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쟁기업 단가인하로 인한 피해도 커져
#1 부천소재 기계 제조업체 A사는 원화강세와 엔저로 인해 수출물량 30~50%와 영업이익 30~40%가 급감했다.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70%인 A사는 “수출 감소분의 60~70%가 경쟁관계인 일본기업으로 넘어간 상황” 이라며 “기술이나 품질이 아닌 환율 문제로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산업용 자동제어 기기를 일본 기업에 납품하는 B사는 엔화 약세로 매달 100~200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B사는 우수한 품질로 일본 기업에 최근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환차손에 묶여 손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B사는 “조만간 거래처인 일본기업과 단가조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국내 업체들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엔화약세와 지속된 엔저현상은 정부 및 수출기업들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의 전문기관들은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중소기업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은 101.1엔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달러당 엔화 값이 110엔이면 중소기업 총 수출은 14.4%로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120엔 이상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97.7엔 △석유화학 99.6엔 △자동차․부품 99.7엔 △정보통신기기 100.3엔 △음식료․생활용품 100.7엔 등으로 대다수 업종의 환율 마지노선이 붕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철강 103.0엔 △기계․정밀기기 103.2엔 △조선․플랜트 103.5엔도 마지노선 환율에 가까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엔․달러가 110엔일 경우 수출감소율을 보면 음식료․생활용품이 2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무․플라스틱 20.5% △반도체․디스플레이 20.0% △철강․금속 18.6% △조선․플랜트․기자재 13.6% △자동차․부품 1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의 어려움은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엔화 및 유로화 약세의 수출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업체 70.3%가 현재 원·엔 환율 수준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상대적으로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이 엔저에 취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철강금속 61.6%, 기계류 54.3%가 원·엔 환율이 1000원 이상이어야 일본 경쟁제품 대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수출 경쟁력이 다소 취약한 농림수산·광산물의 업종도 65.5%가 1000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 섬유 및 화학공업 업종은 각각 48.3%, 36.0%가 상대적으로 타 업종에 비해 엔저 현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엔화 약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원·엔 환율이 10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업체 비중이 대기업 43.9%, 중소기업 55.3%로 집계됐다. 이어 일본 기업과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100엔당 900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속되는 엔화 약세로 수출 채산성 및 수출물량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 54.1%가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채산성 악화뿐만 아니라 수출물량이 줄었다는 업체 비중도 30.3%에 달했다. 업종별로 철강금속 71.8%, 농림수산·광산물 65.5%, 화학공업 52.0% 등이 채산성 악화가 심화된 것으로 응답했고 철강금속 46.2%, 화학공업 36.0% 등의 경우 채산성 악화뿐만 아니라 수출물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의 원·엔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57.7%의 업체는 당초 목표 대비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업종별로 농림수산·광산물 37.9%, 철강금속 23.1%, 화학공업 28.0% 등이 대일 수출경쟁력 취약 품목에서 10% 이상의 수출 차질을 예상했다.
엔저로 인해 일본 경쟁기업들이 수출단가를 인하했다는 응답은 43.3%를 기록했다. 5% 이상 수출단가를 인하했다는 응답 비중은 16.9%, 10% 이상 인하했다는 비중은 6.2%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 59.0%, 기계 44.3%, 등에서 일본 경쟁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엔·달러 기준 일본의 수출단가 하락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엔저에 따른 우리 수출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으로 추가 하락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는 65.5%가 수출 차질을 예상했다. 이 중 수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도 36.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 기업의 하반기 수출불안 요인은 ‘엔저현상’으로 32.8%를 기록, 가장 높게 기록됐다. 이어 27.6%가 ‘미국경기 둔화’, 25.9%가 ‘유가·원자재가격 상승’을 꼽았으며 ‘유럽재정위기’ 25.3%, ‘중국 경기둔화’ 19.3%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중소기업은 하반기 수출증대를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환율안정’을 59.7%로 꼽았다. 또 ‘수출마케팅 지원 강화’ 33.2%, ‘수출금융 지원 강화’ 28.5% 등의 순으로 집계되면서 실질적인 부문에 지원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은 “기업은 환율변동을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삼아 적극 대응하고, 원가절감 노력과 기술개발을 통해 비가격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지원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환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과도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여 정책 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과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환리스크 관리 강화, 원가절감 등 우리 수출기업들의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로화 약세에 관해서 국내 수출업체가 대 EU 수출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응답 업체의 51.8%는 현재 환율 수준인 1230원 내외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중 1300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업체 비중도 25.7%에 달했다.
< 최근 지역별 수출증가율 추이 >
(전년동기비, %)
2014 |
2015 | |||||
1월 |
2월 |
3월 |
4월 |
1~4월 | ||
총수출 |
2.3 |
-1.0 |
-3.3 |
-4.5 |
-8.0 |
-4.3 |
- 중국 |
-0.4 |
5.2 |
-7.7 |
-2.6 |
-5.2 |
-2.5 |
- 미국 |
13.3 |
14.6 |
7.6 |
16.8 |
-2.7 |
8.6 |
- 일본 |
-7.2 |
-19.9 |
-23.3 |
-23.5 |
-12.4 |
-19.7 |
- EU |
5.7 |
-23.1 |
-31.2 |
-9.7 |
-11.8 |
-18.8 |
자료 =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