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리오름 .
... (전략)
제주에는 세 개의 영아리오름이 있다. 동부지역의 남조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상에 산정호수를 이고 있어서 물영아리로 불리는 오름이 있고,
그 옆에 물이 없다는 뜻의 여문영아리가 있다. 그리고 오늘 찾아갈 오름, 영아리오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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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아리오름 전경. 광평마을 쪽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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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누운 형태의 용와리에서 와전된 이름이라는 설이 있으나, 그보다는 반대로 용와리가 영아리의 와전인 듯하다.
이곳 영아리오름이나 물영아리 여문영아리 어디를 봐도 용의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신령스럽다는 뜻의 靈과 만주어로 산을 뜻하는 아리가 붙어서 신령스런 산이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수긍이
간다. 이 영아리오름 주변으로 마보기오름, 하늬보기오름, 어오름, 이돈이오름이 사방에 서있는데,
마치 이 네 개의 오름이 영아리오름을 떠받들 듯한, 또 어떻게 보면 우러러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신령스러운 오름이라는 해석이다.
해발 693m로 한라산 중턱에 깊숙이 위치한 오름이었으나 도로가 개설되고 개발이 진행되다보니 나인브릿지와 핀크스
두 개의 골프장 사이에 끼어버렸다. 비고 93m의 그리 높지 않은 말굽형 굼부리를 갖는 오름이다.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소재이다. 상천리 소재라고는 하지만 광평리마을이 오름과 인접하여 있고, 또 오름을 찾아가는 길목이 되는 탓에 광평리 오름으로
인식된다.
광평리, 예로부터 너븐드르라고 불리던 마을이다.
표준어로 해석한다면 ‘넓은 들’이라는 뜻인데 이제는 그 뜻 그대로 한자화해서 광평리라고 부른다. 서귀포 산록도로가 생기기 이전, 한라산 깊숙한 산골마을이었는데 이제는 신작로가 시원스레 뚫리면서 산골의 이미지는
벗어버렸다. 영아리오름의 북록을 끼고 계곡이 동서로 지나가는데, 이 계곡이 광평리 마을에서 창고천 상류와 합류한다.
그리고 여기에 행기소라는 못이 있다.
바위로 둘린 꽤 깊어 보이는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옛적 한 사람이 물에 행기(놋그릇)가 떠 있는 것을 보고 건지려다 빠진 적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가 않아 수도가 없던 시절 소중한 식수였고, 지금도 비상시에는 사용하는 터라 마을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다. 물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하기 때문에, 어쩌면 마을 자체가 이 생기물에 의존해서 형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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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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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평 마을의 북쪽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새로 놓여있다.
이 다리를 건너 농로를 따라 2Km를 가면 농로가 끊어지는데 이곳이 이 오름의 출발점이 된다.
이외에도 핀크스 골프장 옆의 마보기오름을 거처 오르는 길도 있고, 안덕면 위생처리장 옆에서 어오름을 거처 오르는
길도 있다. 또한 근래에 새로 개설된 ‘돌오름임도’를 따라 오름 기슭까지 진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가장 오래된 길, 즉 광평리를 경유하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한다.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차를 세우고, 달구지들이나 다녔을법한 길을 따라 걷는데 군데군데 대나무 군락이
눈에 띈다. 제주에서 이렇게 대나무가 있는 곳은 대체로 사람이 살았던 집터의 흔적들이다.
아마도 4.3이전까지는 사람들이 살았었나 보다. 길은 원래 1100도로변 영실입구까지 이어지던 길인데,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길이 잘려버렸다. 막아선 골프장을 오른쪽으로 돌면 나무가 우거진 건천이 나오고, 건천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름의 북사면은 온통 자연림으로 덮였고 아래에는 박새가 가득하고 천남성도 틈틈이 자리하고 있다.
십여 분을 오르고 나니 능선길이 나타난다. 말굽형 굼부리를 갖는 오름으로 능선 길은 U자 형태를 띤다.
능선의 북쪽 절반은 조림된 삼나무로 뒤덮였고, 남쪽 절반은 키 작은 나무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남쪽 능선으로 향한다. 원래 오름의 정상은 북쪽능선에 있는데 삼나무가 울창하여 남쪽능선이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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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오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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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가까이에는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서로 의지하듯 ‘ㅅ’자 형태로 서있는데 화산탄도 아닌 바위가 어떻게 오름
정상에 있는지 의아해 하는 바위이다. 모두들 바위 틈새에 몸을 담고 사진을 찍는다고 바쁘다. 정상 역시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인근 골프장에서 마치 자신들이 주인인양 떡하니 푯말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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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못미처에 커다란 바위가 서로 의지하며 능선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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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주변이 널따란 초원으로 이루어져 돌아가며 주변경관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멀리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이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군산, 월라봉, 산방산, 송악산 그리고 북쪽으로 돌아 한림일대까지
제주도의 서쪽 대부분과 가파도와 마라도 까지 선명하다. 어느 오름에 서던지 항상 반가운 한라산 역시 인자한 모습이고 마법의 성이라고 불리던 돌오름이 이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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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아리오름 정상에서 만나는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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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정상 아래에 숨겨진 연못이 있어 찾아 나서기로 하였다. 정상을 지나 온통 바위투성이로 이루어진 가파른 사면을 기듯이 내려가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도 없는 숲속의 작은 연못이다.
호수가 있으려면 원형굼부리의 정상에 있는 경우가 보통인데, 오름의 한 구석으로 밀려나서 호수가 숨겨져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용암이 굼부리에서 흘러내려 이곳에 암반을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지랑이 같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영아리라는 이름의 영은 이 연못에 붙여야 될 글자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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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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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귀한 화산섬, 울창한 숲속에 숨겨진 연못. 주변에 나무가 울창해서 마소가 이용하기에는 어렵겠지만 산짐승들에게는 생명을 나눠주는 귀한 물일 것이다.
어쩌면 이 오름의 매력은 올라가서 정상에 섰을 때 보다 연못가에 내려앉아 고즈넉이 호수를 감상하는 것일지 모른다.
... (후략)
* 출처 : 제주레저신문 칼럼 | '돌담이의 오름이야기' |
첫댓글 저도 작년에 가봐신디 습지가 이선 진짜 좋읍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