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배터리 세계 1등 계속 할 수 있을까?
■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이유?■
2차전지(배터리)를 반도체 못지않게 국가의 주력 산업이 되어야 하는 명제는 기후문제로 인한 국가간 탄소중립 의무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종이 대세인 세상에서 연간 7000만 대 이상 쏟아지는 전 세계의 신형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전기모터의 힘에 의존해야 하는 전기차 시대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 미래 자동차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핵심키로 부상하고 있다.
20세기는 정교한 엔진을 만드는 나라가 자동차 선진국이었지만 21세기에는 더 세고 오래가며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나라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같은 존재라면 배터리는 동력의 원천인 심장이다. 반도체가 쌀이라면 배터리는 오일이다. 쌀이 없어도 못살지만 석유가 없어도 못산다. 따라서 자동차 배터리산업이 전동화, 무선화, 친환경화 등 산업의 미래 트랜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더 빠르게 충전해서 더 오랜 시간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2025년에 이르면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규모인 180조원 배터리 시장이 형성되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이유다.
■2021년 현재 우리 배터리 실력은?■
K-배터리 삼두마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최대 생산능력 보유, 세계 최다 고객사 확보 등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에게 배터리는 신성장 동력을 넘어 반도체에 견줄만한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10년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고,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도 경쟁국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2020년 기준 국가별 2차전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한국과 중국, 일본이 95%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점유율이 44.1%로 가장 높고 중국 33.2%, 일본 17.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의 싸움이다. 올해 상반기 사용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41.5%), 한국(34.9%), 일본(17.8%) 순이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이 해외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성장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 파나소닉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해 점유율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점유율을 보인 한국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화재 위험은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인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2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고 주요국 정부 간 공급망 선점을 위한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향후 10년이 2차전지 시장의 성과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2차전지 산업도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2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달러(한화 52조9300억원)에서 2030년 3517억달러(약 403조8500억원)로 8배, 같은 기간 전기차용 2차전지(EVB)는 304억달러(약 34조9000억원)에서 3047억달러(약 349조8870억원)으로 10배 이상의 성장이 전망된다.
■LG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1등 기업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IMF 사태로 나라가 온통 구조조정 물결 속에 재벌들의 빅딜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 당시 한국의 미래 먹거리 1등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는 삼성, LG, 현대그룹간에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정부의 개입으로 반도체는 삼성그룹으로, 자동차는 현대그룹으로 집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LG그룹은 빅딜의 소외자로 판정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 그 당시의 LG그룹은 새옹지마로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새로운 그룹의 성장 축을 전자와 화학(배터리 포함) 양 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화학에서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여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추진했다. 이 때가 1992년이었다.
이러한 결정은 당시 LG그룹 부회장이었던 고 구본무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영국 출장 길에 올라 현지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만들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삼자고 결심하고 귀국하는 길에 2차전지 샘플을 챙겨와서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 연구를 지시했다.
이렇게 시작한 2차전지 신산업은 이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되었다. 고 구본무 부회장의 '뚝심경영'이 빛을 발하는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라"는 명언으로 K-배터리의 새 장을 열게 되었다.
■전기차 배터리가 LG 재도약의 초석■
<사진설명>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의 배터리 진화 과정은 이렇다.
1998년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첫 대량생산에 들어가고 2000년에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2001년에 2200mAh급 노트북 컴퓨터용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이 그 당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 상황이 전기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을 추격하던 입장에 있던 한국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현재 LG는 전 세계 유일하게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 대륙 별로 배터리 생산 4각 체제를 완성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
LG를 상대로 한 GM의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은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력과 가격 켱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액체형과 달리 리튬이온이 젤 형태로 축적돼 있어 안전성이 훨씬 일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차량용 배터리의 시장을 주도해 온 일본 기업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50% 이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엔솔(에너지솔루션), 5월 배터리 사용량 세계 1위 탈환■
<도표설명>
2020년 5월, 2021년 5월 기준 글로벌 전기 승용차용 배터리 사용량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처음으로 중국의 CATL을 제치고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세계 1위에 올랐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2021년 5월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5.7GWh(점유율 28.7%)로 CATL 4.8GWh(점유율 24.5%)을 넘어섰다. 월별 배터리사용량 순위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올해 처음이다.
국내 3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급성장세로 전체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 SDI와 SK이노베이션 역시 5위와 6위를 기록하며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상위권에 랭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5.7GWh로 전년동월대비 3.7배 급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 SDI는 2.6배이상 증가한 1.0GWh(점유율5.1%)로 5위, SK이노베이션은 0.9GWh(점유율 4.8%)로 3.1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6위 자리를 지켰다.
국내 3사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 증가에 비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로 테슬라 모델Y(중국산), 폭스바겐 ID.4, 스코다 ENYAQ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피아트 500과 아우디 E-트론 EV 등의 판매 증가가 성장세를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와 현대 아이오닉5 등의 판매 증가에 따라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최근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 집계를 살펴보면 중국계 기업들의 공세가 무섭게 지속되고 있다. 국내 3사가 세 자릿수의 성장세로 추격하며 상위권 쟁탈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5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9.7GWh로 전년동월대비 3.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위축됐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11개월째 회복세를 띄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추이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ATL과 BYD를 비롯한 상당수 중국계 업체들의 약진으로 지속적인 중국 시장 팽창에 따른 중국계 업체 대부분이 점유율이 올라갔다.
이에 반해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계 업체들은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에 머물러 거의 대부분 점유율이 떨어졌다.
한편,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은 81.6GWh로 전년동기대비 2.7배 가까이 늘었다. 업체별로 CATL은 1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는 불과 0.4GWh 차이로 2위를 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 배터리 3사와 중국 배터리 2사와의 상위 기업의 합산도 여전히 한국이 1.4GWh 앞서고 있다.
■과연 우리가 계속 1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문제는 미래 차세대 배터리를 얼마나 빨리 개발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점은 액체전해질의 가연성 때문에 고온 환경에서 부풀어 오르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노후화가 진행되면 액체전해질에서 누수가 생겨 폭발할 수 있다. 게다가 내구성에도 한계가 크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1회 충전 시 약 300km 이상 주행하고 1개 총 500회 충전이 가능한 정도로 폭발 위험성과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3사는 부단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늘어나는 전기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는 기존 리튬이온 2차전지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 단위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공장 생산라인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양극재·음극재 같은 소재 개발과 공정 효율을 통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주행거리를 늘린 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가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을 8대1대1로 섞은 양극재를 적용한 'NCM811' 배터리를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8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기아 '니로' 전기차에 납품해왔다. 이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 폭발 위험성도 낮고 기기 이상이나 충격에 따른 폭발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성 향상과 동시에 주행거리 확대와 차량 경량화가 가능해 진다.
지난달 9일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0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2월 2023년까지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는 4배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맺은 셈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으로 고성능 배터리에 사용되는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의 선도기업이다. 하이니켈이라 함은 NCM(니켈·코발트·앙간) 양극재 주성분 중 니켈 비중이 높은 배터리를 뜻한다.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좋아진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출시하는 미국 포드의 대표 전기트럭 모델인 'F-150 라이트닝'에 'NCM9'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협력을 통해 2019년 세계 최초로 NCM9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생산해 내년 1월부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최대 6배 이상 높다. 한 번 충전에 2000km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폭발 위험성도 낮고 배터리 수명도 엄청나게 확대된다.
삼성SDI는 지난달부터 차세대 배터리 '젠5'를 항가리 공장에서 양산하고 있다. 젠5에는 니켈 함량이 88%인 NCA 양극재가 탑재된다. 기존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을 끌어올려 에너지밀도를 20% 이상 높이고 KWh당 배터리 원가는 20% 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젠5 기반의 배터리는 BMW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등에 적용된다.
지난달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 번 충전으로 837㎞를 이동한 루시드모터스의 '에어 드림 에디션 레인지' 모델에 삼성SDI가 루시드모터스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로써 각 형뿐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며 전기차 배터리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일본 파나소닉을 제쳤다.
미국 환경청(EPA)은 9월16일(현지시간) 에어 드림 에디션 레인지에 한 번 충전으로 837㎞ 주행거리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EPA가 현재까지 인증한 전기차 가운데 최장 주행거리 기록으로 꼽힌다. 종전 EPA로부터 공식 인증받은 최고 기록은 테슬라의 '모델S 롱 레인지'로 652㎞였다. 모델S 롱 레인지에는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록으로 삼성SDI는 주력인 각형 배터리 외에 원통형 배터리 부문에서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삼성SDI는 세계 최초 전기트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미국 '리비안'에도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2016년부터 루시드모터스와 협약을 맺고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시드모터스는 또 다른 모델 '에어 그랜드 투어링'과 '에어 드림 에디션 퍼포먼스' 모델도 각각 한 번 충전에 830㎞, 724㎞ 이상의 주행거리 등급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파나소닉의 종전 기록을 뛰어넘었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의 미래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 간의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로 액체 대신 고체물질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30% 가볍다. 1회 충전에 800km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하다.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높히면서도 크기는 반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를 사려고 할 때 한번쯤은 생각해 본다. 이 차는 열 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안 일어나라는 법이 있을까 하고 파는 사람에게 꼭 물어 봤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열 폭주 현상 없는 '꿈의 배터리'가 장착되면 폭발의 위험성은 해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 연구팀과 상온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한발 다가선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달려들어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지난달 7일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도요타자동차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개발에 1조5000억엔(약 15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아직까지도 순수 전기차는 생산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및 수소차에 집중하던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단번에 석권하겠다는 야망이 엿보인다.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을 뿐 아니라 대량 생산까지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사 누군가 양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경제성이 문제다.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40% 이상은 더 떨어져야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KWh당 120~130달러인 가격이 70~80달러대로 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배터리 값이 차 가격의 30% 안팎인 지금의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으면 팔릴 수가 없는 불안전한 상품이다.
K-배터리 삼두마차가 친환경 차량용 배터리 분야에서 리튬이온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술적 포트폴리오(리튬메탈,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를 갖춰 나간다면 반도체처럼 배터리에서도 초격차로 선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배터리 소재 광물 가치사슬 구축■
올해 6월29일 LG엔솔과 호주 광물업체 인피니티리튬 간에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 관련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LG엔솔은 매년 1만t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급을 받는다.
노트북, 모바일 등 IT 기기에 주로 쓰였던 탄산리튬에 비해 수산화리튬은 녹는 점이 낮고 니켈 등과의 합성에 유리해 전기차 등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배터리에 쓰인다.
이와 더불어 LG엔솔은 올해 6월 120억원을 들여 호주 제련기업 퀸즈랜드 퍼시픽 메탈(QPM) 지분 7.5% 인수했다. 2023년 말부터 10년 동안 니켈 7000t 코발트 700t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엔 세계 2위 리튬업체인 칠레 SQM과 8년 동안 리튬 5만5000t을 공급 받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QPM의 테크(TECH) 프로젝트에 참여해 3~5년 동안 연간 6000t 규모의 니켈을 공급받는 MOU를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호주 오스트렐리안 마인즈와 황산 코발트, 니켈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스위스 글렌코어와 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포스코(POSCO)는 2018년 호주 필바라미 네랄스로 부터 리튬을 연간 4만t 생산할 수 있는 리튬 정광을 장기 구매한데 이어 같은 해 3300억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염호를 사들였다. 지난해 측정 결과 염호 내 리튬 매장량은 1350만t으로 추정된다. 리튬 생산법인인 포스코리튬솔루션도 설립해 광양 율촌산단에 4만3000t 규모의 수산화리툼 공장을 착공했다. 음극 소재 원료인 흑연 광산을 보유한 호주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도 확보했다.
이처럼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확보하고자 장기 구매 계약과 업체 지분 투자, 광산 투자 등 여러 방안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가 주관하는 '한국 배터리 동맹'■
올해들어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K-배터리 삼두마차 수장들과 배터리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정비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는 오창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리튬황 배터리와 전고체배터리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는 삼성SDI 천안 공장에서 전고체 개발에 관해 협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현황을 공유했다.
삼성전자가 나노 신소재인 그래핀을 배터리에 적용하늗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충전 용량이 45% 크고, 충전 속도는 다섯 배 가량 빠른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는 소재 '그래핀 볼'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배터리 소재 개발에 성공한 사례 역시 배터리 1등 강국을 유지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
이처럼 배터리 소재 개발 소식과 현대차그룹과 K-배터리 삼두마차간의 K-배터리 동맹이 순항해 간다면 이 또한 배터리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할 것임은 자명하다.
■미국 전기차 심장 만드는 한국 배터리■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내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경쟁 확대에 따라 현지 위상이 동반 성장하게 되었다.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가운데 미국 완성차 1·2위인 GM과 포드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합작해 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생산을 하고 있는 미시간주 공장(5GWh)과 곧 부지 선정 예정인 미시간 공장(70GWh) 건설 예정과 2019년 12월 미국 완성차 1위 기업인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계획한 공장 건설이 완성되면 총 145GWh 생산 능력을 갖게 된다.
미국 완성차 2위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28일 총 13조5000억 원 규모의 전기자동차·배터리 합작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단숨에 미국 현지 생산 능력 1위 배터리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이날 양 사에 따르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미국 테네시주 공장은 1550만m2 규모의 땅에 배터리 생산 능력 43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포드의 전기차 조립공장과 함께 들어서게 된다.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은 628만m2 땅에 세워진 43GWh 2곳으로, 총 86GWh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양쪽 단지 모두 2025년 가동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1공장과 2공장을 합쳐 미국에서만 연산 약 150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항거리와 중국 등의 공장을 포함하면 2025년 글로벌 200GWh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이다.
삼성SDI가 첫 미국 배터리 셀 공장 부지로 일리노이주와 미시건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지역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사가 위치한 곳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연내 미국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와 외신보도 등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에 3조원, 미국 전기차 벤처기업 리비안(Rivian)에 1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배터리 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데, 현재 일리노이와 미시건, 조지아 등 3곳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리노이와 미시건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일리노이는 삼성SDI와 배터리 협력을 진행 중인 리비안이 위치한 지역이다. 리비안은 현재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전기차에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약 800억 달러(약 94조원)로 추산된다.
미시건 디트로이트에는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공장이 있다. 스텔란티스는 푸조·시트로엥·피아트·지프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4위 완성차 업체다. 지프의 첫 전기차인 ‘2021 랭글러 4xe’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미시건 오번힐스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시건에 셀 공장을 건립할 경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완성형 배터리 공장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 배터리 업체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트너사로는 삼성SDI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귀한 상황에서 미국 현지의 공장 건립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어 연내 부지 선정을 완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핵심 부품을 75% 이상 현지에서 생산해야 북미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는 신북미협정(미국·멕시코·캐나다 간 협정)이 2025년 7월 발효될 예정이어서 이 시점에 맞춰 미국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K-배터리 발전 전략과 정부의 역할■
<도표 설명>
2030년 차세대 이차전지 1등 국가 대한민국 비전과 추진전략
정부는 2021년 7월8일 2차전지(배터리) 1등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발전 전략과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관련 사업과 기업에 연구 개발(R&D), 세제, 금융 등을 폭 넓게 지원한다는 게 핵심골자다. 일명 K-배터리 발전 전략이다. 2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반도체 못지않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이차전지 산업 매출액 166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이를 위해 국내 전지 3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오는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R&D·세제·금융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차전지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R&D에 최대 40~50%, 시설투자에 최대 20%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정부의 K-배터리 발전 전략은 우리나라를 글로벌 배터리 산업 선도기지로 구축해 독보적인 1등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종합 지원 대책이다.
이차전지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면서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들이 제조기반 구축, 배터리 기술 및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앞으로의 10년이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서 각 국의 위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략에는 전지 3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2030년까지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는 R&D·세제·금융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이차전지 R&D 허브와 선도 제조기지(Mother factory), 핵심 소부장 공급기지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발전 전략의 구성은 업계간 연대와 협력 문제, 핵심 인력 양성 문제, 공급망 강화 문제 등을 산학연이 어떻게 구체화 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다.
K-배터리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포착되는 마당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배터리 3사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간 협력 시너지를 마련해야 한다.
사용자인 배터리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소부장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식의 협력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야 내재화의 바람을 막을 수 있다. 결국 소부장 업체들의 기술력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발시킬 수 있다.
소부장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 R&D 능력을 강화하고 상용화를 통해 배터리 기업과 소부장 업체의 공생 발전과 해외시장 공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 배터리 강국의 면모를 유지해 배터리 1등 국가의 위상을 계속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1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를 추진한다.
2025년까지 리튬황전지, 2027년 전고체전지, 2028년 리튬메탈전지 등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를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소부장 핵심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도기지 구축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해외 원재료 확보와 국내 재활용 소재 생산능력을 강화한다. 민간의 해외 소재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 채널 강화 및 비축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이차전지 재활용을 통한 원재료 확보 기술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또 올 2월 지정된 소부장 특화 단지를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배터리 3사와 정부가 공동 출연하는 800억원의 혁신펀드,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한 세액공제, 개정 유턴법에 따른 인센티브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외에 설비 투자시 해외사업장 청산·축소 요건을 면제해 유턴기업에 해당하는 투자 인센티브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석박사급 설계·고도분석 인력을 늘리고 '기초·응용+특화, (재직자)기술애로 해결 교육' 등을 통해 연간 1100명 이상의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30년 12조원 2040년에 87조원으로 급성장하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 후 이차전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분야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내년부터 정부가 지원금 등을 통해 확보한 전기차 폐배터리의 시장 방출을 시작하고 사용후 이차전지 회수→수집·운반→보관→ 매각→성능평가→활용 및 제품화까지의 전 과정의 산업 육성에 나선다.
테슬라는 자체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지난 8월 테슬라가 공개한 연간 전략보고서를 통해 밝혔다.폐배터리 시장을 '신광맥'으로 발굴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빨라지고 있다. 다 쓰고 버린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소재를 뽑아내 그대로 새 배터리를 만들게 된다면 친환경성과 자원 확보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선박·기계·공공ESS 등 이차전지의 신규 적용이 가능한 민간·공공시장을 창출하고 대여·교체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수 있도록 신산업 발굴·육성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배터리가 국가의 전략 산업이 된 이상 정부가 주도하는 산학연 중심의 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져 한국이 지향하는 세계 일등국가 일등제품이 탄생될 수 있음을 머지않은 미래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대응이 좀 빨랐더라면 한국이 배터리 강국이라는 소리를 세계 도처에서 좀 더 일찍 들을 수 있었는데 한국 배터리는 이제 산의 정상에 막 오른 상태이다. 배터리가 우리의 확실한 먹거리가 되는 것은 지금부터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정부부터 시작해 관련 기업들과 학계와 연구 단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협력해 나가느냐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