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나무위에 매달린 호텔! 그 환상적인 체험을 하다

[김근생]

2011년 9월 24일 맑음 저녁늦게부터 비.

Free Spirit Spheres,

자유로운 영혼의 구(球)라는 묘한 이름의 숙소를 알게 된 건 나에게 더 없는 행운이었다.

어느날 이 곳 여행을 준비한다는 나의 말에 누군가는 망설임없이 이 곳을 한번 가보라며 권했다.

본인은 못가봤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나를 통해 먼저 그 느낌을 알고싶다고 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지고 각종 동영상과 홈페이지,자료 등을 보기 시작했고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캐나다 BC주에 위치한 퀄리컴 비치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었지만 난 이 곳에 마법에 끌리듯 심하게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고 드디어 이 곳을 예약했다.

네비게이션션을 따라 향한 이 곳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길가의 입구는 나에게 통 보이질 않았다.아마도 산 속 깊이 있을거란 나만의 최면들이 이 곳을 찾는데 오히려 어려움을 갖게 만든 모양이다.

같은 길을 서너번을 오갔고 동네주민들에게 묻기를 여러번했지만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백지 상태로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420번지에 주목했다.

근처에서 420번지가 가까운 숫자들이 나타나면 발걸음을 느리게 했고 결국 난 찾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길가의 입구라 모르기도 했지만 이 아름다운 호텔의 입구는 420번지라는 번지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호텔 표지판도 없고 이름 하나 내걸려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동네주민들도 잘 몰랐던 이유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그리고 동화같은 호텔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구로 들어가서도 50여미터가 지나야 작은 표지판을 보일듯 말듯 걸어두었다.

반드시 사전 예약이 아니면 숙박 할 수 없다는 표지가 오히려 먼저 있다.

 

차를 세우고 주인집으로 향한다.

이 곳은 반드시 당일 아침 언제쯤 도착해야할지를 전화로 알려줘야한다.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않아 음성메세지로 남겨야했고 나의 예상시간은 오후 5시였지만 그보다 일찍인 2시에 도착했다.

 

주인보다 이 녀석이 먼저 나를 반겨준다.

호텔 프론트 겸 살림집인 이 곳은 따로 벨도 없다.

그저 처음 보이는 문을 노크하는게 전부다.

한번해서 반응없으면 두세번 더하면 아주 친절한 주인 아주머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나와주신다.

 

감동이 밀려온다.

푸른 숲의 나무위에 떡하니 걸려있는 이 곳에서 내가 오늘밤을 보낸다.

그 어떤 화려하고 럭셔리한 호텔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은 없다.

더구나 이곳의 요금은 저렴하기까지 하다.그저 놀랍고 또 놀랍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곳에서 또 잘 기회가 있을까?

아쉽게도 이 곳은 만 16세이상만 이용가능하므로 아이와 함께 가려해도 몇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이 곳에는 딱 세개의 룸만이 있다.

왼쪽이 내가 묵었던 '이브'방,오른쪽은 '아담'그리고 좀 더 큰 규모의 '멜로디'가 있다.

이브는 싱글방 정도이고 아담은 더블방,

그리고 멜로디는 디럭스 정도라 생각하면된다.

이브와 아담은 공용화장실,샤워실,식당을 사용한다.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무조건 멜로디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섣부른 판단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아담이나 이브방을 추천하고 싶다.

내 옆방을 사용하시던 나이든 외국 여행객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볼수록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어린 날 동화속에서 본듯한 것이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이 노란색의 방이 멜로디 방이다.

그냥 보기에도 다른 방보다 커보인다.

 

숙소 입구엔 또 하나의 룸을 위해 공사하는 흔적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 방은 더 많은 손님을 받기위한 룸이 아니라 사무실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주인 부부는 돈에는 큰 욕심이 없는 분인듯 했다.

 

방 바로 앞에는 잔잔한 호수도 있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여기저기 산토끼들이 뛰어 놀기도 한다.

 

먹음직한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중에 주의사항을 들으면서 이 사과나무의 존재는 사실 의아하기도 했지만

이미 이곳은 호텔이나 숙소라기보다 그냥 자연속의 한 공간이었다.

 

이 곳은 공용 샤워실과 식당이다.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 식이란것도 놀라웠다.

 

모든 것들은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만약 여기서 요리를 하면 이 곳은 바로 식탁이 되는 셈이다.

 

씽크대,전자렌지,냉장고 그리고 서랍을 열면 그 곳엔 각종 그릇과 수저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왼쪽으로 보이는 문은 건식 사우나이다.

나른하고 피곤하다면 버튼만 누르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겸 샤워실이다.

들어서면서 보이는 버튼을 누르면 바닥엔 따뜻한 온기가 금방 돌게하고,

그래도 서늘하다면 팬이 돌면서 따뜻한 공기가 나온다.

여럿이 사용하니 불편할법도 하지만 아담 방과 이브 방은 서로 사전에 사용할 시간을

자연스럽게 정하다보니 개인용이나 다름없다.

 

가지런히 정리된 수건들은 언제인지는 몰라도 항상 하나를 쓰던 둘을 쓰던 바로바로

다시 채워지고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 계단을 올라 내 방을 본격적으로 볼 시간이다.

계단 바로 옆에 버섯처럼 보이는게 화장실이다.

친환경식 화장실은 깨끗한 좌변기지만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다.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퇴비가 얹혀진다.물론 냄새는 전혀없다.훨씬 더 상큼하다.

그리고 화장실엔 수십가지 색깔의 색연필이 있고 손세정제도 있다.

그 안에 펼쳐진 너무나 다양한 낙서들은 잠시 화장실임을 잊게 만든다.

 

그전에 주의사항 하나!

큰 캐리어를 그대로 들고가기보단 계단을 오르내릴 것을 감안해 작은 가방에 꼭 필요한것만

따로 담아서 가져가는게 좋았다.

저 까만 가방은 아주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바로 하나를 주셨다.

마치 전화도 와이파이도 안될것 같지만 이 곳은 무료로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은 침대 하나,테이블과 의자들,큰 창문 두 개...

그리고 스팀장치,조명,물 등등 없는게 없다.

오히려 특급호텔보다 더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쏙 반할만한 정말 성능 좋은 스피커도 장만되어있다.

 

이 곳에 누우면 바로 나무가 보이고 하늘이 보인다.

지금 이 상태는 잠자기 전 상태이다.말 그대로 쿠션이고 방석이며 위엔 시트가 씌워진 셈이다.

잠자리 모습은 후반에 다시 볼 수 있다.

 

독서,메모,노트북 사용등은 여기에 앉아서 하면된다.

둘이 마주 앉는다면 최고일듯 하다. 

여행내내 함께한 내 빨간 운동화도 보인다.

이 방의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문이며 서랍마다 보물처럼 뭔가가 들어있다.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놀라운 방이다.

  
  

커피포트,각종 차,머리에 매다는 랜턴(밤에 움직일때 사용하라는),

여자 분 혼자라면 옷을 갈아입거나 잘때 창문을 가리기 위한 커튼,

그리고 더 놀라운건 모든 차에는 잠들때 마시면 좋다는 메모 등이 함께 적혀있다.

심지어 이 곳에서 주는 스낵 냅킨의 문구 조차도 사랑스럽다.

"행복은 삶의 의미다."

아주 절절히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이 곳을 향하기전 이메일로 컨펌 메일이 왔었다.

식사 제공은 할 수 없으며 간단한 스낵만 제공하니 식사를 위한 준비는 따로 해달라는 당부였다.

이게 바로 그 식사를 못줘서 미안하다며 내주는 스낵이다!

샌드위치,빵,요구르트,물,과자,초콜릿,크라상,애플파이 등 무려 15가지 가까운 스낵이 들어있고,

따로 과일을 종류별로 한접시 가득담아 주셨으며 캐네디언 맥주도 함께 주신다.

마치 천사같은 주인부부는 돈이 아닌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 곳의 숙박료는 얼마나 할까?

135불이다.여기에 세금이 12%추가된다.

이 곳에선 그 흔한 신용카드로 디파짓을 하지도 않으며,

그 어떤 서명도 필요없고 여권을 보여줄 필요도 전혀없다.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서로의 만남을 축복하고 즐거워하는 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당부의 말은 전한다.

이 곳에서 나갈때 꼭 서로 인사는 나누고 떠나면 좋겠다는 당부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또 존재할까?

아저씨께서 오셔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전해준다.

첫째, 아주머니는 해산물 앨러지에 치명적이다.그 어떤 해산물 요리도 실내에서 먹으면 안된다.

심할 경우 아주머니는 사망에 이를수도 있다.

이 곳에서 먹으려고 준비했던 오징어짬뽕 컵라면은 그대로 가방속에 두었다.

둘째, 바람이 심하게 불면 이 방은 함께 심하게 흔들린다.

실제로 걸을 때도 아주 작은 미동은 느껴진다.

다만 바람이 거세서 심하게 흔들리면 망설이지말고 본인의 집으로 와서 함께 자자고 말해주신다.

마지막으로 곰을 주의하라는 말이었다.

이 근처의 퀄리컴리버엔 수백마리의 곰이 살고 있으며 일년에 한두번은 이 곳에도 나타난다고 한다.

곰은 사과를 유독 좋아하는데 이 집엔 곳곳에 사과나무가 많다.

그 이유를 물으니 원래 곰의 땅에 우리가 더부살이 하는것이니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이 곳의 모든 구(shpere) 형태의 룸은 아저씨가 직접 만드신거다.

더불어 곳곳에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공예품 등은 아주머니께서 모두 만드셨다.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작업현장이 궁금하면 보여주겠노라고 말씀하신다.

당연하다.어찌 안보고 싶겠는가.

아주머니께서 싱긋이 웃으며 그 전에 자신의 작품을 먼저 봐달라며 이곳저곳으로 데려가 주신다.

그녀의 작품들은 너무나 앙증맞았고 때론 철학이 느껴졌다.

 

그녀는 섬세했다.

아무리 작은 것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작품으로 둔갑하는듯 했다.

 

의자로 만든 화분이다.

심지어는 의자조차도 나무로 간결하게 만들었다.

 

벤치에도 사람대신 꽃들로 수북하다.

그녀는 어쩌면 실제로 동화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빛의 방향,구도,모든 것을 감안한 자리배치도 놀라웠다.

 

집을 지키던 고양이 녀석이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놓여있는 위치도 환상적이다.

동물과 꽃,아주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병뚜껑과 통조림 빈통으로 만든 로봇은 너무나 귀엽다.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두 작품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다.

아기가 잠든 침대를 꾸미고 그 대부분을 꽃과 식물로 마무리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박수를 치고 있었고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품,

바다와 집,산,배 등 그 모든 세상을 표현했다.

어쩌면 이 작은 세상속에서 우리나 너무 바둥대는건 아닌지...

 

그 어떤 액자에도 살아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나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인형이 저 뒤로 보였다.

그녀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이 인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냥 이런 모습으로 이 곳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아저씨가 일하는 작업장으로 향했다.

이 모든 것들은 올망졸망하게 한 공간에 함께한다.

 

이 곳 역시 깡통 로봇이나 만화영화속 캐릭터를 만드는 곳처럼 느껴진다.

 

아저씨는 두 개를 동시에 만들고 계셨다.

하난 아까 말한대로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주문을 받으신 모양이다.

호텔의 방 수를 늘리실 생각은 아직은 전혀 없어 보이신다.

그렇다면 하나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2년이 걸리신단다.놀라운 기간이다.

아저씨의 2년 동안의 땀과 철학이 고스란히 베이어있는 곳에서 난 잠을 잔 것이다.

 

아주머니께서 많이 자랑하셨던 이 부품,

바로 방의 창문 고리이다.기존것보다 더 많이 개선되어 쉽게 여닫을수 있다고 했다.

모든 방의 창문은 고정형이 아니라 아랫부분을 통해 창문은 열리고 닫힌다.

다만 나도 처음엔 좀 열었으나 낮엔 몰라도 어두워지면 절대 금물이다.

온갖 나방이 방안으로 가득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분 모두 미남이고 미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두분 모두 항상 웃음을 잃지않으셨다.

닮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싶었다.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이제 숙소 근처의 퀄리컴리버로 떠날 채비를 한다.

이 곳의 문은 당연히 시건장치가 가능하다.

우리의 옛날식 자물쇠가 준비되어있다.하지만 사용할 일은 전혀없다. 

 

사실 이 곳은 생긴지 벌써 30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알려진 곳이긴 할까?

놀랍게도 이 곳은 88올림픽때 방송을 통해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고3이던 시절,나도 모르는 사이 이 곳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곳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여행객들에겐 생소한 곳이다.

 

해가지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맑았지만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그러나 대부분 숲이 울창한 이곳은 비를 맞을 일이 거의 없다.

 

비가 오니 더 칠흙같은 어둠이 이어진다.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생기질 않는다.아주아주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그 정적과 어둠조차도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축복이었다.

 

이 안의 등은 총 여섯가지로 구성되어있다.

일반등 4개, 천장등 하나,그리고 촛불 하나다.

나도 모르게 갈수록 조명을 하나씩 줄여가고 있었다.

 

이제 침대가 변신 할 시간이 다가왔다.

위에 시트를 걷어내면 아주 뽀송한 이불들이 나온다.

배게는 서랍을 열면 그 속에 숨겨져있다.

이대로 잠들기 너무나 아쉬운 밤...날 사로잡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게스트북이다.종종 카페에 가면 보곤 했지만 호텔에서 이런걸 보리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 안에는 빼곡히 감사함들이 담겨져있었고 놀라운 상상력을 칭찬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읽는 내내 공감하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유일한 단 한명의 한국인도 등장했다.

이 곳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들도 많았으며 일일이 색칠하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았다.

나 역시 한 페이지를 빼곡히 적어두었다.

언젠가 또 다른 한국인이 이 곳을 향한다면 나의 글도 보리라.

빗소리가 지붕을 두드리며 계속 들려온다.

아..이게 진짜 빗소리구나.

이제 남은 조명은 촛불 하나다.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고,

수많은 생각들을 떨쳐냈으며,

수많은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왜 자유로운 영혼인지 이제 알듯하다.

Free spirit spheres,

내 인생에 오로라처럼 선명한 또 하나의 화석이 새겨졌다.

이 곳을 알게해준 그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주인 부부에게도 너무나 감사했다고 다시 말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자유를 잉태하며 그 집을 나섰다.

이별 인사를 잊지않았고 부부는 눈을 비비며 나와선 웃어주었고 허그해주었다.

아직도 드는 생각은 이곳은 어쩌면 호텔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세상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어른들의 4차원세상이자 동화일지도 모른다.

[출처] [본문스크랩] 동화처럼 나무위에 매달린 호텔! 그 환상적인 체험을 하다!|작성자 인트로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