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23년 7월 15일~16일(1박2일)
산행코스 :삼척 응봉산 재량밭골 계곡산행
참석자: 대장 김보상, 대원 노창호, 이충덕, 한효용, 원종철, 정영조, 하재철, 권귀동, 김지근 총 9명
올해도 어김없이 6월 하순부터 장마 관련 뉴스가 시작되고, 이어 전국적인 폭우피해 소식이 매일 방송과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산사태와 토사붕괴, 반지하와 저지대 도심 침수소식을 기본으로, 슈퍼 엘리뇨다, 홍길동 장마다, 야행성 물폭탄이다, 도깨비 폭우다 등등 온갖 신조어로 근년의 변덕스런 강우 행태가 언론기사화 되는데, 7월 산행대장은, 그래서, 그 예측불허 전개상황에 항상 긴장도 되고 플랜B 준비에 좀 피곤하기도 하다. 전국 곳곳이 비난리를 겪는데 마침내 산행출발 6일 전인 7월 9일 강원도 정선에서 대형 산사태로 군도가 통제되는 사고까지 나자, 이거 혹시 그 옛날 양평 설매재 휴양림에서 비와 술로 밤낮을 지새웠던 때처럼 이 번에 또 현지에 가지도 못하고 어만데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나 하는 우려가 뇌리를 스친다. 이 번에 침수로 난리가 난 군산에 살고 있는 딸까지 이 물난리속에 하필 무슨 계곡 야영산행이냐고 아우성이고. ㅋ.
이런 와중에 7월 9일 투병중이던 장모님이 갑자기 별세를 하셨다. 목요일 삼우제까지는 몸이 장례절차에 전적으로 묶여 있어야 하다 보니 대장 업무수행에 차질이 약간 생겨 일단 효용에게 식단관련 준비 및 점검을 부탁했다. 목요일 삼우제를 마치고 상황을 점검하니 산행참가 신청자가 대장 포함하여 모두 12인인데 속마음들이야 알 수 없지만 외견상 아무런 동요가 없다. 역시 구덕!! 주차 후 막영지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 우천대비 준비물들 충분히들 준비시키는 한편, 휴양림 싸이트에서 태백고원자원휴양림에 숲속의 집과 야영장 빈자리가 다수 있음을 확인한 다음 상황에 따라 그 곳을 일차적인 플랜B로 잡고 금요일 잠자리에 들었다. 출발일 아침, 비상황이 심각하니 산행일정을 1주일 연기하지는 박회장의 요청이 있었으나 여러가지 고려하여 원안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결국 타올 던진 인천팀에다가 지원이까지 기권함에 따라 총 9명으로 출발. 그 덕에 갑자기 출발 시간이 앞당겨진 법사, 좋은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빗속을 달려 제천으로 제천으로. 용천막국수(13:05). 효용의 인도어 루트파인딩 검색에 의해 발견된 곳인데, 맛도 나름 괜찮았지만 식당 여기저기 붙여 둔 안내문을 보고 짐작이 갈지 모르지만 약간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집이었다.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육군복무신조가 적혀 있는 약간 아리송한…… 사장이 인사계 출신인가? 여기서 질문 하나. 초등 1학년, 유치원생을 둔 4인 가족 부부가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이 집을 갔을 때 수육 1, 만두 2과 함께 막국수 “양많이”는 몇 그릇 이상 주문을 해야 하는 것인가? 갤러리에 올린 사진 안내문을 읽고 확실하게 답하시오. 제한 시간 1분. ㅋ
제천을 빠져나와 삼척 사곡리로 가는 길에 정든 탄광촌 고장의 이름들이 빗물에 젖은 차창밖으로 흘러간다. 통리, 정암사, 고한, 사북, 두문동재, 황지…… 똥짐지고 남한의 큰 마루금을 따라 걷던 그 시절이 언제였던가?…. 벌써 4반세기전의 일이다. 지금은 마시고 노는 갬블링 행복리조트가 되어 있는 건가? 동해에 다다르기 조금 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들어오니 곧 사곡리(17:05). 마을 사람에게 주차할 장소 안내받아 마을 공터 풀밭에 차 3대를 나란히 주차하고 짐들 챙겨, 할 일 없이 호스로 마당에 물뿌리고 앉아있는 영감님 앞을 걸어 지나 80리터 다나베낭 울러 메고 낑낑대며 입산한다.
보따라 물길 건넌다고 했는데 지금은 좁다란 철제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건너 현장에 와보니 이미 어느 팀에서 대 군사가 왔는지 텐트 열 몇 동이 전 싸이트에 걸쳐 쳐져 있다. 이게 멍미? 근데 둘러봐도 군사는 한 명도 안 보인다? 모두 단체훈련 갔나? 몇 년 전에 이곳을 와봤던 효용, 법사말에 의하면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형국이었다나? 마을에서 뭔가 캠핑싸이트 관련사업을 벌렸다가 중단되었거나 아님 아직까지 현재 진행중? 어쨌든 오늘은 우리 독탕이다. 싸이트 최상류에 막영준비를 하는 한편 모닥불터까지 만들어 불조 가동되고 어부들 국내 최고 떡밥 잘 비비고 뭉쳐 담은 통발 들고 물반 고기반 포인트 공략하니 이제 계곡옆 이 긴 긴 밤을 어찌 보낼 것인가만 남았네. 한 시간 남짓해 건져 올린 통발에는 피래미 한 냄비. 주방청팀 가동되고, 귀동이와 지근이가 가져온 위스키와 정종에다가 오는 길에 제천농협에서 장보았던 소백산 막걸리와 두꺼비가 갓 잡은 피리튀김과 돈구이를 안주로 쫀득하게 목젖을 적신다. 비는 안개비 수준이라 분위기 더 좋고 모닥불은 노르스레한 불멍과 함께 따따하고…..그렇게 재량밭골의 밤은 요란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가랑비속에서 차곡차곡 깊어간다.
아침에 일어나 통발을 살펴보니 한 곳에는 피래미가 가득하고 한 곳에는 한 마리도 없다. 그럴 수가? 자세히 살펴보니 고기가 없는 통발은 뒷문이 열려 있다. 역시 반창호 성님!! 강태공의 민바늘낚시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가능한 무공수준이다. 그리곤, 잡힌 피래미들까지 전부 무죄석방하라는 명령이 주방청으로부터 하달된다. 이것까지 미리 예상하여 손 안 대고 코를 풀었으니 과연 사막에서도 수영하실 팔자라……
철영을 완료한 다음, 골키퍼 자원하신 강태공 성님을 제외한 전원 가벼운 쌕 혹은 맨몸 차림으로 계곡상류를 향해 출발한다. 어제보다 계곡에 물이 많이 빠져 한 두 군데 빼고는 큰 어려움 없이 물길을 건너 다닌다. 하류지역 벗어나 산불로 검게 그을린 지역 지나서 두번째 폭포에서 알탕과 함께 계곡산행을 종료하고 하산하기 시작한다(11:55). 근데 몸 약하다고 계속 이렇게 날날하게만 산에 댕기도 과연 괜찮은 것인가? ㅋ.
점심을 임원항에서 하기로 결정한다. 과거 부산에서 설악산 다닐 때 임원항에 들렀다가 횟집 수족관속의 살아있는 아구를 발견하고 아구탕을 끌여 달라고 하여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임원항만 보면 그 맛이 입안을 멤 돈다. 임원항에 다시 왔는데 모든 게 너무나 바뀌어 어디가 어딘 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옛날 그 횟집 자리는 다른 상점 같은 걸로 바뀐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대충 적당히 널찍한 횟집 한군데로 정한다. 모듬회 같을 걸 시켰는데 제법 푸짐하게 나온다. 속초나 강릉과는 비교가 안되게. 역시 여긴 서울 때가 아직 안 묻은 모양. 물가 올리는 서울 냥반들이 오시기엔 거리가 워낙 머니까….. 막걸리까지 곁들여 푸짐하게 먹고 어항 구경을 나서는데……야, 어판장에 생물고기가 많이 있고 가격도 햐, 정말 좋네. 만원에 중치 고등어 열 대여섯 마리…. 무슨 꼬시래기 같은 고기하며 우럭, 광어, 도다리, 문어, 해삼……임원이 원래 청어 과메기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나는 과메기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그건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강원남부 동해안을 차로 지나간다면 임원항을 또 들릴 것만 같다. 방파제 위로 동해바다 일별한 다음 모두 귀경차량에 분승한다(15:55).
마지막으로 제2영동고속도로 양평휴게소에서 비비빅미팅을 마친 다음 일부 탑승자 멤버체인지 후 다시 분승하여 귀가길에 오르며(18:45) 1박 2일 산행일정을 마친다. 특히 먼 길 드라이버들 수고 많았고, 전대원들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산행협조 감사드립니다. 다음 계곡 산행이 기다려 진다. 8월 대장 누구요?
<끝>
첫댓글 팔월대장은 돌빼이성님이셨는데 사정이 생겨 반납했슴다. 당일 산행인데...
1. 사곡리 이장 전번: 010-5249-4107
2. 우리 막영지 아래 캠프: 어린이 상대로 주말에 캠프를 여는 장소로 확인했슴. 아직도 희미하지만,,, 도깨비 매직캠프 던가?
3. 임원항의 꼬시래기같은 고기는 쏠베감탱입니다.
4. 8월 대장은 내가 하지요 뭐. 니혼 나말프스 같다온 뒤니 대모산 산뽀나 하고 결과 보고 겸한 뒤풀이. 조사형님 약올리기는 덤.
형님들과 함께 한 재량박골 산행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시원합니다.
글재주도 좋으신 진사님!
멋진 산행후기 감상 잘 하였습니다~
고구려 유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