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의 나들이
뒷방 지킴이 또래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갑자기 나들이를 시작했다.
머리가 희끗 희끗한 황혼에 접어든 이들을 보고
또래들이라고 하니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오수의 즐거움을 몰아내고 결코 거창 할 것도 없는
한 끼의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인원을 셈하니 6명
서울 중심에서 멀지 않은 대곡지하철 역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갈비탕집이 있다.
소문과 맛이 겸비한 집이라서 그런지 점심으로 손님이 많다.
때로는 기다리기도 한다.
지나오는 길에는 4월의 따뜻함이 뭉글 뭉글
살 속을 파고들고 대지는 성김 없이 푸르고
아름다운 꽃들을 아무데서나 너주레하게 피어있다.
아무리 좋은 계절이라고 해도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간에 들리는 소문은 안 좋은 소문 들 뿐이다.
한 친구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빌딩도 가지고 있고
물질로서는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만
대장암 수술 후 몇 년을 잘 버티다가
지금은 안 좋은 상태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집사람마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 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또 오늘 아침 미국에 있는 친구가 갑자기 기침이 심해서
의사와 상담 중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실로 갔는데
전에 앓았던 폐암 후유증으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아픔을 느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의 포갬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니 포갬의 한 순간인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졸업 때 근 450명이나
지금 그나마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60명 70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활동이란 직장이나 자기 사업을 하는 등
특별히 주어 진 일이 아니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는 단순한 활동을 의미한다.
이곳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나도 다행이다.
나도 큰 병을 치르기는 했지만
다행이도 아직까지 건강하게 지내니
이 하나 만으로도 나는 아직도 돈을 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친구를 만나 야외에서 바람도 세고
속에 들어 있는 답답한 마음을 실토록 쏟아내니
기분이 날라 갈듯이 좋다.
대화의 결론은 가까운 시일 내에 또 근교 가까운 곳으로
다시 나들이 하자는 것이다.
아마 이 뜻에는 늙은 또래들의 삶에 대한 반란이 숨어있으며
아직도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리다.
돌아오는 길 포장한 갈비탕을 들고 딸집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거기에는 정이 듬뿍 들어있다.
가져가는 할아버지도 좋고
맛있게 먹는 손녀 보니 더욱 좋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
이런 날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리라.
2018년 4월 14일
너를 사랑해 / 임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