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30 章 續出하는 神魔十重兵
음습한 밀실, 화려한 침상이 하나 놓여있고,
그 위에는 한 명의 미소부가 멍하니 누워 있었다.
아주 풍만한 몸을 한 겹 나삼으로 가리고 있는 미부인,
사발을 엎어 놓은 듯 풍만한 유방,
기름진 하복부의 투실 투실 살이 찐 허벅지,
비록 가장 화려했을 나이는 지났지만 그녀의 육체는 여전히 사내를 뇌살시키고도
남을 만한 유혹을 지니고 있었다.
모란선자(牡蘭仙子) 수운영----
바로 그녀였다.
가장 존귀한 강호무림의 여신에서 숱한 사내들의 놀이개로 전락한 비운의 여인이 그녀인 것이다.
문득, 그그긍!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한 명의 청년이 들어섰다.
순간, 수운영은 아주 야릇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무표정하던 눈에는 생기가 돌며 흐드러진 두 다리가 서서히 벌어졌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사내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벌려 세워지는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아주 무성한 수림지대와 그것에 둘러싸인 신비한 옹달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굴 입구의 꽃잎은 흥분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며,
그 꽃잎 사이는 어느덧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다.
(담철영……)
수운영의 반응을 보며 들어선 인물은 부득 이를 갈았다.
처연한 표정으로 수운영의 치태를 바라보는 청년,
그는 물론 좌초백이었다.
그는 단혼애에서 열흘 정도 머물며 검황야에게 검벽진결을 배웠다.
그러다가 기세옥의 입을 통해 수운영의 신상에 일어난 비극을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지독한 음약을 다량 투여하는 바람에 색욕의 노예가 되셨다.)
좌초백은 움켜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자가 몽혼약을 함께 쓰는 바람에 이 분이 그 전에 당한 비극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좌초백은 한숨을 쉬며 침상으로 올라갔다.
"흐응…… 어서…… 흐응!"
수운영은 백치처럼 신음하며 하체를 미묘하게 움직였다.
좌초백은 야릇하게 율동하는 그녀의 벌려진 하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품 속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었다.
강렬한 화기를 지닌 기형의 자(尺)!
그것은 바로 그의 외가, 신마병기창(神魔兵器倉)의 가보인 신마열화척(神魔熱火尺)이었다.
좌초백은 신마열화척을 조심스럽게 들어 주시했다.
그의 강력한 시력은 신마열화척 안에 숨겨진 한 가지 구결(口訣)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열화무적진결(熱火無敵眞訣)!>
구결을 그 같은 제목을 지니고 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열화기공의 구결,
그것을 십 이성 익힌다면 손짓 한 번으로 십 리 사방을 초토화시킬 수 있으리라.
(열화무적신강(熱火無敵神 )은 만독과 만사를 녹여 버리는 효용이 있다.)
좌초백은 구결을 암기한 후 신마열화척을 내려놓았다.
이어 그는 오른손을 수운영의 옹달샘에 가져갔다.
그것은 음탕한 손길이 아니라 성스럽고도 엄숙한 것이었다.
"하아……!"
좌초백의 뜨거운 손이 가장 예민한 꽃잎을 누르자 수운영은 쾌락에 몸부림 치며 단내를 토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 악!"
수운영은 한 마디 비명과 함께 혼절해 버렸다.
거대한 불길, 모든 사악함을 태워 버릴 듯한 열화지기가 하체를 관통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달구어진 쇠꼬챙이가 옹달샘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다.
그러나 비록 고통스러운 것이나 그 본질은 수운영에게는 아주 유익한 것이었다.
그녀의 몸을 갉아먹고 있던 모든 독기가 삽시에 재로 화해갔으며,
막혔던 그녀의 혈도와 심맥들이 대로처럼 환하게 타통되었다.
그녀가 꿈에도 원하던 생사현관이 타통되었으며,
그 덕에 사 년 전보다 두 배 강한 내공을 얻게 된 것이다.
열화무적신강(熱火無敵神 )----!
그 강력한 본질은 그녀의 몸에 끼어 있던 모든 노폐물을 태워 버릴 것이고,
그 결과 수운영은 처녀시절의 젊음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비참한 세월의 댓가로 젊음을 되찾게 된 것이다.
"꿈이…… 아니겠지, 초백?"
수운영은 땀에 젖은 채 그윽한 눈길로 좌초백을 올려다 보았다.
"꿈이 아닙니다, 선자님."
좌초백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주었다.
그녀는 지금 좌초백이 처음 보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젊게 보였다.
"무언가…… 긴 악몽을 꾼 것 같아."
수운영은 풍만한 젖무덤을 두 팔로 감싸쥐며 말했다.
그녀는 거의 전라의 몸이건만 자신의 풍만한 몸을 좌초백에게 보이는 것을 별로 꺼리지 않는 듯했다.
"선자님께서는 아주 오래 주무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와서 깨워드린 것이구요!"
좌초백은 수운영의 나삼을 여며주며 말했다.
그의 손길이 허벅지를 스치자 수운영의 교구에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아직도 음약의 독기가 남은 것일까?
좌초백의 손길이 은밀한 곳에 닿자 그녀는 뜨거운 열기가 하체로부터 불끈 이는 것을 느꼈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줘, 초백."
수운영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그와 함께 젖무덤을 감싸안고 있던 그녀의 두 팔이 스르르 풀렸다.
무방비의 여체,
"……!"
좌초백은 수운영의 요구가 무엇인지 깨닫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최초로 이성을 느끼게 해 준 연상의 여인,
좌초백은 여러 여인과 몸을 섞으면서도 늘 모란선자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용납되지 못할 불행임을 알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수운영의 육체를 원하고 있었다.
소년에게 있어 첫 여인은 그렇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심정은 수운영 역시 지니고 있었다.
비록 담철영의 아내이기는 했으나 그녀에게 진정한 첫 남자는 좌초백이었다.
그러하기에 그녀 역시 악몽 같은 세월 속에서도 늘 좌초백을 원하고 있었다.
"선자님."
좌초백은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수운영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일부도 이미 터질 듯이 충혈되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좌초백은 수운영의 몸 위로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수운영의 풍만한 육체……
좌초백은 어느덧 대지를 순례하는 어린 소년으로 되돌아갔다.
사 년 전의 그때처럼 모든 것은 수운영이 주도했다.
그의 의복은 수운영의 섬섬옥수에 의해 벗겨졌으며,
굳강한 그의 일부는 부드러운 그녀의 손 안에서 그저 수줍을 뿐이었다.
그리고 결합…… 두 개의 육체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용암같이 뜨겁고 눈처럼 끈끈하게 빨아들이는 여체의 옹달샘,
좌초백은 자신이 수운영의 몸 안에서 양초처럼 녹아 버리는 착각이 들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살점들,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옥죄어드는 긴축감,
좌초백은 수운영의 몸에 수용되는 직후에 어이없이 폭발을 일으켰다.
너무도 원하던 수운영의 육체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낙담한 그의 일부는 어머니 같은 수운영의 따스함에
이내 다시 힘을 되찾아 어린 폭군이 되어 여체를 유린했다.
"아아…… 나의 초백!"
자신의 몸아래 깔린 채 행복에 겨워 흐느끼는 수운영의 옥음은
좌초백에게 더 할 수 없는 용기를 주어 불굴의 투혼을 일으키곤 했다.
좌초백을 몸 위에 태운 채 끝없이 일렁이는 수운영의 파도……
그것에 휘말려 좌초백은 몇 번이고 그녀의 몸 속에서 죽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거센 풍랑은 수운영이 지쳐 잠이 들어서야 끝이 났다.
(다시 올 때는…… 세상이 평화로와진 후일 것입니다.)
좌초백은 잠이 든 수운영의 몸에서 조심스럽게 이탈했다.
헤아릴 수 없는 방사에 지쳐 휘청이는 다리로 침상을 내려선
그는 행여나 수운영이 깰까 조심스럽게 의복을 찾아 걸쳤다.
이어 수운영의 땀에 젖은 이마에 한 차례 입을 맞추고 그는 조용히 밀실의 문을 열었다.
한데, "……!"
문을 열던 좌초백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철문 밖, 한 명 미부인이 책망의 눈으로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이……이모님."
좌초백은 당황하여 더듬거렸다.
장한부인(長恨婦人), 아니 지금은 천세유령부의 신임여주인인 유령부인으로 불리는 그녀가 밀실 밖에 지켜 서 있었던 것이다.
"철 없는 것!"
장한부인은 나직하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녀는 좌초백이 단혼애에 머무르며 검벽신강을 배우는 사이에 천세유령부를 정리하고 철혈검호각로 달려온 것이다.
현재 철혈검호각은 담철영에게 강제로 연금되어 있던 최고의 어른들 철혈사천존(鐵血四天尊)이 임시로 관장하고 있었다.
"무림이 마교로 인해 대혼란에 빠져 있거늘
너는 언제까지 계집의 품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것이냐?"
장한부인은 눈을 곱게 흘기며 밀실로 들어섰다.
그녀의 두 손에는 수운영이 걸칠 의복이 들려 있었다.
"이 분 동생은 내게 맡기고 나가보아라.
밖에는 네가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으니까."
장한부인은 짐짓 싸늘하게 호통을 쳤다.
"그…… 그럼 부탁드립니다."
좌초백은 더듬거리며 급히 밀실 밖으로 사라졌다. "……!"
장한부인은 옥용을 붉히며 수운영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여자인 그녀가 보기에도 탐스러운 육체……
벌거벗겨진 수운영의 하체에는 좌초백과의 격렬했던 행위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다른 여인의 몸에 남아있는 자신의 정인의 흔적,
그것을 보며 장한부인은 야릇한 심정이 되었다.
(이 분 동생은…… 그 아이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장한부인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리한 그녀는 자신이 수운영을 어찌 대해야할지 깨닫고 있었다.
(이 분 동생과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리라.
장차 좌씨가문이 여난(女難)으로 지리멸렬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장한부인은 한숨을 쉬며 수운영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 * * * *
무산(巫山)----
그 옛날 양왕(梁王)이 꿈 속에서 신녀(神女)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었다는 고사를 지닌
사천(四川)의 명산.
그 무산의 남단을 끼고 도는 장강(長江)의 험협을 무산삼협(巫山三峽)이라 부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릉협(西陵峽), 무협(巫峽),
구당협(瞿塘峽)으로 이어지는 그 백여 리의 협류는 마치 하늘로 오르는 것만큼이나
험하다 하여 등천행(登天行)이라 불리기도 한다.
봄(春)---- 어느덧 만춘의 태탕한 춘기(春氣)가 무산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원색으로 물든 수려한 산봉들,
그 사이사이로 비단결처럼 흐르는 운무의 가락은 무산신녀(巫山神女)의 전설을 떠올리기에 족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 무산의 수려한 자태를 굽어보는 청년이 있었다.
콰르르르릉!
굉량한 무협(巫峽)의 노도가 휘돌아 굽이치는 단애 위에 언제부터인가 한 명의 청년이 표연히 서 있었다.
은은한 청흑색의 피부를 지닌 준미한 용모의 청년이었다.
(언제나 안심하고 이 절경을 즐길 날이 올 것인가?)
청년의 입가로 소리없이 한숨이 흘렀다.
바로 그때였다.
"헤헤! 지존(至尊), 속하 천이귀(千耳鬼)올습니다."
문득, 청년의 등 뒤에서 간살맞은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언제였을까?
한 명의 괴이무쌍한 행색의 노인이 청년의 등 뒤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 귀(耳)가 아주 큰 자,
그 자의 용모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귀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귀를 가진 노인이었다.
석가세존의 귀도 그 노인처럼 크지는 못하리라.
-천이귀(千耳鬼).
이것이 그 괴노인의 이름이었다.
무림의 이면에서 정보를 팔아먹고 사는 암흑동맹(暗黑同盟)----
귀이맹(鬼耳盟)! 천이귀는 바로 그 귀이맹의 오대고수(五大高手) 중 일 인이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천이귀(千耳鬼),
천 개의 눈을 지녔다는 가장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 천목귀(千目鬼), 몰영자(沒影子)에 버금가는
경공능력을 지녔다는 천각귀(千脚鬼),
동시에 일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천비귀(千鼻鬼), 일천 개의 신분을 지녔다는 역용술의 귀재 천영귀(千影鬼)……
사실상 귀이맹(鬼耳盟)의 주인인 암흑무림계의 대부들이 그들이다.
몰영자는 그들의 주인이라기보다 대형(大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 귀이오존자(鬼耳五尊子)를 부릴 수 있는 것은 귀이야적(鬼耳夜笛)이라는 피리 뿐이다.
청년은 그 귀이야적(鬼耳夜笛)의 소유자이며,
바로 좌초백이었다.
열흘 전, 좌초백은 철혈검호각에서 귀이야적으로 귀이오존자를 호출하였으며,
그들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었다.
그리고 지금 귀이오존자의 연락을 받고 이곳 무산까지 남하해온 것이었다.
"십대천마(十大天魔) 중 세 놈이 나타났습니다요.
그 놈들은 금릉(金陵)으로부터 한 명의 계집을 쫓아 천리추종 중입니다."
천이귀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귀이맹의 무리들은 세상이 혼탁해지는 것을 즐기는 무리들이었다.
그래야만 정보를 팔아먹는 자신들의 사업이 번창할 것이므로.
그러나 천이귀가 지금 웃고 있는 것은 혼탁해질대로 혼탁해진 세상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자는 사람을 볼 줄 하는 늙은 구렁이이고,
한눈에 좌초백이 절대자의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아본 상태였다.
(아직 절대무적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셨다.
그러나 약관의 나이에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인물은 고금에 전무하다.)
천이귀의 턱없이 작은 세우눈은 교활하게 희번덕이고 있었다.
귀이지존이 장래의 고금제일이라는 사실이 이 늙은 도둑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것이다.
그 자는 전대 귀이지존인 몰영자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았던 자였다
. "헤헤, 십대천마 중에서 쓸만한 놈들은 단 세 놈 뿐입니다.
첫째인 몽마(夢魔), 둘째이면서 사실상의 최강자인 적신화모(赤身花母),
그리고 제칠천마(第七天魔)인 금갑마(金甲魔)가 그 놈들입지요."
천이귀가 침을 튀기며 말하자,
좌초백이 말을 받았다.
"온 자들은 누구인가?"
"금갑마(金甲魔)입니다.
그 자가 제 사천마인 화마(火魔)와 제오천마인 빙백마(氷魄魔)를 이끌고 신녀곡(神女谷)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삼대천마(三大天魔)가 함께 움직이다니,
노리는 표적이 대단한 강적인 모양이로군."
"헤헤, 그렇습니다.
그 계집은…… 지존(至尊)에 못지 않은 대단한 신분의 소유자입니다요."
천이귀의 말에 좌초백의 눈이 번득 이채를 발했다.
"구겁천(九劫天) 중 일파의 지존이란 말인가?"
천이귀가 즉시 대답했다.
"그렇습죠. 바로 현 황제(皇帝)인 건문제(健文帝)의 누이이며,
무영호황천(無影護皇天)의 여제왕(女帝王)인 철관음(鐵觀音) 주옥경(朱玉鏡) 그 계집입니다."
천이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는 좌초백의 안색은 아주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철관음(鐵觀音) 주옥경(朱玉鏡).
그 이름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 이름이었다.
달리 철면여제(鐵面女帝)라 불리는 황실 최고의 고수자,
그녀가 저 대륙황권의 수호자인 무영호황천(無影護皇天)의 총수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좌초백도 귀이맹을 통해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관음 주옥경,
그녀는 건문제의 손윗 누이였다.
정확히는 건문제의 배다른 누이가 그녀였다.
현재, 명 황실은 일대 풍운에 직면해 있었다.
건문제는 유약할 뿐더러 의심이 많고 또한 황음(荒淫)하다.
후세의 사가들은 그가 조부인 주홍무의 후궁들마저 음욕의 대상으로 삼았다
고 전하나 이는 고의적인 격하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가 제왕지재(帝王之材)가 못됨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무영호황천의 지존인 철관음조차 연왕(燕王), 후일의 영락제(永樂帝)편을 들고 있었다.
(무영호황천의 태도가 장차 연왕과 건문제 사이의 건곤일척에 결정적인 영양을 끼치게 될 것이다.
건문제는 그래서 눈에 가시 같은 누이를 제거할 작정이었고……)
좌초백의 영민한 두뇌는 전후의 사정을 거의 완벽하게 추측해 내었다.
(그 자는 마교(魔敎)와 손을 잡은 것이다.
장차 황실조차 집어삼키려는 놈들의 야심을 알지 못하고……)
좌초백은 암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건문제는 마교에 부탁하여 누이의 제거를 청했으리라.
무영호황천이 와해되면 궁극적으로 황실조차 마교이 손아귀에 떨어진다는 것도 모르고.
"헤헤, 이제 슬슬 움직이실 때입니다.
철면여제가 드세기는 하나 막강(莫强)은 아닙죠. 십대천마의 셋이 연수(連手)를 한다면
그 계집은 일천 초를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천이귀가 좌초백의 상념을 깨뜨렸다.
"철면여제는 삼천마(三天魔) 중 하나 정도는 죽일 수 있겠지만……
결국 금갑마(金甲魔)에게 패하여 국사호황번(國師護皇幡)을 뺐기게 될 것입니다요."
국사호황번(國師護皇幡)----!
그것은 바로 무영호황천의 지존을 상징하는 신물이다.
동시에 신마병기창에서 만들어진 신마십중병(神魔十重兵)의 하나이기도 하고……
건문제가 노리고 있는 것은 사실 철관음의 목숨보다도
그 국사호황번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마교로…… 잠입하여 지극마황(地極魔皇)으로 위장한 신목풍을 암살해 버려야 한다.
무림을 대멸겁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은 그 뿐이고……
그래서 십대천마인 신분이 필요한 것이다.)
좌초백은 우울하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는 지금 살인을 걱정하고 있으며,
어쨌든 인간을 죽인다는 불유쾌한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져 있는 것이다.
"앞장서시도록! 고귀한 주홍무의 손녀를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헤헤! 모시겠습니다."
스---- 읏!
천이귀가 앉은 자세로 메뚜기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자의 경공술도 가히 놀라운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정보를 훔쳐내어 그것을 팔아먹으려면 어쨌든 날아다니는데 소질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그러나 천이귀의 경공도 좌초백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좌초백의 경공술을 능가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사람 지극마황(地極魔皇) 뿐이었으나
그는 이미 죽은 후가 아닌가?
쐐애액! 스스스스---- 슷!
두 노소(老少)가 무협너머로 사라지는데 촌각이 걸리지 않았다.
무협(巫峽)---- 이곳은 저 무산신녀몽(巫山神女夢)의 전설이 서린 무협(巫峽)이었다.
* * * * *
무산의 어느 골짜기, 본래 선경같던 그 협곡은 무참히 황폐화 되어 있었다.
울창하던 수목은 마치 태풍에라도 휨쓸린 듯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으며,
기암괴석들도 두부처럼 으깨져 본모습을 잃고 있었다.
지진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자세히 보면 수목과 바위의 일부들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또한, 일부의 경물들은 만춘의 온화한 날씨건만 꽁꽁 얼어붙어 있지 않은가?
과연 이같이 기괴한 변괴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협곡의 끝,
"……!"
허물어진 석벽을 등지고 한 명의 여인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에 이르는 훤칠한 키,
다소 차가와 보이는 엄격한 선을 지닌 미모의 여인이었다.
나이는 서른 전후일까?
당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체격을 지닌 여인의 일신에는 자색이 도는 갑옷이 걸쳐져 있었다.
그 자색의 갑주는 등 뒤로 늘어뜨린 삼단 같은 머리결과 잘 어울려
그 여인의 용모를 마치 전재의 여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래 위풍당당하던 여전사의 몸은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일까?
여인은 오공으로 다량의 선혈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전신은 기이하게도 한겹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마도 어떤 강력한 극음빙공에 격중된 모양이었다.
얼음에 덮인 여인, 그녀의 오른손에는 한 자루의 깃발이 들려 있었다.
길이 팔 척의 자색철창(紫色鐵槍)에 달린 사각형 깃발,
폭과 길이가 다섯 척에 이르는 그 깃발은 싯누런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황(黃)---- 그것은 오행(五行)의 토를 상징하며 토(土)는 곧 중원이다.
황색의 깃발, 그것이야말로 대륙황실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잠사로 짜여진 그 황금색 깃발의 중앙에는 대전체의 다섯 자 글이 수놓아져 있었다.
<국사…… 호황번(國師護皇幡).>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무영호황천의 상징이며,
신마십중병(神魔十重兵)의 하나인 국사호황번이었다.
국사호황번을 지닌 자는 대륙의 곳곳에 은둔하고 있는 십만 명의 호황전사(護皇戰士)들을 수족으로 부릴 수 있다.
진시황 시절부터 숱한 상고절기들을 부단히 연마해온 호황전사들의 능력은 가히 마교의 그것과 필적할만 하다.
다만 무영호황천의 전사들은 황실을 위해서만 싸운다는 불문율 때문에 마교와 싸우는 일은 없겠지만.
"으음……! 오천마(五天魔)의 빙백강살(氷魄 煞)에 격중되고도 즉사하지 않다니……"
여인의 앞에 서서 경악성을 흘리는 자들이 있었다.
전신의 피부가 불덩이처럼 검붉은 자,
그리고 일신에 찬연한 황금빛 갑주를 걸친 거인이 그자들이었다.
-제사천마(第四天魔) 화마(火魔).
-제칠천마(第七天魔) 금갑마(金甲魔).
그것이 그 자들의 이름이었다.
화마(火魔)는 이화강살(離火 煞)이라는 뛰어난 극양기공을 연마한 자다.
그의 이화강살은 오직 신마병기창의 열화무적신강(熱火無敵神 )에만 뒤질 뿐이다.
그 자는 제오천마인 빙백마(氷魄魔)와 단짝인 자였다.
화마가 있는 곳에 언제나 빙백마가 있다.
그러나 그 빙백마는 지금 화마의 발치에 쓰러져 있었다.
상반신이 무참히 으스러진 시신으로 화해서……
그 자는 자신의 장기인 빙백강살로 무영호황천의 여전사 철관음 주옥경을 격중시켰으나
거의 동시에 국사호황번인 번강풍에 휘말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피육덩이로 변한 것이다.
"으음! 오천마를 죽인 대가로……
네년의 불고기로 만들어주마!"
화마는 장심으로 시뻘건 불덩이를 일으키며 칠면여제라 불리는 그 고귀한 신분의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만두시오, 사천마."
철면여제에게 다가가는 화마를 금갑마가 침중한 어조로 말렸다.
"그 계집은 이미 혼절한 상태요.
그만 국사호황번을 회수하여 돌아갑시다."
"……!"
금갑마의 말에 화마는 흠칫하며 철면여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사납게 부릅뜬 철면여제의 두 눈,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으음, 오천마가 헛되이 죽지는 않았군."
화마는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철면여제의 손에서 국사호황번을 낚아챘다
. 순간, 쿠---- 웅!
굳게 버티고 서 있던 철관음의 당당한 거구가 고목처럼 뒤로 넘어졌다.
흩날리는 얼음조각, 그와 함께 그녀의 전포자락이 걷혀지며 미끈하고 우람한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것을 본 화마의 두 눈이번득 이채를 띠었다.
"흐흐…… 일곱째는 국사호황번을 갖고 먼저 금릉으로 돌아가게.
나는 이 계집에게 볼일이 있으니까."
화마는 히죽 웃으며 국사호황번을 금갑마에게 넘겨주었다.
금갑마는 화마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말없이 국사호황번을 받아들었다.
"그래도 황제의 누이였던 여인이오.
적당히 즐긴 후에 살려두도록 하시오."
금갑마는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헤헤, 걱정 말게. 나도 그렇게 잔인한 놈은 아니니까.
그저 빙백마의 복수를 좀 해두려는 것이니까."
화마는 히죽 웃으며 철면여제의 전포에 손을 가져갔다.
화마의 음탕한 손길에 철면여제의 전포가 벗겨졌다.
그러자 드러나는 우람한 하체, 근육질의 우람한 양허벅지는,
그러나 백설처럼 새하얗고 매끄러웠다.
마치 대리석으로 깎은 듯한 허벅지는 사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굵고도 탄탄했다.
그 위쪽, 허벅지가 모이는 곳,
아주 두둑히 살이 찐 둔덕이 붉은 고의에 덮여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흐흐……"
화마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철면여제의 그 부분을 노려보았다.
얇디얇은 비단의 고의를 통해서 까칠까칠한 방초의 형상과 아래위로 깊숙이 파여진 흠의 윤곽이 뚜렷이 들여다 보였다. 화마는 황제의 누이를 범할 수 있다는 흥분에 몸을 떨며 급히 그녀의 고의를 벗겨내렸다.
허벅지 아래로 흘러내리는 붉은 고의,
순간 사내를 압도할만한 여체의 비소가 색마의 눈 아래 확연히 드러났다.
우람한 둔덕, 그 주위로는 뜻밖이라고 할 정도로 체모가 적게 나 있었다.
어린 소녀의 그것처럼 파릇파릇한 솜털들이 그저 다부룩이 구릉지대를 덮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철면여제의 백설같이 새하얀 계곡의 속살과 신비한 옹달샘 부분의 살점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흐으……"
화마는 눈이 뻘개져 철면여제의 무릎을 좌우로 벌려세웠다.
활짝 벌어지는 우람한 허벅지,
그 사이로 꼭 붙어있던 조개 같은 부분도 함께 입을 벌리며 벌어졌다.
(크크! 처녀가 아니군. 물론 이 나이까지 사내를 모를 리 없겠지만!)
벌어지는 여인의 옹달샘 모습을 보며 화마는 그녀가 처녀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 "클클…… 어떤 사내놈인지 이런 거구의 계집을 만족시키느라 꽤나 고생했겠군.)
화마는 헐떡이며 급히 자신의 하의를 벗어내렸다
. 불끈 치솟은 채 드러나는 사내의 검붉은 흉기,
그 자의 일부도 상당한 크기였으나 철면여제의 당당한 육체에 비하면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그것을 느끼며 화마는 거칠게 철면여제의 옹달샘을 좌우로 벌렸다.
메마른 여체의 동굴……
화마는 화풀이라도 할 듯이 거칠게 그것을 벌리며 여체 위로 올라갔다.
꽤 큰 그 자의 체격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당당한 여체,
그 철면여제의 몸을 올라타고 화마는 자신의 흉기를 쥐어 여체의 옹달샘으로 가져갔다.
"흐으……"
이어 그 자는 벌어진 여체의 동굴 입구로 자신의 일부를 뿌듯하게 밀어붙여갔다.
주홍무의 피를 이어받은 고귀한 여체가 한낱 음마에 의해 더럽혀지려는 순간이었다.
헌데 무참한 낙화(落花) 직전,
"크---- 흑!"
콰콰쾅!
돌연 화마의 등 뒤쪽에서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굉량한 폭음이 터졌다.
(헉!)
막 철면여제의 동굴로 진입하려던 화마의 일부가 힘없이 늘어졌다.
대경실색하여 철면여제의 몸에서 벌떡 일어선 화마,
그 자의 눈에 술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협곡으로 밀려들어 오는 금갑마(金甲魔)의 모습이 보였다.
(어…… 어떤 놈이 나보다도 배는 강한 금갑마(金甲魔)를……)
화마는 사색이 되어 급히 하의를 추스렸다.
바로 그때,
"국사호황번은 본래 나의 외가에서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래서 회수하려는 것이다."
스---- 읏!
서늘한 일갈과 함게 용행호보로 협곡을 들어서는 청년이 있었다.
검푸른 피부의 약관청년인데, 지금 그의 형상은 아주 기괴했다.
검(劍)---- 수천, 수만 개의 예리한 검인(劍刃)이 청년의 전신에서 돋아나 있지 않은가?
마치 고슴도치처럼 기괴한 형상의 청년.
"검벽…… 신강(劍壁神 )!"
화마의 두 눈이 부릅떠지고 그의 입에서 불신과 공포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십대천마의 일 인답게 그는 청년이 일으키는 기괴한 무공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좌초백, 바로 그가 나타난 것이다.
"으음! 검벽부를 단맥시켰다는 검마(劍魔)의 호언이 모두 허언이었군."
금갑마는 오공으로 선혈을 토해내며 신음했다.
그는 금갑신공(金甲神功)이라는 최강의 의문기공을 연마한 자였다.
그 위에다 불사금갑(不死金甲)이라는 희대의 보갑(寶甲)마저 걸치고 있어서 어떤 신병이기로도 그를 해치지 못한다.
불사금갑(不死金甲) 역시 신마십중병(神魔十重兵)의 하나임을 안다면
금갑마(金甲魔)가 왜 십대천마 중에서도 최강의 삼마(三魔)에 드는지 알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그 불사금갑조차도 그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태였다.
검벽신강(劍壁神 )----
그것은 겉을 베기보다는 내부를 으스러뜨리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금갑마의 피부는 멀쩡하나 그 내부는 갈가리 찢겨있는 것이다.
"흐흐! 과연 구겁천(九劫天)의 후예는 다르구나."
금갑마는 술취한 듯이 휘청이던 신형을 세우며 사납게 중얼거렸다.
그의 가늘고 긴 눈은 강렬한 투혼을 일으키며 좌초백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죽이려면 대가를 치루어야만 하리라! 검벽신강으로도 막지 못하는 신마십중병의 보물이 두 개씩이나 내게 있으므로……"
금갑마는 처연하게 웃으며 천천히 두 팔을 쳐들어 올렸다. 우르르릉----!
그의 손에 들린 국사호황번이 굉음을 일으키며 철판처럼 뻣뻣해졌다.
그 기폭에 스치면 철벽이라도 종잇장처럼 찢겨나간다.
그리고, 쩌러렁! 촤르르르……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더욱 놀라운 변화가 금갑마의 몸에서 일어났다.
천여 개, 불사금갑을 이룬 황금의 비늘들이 마치 칼날처럼 꼿꼿이 일어나지 않는가?
금갑천망인(金甲千網刃)----!
이것이 불사금갑이 신마십중병에 드는 이유였다.
불사금갑은 모두 천 개의 칼날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가지 특이한 내공구결을 가하면 그 천 개의 칼날이 일제히 폭산된다.
신마병기창의 정교한 세공이 가해진 천 개의 칼날----
그것은 모든 호신강기를 꿰뚫고 들어가 적을 천참만륙해 버린다.
그 가공할 불사금갑의 비밀이 지금 좌초백 앞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저것이 불사금갑의 비밀이었군.)
좌초백은 소리없이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외가에서 만들어진 십종의 무적신병(無敵神兵)----
그 이름은 들어 알고 있으나 그 자세한 위력이나 묘용만은 알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각오를…… 해야겠군. 나의 경공이 아무리 빨라도 저것을 모두 피해낼 자신은 없으니……)
좌초백은 안색을 굳히며 모든 내공을 검벽신강에 동원했다.
일촉즉발, 양인의 공세가 격돌하게 되면 누가 죽고 누가 살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래서는 안된다,
융사(隆邪)!"
돌연 한소리 위맹한 일갈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헉!)
막 공세를 발동하려던 금갑마는 안색이 일변하여 다급히 음성이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융사(隆邪).
이것이 금갑마의 진정한 본명이며,
또한 그것을 아는 자는 하늘 아래 단 한 명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유일한 존재도 오십여 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졌었다.
고아였던 어린 자신을 절정의 무인으로 길러주었던 인물.
"……!"
한 순간, 금갑마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떠졌다.
협곡의 우측 단애 위, 언제부터인가 한 명의 인물이 삭풍에 옷자락을 흩날리며 우뚝 서 있지 않은가?
팔 척의 당당한 체구, 벼락을 치는 듯한 눈빛……
그 인물은 얼굴을 두터운 면사로 가리고 있어 나이를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그 분이시다!)
금갑마는 숨을 멈추며 부르르 떨었다.
태산과도 같은 압도적인 기도,
몽면인의 몸에서 흐르는 그 같은 패도적인 기도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몽면인의 모습이 오십 년 전 실종된 당시와 조금도 변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아! 태…… 상(太相)! 태상이시군요!"
쿠---- 웅!
금갑마의 거구가 그대로 바닥에 엎드러졌다.
그는 몽면인이 선 단애를 향해 이마를 찍으며 감루를 흘렸다.
그에게 있어 스승이고 아버지였던 인물----
그가 바로 오십 년 만에 금갑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반면,
"으으…… 바로 당…… 당신이었군!"
쐐애액!
공포에 질려 외치며 날아오르는 자가 있었다. 제사천마(第四天魔) 화마(火魔), 바로 그 자였다.
그 역시 몽면괴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사신(死神)을 본 듯 놀라 달아나려는 것이었다.
금갑마는 화마 자신보다 두 배 강하고,
또한 지금 나타난 몽면괴인은 그 금갑마보다 다시 두 배 강한 인물이다.
그러니 그가 어찌 달아나지 않겠는가?
자신은 몽면괴인이 가장 꺼려하는 제일금법,
색계(色契)를 범했거늘.
쏴---- 아아!
화마는 단번에 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 가장 빨리 발휘한 경공술이었다.
"놈을…… 잡아주겠나?
노부를 대신하여……"
문득 몽면괴인의 음성이 좌초백의 귓전을 울렸다.
(귀에…… 익은 음성이다!)
좌초백은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만큼 몽면인의 음성은 낯설지가 않았다.
그러나 좌초백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의 손은 거의 본능적으로 화마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쩌---- 저정!
벼락치는 듯한 굉음,
그와 함께 그의 왼손 장심으로부터 한 자루 번갯불 형상의 칼날이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다.
뇌정인(雷霆刃)! 바로 그것이 어검술의 수법으로 폭출하여 백 장 밖의 화마의 등으로 빨려들어갔다.
"카아아악!" 퍼---- 퍼퍽!
처절한 비명과 함께 화마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휘청했다.
믿어지지 않게도 그의 몸둥이는 왼쪽 어깨에서 허리춤으로 비스듬히 두 동강나 버리지 않는가?
(몰라보게 강해졌구나, 초백!)
보고 있던 몽면인의 눈에 은은한 놀라움의 빛이 스쳐갔다.
그는 좌초백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만 좌초백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뿐,
"핫하! 노부를 대신해서 수고해줘서 고맙네."
스---- 스슷!
몽면인은 껄껄 웃으며 천천히 장내로 날아내렸다.
일견 그의 모습은 중년으로 여겨졌으나 그는 노부라 자칭하고 있었다.
"흐윽! 태…… 상!"
금갑마는 황소처럼 엉엉 울며 몽면인에게 절을 했다.
그런 금갑마를 몽면인은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네 나이도 어느덧 육순이 다되었구나, 융사!"
몽면인은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저 여아나 돌보는 것이 어떤가?
아마 자네밖에는 저 아이를 구하지 못할 걸세. 신마병기창의 후예여!"
몽면인은 턱으로 한쪽에 누운 철면여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열화무적신강을 익힌 것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좌초백은 아연을 금치 못하며 몽면인을 바라보았다.
"저쪽에 동굴이 있으니 수고좀 하게. 노부는 이 미련한 놈과 할 얘기가 있으니까."
몽면인은 금갑마 앞의 바위 위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인은…… 아니다!)
좌초백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철면여제에게로 다가갔다.
철관음(鐵觀音) 주옥경----!
그 고귀한 주홍무의 손녀는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채 혼절해 있었다.
(왜 나보고 구하라고 했는지 알겠군!)
주옥경의 상세를 살핀 좌초백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녀는 현재 빙백강살에 전신 심맥이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녀의 얼어붙은 심맥을 녹이려면 빙백강살보다 강력한 극약기공이 필요했다.
그런 극양기공을 지닌 사람은 좌초백밖에 없었다.
(곤란하게 되었군. 이 분을 구하려면 고귀한 옥체를 범해야만 할 판이니!)
좌초백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주옥경의 반라의 몸을 안아들었다.
육 척이 넘는 그녀의 몸은 좌초백보다도 오히려 더 컸다
. 그 투실투실한 교구를 안고 좌초백은 쫓기듯이 협곡 끝의 동굴로 들어갔다.
이미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허허, 확실히 도화살(桃花煞)을 타고난 녀석이로군."
좌초백이 사라진 동굴쪽을 바라보며 몽면괴인은 껄껄 웃었다.
그런 그의 눈가로 언뜻 안도의 빛이 스쳤다.
(다행이다. 그때 노부가 잘못 생각하고 준 증폭광마정(增幅狂魔精)을 복용하지 않은 듯하니……)
증폭광마정----
복용하면 일시에 본신의 내공의 다섯배를 발휘하나 마침내 마성의 폭발로 스스로를 죽이고 만다는 저주의 마약!
좌초백은 무저금마갱을 빠져나올 때 자칫 그것을 먹을 뻔 하지 않았는가?
사계마왕(四界魔王)중 최강자인 철마(鐵魔)는 소림사의 나한금단(羅漢金丹)이라고
속여 좌초백에게 증폭광마정을 복용시키려 했다.
하지만 다행히 좌초백은 천앙마녀로부터 미리 경고를 받았기에 삼키는 척만 하고 복용하지는 않았었다.
헌데 몽면괴인이 어찌 그 저주의 마약 증폭광마정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바로……
"나는 잠시 네 얼굴을 빌리 작정이다,
괜찮겠지?"
몽면인은 자애로운 눈길로 금갑마를 내려다 보았다
. "지금의 제 성취는 모두 태상께서 주신 것입니다.
제자가 어찌 태상의 분부를 거역하겠습니까만
미거한 제 얼굴을 어디에 쓰시려는지……"
"노부는 교(敎)로 들어가 한 놈을 죽일 작정이다."
금갑마의 물음에 몽면인은 우울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지극마황! 제이태상(第二太相)을 척살하실 작정이십니까?"
금갑마가 깜짝 놀라 묻자 몽면인은 미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금갑마의 안색이 아주 침중해졌다.
"태상님이 막강함은 알지만……
제이태상도 그동안 세 배 강해진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수 많은 가신들이……"
금갑마의 말은 몽면인의 손짓에 의해 멈추어졌다.
몽면인은 손바닥을 금갑마에게 활짝 펴보이며 빙그레 웃었다.
한데 그의 손바닥은 은은한 자색(紫色)으로 물들어 있지 않은가?
"오오…… 그, 그것은 천마…… 자전신강(天魔紫電神 )의……"
몽면인의 손바닥을 본 금갑마의 두 눈이 경악과 희열로 부릅떠졌다.
고금최강(古今最强)이라고 알려진 한 가지 기공의 흔적이 바로 몽면인의 장심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본 때문이었다.
"아아, 그…… 그것을 얻으셨단 말입니까?"
금갑마는 격동하여 외쳤다.
몽면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다. 노부는 지극마황의 역천십단공(逆天十丹功) 따위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노부가 두려워 하는 것은 다만 형제들이 무고한 피를 흘리는 것 뿐이다.
네 얼굴을 빌리려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드, 드리겠습니다.
마교의 형제들과 마교천년군림의 영광을 위한 길이거늘 제자가 어찌 제얼굴 정도를 드리지 않겠습니까?"
따당!
금갑마는 감격으로 떨며 급히 불사금갑(不死金甲)을 벗기 시작했다.
삽시에 그는 벌거숭이가 되었으나 얼굴은 희열로 물들어 있었다.
몽면의 신비인, 과연 그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이 마교최강의 전사를 어린 아해처럼 만드는 것일까?
과연……
第 31 章 潛入, 千年魔域
철관음 주옥경, 그녀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아주 화려한 누각 위에서 어린 이복동생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이복동생은 아직 황제의 위에 오르기 전이었다.
건문제(健文帝)라고 불리게 될 미래의 제왕,
그의 나이는 십 육 세, 주옥경의 나이는 이십 오 세,
그녀는 이 음침하고 음악한 성격의 이복동생을 늘 연민의 심정으로 보살펴 주었다.
사내보다도 더 강인한 체격을 지닌 그녀는 허약한 동생에게 항상 죄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친동생처럼, 아들처럼 그를 보살펴 왔었다.
건문제는 이미 십 이삼 세부터 주위의 궁녀들에게 손을 대어 왔었다.
그 사실이 조부인 홍무제의 귀에 들어가 몇 번이고 불호령이 떨어졌었다.
그때마다 건문제를 대신하여 죄를 빈 것이 주옥경이었다.
그러나… 탁----!
주옥경은 갑자기 들고 있던 용정차의 찻잔을 떨어뜨렸다.
아찔한 현기증의 엄습,
삼백 년 수위의 내공을 지닌 그녀였지만 너무도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흐릿한 그녀의 시야로 들어오는 것은 이복동생의 음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는 느물느물 웃으며 바지를 벗어내렸다.
어린 소년의 그것답지 않게 크고 검붉은 사내의 실체가 주옥경의 시야로 뛰어들었다.
몸서리쳐지는 공포,
그러나 몽혼약에 취한 그녀에게는 소리지를 여력도 없었다.
동생의 음탕한 손길이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덧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어 있었다.
이지러지는 유방, 하체로 파고드는 음탕한 손길,
두 다리가 부끄러운 자세로 벌려 세워졌다.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노련하게 희롱하는 사내,
아아…… 그 자는 바로 자신의 이복동생이 아닌가?
건문제는 이죽거리며 자신의 실체를 주옥경의 얼굴로 가져왔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파고드는 뜨거운 살덩이,
그녀는 거대한 사내의 흉기가 목젖까지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거의 혼절 직전까지 갔다.
한 순간 경직되는 사내의 실체는 그와 함께 그녀의 입 안으로 뜨거운 폭발이 일었다.
비릿한 체액이 그녀의 입 안을 가득 메웠다.
죽고만 싶은 치욕과 배신감을 그녀는 이복동생의 체액과 함께 삼켜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능욕극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다.
건문제는 어린 소년답게 이내 원기를 회복하였으며,
그 흉기로 이번에는 주옥경의 하체를 유린했다.
하체로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불기둥,
여린 살이 찢기며 느껴지는 불에 지지는 듯한 격통……
더욱 참기 힘든 것은 하체를 일렁이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복동생의 음흉한 얼굴이었다.
"아악!"
주옥경은 비통한 비명을 터뜨리며 퍼뜩 눈을 떴다.
그런 그녀의 전신은 야릇한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공허하던 하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뜨거운 불기둥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흐윽! 너…… 너를 아들처럼 보살폈거늘……
네가 나를 능욕하다니……"
주옥경은 자신이 건문제에게 능욕당하고 있다 여기고 비통하게 흐느꼈다.
혼미한 그녀의 시야로 하나의 얼굴이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근심에 가득찬 아주 심각한 얼굴의 사내,
그는 주옥경을 소중하게 보듬고 있었다.
"죄는 나중에 빌겠습니다,
공주님!
지금만큼은 제게 옥체를 맡겨주십시오."
사내는 그같이 말하며 하체를 일렁였다.
몸이 찢기고 타들어 가는 듯한 격통,
그러나 사내의 뜨거운 불기둥이 몸 속을 드나듬에 따라
그녀의 육체는 의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제멋대로 퍼득이는 사지, 푸들푸들 떨리는 몸……
어느덧 그녀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신음이 배어나오고 있었으며,
근육질의 그녀의 팔다리는 영사처럼 사내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 전율스럽던 패륜의 난행으로 잃었던
그녀의 본능은 사내의 뜨거운 불기둥에 의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이……
* * * * *
십만대산(十萬大山)----
대륙(大陸)의 남방을 수호신과도 같이 휘감고 있는 남방의 신산(神山), 그곳은 이미 초여름의 날씨였다.
그 십만대산(十萬大山)의 서쪽 깊은 곳,
짐승조차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는 한 곳의 절지가 있었다.
사시사철 짙은 운무와 강력한 돌풍에 휘감겨 있는 곳,
그 넓이는 수십 리를 헤아릴 정도로 광활한 것이었다.
과연 그 안에 무엇이 있는가?
그것을 아는 자들은 오직 한 부류의 인간들 마교(魔敎)의 무리 뿐이었다.
한데,
"후훗! 어떤가?
노부와 동행하면 아주 쉽게 마교(魔敎)의 총본영으로 잠입할 수 있다고 한 말이 허언이 아님을 이제 알겠지?"
운무와 돌풍 사이를 유유히 걸어들어오는 이 인이 있었다.
찬연한 황금갑주를 걸친 거인, 그리고 피부가 타는 듯이 검붉은 음험한 인상의 노인이 바로 그들이었다.
-제칠천마(第七天魔) 금갑마.
-제사천마(第四天魔) 화마.
바로 그들이었다.
한데 화마는 좌초백이 어검술로 날려보낸 뇌정인 공력에 격중되어 죽지 않았던가?
죽은 화마가 어떻게 버젓이 살아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물론 그는 진짜 화마(火魔)가 아니었다.
좌초백, 바로 그가 화마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화마가 익힌 이화강살보다도 몇 배 강한 열화무적신강을 익힌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는 수월히 화마로 위장할 수 있었다.
금갑마(金甲魔)----
그는 예의 신비한 몽면괴인이었다.
현재 진짜 금갑마는 십만대산의 외곽에서 철면여제(鐵面女帝) 주옥경을 경호하고 있었다.
항차 그는 마교를 떠나 주옥경의 십보장(十步將)으로 평생을 살 작정이었다.
그것이 주옥경의 옥체를 다치게 한 죄를 씻는 길이라 여기고……
(이 인물은 본래 마교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토록 마교의 금제를 잘 아는 것이고……)
좌초백은 앞장 서서 걷는 가짜 금갑마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염두를 굴렸다.
지금 그가 가짜 금갑마와 지나고 있는 것은 마마대혼돈진세(魔魔大混沌陣勢)라는 절진 중의 절진이었다.
만일 가짜 금갑마의 인도가 없었다면 좌초백이라 해도
그것을 통과하는데 열흘 이상이 걸렸으리라. 꽈르르릉!
두 사람의 주위로는 연신 우뢰성이 일었다.
만일 한 발이라도 헛디딘다면 그 즉시 숯덩이가 되고 말리라.
그만큼 마마대혼돈진세는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진세의 곳곳에 은신해 있는 마교의 호법들이었다.
그들은 좌초백과 신비괴인이 진세를 통과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만일 양인의 위장이 완벽하지 않았다면 가공할 공세가 가해졌으리라.
한 순간,
"……!"
좌초백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그는 자칫 경악성을 입 밖에 낼 뻔했다.
돌연, 모든 진세가 걷히며 그의 눈 앞에 믿어지지 않는 전경이 나타난 때문이었다.
확 트이는 광활한 시야,
그것을 가득 메우고 거대한 성채가 벌려서 있지 않은가?
일견 수천 수백의 대장원으로 구성된 성채,
그것은 성(城)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시진이라고 해야 옳으리라
. <천년마역(千年魔域).>
그렇다. 그것이 바로 마교의 총본영인 천년마역이었다.
천년의 풍운이 잉태되어온 곳,
무림의 역사는 천마(天魔), 인요(人妖), 지황(地皇)의 창세삼마존(創世三魔尊)이 천년마역을 세우면서 새롭게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천 년의 마역에 지금 좌초백은 다다른 것이다.
"후훗…… 너무 감격해 하지 말게나 행여나 정체가 탄로날 위험이 있으니까."
가짜 금갑마가 좌초백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네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지는 대충 짐작하지만……
가능한 자중하도록 하게.
오늘밤이 가기 전에 천년마역에는 일대 겁풍이 몰아칠 테니까."
그는 아주 신비한 눈빛으로 웃었다.
"어쨌든 천년마역에 온 것을 환영하네."
가짜 금갑마는 손을 들어보인 뒤 먼저 성큼성큼 걸어 천년마역을 항해 다가갔다.
"화마(火魔)의 처소는 잘 기억해 두었겠지?
그의 마누라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다시 보세."
가짜 금갑마는 휘적휘적 걸어 번화한 대로로 멀어져갔다.
(어디서 보았을까?)
좌초백은 천년마역으로 멀어지는 가짜 금갑마의 뒷모습을 보며 검미를 찌푸렸다.
그러다 그는 암암리에 숨을 틀이키면서 거대한 천년마역의 성채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왔다. 두 명, 천하대란의 원흉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 뼈를 이곳에 묻어야 하리라.)
좌초백의 눈빛이 아주 강렬해졌다.
그는 저 거대한 성채에 도사리고 있는 두 명의 인물을 죽일 작정을 한 상태였다.
한 명은 천하를 위해서, 또 다른 한 명의 여인은 가문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
-십밀노야(十密老爺) 신목풍.
-겁황마모(劫皇魔母).
인간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두 남녀,
현재 좌초백의 능력으로 과연 그들 중 한 명이나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적은 그렇게도 막강하며,
더구나 둘 씩이나 되었다.
그러나, 좌초백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의 가슴은 격렬한 투혼으로 불타고 있었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현재 보이지 않는 암전(暗箭)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무도 그가 화마로 위장한 줄은 모르고 있으며,
그 비밀이 유지되고 있는 한 승산(勝算)은 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곧…… 나를 보게 되리라. 겁황마모(劫皇魔母), 십밀노야(十密老爺)!)
좌초백은 소리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딪.
스---- 읏!
이어 그의 신형도 천년마역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 *
밤(夜)…… 먹물을 뿌린 듯한 어둠의 장막이 광활한 천년마역을 뒤덮고 있었다.
스---- 읏!
그 어둠의 장막을 가르며 하나의 인영이 유령처럼 북쪽으로 날아갔다.
천년마역의 북방, 그곳에는 한 채의 거대하고도 화려한 대리석의 성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수백만 평의 대지를 차지하고 있는 백색의 성채,
그 안에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일만 명의 여인절대자(女人絶對者)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세상을 오시하며, 뭇 사내를 노예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아주 강한 계집들이 사는 곳.
<겁황마가(劫皇魔家).>
이것이 그 성채의 이름이었다.
마교삼가(魔敎三家)의 제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여인들의 왕국,
십대천마(十大天魔)라고 해도 그곳의 일개시비에 비견될 정도였다.
그만큼 겁황마가의 마녀(魔女)들은 무서운 능력을 지녔으며,
그녀들의 여왕이 바로 겁황마모(劫皇魔母)라는 여인이었다.
스스스----!
마치 유령인 듯이 움직이는 야행인,
그는 겁황마가로 스며들고 있었다.
마교제일금지(魔敎第一禁地)로 거침없이 침투해 들어가는 인물,
그것은 그가 고금최강의 경공기예를 지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좌초백, 바로 그가 지금 겁황마가로 들어선 것이다. 자신의 위대한 가문,
무적전막(無敵戰幕)을 멸망시킨 한 마녀의 목숨을 앗기 위하여,
(겁황마모(劫皇魔母)가 실성을 한 상태라니……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스---- 읏!
좌초백은 한 채 전각의 처마 밑으로 달라붙으며 서늘하게 눈을 빛냈다.
겁황마모(劫皇魔母)----!
마교삼태상(魔敎三太相)의 첫째이며 겁황마가의 여주인인 자타공인의 마교제일인인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실성해 있다고 했다.
그녀가 왜 정신이상이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같은 사실을 좌초백도 이곳 천년마역에 들어와서야 알았던 것이다.
(어쨌든 천재일우의 기회다. 신목풍마저 제거하려면 겁황마모를 쓰러뜨리는데 너무 힘을 소모하면 안되니까……)
좌초백은 스산히 눈을 빛내며 전면을 바라보았다.
탑(塔)---- 하나의 백색의 탑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겁황군림탑(劫皇君臨塔)----
겁황마가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 모두 구 층,
삼십 육 장의 높이를 지닌 그 백옥의 보탑이야말로 겁황마모(劫皇魔母)의 거처였다.
겁황마모는 그 겁황군림탑의 최상층부에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로 지내고 있다했다.
스---- 읏!
좌초백은 겁황군림탑을 노려보다가 탄지지간에 신형을 퉁겨 올렸다.
유령탄허천층비(幽靈彈虛千層飛)----
천세유령부 최고의 운신비기가 시전되며 그의 신형이 벼락치듯 겁황군림탑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주위에는 수 많은 절정공력의 여인들이 은신해 있었으나 누구도 좌초백의 종적을 탐지해내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신형은 기쾌했으며,
몸이 움직이는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은 겁황군림탑 구 층의 처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어 드넓은 탑의 내부가 들여다 보였다.
"……"
좌초백은 소리없이 찬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두 발을 흡인공력으로 탑의 처마에 붙인 자세로 창문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직후, 부르르……
거꾸로 매달린 그의 몸이 한 차례 세찬 경련이 스쳐갔다.
과연, 그가 창문을 통해 본 것은 무엇이기에 그토록 놀라는 것일까?
여인, 탑의 구층에는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 정도,
그러나 막강한 내공을 지닌 탓에 여전히 이십대의 젊음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왔다.
그러나 그 중년미부에게는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압도하는 것이 있었다.
숨을 죽이게 만드는 패기(覇氣)……
어떤 강심장의 사내라도 그 여인의 일별에만 접해도 사지가 떨리고 말리라.
좌초백조차도 여인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압도적인 기도를 느꼈다.
가히 우내제일이라 할만한 도도하고도 막강한 기도를 일개여인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인의 몸으로 그 같은 기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 뿐이라고 할 수 있다
. 겁황마모(劫皇魔母)----!
그렇다.
그 여인이야말로 다름아닌 마교제일태상(魔敎第一太相) 겁황마모였다.
그녀는 현재 좌초백에게 옆얼굴을 보이며 앉아 있었다.
일신에 걸친 것이라고는 얇고 풍성한 나삼 하나 뿐,
당연히 그녀의 당당한 몸매가 한눈에 좌초백의 시야로 쏘아 들어왔다.
중년의 나이답지 않게 전혀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은 한쌍의 육봉,
군살이라고는 전혀 없는 팽팽한 복부의 선,
그 아래로 얼핏 짙은 수림지대마저 좌초백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좌초백을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현란한 육체가 아니었다.
그림(畵)---- 겁황마모가 앉아 있는 포단 앞의 벽에는 한폭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장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오연히 서 있는 한 명 장한의 초상화였다.
당당한 체격, 사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머릿결,
세상을 오시하는 듯 미미한 조소를 띄우고 있는 얼굴……
그 장한의 초상화에는 마치 한 마리 사자(獅子)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풍겼다.
세상을 굽어보며 포효하는 백수지왕----
장한은 그같은 오연함을 전신으로 풍기며 그렇게 서 있었다.
좌초백을 진정으로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사자와도 같은 느낌의 장한이었던 것이다.
(아…… 버님!)
좌초백은 처마에 매달린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그의 눈가로 뜨거운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그는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초상화 속의 장한이 누구인지를……
-사자천존(獅子天尊) 좌무극(佐武極).
아아, 그렇다.
그 인물이야말로 좌초백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부, 사자천존 좌무극이었던 것이다.
그의 초상화가 뜻밖에도 겁황마모의 침실에 걸려 있지 않은가?
(가증스러운 계집, 비열한 질투심에 미쳐 아버님과 어머님을 시해하고도 그 분의 영정을 모욕하다니……)
좌초백의 전신이 극도의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그를 진정 분노케 한 것은 초상화를 보고 있는 겁황마모의 태도였다.
"하아…… 으음……"
그녀의 도도한 입술가로는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섬섬옥수는 자신의 젖가슴과 허벅지 안쪽에서 미묘한 율동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실로 보기 민망한 추태가 아닐 수 업었다.
겁황마모는 사자천존 좌무극의 초상화를 보면서 그와 교합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실성을 한 상태이기에 그 같은 추태를 보이는 것이리라.
좌초백이 분노하는 것은 겁황마모가 그처럼 자신의 생부를 모욕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죽이리라!)
좌초백은 이를 악물고 전신의 공력을 좌수에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겁황마모의 침실로 뛰어들어 일격에 그녀를 격살시키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그그긍!
돌연, 한 소리 둔중한 굉음과 함께 맞은 편의 철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막 뛰쳐들어가려던 좌초백은 급히 몸을 끌어올려 은신하며 열린 철문쪽을 바라보았다.
"네게 마모님을 맡기는 것은 단 한 번 뿐이다.
이점을 명심해라."
아주 괴로운 듯한 노파의 음성과 함게 일남일녀가 겁황마모의 침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앞장선 여인은 도시 나이를 추측할 수 없는 한 명의 노파였다.
비록 허리는 구부정해져 한 자루 용두철장에 몸을 의지하고 있으나 그녀의 눈빛만큼은 좌초백이 이제껏 본 그 누구의 것보다도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파의 뒤를 한 명의 사내가 따르고 있었다.
오른팔이 팔뚝까지 으스러져 버린 자,
"……"
그 외팔의 장한을 본 좌초백의 두 눈이 무섭게 부릅떠졌다.
(이…… 이럴 수가!)
좌초백은 너무 놀라 자칫 처마에서 떨어질 뻔했다.
독비장한의 얼굴,
그것은 놀랍게도 초상화 속의 사자천존 좌무극,
바로 그의 얼굴이 아닌가?
이미 오래 전에 고인이 된 생부,
그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으니 좌초백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이내 좌초백의 두 눈은 경악에서 격렬한 분노로 뒤바꼈다.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독비의 사내가 아주 정교하게 역용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죽일 놈, 감히 아버님의 모습으로 위장을 하다니……)
좌초백은 독비의 사내를 노려보며 소리없이 이를 갈았다.
그 사이에 노파와 독비사내는 겁황마모의 바로 뒤에 이르러 멈추어섰다.
그러나, "하아…… 흐윽…… 더 더……"
겁황마모는 두 사람이 다가선 것도 모르는 듯 몽상의 나락을 헤매고 있었다.
(가엾은 분……) 노파는 열락에 취해있는 겁황마모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겁황마모를 친 딸처럼 길러온 여인이었다.
그래서 겁황마모의 비참해진 모습에 진심으로 가슴아파 하고 있는 것이다.
(아가씨는 사자천존을 너무도 사랑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인데……
어느 놈인가 이 가엾은 분에게 환몽미욕분(幻夢迷欲粉)을 투여했다.
그 때문에 꿈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시는 것이다!)
노파의 두 눈이 고통과 분노로 처연하게 물들었다.
환몽미욕분(幻夢迷欲粉)----
그것은 일종의 미혼독약이었다.
그것에 중독되면 끝없는 환몽을 꾸게 되며 정신력이 약해지게 된다. 겁황마모는 사 년 전 누군가의 암수에 의해 그 환몽미욕분에 중독당했던 것이다. 이미 마신지체(魔身之體)를 이룬 겁황마모였다.
환몽미욕분이 아니라 그 어떤 극독도 그녀를 어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한데 뜻밖에도 그녀는 환몽미욕분의 독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잠재본능 속에 환몽미욕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강력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그것을 비록 환몽 속에서나마 이루고 싶었으리라.
그래서 겁황마모는 스스로를 꿈의 세계에 가두어 버린 것이었다.
(원흉은…… 지극마황(地極魔皇)!
바로 그놈이다!)
노파는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비록 증거는 없으나 겁황마모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가 누구인지는 너무도 자명했다.
물론 그녀도 지극마황이 오래 전에 다른 인물로 바뀌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마교는 그놈의 수중에 고스란히 떨어지고 만다.
그러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아가씨를 깨워야만 한다.
비록 이 분의 옥체가 비천한 사내놈에게 더럽혀지더라도……)
노파는 우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고독모모(孤獨母母)----
이것이 그 노파의 이름이며 겁황마모를 제외한다면 겁황마가 내에서 가장 지고한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고독모모가 겁황마모의 유모였기 때문이다.
"마모님을 품되……
희롱해서는 안된다."
고독모모는 괴롭게 말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겁황마모를 깨우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그것은 사자천존 좌무극의 모습을 한 사내에게 겁황마모를 범하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아가씨를 깨워야만 한다.
옥체를 더럽힌 죄는…… 그 후에 자결하여 갚으면 된다.)
고독모모는 앓는 듯이 한숨을 쉬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 분을 깨워만 준다면 네게 겁황여제령(劫皇女帝令)을 백 일 간 빌려주겠다.
그러니 성심성의껏 그 분을 모셔야만 한다,
담철영!"
고독모모는 문가에서 돌아서며 말한 뒤 침실 밖으로 사라졌다.
(담…… 철영!)
창문가에 매달려 있던 좌초백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비로소 생부의 모습으로 위장한 자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다. 그 자는 바로 십대천마의 제구천마인 검마(劍魔), 담철영이었던 것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좌초백은 너무도 뜻밖의 상황에서 담철영을 만난데 대해 묘한 심정이 되었다.
사신(死神)이 자신을 노리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담철영은 고독모모가 사라진 쪽을 보며 히죽 웃었다.
"흐흐…… 물론 잘 모시리라.
장차 나 담철영을 마교지존(魔敎至尊)으로 만들어 주실 분이거늘……"
담철영의 눈빛이 아주 음험해졌다.
"흐흐! 계집이란 어차피 자신을 범한 사내를 따르기 마련이다.
물론 처음에야 길길이 뛰겠지만 이 계집도 곧 나 담철영을 지아비로 섬기게 될 것이다."
담철영은 아주 음흉하게 웃으며 겁황마모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겁황여제령이라는 일개 영부가 아니었다.
겁황마모, 아니 겁황마가 전체를 수중에 넣을 작정을 그 자는 하고 있는 것이다.
"후훗! 원하는 대로 극락에 보내 드리리다,
마모!"
담철영은 히죽 웃으며 겁황마모의 어깨로 손을 가져갔다. 한데,
"……!"
막 겁황마모의 몸에 손을 대려던 그 자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전신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듯한 가공할 살기가 측면에서 느껴진 때문이었다.
(이…… 이것은 바로……!)담철영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수천, 수백 자루의 칼날에서 뻗쳐나오는 듯한 살기,
그것은 그 자가 알고 있는 한 가지 초극검예(超極劍藝)로만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서…… 설마…… 너는……"
담철영은 턱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바로 나다,
담철영!"
담철영의 귓가로 아주 싸늘한 일갈이 울린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 좌초백은 어느 틈엔지 마치 유령처럼 담철영의 바로 뒤에 서 있었던 것이다.
쩌러렁! 빠지지지직!
좌초백의 전신으로 수 많은 무형의 검인이 고슴도치의 그것같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으으…… 그…… 늙은이를 만났었군."
담철영이 덜덜 떨며 신음했다.
"그렇다. 그 분은 지금 단혼애에서 내가 네놈의 목을 가져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시다."
좌초백이 이를 부득 갚며 외쳤다.
그것을 들으며 담철영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물들어갔다.
그의 손 안에는 한 알의 단환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강력한 최음제로 본래는 겁황마모를 흥분시켜 범하려고 준비했던 것이다.
(살아야만 한다. 무슨 수를 쓰든……)
담철영은 이를 악물며 최음독단을 내공의 힘으로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받아랏!"
파---- 앗!
그는 손 안에 든 최음독분을 그대로 좌초백에게 흩뿌리며 신형을 문쪽으로 폭시시켰다.
확 번지는 독분, 하지만,
"흥!"
그 속에서 좌초백의 싸늘한 냉소가 터져나왔다.
탄지지간에 문간에 이른 담철영,
그 직후에 그 자는 등으로 스며드는 수백 가닥의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컥……!"
그것이 담철영이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이었다.
퍼---- 퍼퍽! 후두두둑!
머리를 제외한 담철영의 전신이 수백 조각으로 육시되어 허공으로 흩날렸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갈가리 찢겨 날아가는 담철영의 육신……
그자의 살과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찰나의 순간 좌초백의 뇌리로 숱한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처음 담철영을 만나 그자의 독수에 죽을 뻔 한일,
담철영의 간악한 음모에 빠져 모란선자 수운영과 살을 섞게 된 일,
그자의 독수에 빠져 하체가 녹아버린 사부 검황야의 모습....!
퉁----!
좌초백이 감회에 젖어있는 사이 피보라 속에서 담철영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나뒹굴었다.
좌초백은 그의 목을 검황야에게 갖다주려 머리통만은 분시하지 않은 것이다. (지독하군!)
담철영을 일격에 분시해버인 좌초백은 비틀하며 몸을 세웠다.
너무 흥분하여 그는 담철영이 던진 독분을 다량 마신 상태였다.
그러나 최강의 열화기공인 열화무적신강을 지닌 그인지라 아무리 강한 독기라도 한 번의 운기조식으로 태워 버릴 수 있으리라.
좌초백은 한 차례 머리를 흔들어 보이고 담철영의 목을 주워들려고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무극…… 아아!
당신이 드디어 저를 찾아오셨군요."
돌연 좌초백의 귓전으로 뜨거운 여인의 숨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질겁을 하며 돌아선 좌초백의 앞으로 터질 듯 무르익은 여체가 막 다가서고 있었다.
(겁황마모(劫皇魔母)!)
좌초백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겁황마모, 그녀가 훤히 비쳐보이는 나삼만을 걸친 모습으로 그를 향해 다가서고 있지 않은가?
"흐윽! 용서해줘요.
그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지극마황, 그 늙은이의 꾀임에 빠져 미쳤던 거예요."
겁황마모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좌초백에게 팔을 벌리며 다가섰다.
그녀의 그 같은 모습에 좌초백의 얼굴이 와락 이지러졌다.
(이 마녀가 나를 아버님으로 착각하고 있구나!)
좌초백은 앓는 듯한 신음을 토하며 주춤 물러섰다.
좌초백은 아버지인 좌무극보다 어머니인 소수선자쪽을 더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용모는 다르다 해도 그 풍기는 기도만큼은 좌무극과 너무도 흡사한 것이었고,
겁황마모는 그것을 너무나도 정확히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좌초백을 좌무극으로 오인하였으며,
실로 오랜 미몽의 나락에서 반쯤 깨어난 것이다.
(죽여야만…… 한다.)
좌초백은 입술을 악물었다.
쩌---- 저정!
그의 좌수가 언듯 흔들리며 일백 가닥의 뇌정인 공력이 폭출하여 겁황마모의 젖무덤을 강타했다.
그것은 십 장 두께의 철벽이라도 능히 으스러뜨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실로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 벌어졌다.,
스---- 읏!
겁황마모의 섬섬옥수가 언듯 흔들리는 순간 그녀의 몸 앞으로 하지만 강기의 방패가 형성되었으며,
터더덩---- 쩌러렁!
검벽신강으로 내쳐진 수백 가닥의 뇌정인----
그것들이 실로 어이없게 사방으로 튕겨나가지 않는가!
(상상…… 이상이다!)
좌초백은 두 눈을 부릅뜨며 다급히 제이파의 공세를 발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흐---- 윽!"
다음 순간 그의 두 팔은 무서운 힘에 휘감겨 버렸다.
믿어지지 않는 속도로 다가선 겁황마모의 섬섬옥수가 그를 끌어안아 버린 것이었다.
"흐윽!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어요."
겁황마모는 오열하며 좌초백을 보듬어 안았다.
마치 영원히 놓지 않을 듯이.
"으…… 음!"
겁황마모의 압도적인 힘에 사로잡힌 좌초백의 얼굴이 서뻘개졌다.
전신에 느껴지는 능어 같은 여체의 감촉……
좌초백은 담철영이 투사한 최음독분을 다량 흡입한 상태였다.
급변하는 상황 때문에 그는 미처 최음독분을 태워 버리지 못했고,
그것이 겁황마모의 육체에 접해지자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랫도리로부터 불끈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불덩이를 느끼며 좌초백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안돼! 이러면……)
좌초백의 눈빛이 당혹으로 물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손은 의지와 달리 무르익은 겁황마모의 육체를 더듬고 있었다.
"하악! 흐음……"
좌초백의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어 오자 겁황마모의 붉은 입술은 자지러드는 신음을 토해내었다.
활처럼 휘어지는 여체,
좌초백은 어느덧 한 마리 발정난 숫컷이 되어 겁황마모의 터질 듯한 육체를 탐해갔다.
두 남녀의 몸은 자연스럽게 포단 위로 쓰러졌다.
찌익---- 찌---- 직!
거칠게 찢겨 나가는 나삼,
겁황마모의 몸은 삽시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마치 대지(大地)와도 같은 여체……
풍만한 육봉 위에 한쌍의 포도송이가 수줍게 떨고 있었다.
팽팽한 하복부, 적당히 살이 찐 허리, 그 아래로 드넓은 둔부가 대지처럼 뻗쳐 있었다.
"으…… 음!"
좌초백의 핏발 선 두 눈은 그 풍염한 겁황마모의 아랫도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끈한 백옥지둥 한 쌍이 수줍게 오므려져 있고,
그 사이로 도독히 살이 오른 두덩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두덩 일대는 보드랍고 칠흑같이 검은 체모로 소담스럽게 덮여 있었다.
"하아……"
좌초백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깨달은 겁황마모의 전신에 경련이 스쳤다.
그녀는 수줍게 신음하며 꼭 다물린 허벅지에서 힘을 뺐다.
살짝 벌어지는 한 쌍의 백옥기둥 사이로 방초숲에 숨은 쾌락의 동굴 입구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좌초백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겁황마모의 허벅지를 활짝 밀어 버렸다.
좌우로 한껏 벌어지는 백옥기둥,
가장 부뜨러운 자세로 하체를 개방한 겁황마모는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허벅지가 벌어지며 함께 개방되는 동굴 입구는 소녀의 그것처럼 여리고 청결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나이는 중년이나 그녀는 아직껏 처녀의 몸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강하고 가장 패도적인 여마종----
누가 있어 감히 그녀의 육체를 넘보겠는가?
그러나, 그 마교제일태상인 여마종의 육체가 지금 가장 부끄럽고 민망한 자세로 벌어져 있는 것이다
. "악!"
터져 나오는 당혹의 신음, 겁황마모는 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동굴입구에 닿음을 느끼고 비명 같은 신음을 토했다. 가장 예민한 그녀의 살점을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미끈덩한 이물질,
좌초백의 입술과 혀는 겁황마모의 비궁을 제멋대로 유린하고 다녔다.
야릇한 물기젖은 소리, 활처럼 휘어지는 여체,
좌초백은 마치 부모의 원한을 그런 식으로 갚으려는 듯 두 손으로 겁황마모의 허벅지를 좌우로 밀어붙이며 머리를 움직였다.
그것은 실로 성숙한 여인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고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겁황마모는 몇 번이나 자지러들면서도 그 고문을 감내해 내었다.
그녀의 중심부는 좌초백의 타액과 그녀 자신의 애액으로 이미 흥건히 물든지 오래였다.
(더....더 이상은……!)
겁황마모는 거의 까무러칠 지경이 되어 그렇게 되뇌었다.
바로 그 순간 최후의 고문이 가해졌다.
젖은 살점 사이로 무자비하게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불기둥!
사내의 흉기는 일거에 그녀의 처녀를 깨뜨리며 하복부로 파고들었다.
"아…… 악!"
퍼득이는 여체, 이미 혼절 직전에 몰렸던 여체는 그 한 번의 화인(火印)으로 절정을 넘고 말았다.
아득히 멀어지는 정신……
그 중에서도 그녀는 아랫도리를 세차게 드나드는 불기둥을 느꼈다.
얼굴 위로 토해지는 사내의 뜨거운 숨결,
그것을 마지막으로 느끼며 겁황마모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축 늘어지는 여체,
그러나 이미 욕정에 미친 좌초백은 그녀의 몸을 무자비하게 유린해갔다.
그의 아랫도리가 세차게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겁황마모의 육봉은 물결치듯 일렁였다
. 겁황마모----
그 가장 무서운 여마종의 침실은 뜨거운 사내의 숨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ㅡ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독, 감사드려요
즐독입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즐감했읍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후끈...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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