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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젓갈상회에 딸린 달봉식당. 7,000원짜리 젓갈정식을 앞에 두고 앉으니 입안에 절로 단침이 고인다. 염장조기절임이나 고들빼기 장아찌, 된장찌개 등 기본 반찬을 다 빼고도 자그마치 열여섯 가지의 젓갈들이다. 사진작가의 촬영이 끝나야 한 점씩 입에 넣어 볼 터, 젓가락 손에 들고 기다리는 시간이 퍽 길다. 향긋한 짠 내를 맡으며 한참을 마음만 졸이다 드디어 촬영이 끝났다. 아직 식지 않은 따끈한 밥뚜껑을 열고, 한 점씩 한 점씩 밥숟가락 위에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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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젓과 창란젓, 오징어젓은 일단 뒤로 미루어야지. 그건 흔하니까. 난생 처음 보는 젓갈도
수두룩하다. 가리비젓은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청어알젓은 참기름 한 방울 넣어 밥에 비벼 먹으면 안성맞춤. 황석어젓은 칼로 다진 후 양념해 먹는다. 대구의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꼴뚜기젓, 어리굴젓 그리고 낙지젓 한 젓가락씩 먹다 보니 그새 밥그릇이 비었다. 식당에서는 아예 여분의 밥그릇을 테이블에 더 차려 놓았다. 밥도둑이라는 것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자디 잔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에서는 정말 흙내음이 폭 풍긴다. 토하(土蝦), 이름 그대로다. 조개젓은 청양 고추와 통깨만으로 양념해 나오는데 담백함이 일품이고, 멍게젓은 그나마 향이 약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바닷물 한 모금 삼킨 듯 진한 소금
내가 느껴졌다. 쌈장인 줄 알고 커다란 오이고추 한 개 집어 들고 푹 찍었더니 감칠맛 진하게 나는 갈치속젓이다. 그 맛에 반해 버려 상추 한 장 손에 들고 큼지막하게 쌈 한 번 싸고 말았다. 배가 불러 더 이상은 못 먹을 듯 했지만 그래도 젓갈은 뭐니 뭐니, 밥에 물 말아 먹어야 하는 법. 오복오징어젓이 무언가 했더니 오징어젓을 곱게 다져 해바라기 씨와 땅콩, 호두와 잣을 넣어 버무린 거란다. 숟가락 끝으로 조금씩 떠서 물 만 밥과 호로록 삼켰더니 거짓말처럼 밥 두 그릇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무리한 거다. 이래서야 배가 불러 강경포구 구경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jstory.com%2Fdata%2F200909%2Fimages%2F110_t01.gif) 평양시장, 대구시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시장이 있던 곳으로 꼽혔다는 충청남도 강경은 조선시대부터 전국 최대의 젓갈 산지였다. 하루 100여 척의 선박이 해산물을 싣고 와 강경포구에 내려놓았다. 전국에서 몰려온
상인들과 뱃사람들 때문에 강경포구는 언제나 들썩였다. 막걸리를 파는 주막과 곱게
차려입은 기생들이 가야금을 타는 고급 요정들이 섰고, 충남에서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온 곳도 강경, 상하수도가 가장 먼저 놓인 곳도 강경, 은행도 일찌감치 강경에 세워졌다. 군산 바다에서 금강을 따라 내륙으로 연결이 되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그런 은성을 누릴 만도 했다.
차고 넘치는 해산물을 가지고 강경 사람들은 젓갈을 담갔다. 뱃사람들은 매일매일 돛단배에 그 젓갈을 싣고 한강의 마포나루로 날랐단다. 그런데 지금, 강경포구는 흔적도 없다. 군산항이 생기고, 철도는 강경을 비켜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느린 뱃길을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덥석덥석 옛 풍경들을 베어 먹었다손 치더라도 이렇듯 호젓할까. 그저 호시절을 기억하는 금강만 수더분하게 흐르고 있을 뿐. 강경포구가 있던 자리, 그곳에는 온통 젓갈집 간판들이다. 전국 젓갈 생산량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강경의 명성은 포구가 사라진 이후에도 그대로인 셈이다. 옛 포구가 있었던 염천동에는 30여 개의 젓갈집들이 있고 재래시장의 젓갈집들까지 친다면 120여 개에 이른다. 마치 젓갈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소읍. 젓갈시장이라고 해서 비린내 풀풀 풍기고 파리가 들끓는 비위생적인 곳을 떠올릴 필요는 전혀 없다. 염천동 상인들은 ‘강경맛깔젓’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내걸고 충분히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었다. 위생복을 갖추어 입은 직원들이 말끔하게
공간을 정리하며 손님들을 맞는다. 일 년에 한 번, 10월에 열리는 강경젓갈축제가 꼭 아니라도 강경젓갈시장을 찾는 관광객들로 늘 붐비기 때문이다. 논산시 차원에서의 지원도 아낌없는
편이라 강경젓갈 상인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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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젓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염도가 낮아 발효음식에 대한 신뢰는 강하지만 동시에 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50여 가지의 젓갈을 앞에 두고 도대체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이라면 나처럼 젓갈백반 한 끼 먹은 이후에 골라 보아야 할 것이다. 젓갈은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데, 황석어젓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600그램 한 통에 3,000원, 가리비젓과 어리굴젓은 만 원, 오징어젓은 7,000원 정도이다. 조개젓과 아가미젓은 8,000원, 갈치속젓은 5,000원 그리고 가장 비싼 명란젓은 2만 5,000원에 살 수 있다. 백화점과 다를 바 없다고? 절대 아니다. 여기에선 덤이 필수. 덤도 없이 누가 이곳까지 기름값 들이며 찾아갈까. 푸짐한 덤 얹어 오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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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이란? 젓갈은 어패류에 소금을 가해 부패를 억제하면서 숙성을 시킨 염장 발효 식품이다. 숙성 기간 동안 자가 분해 효소와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유리아니노산과 핵산분해 산물 때문에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어패류가 풍부해 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젓갈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다. 종류로는 새우젓·조개젓·소라젓·곤쟁이젓·밴댕이젓·꼴뚜기젓·대합젓·멸치젓·연어알젓·명란젓·어리굴젓·조기젓·창란젓·방게젓 등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 재료를 항아리에 담고 완전히 덮일 만큼 소금을 켜켜이 치고 꼭 봉해서 익히는데, 새우젓·멸치젓·황세기젓(조기젓) 등은 주로 김장을 담글 때, 그 외는 대부분 밥반찬으로 쓰인다. 이 외에도 육류와 생선·어패류를 섞어서 간장·소금·생강 등을 얹어 담그는 어육장(魚肉醬), 생선을 저며 소금·국수 부스러기·파·술과 함께 담근 주맥어법(酒麥魚法), 참가자미에 메조밥·엿기름·고춧가루·소금을 섞어 담근 밥식해(또는 가자미식해) 등 특수한 젓갈도 있다. 젓갈은 발효 식품의 건강적인 측면, 즉 필수 아미노산을 보충해 주고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데다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까지 부각되면서 오랜 세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재료이자 밑반찬으로 사랑 받고 있다.
강경발효젓갈축제 / 광천토굴새우젓축제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을 사려한다면 해마다 젓갈축제가 열리는 10월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광천토굴새우젓축제는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강경발효젓갈축제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다. 볼거리, 먹을거리들이 풍성하니 가족 나들이 삼아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생산자가 직접 판매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건 당연지사. 호남선을 타고 강경역에서 내리거나 장항선을 타고 광천역에서 내리면 된다. 젓갈집에서는 얼음 포장을 해서 택배로 보내 주니 몸 가볍게 나머지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게다. 논산 읍내의 관촉사에 들러도 좋고, 광천에서 가까운 오서산은 억새밭의 절경이 훌륭하다. | |
토굴 입구에만 서도 서늘한 기운이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귀뚜라미가 다닥다닥 붙은 토굴 안에는 커다란 새우젓 양동이들이 줄을 지어 섰다. 유월에 담가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올라붙은 육젓은 김장에 쓰기에는 아까울 지경이다. 파 한 뿌리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살짝 떨어뜨려 무쳐 먹으면 딱 좋겠다. 1킬로그램 당 3만 원에서 4만 원 정도이다. 뽀얀 국물이 배어 나오는 것이 진짜 새우젓. 새우젓의 양을 불리기 위해 소금물을 탄다는 풍문,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소금물을 타면 절대 사골국물 같은 뽀얀 물이 배어 나오지 않고 말갛고 투명한 물이 보인다고 하니 새우젓을 고르는 주부님들은 참고하실 것. 오월에 담근 오젓은 그 다음 등급이라 보면 되겠다. 오젓은 육젓에 비하자면 가격이 뚝 떨어진다. 킬로그램 당 2만 원에서 1만 5,000원. 가을에 담근 추젓은 킬로그램 당 만 원. 김장용으로 새우젓을 고른다면 오젓이나 추젓이면 적당하다. 광천토굴에서는 목포 신안 앞바다에서 잡은 국내산 새우만 쓴다. 소금 역시 신안수협의 천일염만을 고집한다고. 광천토굴 새우젓을 고급 브랜드로 인식시키기 위한 상인들의 수고로움도 그 맛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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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