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던 중 신호에 걸렸다 잠시 멈춤은 생각이 조급하지 않다 생뚱맞게 파묘의 섬뜩함이 유리창 속에 갇혀 즐겨찾기처럼 앞으로 나와 서 있는 사람들을 본다 누가 베었을까 애당초 얼굴 없는 사람이었을까 흉측함이 없고 선이 고와 우아하기 이를 테 없다 향기롭고 은근한 자태는 알록달록 남사스럽지 않다
온종일 밤이 새도록 서서 날 좀 봐달라고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대기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쳐 작정하고 기다릴 테지 날이 밝아 운수가 좋으면 딱 맞고 어울리는 얼굴이 나타나 데려갈 수 있을 테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많은 소리가 들리고 간판만 달려 있는 조명 아래 혼령들의 태동이 광고처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