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볏짚 원형 곤포사일리지
사람은 자신이 기억한 것을 쉽게 잊지 못한다. 특히 어릴 적 추억과 고향에 대한
향수는 남다르다.
아버지는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나면 볏짚을 우마차를 이용하여 집 마당가에 옮겨 무너지지 않도록 수북하게 쌓았다.
겨울철 틈이 나면 마당가에 쌓아놓은 볏짚을 헛간으로 옮겨 아버지와 같이 작두로 썰었다. 작두질은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다. 볏짚을 써는 일은 두 사람이 하기 때문에 나는 온 신경을 써야했다. 볏짚을 자르다가 까닭 잘못하면 작두에 아버지 손가락을 자른다. 친구 집에 머슴 살던 초등학교친구는 작두에 손가락이 잘렸다. 가끔 그 친구를 모임에서 만나면 소시적 생각이 떠오른다.
몇 년 전부터 논에는 흰색, 검정색의 비닐(곤포)사일리지가 가슴에 빨간색으로 숫자를 세기고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를 타고 들판을 지나 가다보면 흰비닐에 싸인 흉물스런모습을 자주 본다.
비닐을 꾸려 포장한 곤포(梱包)와 순수한 우리나라말이 아닌 사일리지(silage)를 사용하려하니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벼를 수확 후 볏짚을 비닐(곤포)에 싼다는 용어인‘생 볏짚 원형곤포사일리지’용어는 아직 생소하다.
생 볏짚 원형 곤포사일리지보다는 볏짚뭇가리(볏짚묶음)으로 사용했으면 한다.
정부에서는 볏집 곤포사일리지 지원사업으로 축산농가의 조사료생산 의욕고취와 수입조사료 대체로 생산비를 절감하려 한다. 곤포사일리지 제조농가 또는 생산 단체등가 곤포사일리지 제조용 자재 비닐, 네트 및 발효제를 구입하면 국가보조금 40%를 지원해주고 있다.
생볏짚 원형 곤포사일리지는 논 1마지기(662㎡,200평)에서 2개정도 나온다. 1개 무게는 300~400kg, 곤포 한롤(roll)에 최소한 5만원은 넘는다. 2개월후 사일리지가 곤포속에서 발효되면 축산농가는 일반배합사료와 섞어 소먹이 감으로 사용한다.
오늘 예산군에서는‘2013년 생볏짚 곤포사일리지 자재지원계획'을 읍·면사무소로 문서를 보내왔다.
생볏짚 원형 곤포사일리지 용어는 축산인은 귀에 익숙한지 모르겠지만 면사무소에서 축산업무 보는 나 자신도 용어자체가 달갑지 않다.
면사무소에 곤포 사일리지사업신청 하러 방문한 축산농가주가 '그게 뭐더라.'라며 정확한 용어를 말하지 못하고 서 있어 신규직원도 답답한 표정을 지은적 있었다.
일반배합사료에 섞는 볏짚 원형 곤포사일리지는 사료 값 부담이 큰 농가에 이롭다.
농업, 축산 업무를 보다보면 용어를 순화하든가 바꾸어야 하는데 수십 년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벼 도정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 용어 미강(쌀겨.米糠), 쇄미(부서진 쌀의 싸라기.碎米), 설미((배유가 충실하게 채워지지 못하여 종실이 작은 쌀알.屑米)를 쉬운 용어로 변경할 것과 공공비축미곡 매입(그 당시 매상. 수매)시‘섬(석)’대신에 알기 쉬운 용어‘가마’로 사용하자는 내용을 수년전 모 신문사에 독자투고를 한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 다음해 전국적으로 내가 주장했던‘섬(석)’대신에 알기 쉬운 용어‘가마’용어로 변경 사용하여 보람을 느꼈다.
수년전 들판마다 볏짚더미가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그러한 볏단을 보고 있으려면 풍족스럽게 느껴졌다. 이제는 용어도 생소한 곤포사일리지가 그 자리를 버티고 있다.
시골에서 볏짚하면 떠올리던 어릴 적 추억거리가 하나씩 줄어들어 못내 아쉽다.
첫댓글 살며 사랑하는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변화하길 희망하면서
앞장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데
맡은바 위치에서 열심인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예천사람들은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계시기에...
충절의 고장 충남 예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 수덕사, 예당저수지, 추사고택등이 유명합니다
매번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생명문학에 찬사를 보냄니다
예천에 다녀온지 좀 되었네요
선생님을 뵙기위해 기회를 만들어야 할까봐요
충남 예산입니다
충남 예산에 오시면 반갑게 모시겠습니다
맞아요 예산, 저는 자꾸 예천하고 혼돈이 되더라구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볏짚을 잘 보진 못했지만, 국어책에 나오는 사이좋은 형제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용어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곤포사일리지라는게 있군요.
현장에서 농촌을 위해 힘쓰시는 모습이 우리의 부모형제 대하듯 애정을 갖고 임하시네요.
마음으로 부터 응원을 보냅니다.
열심히 예산군민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국어책에 나오는 실존 인물 <의좋은 형제>는 우리고장( 예산군 대흥면 )이야기입니다.
김창배국장님은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계시고 창작활동도 열실히 하셔서 정말 모범적인 삶을 살고 계시네요. 글도 얼마나 진솔한지 읽을 때마다 감동입니다. 아주 감사드리고 소설창작품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수고하세요.
김종길 국장님을 카페에서 만나게되어 반갑습니다.
소설까지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저는 예산문협사무국장 떨어진지 7개월이나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