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35도,1965년 30도, 1973년 25도, 19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 21도, 2006년 20도.
위 수치는 우리 나라 서민술의 대표인 소주의 알코올 도수 변화수치이다. 35도 증류주에서 30도 희석식 소주로, 그리고 새로운 제조공법을 통해 1970년대 25도로 낮아진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최근 20도까지 낮아졌다.
세계 최초로 알칼리수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두산주류BG의 20도짜리 소주 '처음처럼', 산소 발효 공법으로 만든
국순당의 술 '별' 등 요즘 소주업계는 앞다투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는 까닭은 최근 소주의 소비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혀와 간장을 찡하게 울리는 쓴 맛을 즐기는 대부분의 소주매니아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깔끔한 뒷맛과 부담없는 목넘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낮은 술을 선호하는 이유를 20대 중반의 직장여성은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에겐 목넘김이 순하고 뒷끝이 없는 소주가 인기죠. 도수가 올라갈 수록 입안에 화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부담이 되죠. 도수가 낮은 소주가 다음 날 숙취도 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도수 낮은 술이 인기다.
"예전 높은 도수 였을때도 소주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즘의 낮은 도수의 소주가 훨씬 맛있게 느껴져요. 도수가 낮은게 목에 넘길때 덜 역하고 뒷맛이 쓰지 않아 맛있어요. 그래서 더 많이 먹고 더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1주에 한번 정도 술을 마시는 30대 초반의 한 남성 회사원은 도수 낮은 술이 더 맛있다고 주장한다.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갖지만 소주가 옛날의 25도로 돌아간다고 하면 안마시게 될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저도주'의 열풍에는 요즘의 웰빙 추세도 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의 음주 트렌드가 해가 갈수록 저도화되고 있습니다. 가급적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아침 부담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바람이니까요.”
두산 전략기획본부 신동규 부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과 맞물려 최대한 ‘몸에 덜 해로운’ 술을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요즘의 저도화 추세를 진단한다.
이런 요즘의 소주 저도화 바람은 소주업계의 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진로의 20.1도 짜리 리뉴얼 '
참이슬'과 두산주류BG의 20도 짜리 '처음처럼'이 이 경쟁의 중심에 서있다. 20도와 20.1도의 차이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소주는 알코올과 1%의 첨가물 그리고 물로 채워진다. 21도 소주의 경우 알코올 21%, 첨가물 1%, 물 78%로 구성된다.
따라서 애주가가 아니고서는 알코올 1~2도의 차이를 술맛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소주제품에 진로와 두산이 0.1도 차이의 순한 소주 신제품을 내놓고 특별한 맛을 강조하고 있다.
하진홍 진로 사장은 "진로의 앞선 주조기술과 5만명을 대상으로 300여 회에 걸친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20.1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소주 맛과 알코올 도수 를 찾아냈다"면서 "20도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새 참이슬은 진로만의 기술로 만 든 0.1도의 미학(味學)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은 "소주의 알코올 함량은 국세청에서도 0.5도의 편 차를 둘 정도로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면서 "20도와 20.1도의 차이를 소비자가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제조공법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차이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도수가 낮으면 취하기 위해 더 많이 마셔야 하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 "소주의 참맛은 도수에 있는 건데 소주업계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계속 도수를 낮추고 있는게 상술같이 생각된다"며 저도화 추세를 비판하고 있어 나아가 소주업계가 19도·18도의 소주를 출시해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오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