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가의 작품 속에는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여인이 있다. 여인의 주위에는 언제나 꽃들이 있고 꽃가루 같은 무엇인가가 여인의 주위를 날아다닌다. 그것이 꽃에서 나온 꽃가루이든 여인의 숨결을 따라 나온 숨이든 여인의 상상의 산물이든 아무 차이가 없다. 그것들은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장식품이고 여인은 단순한 세상의 아름다움과 분리된 새로운 세상의 주인임을 보여준다. 간혹 새나 나비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국적인 느낌의 문양이 열매인 듯 화면을 가로 지른다.
눈부시게 강력한 원색으로 치장한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도 두드러진다. 목을 길게 빼고 지그시 감은 눈, 살짝 앞으로 밀어낸 조금 벌어진 입술에서는 연인의 입맞춤을 기다리는 아가씨의 숨은 욕망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고개를 돌리고 있거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에서는 마치 선을 보고 있는 처녀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는 그저 꽃과 같이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를 그린 것일까? 그런데 W-87이나 W-85와 같은 작품에서는 여인 대신 큰 옷이 나타나고 큰 옷의 일부가 주위와 아무런 경계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작가는 옷과 여인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속에서는 마치 고갱의 작품에서와 같이 굵은 선이 여인과 주위를 분리하고 있다. 그 장벽 속은 오로지 여인만이 존재하는 여인만을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그 공간은 극히 사적이며, 귀걸이, 머리띠와 같이 이미 여인의 몸의 일부가 된 것을 빼고 그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 고결한 비밀의 정원이다. 그 곳에서 여인은 벌거벗어도 창피한 줄 모르고 어떤 욕망조차도 허락되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없는 코에서 막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이나 높은 코에서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현대적 여인의 미모를 갖고 싶어 하는 여인의 욕망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옷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우리의 몸을 가리는 것이다. 옷을 입고 있으면 원래의 몸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있어 우리의 본질보다는 만들어진 자신을 표현하게 해준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 직업 또는 감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옷은 어떤 의미에서는 거짓이고 허구이다. 그래서 옷은 단순하지 않다. 옷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숨길 수도 있지만 또 사람의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과 바람이 겉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작품의 한 부분에 마치 숨겨놓은 보물처럼 작고 앙증맞은 작은 옷이 있다. 작은 옷에 그려져 있는 꽃들에서 마치 작품 전체를 줄여놓은 미니어쳐라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몸을 모두 가릴 수 없는 작은 옷은 바로 옷으로 동질화된 여인 자신이다. 여기서 작은 옷은 자신을 가릴 정도로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못난 욕망을 숨기는 옷이 아니고 여인의 속 깊숙한 심연을 드러내는 그림자이다. 작은 옷은 여인의 비밀의 공간과 주위로 표현된 속마음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런 통로는 더 나아가서 자신과 타인을 이어주며, 현실과 꿈, 육체와 정신(영혼), 구속과 자유로움, 이성과 감성을 이어준다.
밝은 색의 꽃과 무늬들 속에서 여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향한 꿈과 욕망을 듬뿍 담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 에너지는 작품 속에서 여인(큰 옷)과 옷(작은 옷)으로 형상화되고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대상으로 구체화 되고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작가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인의 본능적 욕망을 구체화된 본인의 형상인 옷에 수놓고 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어느 사이엔가 여인의 깊은 아름다움 속에서 노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름다움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화려한 옷을 입다-마음을 아름답게 코디하다
글 : 김종근(미술평론가)
많은 화가들은 아름답고 예쁜 꽃을 그린다. 그 아름다운 꽃들을 통하여 색채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이 화폭의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낸다. 그러나 임혜영은 화려한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려한 꽃무늬가 있는 옷을 선택하고 그것을 화폭에 옮기는 특이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임혜영의 작업은 약간은 키치적인 분위기를 주지만 키치를 벗어나고, 사실적이지만 리얼리티의 표현형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여류작가로서 그의 생활 주변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여성에 날개라고 했던 옷이다. 아마도 그녀는 옷장에서 매일 입을 옷을 꺼내면서 이것을 입을까 저것을 입을까 변덕을 부리고 고뇌 하면서 옷을 고를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꽃을 묘사한다. 이처럼 그림은 임혜영에게 이런 매일 아침의 대화이자 일과의 시작이다. 그러기에 꽃을 좋아하는 작가가 꽃무늬로 얼룩진 옷을 그리는 행위는 그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작가는 ‘옷에 마음을 놓다’라는 연작을 통해서 이렇게 여성만이 갖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근원적인 욕망을 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크게 작게 화폭에 묘사되는 옷속의 옷들을 통해서 그녀는 삶이 주는 다양한 마음의 상태와 표정들을 매일 매일 기록한다. 오랜 그의 작업에서 분명하게 두드러진 흐름은 점진적으로 옷의 형상에서 다양한 옷 형태와 색채로 보다 자유로운 구성으로 강렬하게 표출하는 일이다. 이것은 옷이 지닌 형태뿐만 아니라 본래의 옷이 지닌 기능성 보다 화면의 미적인 시각으로 재구성 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뿐만 아니라 그 형상과 터치에서 화려한 옷에 대한 표현양식 또한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 대상을 전면으로 끌어당기며 완성하는 패턴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기 위해 무늬나 기법들은 녹색과 빨강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처럼 좀 더 구체적인 명료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임혜영의 옷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에 불과 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옷을 그린 것이기 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의 속마음을 담아놓은 매일 아침의 마음이자 그때그때 감정을 포착한 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는 정통적인 극사실주의도 리얼리티를 찾아가는 사실적 회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내면세계와 마음을 집요하게 옷에다 실어 놓고 적극적으로 표출 시키고자하는 태도는 작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그녀가 이처럼 하나의 표현양식과 주제를 지닌다는 것은 자신의 의식을 더욱 명료하게 할뿐 아니라 뛰어난 감성과 직관으로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혜영 (LIM, HAE YOU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및 초대전 30회
브루힐에스테틱 초대전, 이형아트센터 초대전, 모아미갤러리 초대전, 청담38갤러리 초대전, 순갤러리 초대전, 자인제노갤러리 초대전, 상상갤러리 초대전, 서울 아트센터, 줌갤러리 기획 초대전, 문암 갤러리 초대전, 선화랑, 낮은 언덕 갤러리, 레지나 갤러리, 충무아트홀, 유나이티드 갤러리, 예강아트 갤러리, 갤러리인, 노아이 갤러리 초대전, 뉴아트샵 갤러리 초대전, 서울 미술관, 순풍갤러리, 단성 갤러리 초대전, 화폐박물관, 성미갤러리 초대전, 정우갤러리 초대전 외 다수
부스 및 아트페어 53회
W아트쇼, 코리안모던아트쇼, 아트쇼울산, 세텍서울아트쇼, 그랑팔레 살롱 앙데팡당전, 심천 국제아트페어, 서울 아트쇼, 컨템포러리 이스탄불 아트페어, 핸드메이드 코리아 페어, 홍콩 컨템포러리, 루브르 아트쇼핑, 말레이시아 아트페어, 도어즈 아트페어, 마이애미 아트페어, 조선호텔 아트페어, KIAF, SOAF, AIAA BUMA, SS ART SHOW, 뉴아트페어, LA 아트쇼, KPAM 남송 국제 아트 페어 초대전, 뉴아트 아트쇼, 대구아트페어,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100인 초대전, SAFA 외 다수
그룹전 220여 회
수상 2010 Innovation기업 & 브랜드 대상 - 문화예술부문(스포츠서울), 국민행복대상(대한민국 녹색환경 문화 NGO), 대한민국 회화 대상전(특선), 하남미술대전(특선), 경향아트페스티벌(동상), 제82회 삭일회 공모전 특선(일본)
현재
신미술대전 심사위원, 토정미술대전심사위원,경향미술대전 운영위원, 한국미협 이사, 한국전업미술가회 이사, 뉴아트샵 추천작가, 뉴야트샵 이사, 청람회 운영위원, 한국 국제 조형 운영위원, 세계 미술연맹, 광진미협 서양화 분과 위원장, 평화 미협이사, 앙드레말로 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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