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바이러스’를 만든 5개의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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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종플루(H1N1)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과학자들은 신종플루 바이러스와 H5N1 바이러스가 만나 유전정보가 뒤섞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성은 약하지만 전염성이 높은 신종플루와 전염성은 낮지만 치명적인 H5N1이 합쳐질 경우, 높은 전염성과 치명적인 독성을 함께 갖는 괴물 바이러스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론 푸히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미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는 H5N1이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도움 없이도 높은 전염성을 새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 바이러스가 ‘괴물’이 되는 데는 두 개의 유전자 속에 일어난, 고작 다섯 개의 돌연변이만이 필요했다.
푸히르 교수는 먼저 H5N1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3개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조류의 세포를 숙주로 하는 H5N1이 포유류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돌연변이다. 푸히르 교수는 유전자의 3군데에 돌연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를 족제비에게 접종했다. 족제비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아직 다른 족제비에게 공기를 통한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자 족제비는 감염 증상이 나타나고 시름시름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 때 족제비의 체내에서 배양된 바이러스를 다시 채취해 또 다른 족제비에게 접종했다. 이 과정을 ‘계대배양’이라고 한다. 푸히르 교수는 이 과정을 10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돌연변이가 일어난 H5N1 바이러스는 인접한 족제비들 사이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됐다. 푸히르 교수는 족제비들에게서 다시 채취한 변종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본 결과, 기존 3개의 돌연변이 외에도 2개의 돌연변이가 추가적으로 일어난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히르 교수는 “H5N1 바이러스가 공기 감염 능력을 얻는 데는 최소 다섯 개의 돌연변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푸히르 교수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히 어느 부위에 돌연변이를 시키면 되는지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