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思氣邪), 행호사(行好事), 막기심(莫欺心), 행방편(行方便), 수본분(守本分), 막질투(莫嫉妬), 제교사(除狡詐), 무계실(務誡實), 순천도(順天道), 화명근(和命根), 청심(淸心), 요욕(寮慾), 인내(忍耐), 유순(柔順), 겸화(謙和), 화족(和足), 염근(廉勤), 존인(存仁), 절검(節儉), 처중(處中), 계살(戒殺).....
독자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 글은 다름 아닌 퇴계 이황 선생의 유묵가운데 하나인 활인심방(活人心方)의 중화탕(中和湯)의 30가지 약재의 일부를 쓴 것이다. 활인심방은 원래 명나라 때의 현주도인 주권(玄洲道人 朱權)의 저서인데, 퇴계선생이 베껴서 쓴 것이 오늘에 전한다.
그 가운데 약방문 2개 중 한 개가 중화탕으로서 그 약재란 것이 동식물이나 광물이 아닌 정신적 덕목이란 점에서 더욱 흥미 있게 한다. 다시 말해서 마음에 조금도 그릇됨이 없어야 하고, 좋은 일을 행해야 하며 마음에 속임이 없어야 하고, 필요한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하고, 분수를 지키며 시기하거나 성내지 말고, 간사하고 교활하지 말며, 성실하게 행하고 하늘의 이치에 따르고, 타고난 수명의 한계를 알며 마음을 깨끗이 하고……. 등등.
그야말로 중화탕은 환자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 복용해야 함을 필수로 하는 약재로 이루어진 처방이란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는데, 이 약방문을 우리에게 전한 퇴계 선생 자신이 바로 이 약방문을 익히 알고 30가지의 약재를 골고루 배합 복용하여 70세(1501~ 1570)란 장수를 누리셨음을 볼 수 있다.
퇴계 자신은 장이 다질(壯而多疾)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특히 중화탕을 효과 있게 복용하신 분임을 알 수 있는데, 요즘 상문학원 재단비리로 문제가 되었던 상문고(尙文高)의 상(尙)씨의 조상인 상령(尙靈) 대감이 수찬으로 있을 때, 점술가로부터 수시간 별감에게 베푼 음덕으로 15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대로 15년을 더 살았다는 이야기가 해동명신록 6편에 전하여 선비들에게 회자된다.
이야기인즉슨 상진 대감은 종래에는 영상 벼슬에 이르지만, 그는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여덟 살 때 때 아버지를 여의고, 매부 하산군 성몽정(夏山君 成夢井)에게서 자랐으나 매우 출중하였으며 너그러웠다. 그가 수찬으로 있을 당시 수사간 별감이 임금이 쓰시는 금찬을 몰래 궐 밖으로 내다가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쓰려다가 들켜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 이를 안 상진이 너그러이 용서하고 금찬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게 하였던 일이 있었다.
바로 이 사람이 상진으로 하여금 15년의 수명을 더 살게 하였다는 것인데, 상진 대감은 바로 중화탕의 약재를 바로 알고 쓴 분의 한 분인 셈이다.
독자들은 중화탕의 남은 약재가 궁금할 것 같아서 소개하면, 성내는 것을 경계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지 말고 탐욕을 경계하고 열성 있고 진실하고 화목의 기틀을 깨달을 것이며, 사랑을 지키고 물러서야 할 때 미련 없이 떠나고 고요함을 지키면 맨 마지막이 음덕을 베풀 것이다.
생각건대, 저와 같은 소인은 약재 하나도 듣기 힘든 명약재를 가진 소인인 듯하여 부끄러워진다. 또, 활인심방에는 화기환(和氣丸)이란 단방약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참을 인(忍)자로 빚은 환약이라고 한다. 화가 날 때마다 화기환 한 알씩을 복용하면 마음이 가라앉아 병이 낫는다고 되어 있다. 정말 묘한 약임에 틀림이 없다. 매사에 참고 견디는 습성을 갖는다면 정말 병인들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거리에 나서면 자동차 홍수 속에서 조금만 차끼리 스쳐도 웃옷을 벗어던지고 사람이 빗발치는 네거리에서 주먹다짐을 하고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화기환 한 알쯤 입에 넣어주면 어떨까?
순리로 풀어야 할 정국도 당리당략에 빠져서 몇 달씩 국회를 공전시키는 의원들에게 중화탕을 잘 조제하여 한 탕기씩 드시게 하면 어떨까?
국제화 시대에 지구촌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정상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우리 선배의 귀감이신 퇴계 선생이 드시던 중화탕을 잘 조제하여 먹이면 어떨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너무 많은 약재를 넣어서 조제하면 힘이 들고, 어려움이 많지 않겠는가?
못된 짓 골라서 하는 사람에게 행호사재(行好事材), 사기꾼에게 막기심재(莫欺心材), 분수없이 날뛰는 자에게 수본분재(守本分材),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자에게는 순천도재(順天道材) 등 각기 알맞은 약재를 단방 약으로 조제하여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불교 경전인 대장경의 백약이란 글 속에서 기거존무시일엽(起居尊無是一葉)은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약이 된다. 불온기청시일약(不溫妓靑是一藥)은 주색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약이 되느니라. 불쟁시비시일약(不爭是菲是一藥)은 시비를 하여 다투지 않는 것이 약이 된다. 재병자성시일약(災病自省是一藥)은 재난이나 병이 생기면 스스로 자기 잘못이 없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약이다. 등등…….
100가지 건강을 해치는 사례를 들어서 그것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약이 된다고 하였다. 생각이나 행동을 잘못하여 생긴 병을 사람이 만든 약으로 어찌 고칠 수 있겠는가?
불타 성인의 말씀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 많이 있다고 본다. 장수하려는 우리 실천예절 독자에게 중화탕이든 화기탕이건 백약중 단방약이건 자기 몸에 맞는 약을 드시고 장수하심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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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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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 글 올려 주셨군요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