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나는 성공했다?” 큰 병원 입원 한번 안 해보았고 겨울철 방에 보일러 안 껴도 속옷 바람으로 평생 지내도 잔병치레 한번 없이 코로나19도 잘 보냈다.
“하느님은 공평한 것 같다.”
망한 놈에게 건강을 선물해 주어서 이 나이까지 별 탈 없이 잘 버티어 온 것 같다. 엎친 데 덮친다고 힘들 때 건강하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건강하니“나는 성공한 사람이다.”라고 감히 자신이 있게 말해본다.
다 하느님 덕분이지만….
죽음이 언제 어떻게 불시에 찾아올지 모르지만, 죽음을 여한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나이까지 건강했다면 성공했다.
남들은 평소 우리 부부를 보고 미녀와 야수 또는 폭군 남편을 모시고 사는 요조숙녀 열녀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과 아내를 위해 내 인생 전부를 받치고 사는 불쌍한 남자일 뿐이었다.
외적으로 생긴 것이나 언행이 직설적이라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내 가족과 가정을 병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며 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산다. 내 인생에서는 내 가족이 먼저이고 최우선으로 살아왔다.
또 그렇게 살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무책임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겨준 나의 상처가 대물림하지는 않아야겠다고 늘 다짐하였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젊은 날 돈 걱정 없이 풍요롭게 살았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이다.
다행히 건강하여 내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버티며 왔다. 내가 건강하지 못했다면 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 불을 보듯 뻔했다.
앞으로 다가올 내 건강은 예측할 수 없고 또 모른다.
“건강하나?” “건강 잘 챙겨라.” 매일 인사말처럼 듣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인지 아직도 모른다.
잔병치레 안 하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큰 병 오면 정신줄 놓기 전까지 하느님 곁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 된다.
지금에 와서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벌써”“하필 나에게?”“할 일이 아직 남았니?”“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다.”하며 따지는 것보다 그냥 내 사랑이 필요한 가족에게 듬뿍 주면서 내 한 몸이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루 만 더!”하고 애원하는 것보다 “여태껏 이승에서 잘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이승에 미련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다가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이다.
사랑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성공은 이제 알만하다.
살아 있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버티며 처자식을 돌보며 가정을 지켜 왔으니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건강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성공한 남자다.”라고 감히 외쳐 본다.
“오늘까지 성공한 남자이기에 오늘 이승을 떠나도 이제는 이승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평생 건축장이로 살면서 하나뿐인 자식에게 변변한 집 한 채 못 물려 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받은 것이 없으니 물려 줄 것이 없고 ‘짚신장이가 헌 신 신는다’라고 건축장이 아비를 만나 남의 집 지어주고 내 집 하나 못 챙긴 아비를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