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윤슬 위로 조각배가 간들거리며 구름을 뚫고 지나간다 빛을 낸다는 것은 어둠의 공간을 채우는 것일까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에 지루한 밤의 몸뚱이를 실어 보낸다 낮이 숨기려 애를 쓰는 열매는 밤이 삼켜버리고, 우주의 무거운 짐을 밤은 눈을 껌벅거리며 짊어지고 간다 짙은 어둠 속을 뚫고 가는 빛의 긴 줄기 명암의 무게를 저울질할 때 실내의 사물들은 침묵에 눌려 입을 굳게 다물고 어둠의 움직임에 따라 눈발 같은 빛의 그림자가 창문을 두드린다 잠결인데 푸실을 헤치고 詩란 여인이 빙긋이 웃는다 파도가 덮쳐오고 심연의 물결이 밤낮을 뒤집는다 빛의 요술로 그림자를 밟고 온 새벽의 정령인지 발자국 없는 윤화가 붉은 입술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