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이른바 ‘테마’에 따라 급등락하는 ‘경마장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로봇, 초전도체 등의 분야가 강력한 테마주를 형성하면서 바통을 이어받듯 시장 수급을 빨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묻지마식 단타 매매에 몰두하고 있고, 일부 증권사는 이를 틈타 신용융자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초전도체 테마가 급부상하면서 관련 종목이 일제히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남은 전 거래일보다 2530원(29.94%) 오른 1만98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초전도체에 대한 검증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는 빚을 내 하루에도 수차례 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하루 거래 빈도가 1000~2000건에 불과했던 서남은 지난 1일에는 29만건을 돌파했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하하며 단타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부터 신용융자 1~7일 구간의 이자율을 0%로 인하했다. 다올투자증권도 6개월 동안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3.99%로 적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테마는 이차전지로 대장주는 에코프로다. 이날 종가기준으로 연초 이후 997.27% 급등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처참하게 만들었다. AI와 로봇도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면서 일부 종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테마를 이끄는 주체는 개인투자자다. 개미들은 경주마에 베팅하듯 단기 급등하는 테마주를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 카카오 등 대형주에 투자했다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묻지마식 베팅에 몰두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시장은 초전도체 검증 결과에는 큰 관심이 없다. 테마에 올라타 상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행태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개인의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2022년 국내 가계의 초과 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가계의 여윳돈이 장기적 투자보다는 도박성 투자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는 경주마나 기수의 성적 등을 담은 분석지도 없는 경마장과 같다. 투자자들은 어떤 말로 바꿔 탈지만 고민하는 묻지마식 베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gs@kmib.co.kr) 김준희 기자
첫댓글 세상에 땀흘리지 않은 결과는 허무함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