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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ds24.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5&fileid=1®dt=20060627001308&disk=36&grpcode=kmcGosari&dncnt=N&.jpg) | ▲ 퍼맨과 함께 뛰어 가는 아이들 |
“아빠 나 지금이 제일 행복해”
장마철이라 그런지 조금 뿌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비와 함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바쁘고 정신없게 하루를 보낸 것은 아닌데, 골똘하게 생각해야할 일도 있고 밀린 원고를 작성해야하기도 하고 또 봉헌식 사진을 정리하는 이러 저러한 일들을 하면서 순간을 살고 있는 저 자신을 채 감지하기도 전에 해가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요 며칠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부분입니다. 방금 전에 김진혁목사님과 다른 용건으로 통화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아이들 교육에 관해 얘기 나누는 걸 보면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째 아이와 후년에 입학할 둘 째 아이 교육 문제가 아비된 자로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나봅니다. 또 지난 주 감리교 본부에 볼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간 김에 근처 광화문으로 직장을 다니는 후배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함께 했는데, 아직 아이가 없는 후배와 그의 아내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저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 얘기를 꺼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큰 형님 생일로 인천에 다녀왔는데, 그 참에 비록 12시가 다 된 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인천으로 사역지를 옮긴 친구 목사네 집에도 겸사 들렀습니다. 친구는 원주에서 목회를 하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마침 친구의 아들도 우리 첫 째 아이와 동갑인 초등학교 1학년이었기에 자연스레 아이들 얘기를 나누었지요.
원주시내와 인천시내 학습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랍니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방식도 다르고 이미 선행학습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서너 개 학원에 다니는 걸 아주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였지요. 뭐 그다지 놀라운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요즘 교육 세태를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그런 교육 시스템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책을 내놓고들 있지요. 대표적으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만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토론을 듣고 있자면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뿌리부터 손을 대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며, 그저 이미 가동 중인 시스템에 적절한 연료를 주입하려는 담론만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다지 분개할 일은 아닙니다. 시민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아직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가 해소되려면 요원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pds12.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6&fileid=1®dt=20060627001428&disk=33&grpcode=kmcGosari&dncnt=N&.jpg) | ▲ 엄마를 따라 줄넘기 하는 건이 |
오늘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과 놀 던 중에 첫 째 아이로부터 뜻하지 않은 말을 들었습니다. 이 녀석이 갑자기 “아빠, 나 너무 행복해”하는 겁니다. 아니 “아빠, 나 지금이 제일 행복해”하는 겁니다. 왜 그런가 물어보았더니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행복하다는 겁니다.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를 아이에게 되물을 이유는 없지요. 그냥 그 말을 듣고는 저 역시 행복해질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많은 행복을 느껴봤지만, 거꾸로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뜻하지 않은 아이의 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많은 걸 해 줄 수 없는 부모로서는 그 말의 진위를 떠나서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말이 혹여 세상을 모르는 ‘착각’이면 어쩌나 싶은 잔상이 남아 있긴 합니다만, 분명한 건 녀석이 아빠를 상대로 희영수를 남발하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섰던 거지요.
![](http://pds25.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5&fileid=2®dt=20060627001308&disk=29&grpcode=kmcGosari&dncnt=N&.jpg) | ▲ 줄넘기를 하다 웃는 건이 |
![](http://pds28.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7&fileid=1®dt=20060627001602&disk=18&grpcode=kmcGosari&dncnt=N&.jpg) | ▲ 퍼맨과 아이들 |
잠시 후 비가 내렸고 그리고 그쳤습니다. 그 틈을 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얼마 전부터 이웃 마을에 떠도는 버림받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중인데, 아이들이 붙여준 이름 ‘퍼맨’과 함께 했습니다. 백구 ‘조희’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서 아이들 손에 붙여주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작은 녀석만 데리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작은 공원에서 네 식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았고, 줄넘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발화되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요. 게다가 술래가 이를 변형하시켜서 “춤추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하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춤을 추고 고래고래 노래도 해야하는 게임 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네 식구는 깔깔대며 배를 잡고 웃어야 했답니다.
![](http://pds17.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6&fileid=2®dt=20060627001428&disk=8&grpcode=kmcGosari&dncnt=N&.jpg) | ▲ X자 넘기를 하는 건이 |
![](http://pds29.cafe.daum.net/download.php?grpid=W6jm&fldid=_album&dataid=307&fileid=2®dt=20060627001602&disk=7&grpcode=kmcGosari&dncnt=N&.jpg) | ▲ 웃는 건이, 얼마 전 빠진 아랫니의 빈자리가 보이네요. |
아이의 예견대로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생각의 끊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부모로서 지녀야하는 한계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말하겠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미래에 동참해 줄 뿐이지 결정해서도 안 되고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의 묘비에 써 있는 “사고는 초월하는 행위다”Denken heißt beschreiten라는 문구 만큼은 이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제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기를 한 가지로 다짐해 봅니다. 행복이란 단순한 열광이나 공허한 상상보다는 지금 여기서 ‘살아 있음’으로 교유交遊하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까닭입니다. 우리에 맞서는 현실의 실타래를 향한 명토없는 긍정과 부정이 이내 사그라질지라도, 그 여정 속에 하릴없이 또한 득달같이 솟구치는 기쁨만큼은 놓치지 않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만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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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
임태일목사
nada te tur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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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74.daum.net/_c21_/pds_down_hdn?grpid=W6jm&fldid=IAeG&dataid=6&grpcode=kmcGosari&realfile=img-6.gif&dncnt=Y) 고사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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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드님이 아빠를 닮았나요? 너무 미남이에요.ㅎㅎ 웃는 모습이 해같네요. ^^
"행복이란 단순한 열광이나 공허한 상상보다는 지금 여기서 '살아있음'으로 교유하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까닭입니다."에 밑줄 쫙!
목사님, 귀한 말씀에 감사드려용!!
아드님 얼굴 정말 너무 잘생겼네요. 아드님의 해맑은 웃음이 계속 되기를
목싸니~임.. 오랜만에 들러서 너무 행복한 모습 보고 갑니다. 건이가 벌써 저렇게 컸네요. 이제 소년이에요.ㅎㅎ 행복한 목사님 가정, 하지만 그 속에서도 깊이 고민하시는 모습에 솔직한 심정을 엿봅니다. 또 인사드릴께용 ^^*
행복한 풍경입니다 건강한 아드님의 모습이 정말 예뻐요
웃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아서 적어요!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