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춧가루를 음식에만 쓴다고 했나? 경찰이 올해부터 ‘불법 과격 시위’ 때에는 경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격용 분사기를 사용하기로 했단다. 이격용 분사기? 당최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별거 아니다. 후추와 고춧가루 등에서 추출한 캡사이신 성분의 약으로 사람한테 뿌리면 눈물·콧물 쏙 빼게 하는 집회 대응 도구란다. 그러니까 이거 뿌리면 눈물·콧물 질질 흘리는 바람에 들통 나, 경찰이 눈물·콧물 다 흘리는 이들만 콕 집어 데려가게 만든단다. 한마디로 인간용 고춧가루요, ‘인간 떡볶이’ 만들기랄까? 그런데 이름이 캡사이신? 경찰도 참! 그만큼 ‘캡 쌓이신’ 건가? 거기다 고춧가루라니? 한 누리꾼이 말했다. “웃음밖에 안 난다. 불에 태우더니, 이젠 양념까지 준비했구나.”
언제는 소화기를 뿌려(사진) 새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통닭처럼 만들어주시더니, 이젠 고춧가루까지 뿌려주신단다. 전 국민의 프라이드 치킨화인가? 한때는 파란색 색소를 뿌려 거리에 나선 시민을 모조리 파란색 스머프로 만들어주시더니, 이젠 고춧가루로 바꾸신단다. 스머프 잡는 가가멜 놀이에 싫증 나셨나?
경찰의 고춧가루 준비 발표에 한 누리꾼이 화들짝 반기며 물었다. “가스통 들고 시꺼먼 선글라스 끼고 MBC로 돌진하면 평화시위고, 촛불 들고 정부에 반기 들면 과격 시위인가?” 그러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했다. MB냐? MBC냐? ‘C’자 하나 차이가 시위의 질을 가른다.
백수 생활에 느는 건 잠과 텔레비전 시청 시간뿐인데, 중천에 뜬 해를 벗 삼아 본 범죄 ‘미드(미국 드라마)’에서였다. 사람 죽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그길로 거리에 나가 사람을 차로 치고 찔러 죽인 범인을 재판하는 자리였다. 변호사, 그 범인이 “폭력적 게임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라고 오로지 게임 탓인 양 변호하자 발끈한 검사, 눈에 힘주고 배심원단을 향해 호소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얻는다. 책에서도 얻고 텔레비전에서도 얻는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행동하는 건 다르다.” 하긴 생각대로 다 하면, 지금 세상이 어디 제정신으로 굴러가겠나?
아이디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왕지사 뿌릴 거, 고춧가루보다 청국장 가루가 낫지 않나? 개인적 경험담으로 고춧가루보다 청국장 가루를 추천한다. 고춧가루야 한 번 매우면 그만이지만 시위는 끝나도 청국장 냄새는 남는다. 족히 일주일은 가겠다. 거기다 한국형 시위 진압용 가루로 수출도 하면 되겠다. 어디서도 맡을 수 있는 그 냄새, 확실하게 잡게 해줄 게 아닌가? 이름도 딱 떠오른다. 시위 진압용 ‘캡 냄새나’ 분사기. 냄새만 맡으면 잡게 해주는 비비디바비디부. 생각대로 탁! 어떤가? 맞다. 내가 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