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에 손이 심심해서 쓰는 엊그제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천 대회에 대한 후기입니다. 불과 몇시간전에 대회장에 있었는데 다시 학교가는 일상으로 돌아온거 같아 벌써부터 시원섭섭하네요. 기억이 더 나지 않기 전에… 이번 대회의 저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단식
이번 대회 제 공약은 단 한가지 2부 승급이었습니다. 사실 지금껏 제 자신의 모토 자체가 즐탁하자 이런 느낌이었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대회에서 제가 생각한 탁구가 안 나오니까 조바심과 분한 감정밖에 남지 않는 이틀간의 MT라는게 제가 생각하던 대회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번 서울지구에서도 단체전D팀을 말아먹는 주역 중 한 명이었기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번만큼은 내 탁구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선은 경기대 조주형씨와 세종대 김규한씨였습니다. 조주형씨는 서브를 화백으로 번갈아가면서 넣으면서 상대가 그쪽으로 몸 중심이 쏠리면 반대쪽으로 공을 밀어넣는 탁구였습니다. 제가 역으로 그 전략을 체감시켜주니까 당황하더군요. 쉽게 갔습니다. 김규한씨는 말 그대로 이제 막 탁구 배우기 시작한 사람같았습니다. 알고보니 군인이더군요. 작년의 제가 생각났습니다. 김규한씨는 아쉽게 예선탈락은 했지만 기본기 실력은 조주형씨보다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인때도 대회나오는 그 마음가짐 끝까지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본선 128강은 충남대 임명훈씨였습니다. 여기까지도 수월하게 갔습니다. 사실 이 경기 끝나고 불안했던게… 지금까지 세경기 모두 상대가 제 훅서브를 타서 제대로 된 드라이브 한번 때려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경기때 실력자를 만나면 내 탁구를 못 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는 다음 상대에서 적중합니다. 카이스트 윤태상씨였는데 제가 카이스트 승우랑 친구여서 그 분이 미리 제 이야기를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제 서브 대처가 조금 되어있는 분이었고 드라이브 볼빵도 어느정도 있는 분이셨습니다. 1세트는 그래도 좀 타셔서 제가 어렵지 않게 이겼는데 2세트에서 서브를 점점 받으시면서 듀스가 되더니 1점을 주고받는 형태가 됩니다. 이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좀 많아져서 좀 감동받았습니다 ㅎㅎ 응원덕분인지 마지막 스매시로 승급엔 성공했습니다. 기쁘긴 했지만 다음상대가 더 걱정되는…ㅎㅎ
그리고 32강에서 시립대 현서우씨를 만났습니다. 결과는 아시는대로 이분께 져서 32강따리로 단식은 끝났습니다. 이왕 승급한거 좀 더 높이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제가 이분과의 경기에서 느낀건 드라이브 회전도 좋았지만 이분은 자기 탁구를 자신있게 했다는 거에요. 쳐보고 이분이 입상하겠네 했는데 8강에서 떨어지셨더군요. 다음날 단체전에서 홍대 배민상씨와 풀세트 가는거보고 3부급은 아니었던걸로 ㅋㅋ…(승급자 중에 3부급이라는 사람이 있겠나 싶긴 하지만)
복식
이번 복식은 성용이와 나갔습니다. 사실 성용이와 처음 나가는 거기도 하고 제가 복식은 좀 약한 편이라 성용이한테 폐만 끼치지 말자 했습니다. 성용이가 그나마 좀 안정적인 편이라 진자운동처럼 정신줄이 왔다갔다하는 제 탁구를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라운드는 서울대 오민준씨와 박준서씨였어요. 성용이가 평소에 백을 준비하는 자세로 서브 리시브를 준비하는데 이날 점수차가 많이 나면 화를 준비하는 자세로 리시브를 해보겠다고 했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2부로 올라오면 모르겠는데 3부에선 백이 너무 안정적이라 그냥 그 상태 계속해도 될거 같습니다 ㅋㅋ 아무튼 성용이의 백에 힘입어 무난하게 승리!
다음은 건국대 임상혁씨와 최형석씨였습니다. 2라운드를 앞두고 성용이가 전투의지를 불태웠는데 이분들 중 한분이 저번 인제대회에서 자신의 유투브에 성용이를 박제했다는겁니다. 그래서 경기전부터 복수해주지!라는 감정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제가 커트미스도 많았고 드라이브도 잘 안들어가서 제 장점이 잘 안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커트랠리로 잘 끌어가서 어찌저찌 이겼습니다. 어려운 경기를 이긴 이때부터 성용이와 저는 좋은 기류를 느꼈습니다. 더 올라갈수 있겠다는 느낌 말이죠.
3라운드는 시립대 김지오씨와 이세건씨였습니다. 이번엔 제가 김지오씨와 연이 있었던게 저번 서울지구때 단체전에서 제가 이분한테 졌습니다. 그때 제 컨디션이 6시방향이긴 했는데 그래도 드라이브 잘 거는 편이네라고 생각이 드는 분이셨는데.. 파트너분이 리시브가 잘 안되는 편이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전 라운드보단 비교적 쉽게 올라갑니다. 끝나고 이세건씨가 잘치시네요^^하셔서 참 기분좋은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4라운드는 또 건대 이세움씨와 허현강씨였습니다. 단체전을 보니까 이세움씨가 건대A더라고요(…?) 오 쉽지 않겠군했는데 허현강씨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쉽지 않겠군했는데 네트도 겁나 많이 나왔어요. 거의 세트당 두세개씩;; 정말 WoW한 네트였어요. 저희도 많이 나와서 할 말은 없긴 한데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더 어렵게 느껴진 경기였습니다. 근데 경기 들어서니까 이세움씨가 드라이브를 잘 안 때리더라고요. 물론 때릴땐 거의 다 들어갔어요. 근데 아마 잘 안 때렸던건 확실한거만 때리자는 전략이었던거 같아요. 실제로 때릴때 보면 거의 다 돌아서 3구에 때리는게 많았습니다. 미리 준비자세를 잡은거보면 좀 호흡을 맞춘 티가 나더라고요. 다른 상황에서도 더 자신있게 때렸으면 저희가 졌을거 같았습니다. 다행히 그러진 않아서 저도 길게 흘러나오는 서브 걸고 하니까 어려웠지만 그래도 정말 힘들게 풀세트 가서 이겼습니다. 이 경기를 이기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입상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입상까지의 마지막 관문은 세종대 천솔민씨와 배준식씨였습니다. 진안이도 단식에서 배준식씨한테 졌다고 해서 몸풀기에서 탐색을 해봤는데 블록 중심의 전략이었어요. 공격은 잘 안하고 커트랑 디펜스 잘하는.. 이럴수록 제가 가지고 있는 한방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루프 드라이브는 다 받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선제를 애매하게 걸면 더 불리해지는 느낌. 이 경기도 풀세트까지 갔는데 마지막 세트는 제가 죽쒀서….드라이브라고 할수 없는 로빙이나 해대고 커트미스도 하고 정말 다양하게 제 기본기의 바닥을 마주한거 같은 기분. 솔직히 지는게 확정되고 엎드려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입으로 야부리를 턴거랑은 별개로 그냥 저 자신이 부끄럽고 거기까지 응원해준 고대사람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했습니다. 진짜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제일 미안한건 성용이한테였습니다. 그때 제가 2부 승급이 확정된 상태라 마지막 3부 복식 잘 마무리짓자라고 제가 먼저 파이팅을 불어넣었는데 마무리가 제 맘대로 안되서..대회의 폐회식까지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성용이와 응원해준 탁사에게 너무 고마웠기에 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에게 가장 입상이 가까웠던 복식이 이렇게 끝나면서 첫날이 종료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잘 나온 사진ㅎㅎ 다음엔 이긴다(배준식씨는 단식에서 원영이가 복수해줬습니다. 고맙다)
단체전
저는 이번에 C팀으로 출전했습니다. 사실 동부수 성적이 좋지 않아서 D일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랭전에서 태우랑 원영이를 이기는 덕분인지 C가 됐네요. 예선은 외대A와 홍대E였습니다. 홍대E는 제가 경기를 안 나가서…ㅎ 외대A에선 태우가 남기범씨를 만났는데….참교육 현장 너무 잔혹해서 보기 힘들었습니다….남기범씨 최고; 근데 2단에서 성용이가 피재민씨를 이겼어요..! 근데 치는거보니까 그 당시엔 술기운이 있었다는 이슈가ㅋㅋ… 아무렴 이겼으니까 다행이지 ㅇㅅㅇ(그리고 본선부터 부활했다합니다-예토전생의 대가 홍성용..)
그리고 3단에서 범준이가 준범이형을 이기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됩니다. 4단인 저는 외대 재현이를 만났습니다. 전날 단식에서 승급을 못해서 재현이도 본 컨디션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본컨디션이 아니긴 무슨 백드라이브 잘만 들어가더만ㅋㅋㅋ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각 세트당 6,7점 정도씩 내고 졌습니다. 뭐 그래도 태우보다 잔인하게 지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ㅎ… 5단에서 원영이랑 진상욱씨가 붙었는데 원영이가 많이 쳐본 상대라 부담없이 이겨서 예선에서 A를 잡는 쾌거를 이룹니다!(???:외대 짐싸라!!)
본선 64강은 고려대F였습니다. 1라부터 내전!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기준아 미안하다!!(근데 손지민씨 잘치네요)
32강은 서강대A였습니다. 외대에 이어 다시 A팀을 만났는데 C팀 안에선 할만하다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뭐 확실히 저희가 C중엔 상당히 센 편이기도 하고 서강대A도 노의찬씨가 1부로 승급한거 외엔 다 2부셔서 할만하다고 생각했고 태우가 1단에서 노의찬씨를 2단에서 범준이가 연진모씨를 3단에서 원영이가 황정욱씨를 제가 4단에서 김태현씨를 5단에서 성용이가 김재원씨를 상대했습니다. 1단에서 태우가 탱킹을 해줬습니다. 태우가 참 고생이 많네요. 2단에서 범준이가 연진모씨가 서브와 뽕을 타서 3:0으로 이깁니다. 3단이었던 원영이가 단식 결승중이었어서 4단인 제가 먼저 들어갔어요. 회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할만하다고 느꼈는데 문제는 그분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눈뜨고 점수판 보니 세트스코어 2:0 와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자세 높고 드라이브 다 나가고 커트 미스하고 어우 복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범준이가 1세트 끝나고 코칭도 해줬는데 이러니까 걔가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 자세 시연도 해주고 합니다. 저도 이대론 질게 뻔하니까 전략을 좀 바꿨습니다. 서브를 기본 커트랑 너클 그 중에서도 너클 비중을 한 80%로 늘렸습니다. 그러니까 넣는 서브 대부분이 다 너클이었던겁니다. 근데 다 커트를 대시더라고요. 직전 두세트 합쳐서 제가 10점도 못 냈는데 그분께 똑같이 갚아드렸습니다. 화이팅도 많이 하고요! 마지막 세트도 분위기에 힘입어 비슷한 스코어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경기 끝나고 범준이한테 참 고마웠고 또 그 덕에 제가 생각한 탁구가 마지막에서야 나온 기분이 들어 정말 탁구가 어려운 스포츠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원영이도 고전해서 겨우 이겼고 성용이도 2:0으로 지고있던걸 보면 서강대A 쉬운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단체전 16강이 ㅎㅎ 홍대A였습니다. 뭐….여긴 오픈오더 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1부로 승급한 태주랑 붙었는데요. 지이인짜 잘치더라고요. 3:0으로 순삭당했습니다. 이제 막 2부로 올라온 햇병아리를 터줏대감이 교육하는 것처럼 ㅋㅋㅋ근데 나중에 결승에서 지환이랑 치는거보곤 당연하지만 저랑 할때 굉장히 봐줬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반응속도가 미쳤습니다. 사람이 아니야..
대회가 마무리 되었고 제가 마주한 성적표는 단식32강(2부 승급) 복식 8강 단체전 16강이었습니다. 4년만에 승급하네요..ㅋㅋ솔직히 이렇게 좋은 성적은 최초고 다시는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고쳐나갈려고 합니다. 입상을 못한건 정말 아쉽지만 이번 대회에서 깨달은게 많습니다. 제가 훅서브를 주로 사용했는데 어짜피 부수 높아지면 횡회전 많아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서브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기본과 랠리인거 같아서 그쪽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려고 합니다. 서브를 아예 배제하겠다는게 아니라 제 서브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다시금 생각해야할거 같습니다. 다음 대회부터 2부로 나가게 될텐데, 예선탈락하는 일은 없도록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그러지 못했건 여러분이 이번 대회를 종합우승으로 이끈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다음에도 필승 전승 압승의 고대로 있으면서 원하는 결과들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성용아 빨리 2부 와라…
첫댓글 수업시간에 읽는 따끈따끈한 후기네요.. 경기 보러 갔는데 진짜 멋있었어요! 2부 승급 너무 축하드려요~
고마워 ㅎㅎ
19학번 현준이 경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형 월수에 맨날 보잖아 ㅋㅋㅋ…
고생 많았오 !!! 형 파워두 멘탈도 좋아서 금방 늘거야 ㅎㅎ 2부 가서도 잘 해보자~~
2부로 대회를 얼마나 나갈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올라온거 1부로 졸업하고 싶어졌네….
권재현이랑 치는거 보고 먼가 이전과는 다르다는걸 느꼈다! 계속 레슨 받으면 2부가서도 잘할듯!!
재현이랑 황탁에서 한번 쳐봐서 그랬을거야 담에 예선에서 안 만났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복식 8강 경기보는데 괜히 제가 더 아쉬웠어요 ㅠ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그 탈색모 분에게 복식에서 진 적이 있어 더 분했답니다
아직도 아쉬워… 그 탈색모분은 2부로 승급 안 해서 다행..
3부에서 상대를 서브 이겨버리기 보다는 기본 서브에서 3구 공격을 플레이해서 미리 몸을 풀었어도 좋았을 듯해!! 2부에서는 빡셀 거 같지만...!!ㅋㅋㅋ 2부에서도 활약하자~
2부에선 안 그래야지….
이번 대회는 많이 준비하고 연습한 티가 나더라ㅋㅋㅋㅋ역시 승급할 줄 알았다니~~:) 복식은 정말정말 아쉬웠지만 홍차듀오의 맛(멋?)있는 플레이도 잘 봤어. 단체전 때 극적으로 패패승승승한 거 봤었어야 했는데 못 본게 아쉽다ㅋㅋ 2부 가서도 열심히 해서 만족하는 경기하길 바랄게!! 화이팅~~!!!
덕분에 일주일 내내 탁구쳐서 무릎이 아파… 2부로 끝내진 않겠어
수고 많이 했고 승급 축하하고 꾸준히 운동하기 바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으아아아 복식 너무 아쉽고... 고생했어 덕분에 8강까지 갈수잇엇어 다음 복식은 나 2부갈때까지 기다려줘 ㅋㅋ
나야말로 너 덕분이었지 빨리 올라와서 한번더 하자
복식 8강 진짜 너무너무 아쉬워요ㅠㅠㅠ..그래도 단식 2부 승급 진짜루 축하드리고 제 경기 끝날 때마다 수고했다고 따봉 날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ㅋㅋㅋㅋ진짜 힘이 많이 됐어요👍 연습때 보니까 드라이브 기깔나시던데 2부 가서 꼭 입상 하셨으면 좋겠네용!!! 이틀간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서연이도 수고했어!
오빠 경기를 못 봐서 아쉽네요... 다음엔 응원 갈게요! 승급 축하드려요☺️
고마워 ㅎㅎ
현준이 요즘 레쓴도 열심히 받고 실력이 쑥쑥 늘고 있는게 보여서 넘 좋다~ 역시 회장들은 탁구를 다 잘쳐!! ㅋㅋㅋㅋㅋㅋ 2부 승급 축하한다잉
고마워 이제 형이랑 맞잡고 붙어야한다는게 무섭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