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을 잘 안 찍는다. 사진이 넘치는 세상에 살기도 하는 이유고, 나의 게으른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상물을 벗어나면, 새로운 지경이 열린다.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글을 읽으며 내 자신의 영상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일은, 과거에는 늘 하던 방식이었다. 그런 방식을 나는 좋아한다. 그러나, 남이 내 생각에 쉽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서울역 구내의 처남의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고, 목포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용산역으로 이동을 했다. 왜 용산역인가? 물론 서울역에서도 목포행 KTX가 있다. 있기는 하지만 운행 편수가 아주 적다. 그에 비해서 용산역은 호남선의 중심 출발역이다. 여기에서는 호남으로 가는 KTX를 포함한 모든 기차가 출발 아니면 최소한 기착을 한다. 서울역에서는 가는 시간을 맞출수가 없어서 그리했다.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주중인데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객실은 여유가 있었다. 세상에 온전한 만족은 없다. 빠르고 깨끗하고 잘 정비된 KTX는 빠른 속도로 노선 위를 질주하는 끼닭에, 완행열차를 타고 과거에 지나갔던 거의 모든 작은 역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홍익회의 열차내의 군것질 판매도 하지 않는다. 아무튼 기억의 창고가 깊으면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내가 한국이든 어디든 호텔을 잡는 방밥은 간단하다. 지금은 예약 사이트들이 많아서 이를 비교하면 쉽다. 그러나 너무 여기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그냥 우리가 잘아는 Expedia와 같은 글로벌 사이트로 가면 무난하다. 내가 가진 신용카드는 체이스뱅크의 사파이어인데, 여기에 쌓인 포인트를 이용해서 여행섹션과 링크를 하면 바로 Expedia와 연결이 된다. 여기로 가면 원하는 도시는 물론 지역까지 구분이 되어 있어서 서울처럼 큰 도시에서 호텔을 찾기가 아주 쉽다. 숙박료를 포인트나 달러로 지불할 수가 있어서 필요에 따라 쓰면 된다. 나는 이 사이트를 통하여 서울 강남의 오라카이(Orakai) 호텔의 5박도, 목포의 1박, 그리고 여수의 2박도 예약을 했다. 여기에는 신상 정보도 세금도 포함되기 때문에 호텔에 가서는 간단히 열쇠 혹은 키카드만 받으면 된다.
기차는 쏜살같이 달려서 불과 2시간 30분 만에 목포에 닿는다. 기차에서 나오니 오후 5시 30분 쯤이 되었다. 이젠 잡아놓은 호텔로 가야한다. 목포는 작은 도시라 Expedia 사이트에서의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샤르망이라는 목포 도심지의 호텔을 잡았는데, 가격이 저렴한만큼(30 달러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그래도 나그네가 하루를 지내기에는 큰 흠은 없었다. 나는 리뷰를 잘 읽어보고 싸고 깨끗한 숙소를 찾는데 이골이 났다. 물론 아내를 대동할 때에는 이런 저렴한 숙소에서 가끔은 좋은 곳으로 가야함은 꼭 기억할 일이다.(만약 연인과라면 자신에게 물어보라.ㅎ) 그리고 지방의 역전이나 버스 터미날에서 도시 내로의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이동은 택시가 제격이다.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타면 불편함은 물론이고 가성비를 따져봐도 손해다.
도착한 후에 제일 처음 해야할 일은 주변을 살피는 일이다. 자기가 묵는 곳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제 발로 걸어 주변을 답사하면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다. 주변이 파악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남자가 이 일을 혼자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으로 부터 신뢰를 받는다.^^ 우리는 함께 호텔에서 나와 주변을 조금 걸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목포 해상의 케이블카를 타기로 마음을 정했다. 택시를 타고 유달산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여기에 도착하니 저녁놀이 물드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최상의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케이블카는 두 가지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밑을 유리로 만들어 아래가 투명한 것과 아닌것의 두 가지다. 우리는 그런 것을 미리 알지 못하여 그냥 보통의 것을 탔다. 케이블카는 목포의 이른 밤바다위를 날아가듯 미끌어지며. 아름다운 다도해의 바다를 발아래로 황홀하게 펼쳐준다.
그리하여 목포의 하룻밤은 피곤한 육신으로 인해 잠에 떨어지고,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는 배낭을 메고 호텔에 작별을 고하고 길을 나선다. 택시를 불러 다시 목포 역전으로 가서 짐을 역전의 무인 자동 사물함에 맡기고, 가벼운 행장으로 목포의 옛 시가지를 걷기로 했다. 시장이 반찬이니, 그저 걷다가 눈에 뜨이는 밥집에 가서 한끼를 해결했다. 뭐 전라도, 특히 남도에서는 어느 곳을 가도 음식이 나쁜 곳을 만나기는 쉽지않다. 한 술 뚝딱하고 목포의 역사가 가득 담긴 길을 걷는다. 역사의 현장을 쉽게 보게 하기 위해 친절하게도 길위에 색갈을 칠한 줄을 그어놓아 우리와 같은 외지의 여행자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시간이 짧은지라, 많은 곳을 볼 수는 없어서, 목포 근대 역사 박물관을 찾아 목포라는 도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았다. 늘 그렇지만, 도시는 부침이 있다. 한 때는 이 목포가 전라남도의 중심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광주와 여수에 밀려 쇠락한 모습을 보인다. 한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한 도시의 쇠락과 부상, 그러니까 부침(浮沈)이라고 하는 것은 반복을 거듭한다. 사람은 기껏해야 한 세기를 살다 가기에 이런 도시의 부침을 다 경험할 수 없지만, 역사의 기록은 남아서 후에 오는 사람에게 그 변화의 편린을 간접으로나마 경험을 하게한다.
이렇게 짧게 목포를 보았지만, 분명히 가치있는 방문이었다. 뭔가 잘 정돈되고 갖추어진 도시는 아니지만, 역사의 그늘 속에 인간의 정감이 살아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이 도시는 다음에 다시와서 좀 더 살피기로 마음을 먹는다.
-계속-
첫댓글 목포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입니다. 상상 속에서는 뭔가 쇠락하고 침침한 연상이 됩니다. '목포의 눈물'이라는 제목에서 영향을 받아서인지 슬픔과 연민 그리고 이별이 떠오릅니다. 아톰님의 자유롭고 친절한 인성이 글에서 그대로 묻어나는군요.
길위에서 걷는 인생!!! 참으로 멋지십니다!!!
퇴직도 82하시고 스무살 미국에 가서 미군입대도 멋지고...여행을 즐길줄 아는 멋진 분!!
벤쿠버로 오시면 전영관님과 함께 인사동 (괜찬은 한식집) 에서 제가 식사대접 하겟습니다!! ㅎㅎㅎ..
출장 갔을 때나 처음 가본 타지에서의 밤은 뭔가 모르는 설레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주아톰님 글 읽고 나니 중년의 로맨스를 계획하고 계시는, 특히 여행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은 분들은
"숙소 주변 선 탐색" 등 이성의 신뢰를 얻는 노하우를 잘 기억하시면 도움 되겠네요. ㅎㅎ
목포는 1970년도에 제주도 갈때 올때 배타고 갔던 곳인데 딱 하나 기억에 남는건 배에서 목포에서 새벽에 내리는데 군인이 제가 가지고 있는 군용 A텐트를 빼앗고 오전에 오라고 돈을 원하는 건지 뭔지 몇시간을 빌빌하다가 가니 그냥 주더군요...
즐거운 행복 거두기를 성공적으로 하시네요~~저도 주변에서 거두기를 희망합니다~~
목포에 가면 케이블카 타고 손고모가 추천하신 당거에서 팥죽도 먹어보고 싶네요. 덕분에 오늘도 알찬 여행정보와 사진이 필요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신 필력에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 계속 하시길 바랍니다. 4편은 언제 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