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컨테이너와 운송주권
컨테이너란 수출입 화물을 담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말하고 이를 싣고 운송하는 선박을 컨테이너 선, 이런 영업을 하는 상인을 정기선사라고 한다.
근처에 오래된 커피숍이 있다. 옛날 뱃 생각이 나면 그 커피숍을 찾는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다. 배에 커피를 싣는 장면이다. 커피 원두를 담은 마대도 진열해두었다. 하역작업중 파손으로 마대로부터 삐져 나온 커피 원두는 선원들의 용돈벌이에 사용되었다. 커피 원두가 마대에 담겨 수출입 될 때에는 여러 차례 손이 갔다. 인부들이 선창에 들어가서 마대를 부두로 이동시킨 다음, 다시 창고까지 운반해야 했다.
어떤 사람이 20피트 규격에 맞추어 제작된 컨테이너에 커피 원두를 담은 마대 1000여개를 한꺼번에 넣었다. 컨테이너만을 전용으로 싣는 선박이 나타났다. 항구에 들어와서도 신속하게 들어올리는 장치로 내리고 올려서 목적지로 이동시켰다. 사람의 손이 10번 가던 것을 한번으로 줄여 비용이 절감되었다. 신속하게 운송되었다. 옥수수와 같이 벌커로 싣고 다니던 많은 화물들은 이제 컨테이너로 운송된다.
우리나라 수출화물의 99.7%는 선박으로 운송된다. 그 중 20%는 컨테이너선에 의해 수출된다. 그러고 보니 컨테이너는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나라는 약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적재할 110만 TEU능력을 가지고 있다. 통상 선복의 1.5배의 박스를 가지고 있다. 운송인이 컨테이너를 제공하고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는 155만개가 필요하다. 1개당 300만원이면 4조 5천억원의 가치를 가진다. 2만 TEU 선박 한척 건조가격이 약 2000억이면, 컨테이너 3만개가 필요하니 약 900억원의 조달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에 간 컨테이너 박스는 LA항을 거쳐서 동부로 트럭에 실려서 이동된다. 정기선사 운영의 성패는 이 컨테이너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한국에 다시 가져오는가에 달려있다. 수입자가 이를 그냥 창고로 사용하면, 정기선사는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 되고 하나를 더 구해와야 한다.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반면에 신속하게 미국에서 화물을 싣고 한국에 가져오면 운송비도 받고 추가적인 구입비도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 화물을 찾지 못하면 그냥 빈 컨테이너를 모아서 가져올 선박을 미국에 보낸다. 최근 세계적인 물류난이 가중된 이유도 이 컨테이너가 미대륙을 제대로 횡단하지 못하고 항구에 잠겨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컨테이너의 60% 이상을 제작했고 이를 전세계에 공급했다. 인건비가 맞지않자, 제작공장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95%가 중국산이다. 요소수와 같은 대란을 피하려면 우리나라 안에서 적정량이 제작되고 우리 상품의 수출에 사용되어야 운송주권이 확보된다. 이미 2020년 이런 파동이 난적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를 훨씬 뛰어넘는 국익이 걸린 화두가 컨테이너에 도사리고 있다. 이를 잘 간수하고 다루면 수출입도 잘 되고 우리 정기선사도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김인현, #컨테이너, #운송주권
첫댓글 아~~~
관심분야가 아니었는데
해생덕분에 해양관련해 뭐든
즐겁게 읽게되네요
낯선 단어들이 익숙해질때까지
열심히 ~~~
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읽고갑니다~~~즐건주말보내셔용♡♡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사에 대한 지식이 더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아공~~~지킬걸 잘지키는 대한민국이길 희망합니다~~~^^
컨테이너 박스도 국내에서 일정량 생산해야된다는 말씀에 중국 등 특정국가에 90%이상 전적 의존하는 품목이 1800개가 넘는데 국내 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무기처럼 쓰일 것들이 많다니 내심 우려됩니다. 저비용 효율만 따지댜보니 이렇게.
식량안보처럼 컨테이너 박스는 물론 특정국가 의존도가 매우 심한 완성품, 중간재, 원료 등은 모두 안보와 주권의 관점에서 재검토해서 공급망 등을 정비할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자체적인 컨티전시 플랜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대외발 인플레이션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고(수입물가 상승 경험 중), 경제나 산업이 특정 국가나 자본에 예속되는 공급망 구조는 안보와 주권에 현존 RISK란 생각입니다.
말씀하신 운송주권. 우리의 수출입 대동맥인 운송주권은 반드시 지켜내야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새로운 지식 하나 챙겨갑니다
요소수대란을 겪으면서 막연하던 중국의 영향력을 절감했지요~~
닥치기전에 미리 준비할수 있어야 할텐데요~~
교수님 덕분에 또 지식이 업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