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남겨 준 유산
옛날에 무척 가난한 농부의 집에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집 아들이 나이가 차서 성인이 되었지만 노력해도 형편이 나아지질 않으니 희망을 포기한 채로 세월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어찌 인연이 닿아서 그 아들이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먹을 양식도 없는 집안으로 시집을 온 젊은 새댁의 눈에는 집안에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벌 의지를 잃어버린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그 농부의 앞집에는 대궐 같은 기와집을 지어 놓고 사는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 부자 집 마당을 보니 곡식 낟가리가 마당 한 복판에 집체만큼 쌓여 있었습니다.
가난한 집 며느리가 남은 양식으로 밥을 해서 시아버지와 신랑에게 먹이고는 저 부잣집처럼 우리도 낟가리를 쌓자고 제안했습니다. 곡식이 없으니 흔하디흔해 빠진 돌들을 주어 와서 낟가리를 쌓자고 했습니다. 신랑과 가족들은 싫었지만 노느니 염불한다는 새댁의 말을 따라서 열심히 돌을 주어서 쌓았습니다. 동내사람들 모두가 새댁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했으며 심지어는 정신이 돈 사람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새댁이 없는 곳에서는 동내 아낙들이 흉을 보면서 쑥덕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돌을 쌓았습니다. 앞집의 곡식 낟가리 높이만큼 쌓아지자 맨 꼭대기에는 넓은 덮개 판을 부자 집 곡식 낟가리처럼 그대로 흉내 내어서 올리고 갈무리를 하였습니다. 돌무더기였지만 한마당 그득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밤에 앞집 부자가 뒷집 마당을 보니 돌무더기 전체가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금 무더기였던 것입니다. 부자는 그 금 무더기가 탐이 나서 자기 마당의 곡식 낟가리와 바꾸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걸 모른 뒷집 아들은 좋아라하며 덜컥 승낙하고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새댁은 남편을 나무라지 않고 “당신은 부자가 하는 그대로 따라만 하라”고 일러주며 일단 부잣집 곡식 낟가리부터 자기 집으로 옮기도록 시켰습니다. 황금덩어리를 몽땅 가져오게 되어 신이난 부자는 곡식 낟가리 제일 꼭대기에 있는 가마니 하나를 들어서 내리더니 그건 자기 곳간에 들여 놓고 나머지 곡식만 주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줄때도 자기 복(福)을 다 주면 안 된다는 교훈이 담긴 부자들만의 습관이었던 것입니다.
곡식을 다 옮긴 후에 돌무더기를 앞집으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댁은 신랑에게 부자가 한 것처럼 돌무더기 가장 꼭대기에 있는 덮개판 돌은 들어 내려서 자기 곡간으로 옮기라고 시켰습니다. 나머지 돌들이 전부 부잣집 마당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밤이 되어도 돌에서 금빛 광체가 나질 않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돌무더기 꼭대기에 얹힌 덮개 판 그것 하나만 금덩이였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가난하게 살던 우리 어머니가 내게 들려준 옛날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 나는 부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열심히 관찰했고 이유는 몰랐지만 그대로 흉내 내기를 했습니다. 그때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든 부자들의 삶의 모습이 어떠했을까요?
부자들은 하나 같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근면하였고 검소하였으며, 남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절대로 소득이 없는 일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후 카네기의 인생론 전집을 읽었는데 기억나는 한마디를 소개 합니다
“침몰하는 배에는 황금을 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