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명물]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 없는 감 '청도반시'
경인일보 2023-08-30
감씨 실종 미스터리… 감쪽같이 숨긴 청도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경북 청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없는 감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청도반시는 감말랭이, 반건시, 곶감, 아이스 홍시, 감와인, 감식초, 감초콜릿, 감화장품, 감잎차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재탄생, 지역 주요 특산품 역할을 하고 있다.
청도군에는 현재 6천186가구의 감농가에서 매년 3만2천963t의 감을 생산해 낸다. 이 가운데 39.9%인 1만3천185t의 감을 감말랭이 등으로 가공, 연간 1천543억원의 소득을 올려 지역을 먹여 살리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분수 거의 없이 암꽃만 맺는 감나무 품종
분지형태 산간, 안개 짙어 벌 수분활동 저해
여러 영향 복합 작용… 씨 생기지 않는 특징
감식초·아이스홍시·빙수 등 가공식품 다양
10월 화양읍서 축제… 매년 전국 마라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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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청도군을 대표하는 과목으로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청도의 가을은 붉은 감으로 장관을 이룬다. 사진/매일신문DB·청도군 제공 |
■ 전국 유일 씨 없는 감
청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가 없는 감이 생산되는 곳으로 청도에서 감나무를 다른 지역에 가져다 심으면 씨가 생기게 된다. 청도반시가 씨가 없는 이유는 지형과 기후 특성, 품종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밝혀졌다.
산림청이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 및 민간 전문가와 공동으로 지리적 표시 등록 심의를 위한 조사 위원회를 구성, 청도 반시에 대해 현지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일반 감은 꽃이 과실을 맺는 암꽃과 과실을 맺지 못하는 수꽃, 암수 중간 형태의 양성화가 나타난다.
이에 반해 청도 반시는 주로 암꽃만 맺는 감나무 품종으로 지역 내에 수꽃을 맺는 감나무(수분수)가 거의 없어 수정이 어렵고, 또한 씨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분지 형태의 산간 지형인 청도 지역 특성상 감꽃의 개화 시기인 5월에 안개가 짙어 벌의 수분 활동을 저해하는데, 일부 수분수의 수분 활동도 방해, 씨 없는 반시가 된다. 2010년 3월 산림청의 1년여 동안의 조사 끝에 씨가 없는 청도 반시가 지리적 표시 등록 제28호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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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반시로 만든 감말랭이. 사진/매일신문DB·청도군 제공 |
■ 마을이름 딴 '세월반시'에서 청도반시로 등극
조선 시대 1545년(명종1) 이서면 신촌리 세월 마을 출신인 일청재 박호가 평해 군수로 재임하다 귀향할 때 감나무 묘목을 갖고 왔다. 그곳 토종 감나무의 접수를 무속에 꽂아 와서 청도의 감나무에 접목한 것이다.
청도의 토질과 기후에 맞아 마을 이름을 따 '세월반시'로 불리다 현재의 청도반시가 됐다. 지금도 세월 마을에는 수령 150여 년의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감나무는 청도군을 대표하는 과목으로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청도의 가을은 붉은 감으로 장관을 이루어 더욱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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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반시 감수확 감따기체험. 사진/매일신문DB·청도군 제공 |
청도반시의 주성분은 당질로서 15∼16%인데 포도당과 과당의 함유량이 많다. 단감과 떫은 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떫은 맛의 성분은 디오스프린이라는 타닌 성분으로서 수용성이기 때문에 쉽게 떫은 맛을 낸다. 아세트알데이드가 타닌 성분과 결합하여 불용성이 되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또 비타민 A와 비타민 B가 풍부하고 비타민 C는 100g 중에 30∼50㎎이 함유되어 있다. 과일의 색은 껍질의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한 것이다. 짙은 주황색인 리코핀의 함유량은 가을의 일조 조건과 관계가 있다.
청도반시는 성숙기의 기온 상태가 품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연평균 기온 11∼15℃, 열매가 성숙하는 9∼11월의 평균 기온이 21∼23℃ 정도인 곳이 감의 재배에 적당하다.
■ 청도반시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 판로 개척
청도반시를 원료로 가공품으로서 주로 감와인을 꼽는다. 청도 감와인은 2008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건배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주,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뉴욕 한국술 행사에서도 건배주로 채택되는 등 국내외 주요 행사 건배주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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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수출하는 청도 감말랭이. 사진/매일신문DB·청도군 제공 |
청도반시를 일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각종 가공품이 출시되고 있다. 조미료의 하나인 청도 감식초다. 감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드는 감식초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애용하는 이가 많다. 청도 감식초는 사과보다 비타민이 8배나 많아 비만·변비 예방, 피부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얼린 홍시인 '아이스 홍시'도 시판되고 있다. 청도반시는 씨가 없어 홍시를 먹을 때 씨를 거르지 않아도 된다. 또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으며, 수분도 많다. 그래서 청도반시는 아이스홍시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최근 편의점 CU는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할매니얼 취향을 겨냥해 청도군 특산물인 홍시를 활용한 '청도홍시빙수'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실제 청도산 홍시 퓌레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빙수 상품으로, 홍시 과즙을 넣고 곱게 간 얼음에 홍시 퓌레 시럽을 더해 달콤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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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축제에서 반시터널에 홍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진/매일신문DB·청도군 제공 |
■ 매년 청도반시 축제, 반시 마라톤 열려
청도군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청도 반시 축제를 열고 있다. 청도 반시 축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씨 없는 감을 소재로 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대구, 울산, 부산 등 대도시와 인접해 우수 축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도 오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동안 청도군 화양읍 야외공연장 일원에서 열린다.
청도반시 축제는 매년 다른 주제로 기획되어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청도 반시와 함께하는 시월의 행복한 추억', '청도 반시로 만드는 달콤한 행복'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돼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해마다 색다르고 풍성하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작년도 축제는 개막 첫날부터 관객이 크게 몰리면서 3일간 역대 최다인 45만여명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반시축제장에서 반시마켓, 반시푸드존, 반시이색가요제 등의 특별프로그램과 감따기 체험, 반시인간 자판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농특산물판매장은 예년보다 10% 가량 늘어난 2억원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청도반시 전국 마라톤 대회도 매년 10월에 개최된다. 청도군 생활체육회와 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해 올해도 오는 10월 22일 전국의 2천500여명의 건각들이 참여한 가운데 하프, 10㎞, 5.9㎞ 종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매일신문=김성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