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정사 / 김성종
1. 임신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언제 보아도 조그맣고 아담한 모습이다.
보기는 저래도 벗겨 놓으면 풍만하다. 입술의 모습이 야무져 보인다.
화가 난 투로 재빨리 다가오고 있다.
청바지에 흰 장미꽃이 그려진 빨간 T셔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간편한 차림이다.
가슴에 책 몇 권을 끌어안고 있다.
대학생임을 나타내는 배지가 유난히 돋보인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느긋한 기분으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술을 한잔 걸친 다음 호텔에 들어간다.>
이것은 우리의 공식화된 스케줄이었다.
일을 치르고 나면 열 시쯤 되겠지. 집에 도착하면 열한 시.
아내는 좋지 않은 얼굴로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물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적당히 둘러붙인다.
아, 돌 잔치가 있어서 거기 들렀다 오느라고 늦었어. 저녁은 먹었어.
풍성한 검은 머리채에 감싸인 조그맣고 갸름한 얼굴이 다가왔다.
얼굴빛이 창백하다.
그녀는 고개를 까닥한 다음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표정이 전 같지 않게 딱딱하다.
언제나 미소를 띠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일 주일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나 그녀는 웃는 듯하다가 도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짓느라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웨이터가 다가왔다.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이는 메뉴판을 한쪽으로 치웠다.
내가 식사를 시키려고 하자 그녀는 머리를 저으며 싫다고 했다.
"전 괜찮으니까 혼자 드세요."
남자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가냘픈 목소리.
"왜 그래?"
"먹고 싶지 않아요."
"식사를 거르면 되나. 그러지 말고 함께 들어."
"제 걱정 말고 드세요."
"무슨 재미로 혼자 먹어. 그럼 술이나 마실까?"
나는 맥주 두 병과 안주로 미트볼을 시켰다.
왠지 그녀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S호텔 25층에 앉아 있다.
스카이 라운지였는데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조용해서 좋았다.
그 곳을 우리가 즐겨 찾는 이유는 분위기 탓도 있지만 호텔방에 들어가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프런트에서 열쇠를 받아들고 여자와 함께 호텔 방에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남의 이목도 있고 해서 여간 뒤가 켕기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방에 쉽게 들어가기 위해 스카이 라운지를 즐겨 이용한다.
방을 미리 얻어놓은 다음 스카이 라운지에서 여자를 만나 호실을 귀띔해 준다.
그리고 먼저 일어나 셈을 치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도중에 슬쩍 내려
방에 들어가 기다린다.
오 분 후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내가 잔에 술을 따라 주자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냉큼 받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미소를 거두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
"아아뇨."
그녀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안색이 안 좋은데......"
"한 잔 더 주세요."
그녀가 빈 잔을 불쑥 내밀었다.
나는 잠자코 술을 따라 주었다.
그녀는 단숨에 그것을 들이켰다.
안주도 먹지 않고 빈 잔을 만지작거린다.
"말해 봐. 무슨 일이야?"
나는 정색을 하고 물었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이쪽을 뚫어지게 쏘아본다.
"저......임신했어요."
쿵! 가슴을 해머로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그녀의 눈을 응시하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잔을 집어들고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침착해지려고 애썼지만 그럴수록 초조한 기분만 들 뿐이었다.
"정말이야?"
나는 침착을 가장하면서 겨우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나를 쏘아보는 그녀의 눈에 금방 눈물이 가득 괴었다.
그녀는 원망 어린 눈으로 나를 쏘아보다가 고개를 숙였는데,
그때 눈물이 몇 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볼까 봐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우리들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앞으로 고개를 내밀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데서 울면 어떡해! 울지 말고 말해 봐. 정말이야?"
그녀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알아요!"
내 손에서 담배가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구두 끝으로 꽉 눌렀다.
"병원에 가봤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월이래?"
"삼 개월이래요."
나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눈초리가 갑자기 싫어졌다.
그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악산에서 한 게 문제작을 만들었군."
나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녀가 물었다.
"네?"
지난 여름 우리는 강릉 경포대에서 처음 만나 둘이서 설악산에 갔었다.
우리는 그 곳 호텔에서 이틀을 함께 지냈는데, 그것이 문제의 씨를 만든 것 같았다.
제기랄!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게 안 나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어요."
"일찍 알기 다행이군."
그녀의 이름은 조해주--S여대 무용과 2학년에 재학중이다.
스물 한살의 그녀를 마흔 살의 나는 아무 죄의식 같은 것도 느끼지 않고 범했다.
나는 여간해서 죄의식 따위를 느끼지 않는다.
특히 여자 관계에 있어서.
"어떡하죠?"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맴돌고 있던 말이 굴러나왔다.
'어떡하죠?'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결혼하기 전 별로 마음에 없던 여자를 임신시킨 적이 있었다.
그녀도 나에게 임신한 사실을 알리면서 '어떡하죠?' 하고 물었다.
내가 병원에 가서 지우라고 하자 그녀는 울며불며 매달렸다.
나와 결혼하겠다는 거였다.
내가 면박을 주고 결혼은 절대 못 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그녀를 굴복시켜 물러서게 하기는 했지만,
그때 어떻게나 혼이 났던지 다시는 여자를 임신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다.
그런데 또 스물한 살짜리 여대생으로부터 '어떡하죠?' 하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어떡하죠?' 이 말의 진정한 뜻은 책임을 지라는 말이다.
세련된 아가씨라면 이 따위 질문으로 상대방 남자를 주눅들게 만들지 않는다.
그런 아가씨는 남자에게 부담을 줄까 봐 혼자 몰래 병원에 가서 처리해 버린다.
남자는 좀 미안한 마음으로 수술비를 내놓으면 된다.
그런 후에는 헤어지거나 새로운 마음으로 애정을 되살리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떡하죠?"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그녀가 다시 물어 왔다.
아까보다는 좀더 강한 어조였다.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이 사십에 처자가 있는 몸인데, 아기를 낳겠다고 앙탈하지는 않겠지.
자기 앞길을 생각해서 지우겠지.
멍청한 계집애는 아니니까.
그녀는 고분고분하고 청순했다.
마치 내 손끝에서 노는 인형 같았다.
지금까지 반대 의견을 꺼낸다거나 내 뜻을 거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인형처럼, 혹은 식물 인간처럼 내가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 말에 따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떡하긴......병원에 가야지."
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섬광 같은 것이 지나갔다.
그녀는 백을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책을 집어들더니
"싫어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 출입구 쪽으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사람들이 그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 방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얼마나 단호하고 명쾌한 한 마디인가! 그녀에게도 저런 데가 있었던가.
나는 어리벙벙해 있다가 급히 일어나 셈을 치르고 그녀를 쫓아나갔다.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막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잠깐 기다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나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엘리베이 터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한참 기다리자 다른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간 나는 로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커피숍에도 없었다.
급히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녀가 갔음직한 방향으로 허둥지둥 가보았다.
그러나 어느새 새버렸는지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기집애 같으니!"
나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얻어놓은 호텔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애꿎은 담배만 피워 대면서 한숨 짓다가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거렸다.
어쩐지 예감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골치 아프게 됐는데......"
나는 거울 속의 사내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중키에 허여멀건 얼굴이 땀을 흘리고 있다.
중년의 살이 올라 중후하고 귀골스럽게 생겨먹었다.
쌍꺼풀진 눈이 노리끼하고 피로에 젖어 있다.
짙은 눈썹, 즉물적인 인상을 풍기는 주먹코, 두툼한 입술.
목이 바트고 어깨가 두꺼비처럼 딱 벌어져 있다.
넥타이를 풀어헤친다.
오늘은 좀 색다르게 즐기려고 했었는데 틀려 버렸다.
괜히 호텔비 몇만 원만 날렸다.
특급 호텔이라 하루 숙박비가 오만 원 가까이 된다.
낮에 시간제로 빌리면 반액 정도 이지만 오후 여섯 시 이후에 투숙하면
하루 치를 물어야 한다.
갑자기 아랫부분이 나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여자도 없는데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허리띠를 풀고 바지와 함께 팬티를 끌어내린다.
그것이 높이 일어서 있다.
놈이 갑자기 고독해 보인다.
버섯 모양의 머리 부분이 탐스럽게 부풀어 있다.
사람들은 여자의 구석구석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서도 남자의 성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려고 든다.
흉물스럽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의 신체 중에 이놈처럼 근사하고 사랑스러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손으로 놈을 꽉 쥐면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것을 사랑했는가! 얼마나 많은 아가씨들이 여기에 키스해
주었는가! 나의 아내는 자기가 이것을 독차지한 줄 알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아내가 알면 기절 초풍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이놈은 아내 한 사람에게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부부 사이란 것이 도덕적인 신뢰의 바탕 위에 서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놈이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니 어쩌랴!
이놈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제멋대로 놀아난다.
그럴 때는 별개의 개체로 느껴진다.
지칠 줄 모르는 묘한 놈이다.
나는 가정에 아주 충실한 가장이다.
결혼한 지는 올해로 십오 년째 된다.
슬하에 딸 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 동안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오로지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봉사해 왔다.
내면으로야 어떻든 겉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가장으로 군림해 왔다.
내가 워낙 착실하게 굴었기 때문에 아내는 나를 한 번도 의심해 보거나 한 적이 없다.
아내에게 있어서 나는 거의 완전 무결한 남편이자 남성인 셈이다.
남근이 최대로 팽창했다.
나는 그것을 쥐고 흔들면서 한숨을 내쉰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해주를 안고 싶은 충동이 강렬했었다.
조해주--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하순경이었다.
그때 나는 세미나 관계 때문에 2박 3일 예정으로 강릉 경포대에 갔었다.
그것은 생명 공학에 관한 세미나였는데 말이 세미나지 사실은 먹고 노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바캉스철에 피서지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외에 또 뭐가 있겠는가.
피서지에서 열리는 무슨 회의다 세미나다 하는 것이 모두 그렇고 그런 것처럼
그때 그 생명공학에 관한 세미나도 그렇고 그런 것이었다.
나는 주최측의 한 사람이었다.
주최측은 내가 몸담고 있는 대아그룹을 포함해 세 개 재벌 그룹이었다.
대재벌 그룹들이 공동 으로 생명 공학을 연구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주최로
세미나를 연 것인데, 각자가 벌써부터 꿍꿍이속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에 세미나란
것은 처음부터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고,
모두가 얼른 일을 끝내고 바다에 뛰어들어 놀자는 속셈만 차리고 있었다.
나는 대아의 기획 파트를 맡고 있는 이사였다.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군에서 이년 동안 ROTC 장교로 복무한 다음 곧장 대아에
들어왔으니까 금년으로 입사 십오 년이 되는 셈이다.
이사가 된 것은 서른여덟 살 때인 재작년 일이다.
입사 십삼 년 만에 대재벌 그룹의 이사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승진이었다.
동료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으며 우쭐거리다 보니 어느새 이년이 지났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쭐거릴 것도 못 된다.
나의 실력이라는 것은 영어에 좀 뛰어나다는 것뿐 남보다 특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사가 된 것이 마치 실력 때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남들은 모르고 있지만 사실 나는 회장의 조카사위다.
나의 장인이 회장의 아우니까 꽤 가까운 셈이다.
이 관계를 숨기려고 나는 무진 애를 썼다.
남들에게 알려져 손가락질받는 것이 질색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이 관계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
꽤 신중하게 비밀을 지켜 온 셈이다.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다.
7월 하순에 있었던 세미나가 대충 끝나자 제각기 뿔뿔이 흩어졌는데,
나는 어쩌다 외톨이가 되었다.
세미나가 끝나는 대로 가족들과 합류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기를 막내가 아파서 못 가겠다는 거였다.
아들 하나 있는 것이 몸이 약해 사흘거리로 아프다는 바람에 나는 어지간히 면역이
되어 있었다.
으레 또 그러려니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려고는 하지 않고 부지런히 딴 궁리만 했다.
아내에게는 시골집에 들렀다 이틀 후에 가겠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아내의 시가, 그러니까 나의 부모님 댁은 치악산 가까운 시골에 있었다.
형님 내외가 부모님을 모시고 있었는데 효성이 지극한 것이 대학 교육까지 받은
나와는 딴판이었다.
아내에게는 시골집에 들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 경포대 해변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혼자서 호텔 안에 있는 나이트 클럽에 갔다.
클럽 안은 초만원이었고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구석 자리에 앉아 얌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웨이터가 다가와 속삭였다.
서울서 온 예쁜 여대생들이 여비가 떨어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여대생이라는 말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정말 여대생이냐, 예쁘냐 하고 나는 물었다.
웨이 터는 자기를 믿어 달라고 했다.
여비가 떨어지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나는 하나 불러 달라고 했다.
조금 있자 귀엽고 청순하게 생긴 아가씨가 다가와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행동거지가 어설퍼 보이고 수줍어하는 것이 클럽에서 굴러먹은 아가씨와는 딴판이었다.
진짜 여대생이다 싶어 바싹 호기심이 당겼다.
대학생이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바로 조해주였다.
나는 그 날 밤 거나하게 취했다.
취해서 그녀에게 이런 말도 했다.
학생이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하지만 이런 데 나오면 되겠느냐고.
거기에 대해 그녀는 단 며칠만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팁을 후하게 주었다.
그녀가 나를 방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그녀는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음 날 아침 그녀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팁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일부를 돌려주고 싶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사고 싶다는 거였다.
나는 사뭇 감동해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돈 봉투를 내밀며 이렇게 많이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하도 기특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것을 되돌려 주었다.
우리는 전복죽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 나는 넌지시 함께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 보았다.
함께 가주면 아르바이트로 버는 것 이상으로 보수를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는 함께 온 친구들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내가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친구들을 만나 보고 오겠다 며 나갔다.
한참 후 돌아온 그녀는 친구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하면서 함께 가는
것은 좋되 한 가지만은 꼭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뭐냐고 묻자 자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물론 좋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어 나는 그녀를 데리고 설악산으로 갔던 것이다.
일단 호텔 방에 들어가니 약속이고 뭐고 없었다.
방 안에서 아름다운 처녀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녀는 반항했지만 필사적인 것은 아니어서 마침내 나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첫 번째 일을 치르고 났을 때 그녀는 몹시도 서럽게 울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울지 않았다.
우리는 거기서 이틀 동안 지냈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우리들의 관계는 계속되었다.
나는 처음 약속대로 그녀에게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애정 관계는 돈을 주고받는 것일 수가 없었다.
그런 관계였다면 서울에 와서까지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좋아했던 것이다.
아니, 사랑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느끼지 못한 것을 그녀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신선하고 탄력이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녀를 품에 안고 있으면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만큼 그녀가 좋았다.
그런데 우리의 관계를 뒤흔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녀가 임신한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사고였다.
바라지 않은 것이 생겨났기 때문에 사고였다.
거기에 대비하지 않은 나의 어리석음을 나는 탓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싫어요! 그녀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쟁쟁히 남아 있었다.
나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남근이 어느새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첫댓글 즐감요
감사
감사
굿,,즐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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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처음 읽었는데 재밌네요 즐감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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