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눈 덮인 산과 길을 걸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 뺨을 지나가는 바람이 따가웠습니다. 이제부터 철암의 겨울이 시작인가 봅니다. 장갑과 겉옷 단단하게 여몄습니다. 철암을 떠나면 느끼지 못할 추위이니 되도록 즐기고 싶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도 얼굴이 시려워 저절로 몸이 움츠려듭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교에 들어가 먼저 함영수 교장 선생님과 인사 나눴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 철암도서관과 광활 선생님들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환대해주셨습니다. 따뜻한 옥수수차 대접해주셨습니다. 차 한잔과 교장 선생님의 눈빛에 추운 몸이 사르르 녹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3학년 반까지 안내해주셨습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게 처음이라 떨린다고 하니 잘할 거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힘차게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반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반겨줍니다. 연극제에서 보았던 선생님이 3학년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어제 연극제 너무 잘 봤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동화책 읽을 장소를 마련합니다. 교실 한 켠에 있는 놀이 공간에 장난감을 치우고 의자를 가져옵니다. 교실이 처음이라 어색한 저를 이끌어줍니다.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아 동화책 읽을 준비 마쳤습니다. 아이들과 '왜냐면...' 동화책 읽었습니다. 오늘 읽을 책을 소개하니 이미 읽은 아이, 읽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아이, 처음 보는 아이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기억나는 책 내용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읽은 동화책도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준이와 예성이, 재윤이가 서로 장난치며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중해달라고 부탁해야하나 싶다가도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집중해서 책 내용을 듣고 있는 보아와 상건이를 바라보며 동화책 읽었습니다. 예준이 예성이 재윤이는 이내 책 내용에 집중합니다. "물고기는 왜 맨날 씻어요?" "물고기는 물에 있으니까 맨날 씻어." "근데 물고기가 사실 기생충 있어서 제일 더러운 거 아니야?" 아이들이 저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합니다. 서로 생각을 나눕니다. 저와 대화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이야기하니 충분히 이야기 나누도록 기다렸습니다. 이야기가 대강 마무리되면 다음 장으로 넘겨 내용을 읽었습니다. "물고기는 등이 가려워서 그래." "등이 왜 가려워요?" "나 저거 알아! 효자손이 없어서 그래." 아이들은 다음 내용이 무엇일지, 이유가 무엇일지 의논합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소망이 이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을 바라봤습니다. 중간중간 저도 함께 생각 나눴습니다. 동화책 읽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책을 다 읽으니 아이들은 학교에서 찍은 사진첩을 가져와 이 책도 읽어 달라고 합니다. 첫 장에 노래 가사가 있어 같이 노래도 불렀습니다. 사진첩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았던 추억, 멀리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때 시간을 되돌아봤습니다. "여긴 어디야?" "이 사진은 어떤 일 한 거야?"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아이들이 설명해주었습니다. 여름 광활 선생님들 사진도 있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물놀이 했다니 부럽습니다. 사진첩 보며 추억 나누는 시간이 뜻깊었습니다. 저도 사진 많이 찍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오후에는 철암도서관에서 크리스마스 준비 모임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만들었던 리스 나누고 떡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는 행사 준비했습니다. 광활 선생님들끼리 장소를 나눠 조를 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조에 들어갔습니다. 정예린 선생님과 제가 철암시장과 장미아파트, 주공아파트 지역을 맡았습니다. 함께하는 아이들은 지헌 소헌 태헌입니다. 함께 만화방에 가서 회의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종이에 적혀있는 방문지에 추가로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의논했습니다. 철암초등학교에 가고 싶다, 보건지소에 가고싶다, 행정복지센터에 가고 싶다 많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니 기관이 문을 여는지도 함께 궁리했습니다. 공공기관은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아 다른 곳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주유소 가고 싶어요." "주유소에 아는 분이 있어?" "없어요. 그래도 가고 싶어요." 지헌이가 용진주유소에 찾아가 선물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은 없어도 함께 나누고 싶은 지헌이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소헌이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 조금 더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선물하고 싶은 곳을 정하고 떡과 함께 나눌 쪽지를 썼습니다.
방문해야 할 장소 갯수를 세고 그 갯수에 맞춰 종이를 잘랐습니다. 종이와 사인펜은 지헌이 태헌이가 김동찬 선생님께 빌려왔습니다. 우리가 다섯 명이고 장소가 스무 개니 각각 네 개씩 쪽지 쓰기로 했습니다. 소헌이가 쪽지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예시로 종이에 쪽지에 들어갈 문구를 보여줍니다. '좋은 날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받는 사람이 기분 좋고 행복할 만한 문구를 적었습니다. 소헌이 의견이 너무 좋아 예시 쪽지를 가운데에 두고 쪽지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태헌이도 열심히 종이에 눈사람 산타 선물을 그립니다. 지헌이는 주고 싶은 사람에 따라 쪽지 내용을 세심하게 적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예준이에게 줄 쪽지에는 축구 그림을 그립니다. 소헌이도 하트와 꽃을 그리며 쪽지를 이쁘게 꾸몄습니다.
중간에 재인이가 모둠에 합류했습니다. 소헌이는 뒤늦게 온 재인이에게 쪽지 적는 법을 설명합니다. 챙겨야 하는 부분을 꼼꼼히 설명해주어 재인이가 어렵지 않게 쪽지 쓸 수 있었습니다. 재인이는 가방에서 스티커를 꺼내 꾸미자고 합니다. 재인이 덕분에 쪽지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각자 열심히 만든 쪽지를 모으니 스무 장이 됐습니다. 만든 쪽지는 김동찬 선생님께 부탁해 보관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쪽지를 보니 받는 주민 분들 행복하겠습니다.
행사 당일 서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정했습니다. 지헌이가 진행 담당 재인이가 길 안내 담당 소헌이가 사진 촬영 담당입니다. 태헌이는 길 안내를 하고 싶다고 하여 재인이와 함께 서로 도와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역할을 정하고 어떻게 인사할지 연습했습니다. 지헌이가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을 열고 닫아가며 연습했습니다. "호호호~ 메리크리스마스!" 앞 부분에 '호호호'는 하고 싶은 사람만 하고 뒤에 '메리크리스마스'는 함께 하자고 합니다. 헤어질 때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인사하기로 했습니다. 척척 진행되는 크리스마스 준비를 거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하니 제가 할 일은 쪽지를 열심히 만드는 일 뿐이었습니다.
도서관 일 층에 내려가 복장도 골랐습니다. 재인이는 산타를 하고 싶다며 산타 옷을 찾아 입습니다. 소헌이 지헌이 태헌이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과 장식품을 찾습니다. 천사를 하고 싶었던 소헌이는 천사 옷이 없어 아쉽지만 루돌프 머리띠를 해야겠다고 합니다. 루돌프 머리띠가 없어 한참 찾던 도중 태헌이가 소헌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자신이 쓰고 있던 머리띠를 씌워줍니다. 태헌이는 루돌프 머리띠 대신 다른 머리띠를 찾아 씁니다. 서로를 챙기는 아이들이 이쁩니다. 산타 옷, 루돌프 머리띠 쓰고 사진 찍으니 크리스마스 활동 기대되는 마음이 커집니다. 크리스마스 날이 어서 다가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