이외에 본격적으로 출동 준비를 갖추고 있는 현금은 올해 12월 아파트 당첨자 발표 후, 불법 분양권 전매와 분당,신봉,동천,성복,수지,죽전 등 인근 지구 부동산 매집으로 무차별 투하될 예정인 수십조원이다.
◆ 판교 신도시가 성공하는 법
판교에 ‘로또’, ‘광풍’, ‘청약올림픽’ 등의 단어가 붙는 것 자체가 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 좋은 정부의 Brain들은 이미 해결책을 알고 있다. 부동산 사이클로 보면 부동산 시장은 2002년과 2003년에 충분히 오를 만큼 올라서 더 이상 오를 여력이 많지 않다.
다만 2002년과 2003년에 맛을 본 부동산 투자자들을 잘 관리하면 된다. 부동산 시장을 들쑤셔 놓는 초저금리를 2~3% 정도 올리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판교 신도시의 묻지마 열풍은 수그러들 것이다. 즉,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상책이다.
정부는 세곡동, 신촌동, 둔전동 등 서울 공항을 포함한 지역의 200만평을 판교와 같이 풀어서 택지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행정 신도시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 물량은 장사도 이기지 못한다. 정부는 물량으로 시장을 조정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분양때처럼 좋은 지역도 미분양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공급 확대보다는 하룻밤 고민으로 해결되어지는 "규제"라는 쉬운 길만을 택하고 있다.
그 길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분당 아파트에서 요즈음 반짝하고 보여준 오름세처럼 언제든지 재발될 수 밖에 없는 불안하고 험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