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차 시대는 왔는가?♧
요즈음의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으며 제일 필요하다 해서 구매하는 것이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루 생활을 하면서 자가운전을 하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경험하면서 자율주행차 시대는 언제쯤 상용화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이 되면 자동차의 실내는 이동을 위한 공간에서 생활 공간으로 바뀌고 공간의 자유가 허락된다. 더 이상 운전자는 운전석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며 시트 배치가 고정돼 있을 필요가 없다. 시트를 자유롭게 움직여 공간의 활용성을 높히고 탑승객의 편의를 더하는 기술, 시트가 회전하는 스위블 기능으로 뒷자석 탑승객과 마주보고 앉거나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거나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고, 수면도 취하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간단한 취식도 하면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업무를 보거나, 부족한 공부도 하고, 지겨우면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면서 생활하는 공간이 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가 더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기대를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레벨3 정도의 자율주행차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자율주행차의 심층을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이 나지 않으십니까?
♧자율주행차 개념과 자율주행 레벨의 기술 단계♧
미국 자동차 공학회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서 정의하고,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활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을 단계별로 분류해 본다. 레벨0에서 레벨5까지 총 6단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레벨별 기술수준과 제어의 주체와 주행 책임을 요약해 본다.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자율주행의 개념은 1960년대에 벤츠를 중심으로 제안되었고, 1970년대 중후반부터 초보적인 수준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아무런 장애 요소가 없는 시험 주행장에서 중앙선이나 차선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컴퓨터의 판단 기술 분야가 크게 발전하면서 장애물이 개입되는 자율주행 분야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국책 교통연구기관과 고려대학교 한민홍 연구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으며,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 이미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자유로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당 수준으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교통연구원에서 개발한 것인데, 현재의 자율주행 시스템처럼 임의의 경로로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유로 내에서 정해진 진출입로를 오가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2대의 컴퓨터를 활용하는데, 한 대는 교통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ㆍ판단해 주행을 통제하고, 다른 한 대는 주행에 대한 정보를 받아 차량의 운동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2010년대에는 딥러닝을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 연구가 급진전되어 상용차에 제한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IEEE의 보고서에 의하면, 2040년에는 전 세계 차량의 약 75%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 안전국(NHTSA)의 2016년 10월 이전 자동차 자동화레벨 5단계 (레벨0~4) 구분에 따라서 분류해 본다.
1단계는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인 선택적 능동제어 단계이다. 현재도 많은 자동차에서 지원하는 차선이탈경보장치나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이 이 단계에 속한다.
레벨 0
비자동화 (No Automation)이다.
운전자가 주행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단계이다. 운전자가 항시 운전하며, 차량의 시스템은 긴급상황 알림등 보조 기능만을 수행한다. 주행 제어의 주체는 인간이며, 주행 중 변수 감지와 주행 책임도 인간에게 있는 레벨이다.
2단계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처럼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들이 통합되어 기능하는 통합적 능동제어 단계로, 운전자들의 시선은 전방을 유지시키지만 운전대와 페달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레벨 1
운전자 보조 (Driver Assistance)이다.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기능을 통해 운전자를 보조하는 단계가 레벨 1이다. 시스템 활성화로 차량의 속도와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로 운전자를 보조한다. 주행 제어 주체는 인간과 시스템에 있으며, 주행 중에 발생하는 변수의 감지와 주행 책임은 모두 인간에게 있는 레벨이다.
3단계는 차량이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해 운전자가 독서 등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고 특정 상황에서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로, 웨이모가 이 단계에 속한다.
레벨 2
부분 자동화 (Partial Automation)이다
특정 조건 내에서 일정시간 동안 차량의 조향과 가감속을 차량이 인간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단계이다. 완만한 커브에서의 조향과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보조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행 중 변수 감지와 주행 책임은 인간에게 있는 레벨로, 운전자는 항상 주행 상황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시스템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등에서는 운전자가 즉각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
‘레벨3’부터 주행 제어와 주행 중
변수 감지를 시스템이 담당한다.
4단계는 레벨 3
조건부 자율주행 (Partial Automation)이다.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의 구간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며, 위험 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이다. 주행 제어와 주행 중 변수 감지는 시스템이 담당하며, 레벨 2와 다르게 상시 모니터링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시스템의 요구 조건을 넘어서는 경우 시스템은 운전자의 즉시 개입을 요청한다.
국토부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3에 대한 안전기준을 제정하였다.
2020년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와 판매가 시작되었다.
5단계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지차 넥쏘가 서울특별시에서 평창군까지 서울-평창간 고속국도를 자율주행 기능만 이용해 완주하는데 성공했으며, 광주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엔 자율주행교통시스템 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다.
2020년 10월13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경기도 화성시를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실증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레벨 4
고등 자율주행 (High Automation)이다.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주행 제어와 주행 책임이 모두 시스템에 있다. 제한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하다. 다만, 악천후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는 운전자 개입이 요청될 수 있기에 인간을 통한 주행 제어 장치가 필요한 단계이다.
6단계는 2016년 10월 NHTSA는 미국 자동차 학회(SAE)의 J3016문서에 명시된 자율 수준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현재는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기존: 5단계 → 변경: 6단계)
레벨 5
완전 자율주행 (High Automation)이다
운전자는 불필요하며, 탑승자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단계이다. 탑승자는 목적지만 입력하며, 시스템이 모든 조건에서 주행을 담당한다. 레벨5에서는 차량의 조향과 가속, 감속을 위한 제어 장치들이 불필요하다.
♧레벨3 손 놓고 자동차 타는 시대 개막♧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수준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 보조 역할에 머무르던 레벨2 수준에서, 시스템이 본격 운전 ‘주체’로 도약하는 시점이 왔다.
일본 혼다모터스는 올해 3월5일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모델 ‘레전드(Legend)’를 판매 시작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레벨 2~2.5 이하 수준으로 레벨3 자율주행차가 실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레전드는 혼다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트래픽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이 탑재했다. 시속 50km 미만 주행 시 인간은 운전대에서 완전 손을 놓아도 된다. 교통 정체로 인한 저속 주행 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혼다모터스는 트래픽잼 파일럿을 개발하기 위해 1000만개 주행 시뮬레이션과 함께 130만㎞에 달하는 고속도로 시험 주행을 진행했다.
이번 혼다가 출시한 레전드는 100대 물량 제한 판매돼 아직까지는 레벨3 자율주행차 ‘보급화’ 단계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고급 세단으로 출시된 레전드는 1100만엔(약 1억1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로 일반 사람들이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도 크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수준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속속 실현시키고 있다는 면에서 레전드 출시는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올해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하반기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BMW 역시 올해 안에 레벨3 자율주행차 판매 개시를 목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현대는 내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는 개발보다 ‘제도’ 정비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 최초 레벨3 자율주행차 시판을 이뤄낸 건 발빠른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일본은 공공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도로운송차량법 개정을 진행했다. 이어 11월 국토교통성은 혼다 트래픽잼 파일럿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레벨3 자율주행을 허가하는 법 개정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차량 시판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혼다가 3월말 출시 예고한 것보다 이르게 이뤄졌다.
실제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도 도로 규정이 제한돼 시판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독일 아우디는 2017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아우디 A8’을 선보였다.하지만 각국마다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규정이 달라 차량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지난해 5월 아우디는 결국 A8에 레벨3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17개 주에서 레벨3 이상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레벨3 ‘시험주행’ 허용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도입했다. 레벨3 자율주행차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며 주행 최대 속도, 최소 안전거리 등을 제시했다.
안전기준 마련에 이어 지난해 7월부터 국내도 ‘자동차로 유지기능’이 탑재된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와 판매가 가능해졌다.
자동차로 유지기능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율주행시스템이 스스로 안전하게 차선을 유지, 주행, 긴급 상황 대응 등이 가능한 기능을 뜻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예고한 제너시스 G90 모델에 시속 60km 내 이용 가능한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ighway Driving Pilot·HDP)’ 시스템을 탑재해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HDP는 곡선 주행과 차선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다.
GM은 2016년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자체적으로 무인택시 모델을 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승객 운송 시험 사업을 승인받았다.GM은 레벨3 수준의 슈퍼 크루즈 기능을 캐딜락, 쉐보레, GMC 등 주요 차종에 이르면 연말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 자율주행 기술개발 업체 아르고AI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안에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출시해 향후 5년 이내에 미국에서 1천대 이상을 운용한다는 목표다.
♧자율주행차의 눈 라이다의 진화♧
라이다는 ‘라이트(Light)’와 ‘레이더(Radar)’의 합성어다.
레이저를 발사해 빛이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빛의 강도를 측정해 거리, 방향, 속도, 온도, 물질 분포·농도 등 특성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카메라 센서, 배달용 로봇, 드론, 스크린 도어, 도로교통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특히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사람은 눈을 통해 전방과 주위를 보며 운전한다. 자율주행차에서 ‘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은 레이더와 카메라 그리고 라이다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주변 물체를 식별한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거리나 속도를 측정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환경을 3차원 모형으로 구현한다. 자율주행 정확도만 놓고 보면 라이다가 가장 앞선 기술이다. 단순히 장애물 유무뿐 아니라, 원근감과 형태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에 비해 객체 인식 정확도가 높다는 게 장점. 직진성이 강한 근적외선을 발사하고 객체를 3차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목표 객체에 전자파를 쏘는 방식의 기존 '레이더'에 비해 정밀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자율주행 등 관련 업계에선 라이다와 레이더 기술의 성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9년 공식 석상에서 "자율주행에 라이다를 활용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비판하면서 카메라 등 기술에 힘을 실었다.
반면 구글 웨이모, 샤오펑 등 업체는 라이다가 자율주행에 필수 기술이라고 입을 모으고 이를 탑재한 차량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볼보, 토요타,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은 물론 우버, 리프트, 구글 웨이모, 바이두, 네이버 등 IT업계도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은 본격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A아이, 벨로다인 라이다, 루미나 테크놀로지스, 오스터 등 뉴욕 증시에 상장한 라이다 센서 업체들이 성장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라이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높은 가격이 상용화의 최고 걸림돌이다. 제품 개발 초기에는 1대당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에 달했다. 거의 자동차 한 대와 맞먹는 가격이다. 지금은 가격이 떨어져 10분의 1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대량 생산하기는 부담스럽다.
반대로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라이다 개발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루미나다. 지난 12월 3일 나스닥에 입성한 루미나는 상장한 지 3일 만에 주가가 2배 올랐다.
루미나는 저렴한 가격에 라이다를 대량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7000~8000달러에 달했던 라이다를 5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포브스에 따르면 루미나는 올해 약 15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며 2026년까지 매출이 13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부터는 루미나 라이다를 탑재한 볼보 신차가 도로를 달릴 예정이다.
국내에선 서울로보틱스, 에스오에스랩, 소네트 등 스타트업 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지난해 7월 연세대 안종현 교수, DGIST 이재동 교수 공동연구팀과 실리콘 반도체를 사용한 장애물 감지용 라이다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에스오에스랩(SOS LAB)은 자율주행차의 눈이라고 불리는 고정형 라이다 개발 전문기업이다. 지난 1월 개최한 CES2021에서 차량용 라이다 기업 중 유일하게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최고 특허상인 세종대왕상도 수상했다.
업계에선 라이다 센서 양산가가 200만원 밑으로 낮아져야 도입을 검토해 볼 판이다. 현재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에 쓰는 레이더와 카메라는 대당 10만원대다. SOS LAB이 내년에 선보일 완전 고정형(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제품이라면 대당 양산가를 최대 5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차량 한 대에 4대를 달아도 200만원이 안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무대에 도전해 볼 만 하다.
루미나가 라이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라이다 개발을 위한 관련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구글 웨이모는 라이다 자체 개발에 나섰다. 미국 벤처 기업 쿼너지(Quanergy)는 시야각이 360도인 제품에 비해 저가인 120도 라이다 센서를 25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벨로다인도 내년 하반기 500달러 미만 라이다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드라이버는 우버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 ‘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그룹(Advanced Technologies Group·ATG)’을 인수했다. ATG가 보유한 라이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인텔은 자회사 모빌아이를 통해 2025년까지 자체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라이다는 독일·미국·일본 등 해외 선진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라이다 대량 공급에 성공한 기업이 없다. 국산화가 매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라이다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대부분 외산 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
삼성벤처투자는 라이다 3D 센서 스타트업인 미국 센스포토닉스(Sense Photonics)에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쿼너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라이다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전세계 라이다 시장은 지난해 11억 달러(약 1조2천667억원)에서 오는 2025년 28억 달러(약 3조2천242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7%에 달하는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각각의 센서를 자율주행차에 어떻게 융합해 적용할지 여부도 큰 관건"이라며 "향후 각 기술 센서의 장점을 모두 접목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는?♧
자율주행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안전성에는 의문 부호가 있다. 최근 테슬라, 도요타 등이 선보인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장착된 차량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 오후 2시께 도쿄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운행되는 도요타자동차의 자동운전 버스가 일본 선수를 치는 사고가 났다.
지난 8월 28일에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3가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에서 정차 중인 경찰차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당시 모델3 운전자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둔 상태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과 관련한 11건의 사고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로컬 전기차 브랜드 니오 차량이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 운전 보조 기능인 'NOP'(Navigate on Pilot)을 작동시킨 상태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사고 차들은 엄밀히 말하면 자율주행차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테슬라나 도요타의 사고 차량 모두 완전자율주행이 아닌 자율주행 레벨2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레벨2는 속도 조절과 차선 유지를 통해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사고가 난다면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율주행은 레벨4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자율주행차라고 부르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완전자율주행차가 나오기까지는 6~7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동향♧
최근 테슬라는 자동차 완전자율주행 접근 방식을 새롭게 전환했다. 곧 출시될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베타 버전 9는 자동 차선 변경과 고속도로 진출 등을 통해 최적의 노선을 모색하며, 자동 주차와 차량 호출 기능 등으로 이뤄진다. 전방 레이더를 알고리즘에서 제거해 오직 비전 시스템에 의존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 1월 FSD(Full Self Driving)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3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자율주행 시범 운전을 하기도 했다. 차량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센서와 내비게이션을 바탕으로 도심과 고속도로를 따라 운행했다.
테슬라 비전은 차내에서 카메라 피드를 분석해 주변 환경을 나타내는 심층신경망(DNN)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실시간 적응력이 우수한 8개의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로 이루어져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Autopilot)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utopilot) 기술 오류에 따른 잦은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6년 1월 중국 하북성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2018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3건의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2019년 8월,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전기차와 픽업트럭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실행한 채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다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픽업트럭을 들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탑승했던 조바니 맬도나도(15)가 사망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오토파일럿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라며 테슬라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테슬라 측은 기술적 결함이 아닌 전기차 운전자의 부주의함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반박했다. 현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24건의 충돌 사고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가 AI 데이에서 새로 개발 중인 완전자율주행 베타 버전 9와 자율주행용 슈퍼컴퓨터, 오토파일럿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등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주목된다.
♧자율주행 레벨4 로보택시 주도권 경쟁♧
무인 로보택시(Robotaxi)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로보택시란 자율주행차와 택시 서비스를 결합한 신조어다. 지난해 12월, 아마존 자회사 죽스(Zoox)는 세계 최초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대신한 기차 객실 형태의 좌석 배치, 양방향 주행 기능과 4륜식 조종 기능 등 독보적인 자율주행 택시로 당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많은 기업이 로보택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차 퍼스트 무버 구글 웨이모는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 이스트 밸리에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를 정식 운행 중이다. 보조 운전자를 동행하지 않은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0년 동안 웨이모는 시간대ㆍ거리 등에 관계없이 주변을 탐지할 수 있는 단일 통합 센서 및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 전면에 탑재된 라이다 센서가 주변 환경을 3D로 나타내며, 모든 방향으로 수백만 개의 레이저 펄스를 전송해 물체와의 거리 등을 측정한다.
웨이모는 자사의 기술이 단순히 운전자 보조 수준을 넘어섰다며 ‘자율주행(self-driving)’ 대신 ‘자동주행(fully autonomous driving)’이라는 용어 사용을 통해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크루즈는 2020년 로보택시 ‘오리진’을 발표했다. 운전대와 사이드미러, 페달을 모두 제거해 내부 공간을 넓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경제성을 고려해 센서 등 주요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네모난 박스 형태로 제작됐다. 최대 1백 마일(약 160km)의 거리를 주행하는 내구성도 갖췄다. 크루즈 CEO 댄 에먼(Dan Ammann)은 오리진을 “자율주행차이자 전기차이고, 공유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크루즈는 네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가 조사한 2020년 자율주행 순위에서 웨이모와 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자율주행차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을 이어 중국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포니닷에이아이(Pony.ai)가 2022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미 기술ㆍ산업 분야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포니닷에이아이는 미국 프레몬트, 밀피타스, 캘리포니아, 중국 광저우의 공공 도로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 여름에는 미국 어바인에서 보조 운전자를 동행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다.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술 기업 바이두(Baidu)는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해 설계한 바이두 로보택시 100대 가량은 안전요원의 동승 아래 베이징ㆍ충칭ㆍ창저우 등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자동 주차 시스템 ‘아폴로 발렛 파킹’과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 등 아폴로가 개발한 AI 기술을 로보택시에 적용해 고도화된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2025년까지 100만 대의 차량 실용화를 계획 중이다.
바이두 아폴로는 1,800여 개의 국제특허를 출원했으며 미국 내 테스트 주행거리는 166,245km 이상을 달성했다. 두 실적 모두 세계 1위다. 매년 발표되는 자율주행 순위 또한 매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바이두가 자율주행 분야 강자로 등극하며 머지않아 구글을 추월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앞으로 로보택시 업계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 폭스바겐은 2025년
지난달 6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두 회사가 밝힌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이다. 양사는 모셔널, 아르고 등 각각 수조 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을 자신들의 기술 파트너로 소개했다.
스타트업과 손잡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현존 최고 수준인 레벨4(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주도권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기술(IT) 경쟁력과 모빌리티 등 이종 서비스간 협업 능력을 갖춘 스타트업과의 연대로 구글 계열사 웨이모 등 자율주행차 퍼스트무버에 대한 추격을 본격화한 것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자율주행을 교통체증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도 주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IAA 모빌리티 2021 개막 전날인 9월5일 밤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와 함께 레벨4 자율주행 미니밴 ‘ID 버즈 AD’의 프로토타입을 처음 공개했다. 이 차량은 폭스바겐 대표모델이던 옛 마이크로버스와 비슷하게 생긴 전기차에 레이더11개, 라이다6개, 카메라 14개가 달려 실제 운전자보다 더 많은 것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 차량 지붕에 달린 고성능 라이다를 통해 400m 전방의 물체를 감지하고, 빛 감지 능력을 끌어올린 ‘가이거 모드’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독일 뮌헨 인근에서 실험 중인 차량은 2025년 폭스바겐의 승차공유 서비스 모이아를 통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로보택시로 상용화될 계획이다. 아르고는 폭스바겐 외에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가 대주주로, 5년 안에 미국에서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 호출 차량을 운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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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31일 최초로 공개한 고도 자동화(레벨 4) 단계의 자율주행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차량 천장에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할 수 있는 파란색 원통형의 라이다(고출력 레이저 센서)가 설치됐고, 그 아래 각종 센서가 장착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도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기반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씩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모셔널과 공동 제작한 것이다. 약 30개의 센서가 달린 차량은 360도 전방위 상황을 인식, 지난달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을 인증받았다. 현대차는 모셔널을 통해 2023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로보택시를 대량 공급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개발 중인 로보택시 실물을 앞다퉈 공개하고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밝힌 것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받았고, 인텔의 모빌아이는 복잡한 미국 뉴욕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처럼 레벨4 자율주행차 경쟁은 택시로 부터 시작되어 점차 승용차 쪽으로 옮겨 갈 것이다. 누가 주도권을 잡고 앞장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빌리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른 조류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2021년도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
최근 2021년 실적 발표에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옛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자율주행 선두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종합기술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획득,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는 2017년부터 현재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자동차·정보기술(IT)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 수준을 평가해 왔다. 단순 기술 비전보다도 전략에 대한 실행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당국과 함께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15개 기업의 비전, 시장 진출 전략, 파트너, 생산전략, 기술력, 판매, 마케팅, 상업적 준비, 연구개발 진행상황, 제품 포트폴리오, 제품 유지력 등을 평가했다.
올해도 IT 기업들의 강세는 계속됐다. 구글의 자율주행 부문인 ‘웨이모’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이어온 1위 자리를 지켰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원’의 기술력과 3,000만 마일(약 4,800만㎞)에 달하는 누적 데이터 덕분이다.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분야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2위를 기록했고, 아르고AI, 바이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과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앱티브’가 합작한 '모셔널'은 6위를 기록, ‘모빌아이’, ‘죽스’, ‘뉴로’ 등과 함께 ‘상위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멀지 않은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타볼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기업의 변신도 빨라야겠지만 정부의 대응도 선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이 잘 되어 있어 전국 어디에도 사통팔달 교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다. 지금은 고속도로 이용량이 적지만 어는정도 시간이 흐르면 교통량이 많아지듯이 자율주행에 따른 도로 정비와 신고속도로 건설에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보완해 나가는 길이 자동차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