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설화(花郞說話)] ,명경지수
제1회 : 피리소리
제2회 : 알천 대 유신
제3회 : 석품, 실연당했다고 ?
제4회 : 알천랑의 설레임
제5회 : 유신랑의 주름살
제6회 : 여자를 안아본 적 있느냐 ?
제7회 : 진선공자
제8회 : 보종의 은인
제9회 : 석품 이 더러운 자식
제10회 : 배신과 고통, 카오스의 밤
제11회 : 기나긴 입맞춤
제12회 : 개양성의 주인
제13회 : 보종의 서글픈 사랑
제14회 : 둘째 공주를 제거하라
제15회 : 죽음의 핏빛 속의 격정
제16회 : 알천랑, 덕만을 구하라.
제17회 : 정 ! 연모보다 더 질기고 깊은
제18회 : 문노, 희망의 서광
제19회 : 천의(天意)가 인의(人意)
제20회 : 천명과 용춘
제21회 : 덕만공주 납시오 !
제22회 : 천명의 유혹
제23회 : 밀애(密愛)
제24회 : 유신랑의 충고
제25회 : 정에는 뿌리의 갈래가 많고
제26회 : 혹시.....그대가......
제27회 : 덕만, 미실과 다른 점
제28회 : 없애버려야지요
제29회 : 화랑의 별이 지다.
제30회 : 큰 고기에는 큰 미끼
제31회 : 눈물의 두 번째 입맞춤
제32회 : 알천, 최악의 악몽
제33회 : 덕만의 번뇌(煩惱)
제34회 : 소원해진 사이
제35회 : 농익는 사랑
제36회 : 알천랑은 안돼
제37회 : 미륵세계를 구현할 이
제38회 : 보종의 외사랑
제39회(완결): 신국이 저의 연인입니다.
<지난 회>
덕만은, 보종이 자신을 연모하면서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외사랑의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고,
이어서 실연의 아픔을 안고 자신이 떠미는 대로 정략 결혼을 한 뒤,
변방과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하는 유신랑의 외사랑의 마음이 더 아프게 합쳐지고,
알천랑, 열정적인 사랑으로 자신과 몸을 섞으며 육체의 快樂을 오르내렸지만
이제 덕만 스스로 그를 놓아야하는 상황.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덕만의 어깨에 가득한 짐과 아픔으로 떠넘겨졌다.
"............어엉..........흑흑..........."
제38회(완결) : 신국이 저의 연인입니다
덕만은 소리를 내며 한참을 울었다.
알천랑의 마음이나, 유신랑의 마음이나, 보종의 마음이나 다 한 가지인 것을.
나는 어찌하여 한 마음만 가려서 받아주고, 다른 마음은 쳐내버리는가.
윤강낭주가 알천랑과 몸을 섞고 짝사랑하는 마음이나
자신이 알천랑과 몸을 섞고 더 깊이 사모하는 마음이나 한가지인 것을.
누구의 마음이 더 깊은 연모이고 누가 더 정당하단 말인가.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이 아니고서야 인간의 마음은 이것 아니면 저것,
저것 아니면 이것을 택할 수 밖에 없으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자신이 끝까지 고집을 부릴 때 알천랑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자신은 天意를 따를 때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자리, 자신이 가려고 하는 꿈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하지 않고는 될 수 없음을 덕만은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는 덕만.
자신이 많은 사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 어느 누구의 한 여자로서는 살 수 없음을 느끼는 덕만.
#마야와 왕/ 덕만
"폐하, 어머니 ! 저 인평공과 결혼하겠습니다."
"오 ! 그래, 잘 생각하였다. 현명한 내 딸이구나."
"다만, 알천랑을 ......손끝하나 건드리지 마십시오. 알천랑은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에게 감시병 같은 것을 붙이지 마십시오."
"네가 그렇게 결단한다면 그렇게 하마."
# 천명의 별채
덕만은 다시 천명의 집에서 알천랑을 만났다.
"알천....."
자신의 결심을 말하려고 하니 눈물부터 쏟아진다.
"알천, 윤강낭주를 찾아서 결혼하십시오."
"공주님 !"
"그것이 이 나라와 저를 돕는 것입니다."
이 말을......이 말을........ 유신랑에게도 했었지.
그렇게 유신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와 입맞춤을 하고 영모와 결혼했었다.
이제 이 말을 내가 알천랑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다니........
나를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마다 난 다른 여인에게 떠밀어 보내야 한다.
아.......난 여인으로서 정말 불행하구나.
"덕만공주, 왜 이러시오. 난 덕만 없이는 살 수 없음을 모른단 말이오 ?
女體는 덕만의 몸만 필요하오. 다른 여인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소."
알천랑은 화가 나서 덕만에게 거칠게 입맞춤을 한다.
"아.....아...알.....천......이러지 마세요....."
"아니요. 그대가 내 여인이란 것을 내가 증명해야겠소. 안 그러면 미쳐버릴 것 같소."
거칠게 덕만의 옷을 벗기는 알천랑.
덕만은 알천이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을 처음 본다.
"이러지 마세요. 알천...... 제발......"
이미 알천랑은 덕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덕만을 소유하고픈 마음과 욕정이 불타올라서 거칠게 그녀의 겉옷 상의를 벌리고
그녀의 유방을 움켜지고 입맞춤을 하다가,
덥썩 안아서 침상에 눕혀 서두르며 그녀의 옷을 거칠게 벗겨 던지고
가뿐 호흡을 내 뿜으며 그녀를 안는 알천.
"......아........알.........천........."
"덕만....덕만.......사랑하오. 그대는 내 여인이요. 누구에게도 보낼 수 없소.
그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면 난 숨이 막혀 죽을 것이오."
덕만은, 이것이 알천랑과 마지막 정사인 것을 안다.
그녀는 거칠고 절박하게 파고 들어오는 알천랑을 받아들이며
그녀 또한 더 애틋하게 폭풍처럼 그와 엉켜서 침상을 뒹굴었다.
둘은 몇 번이고 絶頂과 快樂에 온 몸을 떨며 밤을 보냈다.
# 천명의 별채, 아침
지난 밤 동안 폭풍처럼 뜨겁게 서로를 탐닉하며 快樂의 絶頂을 오르내렸던
알천랑은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덕.....덕만이 없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탁자 앞으로 온 알천은 한 통의 서찰을 발견한다.
"내 사랑 알천랑. 정녕 사랑합니다. 그러나, 지난 밤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天意를 저버릴 수 없고 天意를 따를 것이며 때가 되면 인평공에게 시집갑니다.
저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베푸실 의향이 있다면 제가 국혼을 치르기 전에
윤강낭주와 결혼하십시오. 그래야 제가 마음 편히 국혼을 치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천랑, 제가 다른 남자에게 간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어느 누구의 여인도 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은 여인이길 포기했습니다. 앞으로 제겐 신국이 저의 연인이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부로 신국과 결혼할 것이며, 저의 몸도 이 신국에 바칩니다.
天意를 이루기 위해.
天意를 위해 알천랑이 여전히 나의 화랑으로, 나의 충신으로 있어준다면
전 더할 나위없이 고맙습니다. 나의 사랑. 안녕. 덕만"
편지에는 그녀가 울면서 썼는지 눈물방울이 번져 있었다.
알천랑은 다급하게 덕만을 부르며 나가보았지만, 덕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흐, 내 사랑이 저 만치 가네
날 어여삐 여기며
쓰다듬던 부드러운 손길
따스한 살 냄새
사라지기도 전에
가슴 안에 꽁꽁 묻어버리고
나를 두고 가는 님아
어찌 그리도 야속히 서둘러 가는가.
# 금곡사
"걷어주십시오."
불상을 가렸던 천이 걷어지자 금동으로 만든 미륵불이 나타났다.
"와아....."
"짝짝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금동미륵반가상.
한쪽 다리는 다른 쪽 다리에 걸치고 있고, 오른 손은 살짝 다리에 얹혀있고,
왼손은 뺨을 만지며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석가모니가 태자였을 때 인생의 의미와 깨달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모습처럼.
그 머리에는 연화관을 쓰고 그 얼굴은 명상과 사유에 잠긴 채 깊고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상체는 단순하게 벗었으나, 두 줄의 목걸이가 목에 드리워져 있다.
다리를 감싸는 하체는 치맛자락에 주름이 풍성히 잡혀 실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덕만을 닮은 얼굴.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미륵불의 얼굴이 덕만공주와 닮은 것이다.
미실은 어지럼을 느끼며 아연실색하고,
초대받은 고관대작들은 덕만공주를 흘낏 보고, 부처님상을 힐끗 보고.......
서로 비교하며 놀란 표정들이다.
원광법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중생이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힘든데,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사람으로 태어나셨으니 복됩니다. 또 사람으로 태어난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는 것은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신국은 우리 법흥대왕 이후로 불교가 흥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져 배우고자 하는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신국은 얼마나 부처님의 무량자비 속에 있는 것입니까 ? 또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은 수 억겁의 선연(善緣)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했지요. 오늘 고관대작들과 골품있는 귀족들이 모였으니 미륵반가상을 통해서 부처님 친견을 경험해보십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
수 억겁의 善緣이 있어야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는 말씀이 어찌하여 금동미륵반가상을 가리키면서 하는 말이란 말인가. 부처님을 친견할 수 없기에 친견하고픈 마음으로 절마다 불상이 있는 것이거늘. 원광은 유독 저 미륵상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가.
미실은 다시 미륵반가상을 바라본다. 미륵상이 덕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은.....
미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가는데........
# 알천랑의 결혼식
윤강이 문노공과 미실의 종형제 선모(仙母) 윤궁의 딸인지라 알천랑의 결혼 축하객 속에는 대원신통파의 사람들과 귀족들이 많이 모였다.
그 축하객 속에는 덕만 또한 있었는데, 덕만은 화랑의 주인으로서, 공주로서 알천랑을 축하해주러 온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알천랑. 덕만과 눈이 마주치며 크게 눈빛이 동요을 일으킨다.
덕만은 순간 눈빛이 흔들리다 마음을 다잡고 무릎꿇은 알천랑에게 손을 내밀어 축하인사를 한다.
"알천랑. 결혼을 축하합니다. 부디 많은 자손을 낳고 행복하게 백년해로 하시길 바랍니다."
알천랑은 순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면 그의 감정이 격하게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진정 이제 나의 연인이 아니라 신국의 연인이 되고만 것인가 ?
우리의 사랑은 이것으로 끝인가 ?
그 동안 못 본 새에 더 의젓해지고 위엄이 있어진 덕만.
그러나 알천랑에겐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런 여인이다.
그녀가 낭도였던, 그녀가 버려진 공주였던, 자신과 몸을 섞고 있었던지 간에 알천랑에게 연인은 오직 덕만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떠밀려 오늘 결혼식을 하고 이제 그는 덕만 아닌 다른 여자와 맨 정신으로 몸을 섞어야 한다. 윤강낭주에게도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겠지.
알천랑 옆에 있는 윤강낭주는 어찌나 곱게 단장을 했던지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 같았다.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오늘 서라벌 제일의 미녀는 윤강낭주라 해야할 것이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여인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출발하는 윤강이 덕만은 부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부러움일 뿐 그녀가 알천랑을 고집했다면 지금 이렇게 그의 건강한 모습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알천랑의 생명을 구하는 대신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것이다.
또 그것은 天意와 사랑을 바꾼 것이기도 하다.
天意의 길을 걸어가는 자에게 사랑은 사치스런 것인가......
이제 덕만은 정말로 알천랑을 다른 여인의 품에 보내야한다는 것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알천랑 앞에 그런 내색하지 않으려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의젓하고 꿋꿋하게 서 있다.
안으로만.....속으로만 덕만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알천랑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을 일부로 차갑게 외면한 채 덕만은 속으로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안녕, 내 사랑.
#보종
축하객 중에는 보종랑도 있었다.
덕만의 연인이 알천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다른 여인과 결혼하다니....
보종 또한 덕만과 알천랑의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을 읽으면서 우울함이 올라온다.
"보종랑 !"
반갑게 어깨를 치는 이는 석품이다.
"자네도 곧 혼사가 정해졌지 아마 ?"
"그렇네."
"결혼을 빨리 하는 것이 좋아. 그래야 마음도 안정이 되고 좋다네. 큭큭...."
".........."
덕만과 서로 인사를 교환했지만, 그녀는 보종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살짝 머금으며 가볍게 목례하고 지나갔다. 총명한 덕만이 보종의 그림을 받았을 때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 뿐. 더 이상 무엇이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
그녀 곁엔 이제 아무도 없다.
그러나 보종 또한 그녀는 저 하늘의 별처럼 먼 존재이다.
보종의 처연하고도 씁쓸한 웃음이 차가운 바람에 날라 간다.
# 저잣거리
백성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덕만공주님이 미륵불의 화신이라며 ?"
"아, 그렇다니까."
"그럼, 계림은 부처님의 자비가 무량한 곳이라네. 한번 뵙기만 해도 전생의 업을 소멸하며 다음 생애는 불국토에 나지 않겠는가."
궁 앞에는 덕만공주의 얼굴을 보기 위해 백성들이 몰려들고,
덕만은 백성들의 열화에 응답하고자 하루에 한번 성 누각에 앉아 얼굴을 드러내 주었다.
"참으로 어여쁘시고 자비롭고 총명하게 보이는 분이 아닌가."
"자네들 얘기 들었는가 ? 글쎄 금곡사에 봉헌한 미륵불상이 처음엔 그 얼굴이 아니었는데
덕만공주님 얼굴로 변했다는 것이야."
"부처님의 조화이지. 우리 덕만공주님은 정말 미륵불인게야."
# 미실
"누님, 저잣거리에서 덕만에 대해 도는 소문을 들으셨습니까 ?"
"백성들이 덕만에 대해 뭐라고 말합니까 ?"
"미륵불의 화신이라고 합니다."
"허~ 그럼, 이 미실에 대해선 뭐라고 말합니까 ?"
하종이 나선다.
"神的인 분이긴 한데........ 아이까지 잡아먹는 아주 무서운 분으로........"
"하하하...... 하종랑 !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을 따를까요 ? 부처님 같은 사람을 따를까요 ?"
"그야......무섭지 않은 것이....."
"백성들의 마음은 부처님을 따르지만 무서운 것에 더 복종합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마음을..... 덕만이 얻었군요"
"백성들 맘이 무에 중요합니까 ? 화백회의가 우리 편인데......"
"화백회의가 누구 편을 들 것 같습니까 ?"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화백회의도 민심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울 때는....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누님,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것 같습니다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 다음, 그 다음 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 편전
신국은 계속되는 국경지역의 작은 전쟁들이 있었다. 국경지대를 넘보는 백제 때문이었다.
그 해 10월에 백제 무왕이 신라의 가잠성을 포위하여 성주(城主) 찬덕(讚德)을 죽이고 그 성을 함락하여 2,300명이나 되는 신라인이 백제에 노예로 끌려간 것이다.
게다가 고구려와 연합하여 신라의 북쪽 경계선까지 계속 위협하고 약탈을 하여 백성들을 노예로 잡아가기까지 하므로 백성들의 인심은 흉흉해지고 있었다.
"폐하, 계속되는 전쟁으로 백성들의 마음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피폐한 민심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빨리 후계자를 정해야 합니다."
"폐하에겐 왕자님이 안 계십니다. 그러니 진골 중에서 전군이나 가까운 왕족을 찾아 후계자를 정하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서 가까운 왕족들 중에 태자를 세워야 합니다."
"폐하께는 덕만공주님이 계십니다. 공주님은 왕의 유일한 성골이기도 하거니와 비록 여인이나 그 총명함과 인품이 어느 왕자 전군보다 뛰어납니다."
"여인을 어찌 왕위 후계자로....."
"여인이라고 왜 나라를 못 다스립니까 ? 가까운 왜 나라만 해도 현재 추고여왕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여인이 나라를 다스리면 어찌 남자신하들이 순종할 것이며,
또한 주변국들이 우리나라를 깔 볼 것입니다."
이 때 용춘공이 나서서 한 마디를 한다.
"새주께서도 그동안 얼마나 정치를 잘 하셨습니까 ? 귀족들과 수많은 화랑과 풍월주가 새주님께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 새주님 같은 분이 성골이 아닌 것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지요."
그동안 미실궁주는 왕까지 갈아엎을 정도로 신국 전체를 휘두르는 정치력이 있었지만,
오직 왕후가 되고자 했을 뿐인데.......
미실에 의해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 용춘이 여왕과 미실을 비견하며
미실을 칭찬하면서도 골품으로 한방에 눌러버리는 것이다.
미실은 한 방 맞은 듯이 어안이 벙벙하여 입을 다문다.
미실의 아름다운 얼굴이 말을 잃고 떨떠름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용춘의 필격에 을제 대등이 거든다.
"이 신국은 불교의 이념이 다스리는 나라인데, 불교의 승려들이 덕만공주를 추앙하고 있습니다. 또 덕만공주님이 불심이 깊은 분이니 왕의 후계자로 삼으면 민심이 안정되리라 생각됩니다"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덕만을 추대하는 의견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으므로 여러 가지의 이유들이 있었지만 덕만을 반대하는 의견은 단지 덕만이 여인이므로 안 된다는 의견뿐이었다.
미실로서도 덕만을 반대하는 것이 여인이라는 것 외엔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기에.
성골이 없으면 모를까. 성골남진한 마당에 성골을 제쳐두고 신위(臣位,신하의 위)인 진골에서 왕의 후계자를 세운다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왕후를 노리는 미실이 덕만의 남편으로 누군가를 내세운다면, 더더욱 불리해지기에 내세울 수는 없고, 세종 전군을 후계자로 꺼내보기도 전에 덕만을 반대하는 설득력조차 잃었다.
이윽고 진평왕이 입을 열었다.
"왕은 성골만 될 수 있소. 일전에 용수공을 태자로 삼으려 했던 것은 그가 원래 성골이었음을 참작해주면 좋겠소. 나는 그래서 덕만공주를 나의 후계자로 생각하오. 여인이면 안되는 이유를 내게 합당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경들은 더 이상 반론하지 마시오. 난 덕만공주를 왕위후계자로 공포하고 太子 대신 太女로 삼을 것이오. 여기에 더 이상 이의 제기가 없기를 바라오."
진골정통이든, 대원신통이든......이 상황에서 난국을 통해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할 길이 없었다.
현재 백성들은 덕만의 얼굴을 보려고 날마다 궁 앞에 몰려드는 상황이니
덕만공주 만큼 민심수습에 가장 효과적인 인물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수긍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국의 안정은 미실에게도 중요한 것이기에 미실은 다시 훗날을 기약하면서 지금은 한발 짝 뒤로 물러섰다.
# 태녀식
궁은 태녀식으로 각국의 손님들을 청하고, 화랑들은 자기들의 주인이 太女가 되자 환호했다.
그녀를 사랑하며 애끓는 가슴앓이를 했던 남자들......
유신랑과 알천랑은 그녀의 손에 의해 밀려서 결혼했고,
보종 또한 덕만을 연모하는 마음이 설원공에게 들켜 반 강제로 결혼해야 했다.
석품은 일치감치 덕만을 연모하는 마음을 접고 결혼했다.
모두 그녀를 포기 당하거나 체념하고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이 하였다.
비담 만이 결혼하지 않았다.
고아처럼 자란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서 딸을 주려는 귀족도 없었고,
비담의 마음에는 별처럼 빛나지만 잡을 수 없는 덕만 만이 여인으로 비밀하게 자리 잡은 탓이다.
그러나 비담은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이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덕만은 여인으로서의 삶보다 天意를 이루어 가는 여왕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그녀 앞에 나와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화랑들을 보라.
그녀와 그녀를 마음에 품었던 화랑들의 사랑이야기는 전설처럼 구전(口傳)으로 전해오다가
어느 필사본에 [화랑설화(花郞說話)]라 전해오고 있다.
바람이 분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빨리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고
아흐 ,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라뇨
<風浪歌, 미실이 사다함을 보내면서 부른 노래>
------ 끝 --------
<작가의 말>
그동안 아낌없이 격려하며 애독하여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화랑세기를 원본으로 하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위작시비가 붙은 화랑세기와도 너무 많이 벌어진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제 마음에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 하는 영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받은 여러 가지 인상들을 드라마와 비슷하게 가거나, 확대경을 들이대거나, 패러디하면서
변형하여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보종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였습니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백도빈의 인상이 안 어울린다는 착상에서 터져 나온 새로운 발상이었습니다.
보종을 [화랑설화]에서 1회부터 계속 끝까지 잡고 간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전 드라마와 화랑세기와의 간격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글로 매웠습니다.
덕분에 신라 사료들을 읽게 되었고 왜 신라왕실이 근친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는지
왕위가 어떤 식으로 계승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글은 덕만의 사랑을 주 라인으로 엮어 가는데 주인공들은 덕만, 유신, 알천, 보종, 미실 그리고 석품도 중요 인물입니다. 그래서 텔존에 올릴 때 팬픽 독자층을 생각해서 쉽게 [알덕유보석미]라고 했던 것입니다. 근데 아무래도 [알덕유보석미]란 제목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선덕팬픽 카페에 올리면서 다시 제목을 바꾸었지요.
제 글은 모든 사랑이 종결되고 덕만이 태녀가 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사실은 덕만이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아프고 쓰라린 사랑의 다각구도 속에서도
불교계의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미실을 연방 먹이는 지혜로운 승부를 머릿속에 2부로 그려놓긴 했습니다만, 도저히 시간부족으로 못쓸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팬픽이란 것 써보고 인터넷상에도 처음 공개적으로 올려보았습니다.
팬픽 쓰는 시간 내내 주인공들이 저와 함께 산 듯합니다.
완결하고 보니 플롯이나, 문체 등 서툰 흔적이 너무 많아 다 삭제하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달아준 독자들의 댓글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는 소중한 피드백이었습니다.
[화랑설화]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팬들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2009. 8. 7 명경지수(明鏡止水)
첫댓글 천의를 위해 사랑을 희생한 덕만. 자신을 사랑하는 이, 심지어는 자신이 사랑하던 이마저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보내주는 것... 저것이 덕만공주만의 사랑법이라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에 나온 풍랑가..화랑설화에 나오는 모든 사랑들이 저 노래 하나로 설명이 되는 듯합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댓글을 단적은 거의 없지만 항상 애독하고 있었답니다 ^___^
감사합니다.풍랑가...저 이 향가를 외우며 사랑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멋있는 결말이네요ㅠㅠㅠ 작가님 소설 원츄해서 봤어요ㅠㅠㅠ
감사합니다. 디엠님 !
너무 재밌었어요!! 지수님, 시즌 2 써주시면 안돼요?? 알천하고 이어졌으면 했는데 ㅠㅂㅠ
죄송합니다. 제가 화랑설화쓰면서...제 본분을 망각하고...쓸수있을지 지금은 장담할수가 없네요.
드디어 완결이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옛사람들의, 어쩔수 없는 상황속에서 그렇기에 더 애절했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와 닿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덕만이 여왕에 등극하기까지의 성장을 설득력있고 짜임새있게 잘 그려 주셔서 이렇게 좋은 결말을 내주신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명경지수님의 글은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단편으로라도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재미로 쓰기 시작했지만 신라사료 많이 뒤적이며 공부한 것이 보람되네요.^^ 너무 부족하지만 처음으로 쓴 것이라 저도 애정이 많습니다.
수고하셨어요...^_^명경지수님의 다음 팬픽이 나 올 때 까지...기다릴께요~!
감사합니다. 이젠 저도 여유롭게 다른 님들 팬픽 읽으면서 좀 지내야할 것 같아요.^.*
그동안 재밋게 잘읽었어요..ㅋㅋ결말이 슬프지만...저는 새드를 좀더 좋아하는 사람이라서...ㅋㅋ 수고하셨습니다..ㅋ
냐님 감사합니다.
아무하고도 이어지지 못한 게 좀 슬프지만 그래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네, 그게 현실인 것 같았어요.천의를 이루는 사람에겐 상당한 희생이 있다는......
슬프지만 정말 재미있었구 잘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근데 결국 알덕이 안됬네요,, ㅎㅎ 잘봤어요!!
명경지수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명경지수님의 글을 읽으며 즐겁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함을 느끼며 행복했습니다. 또 글 연재하시면 언제든지 찾아와 읽으며 행복함을 느끼고 싶네요. 명경지수님 감사합니다~!
저두 글 쓰면서 행복하기도, 야릇하기도 슬프기도 하였답니다.감사합니다. 함께 공감해주셔서.
명경지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도 많으셨죠 이젠 좀 쉬시면서 담 작품 준비해 주세용 님의 글을 애타게 기다리는 또 한명의 팬이...
네, 방대하게 대하소설될까봐 은근 걱정했습니다. 좀 쉬어야겠습니다.일단 휴가를 다녀와야...^^
명경지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동안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네,저도 감사해요.
고생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명경지수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뎌 완결하셨군요..글을 쓴다는게 참 힘든 작업일듯 합니다..전 써본적은 없지만.. 창작의 고통은 좀 안답니다.. 고생많으셨구요. 처음 써본거라지만 잘 쓰셨구 담편을 기다리게 하셨습니다. 가끔 단편으로 올려주세요..^^
시간이 허락되면.....-.-;;; 팬픽에 빠져서 온갖 핍박을 받았고, 저 또한 제 본업에 지장이 좀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참 슬프네요ㅠㅠ 완결축하드려요~
감사해요. 사실 저도 주인공들과 마음이 동조되어서 슬펐습니다. 그러나 이제 완결하니 속이 시원나네요.
우선 완결을 축하드립니다...천의를 선택한 덕만의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흑.벌써 끝인겁니까?예상했던 결말이지만,진짜 가슴아픈 결말이네요...ㅠㅠ한 나라의 왕이 되는데 있어서, 사랑을 맘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슬픈 덕만공주님ㅠㅠ 그래도 사랑을 마니 받았기에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네요..줄곧 곁에 있어준 비담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다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해요!><
고생하셨습니다~~완결이라니...감격스럽네요~~저도 이글 보면서 보종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는...드라마 보종과는 눈빛빼곤 약간..ㅋㅋㅋㅋ 다음번 다른글도 마니 기대할께용~~~~울 덕만인 행복하면 안되는 운명인가봐요 ㅜㅜ
명경지수님을 통해서 알천랑을 다시 보겠됐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이곳도 알게 해주고요.. 짝짝짝 .,ㅡ,,ㅡ
한번에 다 읽어 버렸네요~ 수고하셨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ㅜㅜ 덕만이 완전 멋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이제 완독했습니다 ㅜㅜ 수고 많으셧습니다^^
일국의 왕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겠지요....그것이 사랑일지라도....감명깊게 가슴을 부여 잡으면서 읽었습니다...다음에 쓰실 글은 알천과 덕만이 해피엔딩으로 써 주십시오...
전알덕추종자인지라..알천랑이애닳읍니다...
오래전 쓴 글인데..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