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가포, 보령명천, 인천아시아선수촌, 부안변산, 대전대신2, 청원오창…(2010년) ● 대구도남, 서산석림2, 부산강서, 인천용마루, 세운상가3, 양평공흥2…(2011년) ● LH공사, “중단·보류 아닌 사업 재조정,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 보금자리에 올인, 토지공사 추진하던 신도시 수출사업도 사실상 중단 ● 노조, “보금자리주택 한 채당 1억원 이상 적자…절반 이상 줄여라” ● LH공사, “신도시 수출은 준비 안 된 사업, 실력 키워 다시 도전”
2009년 10월7일 이명박 대통령이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 참석해 현판을 제막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화 주공 노조위원장,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이지송 LH공사 사장, 이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고봉환 토공 노조위원장.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0년 추진할 예정이던 55개 택지·도시개발사업 중 8곳의 사업을 보류하고 7곳에서는 사업을 중단한다. 최근 LH공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0년 사업계획’(이하 사업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0년 사업추진이 예정됐으나 보류가 결정된 지역은
파주운정3(신도시),
원주태장2,
김해율하2,
오산오산(이상 택지개발),
마산교도소 이전(도시개발),
울산효문, 용인덕성(이상 산업단지),
진해가주(경제자유) 등이다.
마산가포(보금 전환),
보령명천(택지 전환),
인천아시아선수촌 및 미디어촌(도시개발),
부안변산(관광단지),
대전대신2(주거환경),
청원오창(주거지역)등에서 진행되던 개발사업은 아예 중단된다.
사업 보류 및 중단은 2011년에도 속출할 예정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LH공사는 2011년에도 8곳의 개발계획을 보류하고 20곳에 달하는 개발지구에서 진행 중이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중단이 결정된 개발지구는 대구도남, 서산석림2, 부산강서, 인천용마루, 세운상가3, 양평공흥2 등이다. LH공사의 이번 결정은 개발 기대감을 갖고 있던 이 지역 주민들과 관련 건설사들의 반발과 동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LH공사가 예정된 사업을 보류하거나 접는 이유는 단 하나, 사업을 추진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LH공사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확히 말하면 보류나 중단은 아니다. 예산에 맞게 사업을 재조정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다. 주택공사(주공)와 토지공사(토공)가 통합되면서 사업규모가 상당 부분 축소됐고, 부득이 일부 사업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데 따른 결과다. 사업여력이 생기면 언제라도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다. LH공사가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LH공사의 2010년 사업규모는 총 43조원이다. 2009년 10월1일 LH공사가 출범할 당시 토공과 주공이 수립한 계획(56조원)이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13조원가량 줄어들었다. LH공사는 1월8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사업중단 속출 예견된 일
주공과 토공이 진행하던 사업의 중단 혹은 보류는 LH공사 출범 이전부터 예견돼왔고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국감)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감 당시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주공과 토공이 통합해 LH공사로 출범하면서 보금자리주택, 랜드뱅크, 녹색뉴딜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중대형 주택분양과 민관합동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역할을 재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추진했던 김포한강신도시와 오산세교지구의 중심상업지기반시설 공급을 위한 민관합동 PF사업을 전면 취소했다”고 밝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장 의원은 “기존에 검토하던 사업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공기업의 공공성과 배치되는 태도다.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입주민들은 기반시설 부족현상으로 엄청난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사업의 연기 혹은 취소를 예견하는 언론 보도도 지난해 말부터 쏟아졌다.
“토지주택공사가 이미 보상공고를 마친 25개 택지개발 사업 중 7~12개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앞으로 4년간 매년 12조~19조원의 투자비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보상공고를 마친 25개 택지개발사업 중 평택 고덕지구, 양주 광석지구, 수원 고등지구, 인천 용마루지구, 원주 태장2지구, 계룡 대실지구 등 일부 개발 사업은 축소 및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2009년 12월22일자 매일경제)
“새로 출범한 LH공사가 통합 이전에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가 진행해온 각종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택지개발예정지구 주민, 자치단체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주택경기가 가라앉은 데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LH공사가 사업을 아예 중단하거나 늦출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2009년 11월30일자 조선일보)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해의 경우 우려했던 사업 중단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몇몇 지역의 경우 개발계획 취소가 발표됐어야 했지만 사업지역 주민들의 항의 시위와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LH공사는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중단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던 경기 양주 광석지구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가 직접 나서 연내 보상을 공언하고 LH공사 이지송(70) 사장을 만나 사업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불씨를 되살렸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역 국회의원 등이 총동원되어 LH공사에 개발추진을 압박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일부 지역의 경우 청와대까지 나서 대책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말 만들어진 LH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보류가 결정된 4곳(평택고단, 계룡대실, 전주만성, 수원고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개발은 정상 추진이 결정된 것으로 되어 있다. 사업이 취소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보금자리주택 외 사업엔 뒷전
이지송 사장은 취임 당시 통합공사의 경영 방침으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켜 보금자리 주택 건설, 4대강 살리기 사업, 국가산업단지 조성, 녹색뉴딜 사업 등 국가 경제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중차대한 사업들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 ▲업무중심, 현장중심 경영을 통하여 인사와 조직의 틀을 바꿔 지역본부에 대폭적인 권한위임으로 ‘자기완결형’의 책임경영을 이끌어낼 것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원가관리 생활화, 재고자산 총력 매각, 재무관리 시스템 구축 등 모든 경영 역량을 재무 건전성 제고에 집중할 것 ▲저탄소 녹색성장, 해외신도시 등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우리의 미래 일감을 확보해나갈 것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LH공사 내에는 이 사장의 이러한 계획과 포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LH공사가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 주택건설에 올인한 나머지 다른 사업들을 사실상 축소 혹은 폐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속출할 개발사업 중단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 말 한 언론을 통해 “내년에도 보금자리주택지구가 택지지구 지정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주장과 의혹에 힘을 실었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지정한 보금자리주택지구(총 10곳, 17㎢)는 지난해 전체 택지지구 지정 물량의 65%가 넘는다.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건설목표는 총 150만호(2018년까지)다. 이미 2009년 13만호를 짓기 시작했고 올해 18만호, 2011년 21만호, 2012년 22만호로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 2013~18년까지 총 76만호가 더 지어지면 정부의 목표가 달성된다. LH공사 측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소한 정부 목표치의 70~80%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정된 사업의 중단보다 더 큰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적자가 고스란히 LH공사의 몫으로 남는다는 데 있다. LH공사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9개 혁신도시(총 10개 혁신도시 중 하나는 부산시가 맡고 있다), 세종시 건설사업 등도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어서 LH공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LH공사 노조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1채를 지을 경우 평균 1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한다. 한 채당 원가가 평균 2억~3억원이지만 분양가는 1억~2억원 선이기 때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고스란히 LH공사의 부채가 된다. 올해 18만호를 건설할 경우 발생하는 적자는 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H공사의 부채가 언젠가는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는 18만명을 위해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꼴인 셈이다.
이 같은 노조 측의 분석과 설명에 대해서는 LH공사 본부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LH공사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8년 8월12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한국토지공사 노조원들이 대한주택공사와 통합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종시의 평균 분양원가는 평당 227만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책정한 분양금액은 30만~40만원대죠. 그럼 그 차액을 누가 책임지느냐. 바로 LH공사가 떠맡게 되는 겁니다. 정부의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업이지만 결국 이 사업으로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솔직히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전국에서 진행 중인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에 준하는 혜택을 기업에 준다고 정부가 이미 발표했으니 여기서도 엄청난 적자가 발생할 수 있어요. 당장은 이 적자가 LH공사의 적자로 남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겁니다. LH공사 출범 직전 10개월간 발생한 부채 22조원의 대부분도 국민임대주택, 세종시 및 혁신도시 건설에 따른 사업비 집행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답답하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무안정성 확보 절실
이와 관련,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반대해왔던 토지공사 측 고봉환 노조위원장은 “이지송 사장이 지난해 국감에서‘재무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한 말은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현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을 성공시키면서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솔직히 없다.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사업을 조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방안은 있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이를 위해 당장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일 LH공사 초대 사장에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취임일성으로 ‘재무안정성 확보’를 공언했다. LH공사의 재무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2008년말 기준으로 토공과 주공의 부채는 무려 86조원(토공 34조원, 주공 52조원)에 달했고 통합 직전인 지난해 9월말에는 108조원으로 10개월 만에 22조원가량 늘어났다.
천문학적인 부채규모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 국감에서다. 국감 당시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컨설팅이 분석한 ‘토공, 주공 통합을 위한 자산실사 및 재무분석 종합보고서’(종합보고서)를 근거로 “통합공사의 부채는 2009년 107조원(부채비율 466.5%), 2011년에는 151조원(531%)으로 증가하다가 2014년에는 부채 총액이 무려 198조원(금융부채 155조원)에 달할 것이다. 자구노력과 국유지 현물출자 등 정부지원이 완료된다고 해도 부채는 160조원을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해 논란을 키웠다. 유 의원은 “통합공사의 발표대로 2014년 금융부채가 154조8000억원이라고 해도 이자율 4.5%를 적용하면 이자만 1년에 7조원, 하루에 191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부채에 대한 LH공사 측의 입장은 뭘까.
LH공사 이지송 사장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종합보고서 내용은 LH공사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종합보고서에 나와 있는 수치는 LH공사 설립 전 주공과 토공이 추진하던 모든 사업을 빠짐없이 진행한다는 전제조건하에서 만들어진 가상시나리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장의 설명이다.
“부채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금융부채입니다. 현재 75조원 정도 됩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가운데 상당수를 재조정하고 장부가격으로 110조원이 넘는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거치면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14년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고 이후에는 흑자기업으로 새로 태어날 것입니다.”
LH공사 측은 현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약 1조원대로 추정되는 중복자산 매각, 약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재고토지 매각, 인력구조조정 등이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 “2012년까지 통합 전 양 공사 중복기능의 축소·폐지를 통해 현재 인력(7300여 명)의 24%에 해당하는 1700여 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LH공사의 재무건전성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LH공사가 지난해 11월 자금조달을 위해 1000억원의 채권발행을 시도했으나 응찰자 부족으로 실패하며 망신살이 뻗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성공했다면 LH공사는 매주 1~2회씩 채권을 발행해 지난해 말까지 2조원을 조달할 방침이었다. 2010년에만 10조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웠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형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에서야 겨우 1000억원 채권 판매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LH공사 내부 분위기는 많이 어수선해졌다. 이와 관련, 토공출신의 한 관계자는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공기업이 1000억원 채권발행에도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이 LH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LH공사 측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LH공사 측은 채권발행 실패의 원인을 묻는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자금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은 한 기업에 과도한 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동일기업 자산운용비율 제한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LH공사가 발행한 채권을 추가로 매입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솔직히 망신은 망신이지만 채권발행 실패를 공사의 재무건전성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 건너간 해외신도시 개발
지난 몇 년간 토공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신도시 해외수출 사업도 LH공사 설립이후 사실상 무기한 연기, 혹은 폐기된 상태다. LH공사 일각에서는 “이것도 정부와 L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에 올인하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토공 측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한다.
고봉환 토공 노조위원장은 “토지공사와 같은 도시개발 능력을 가진 공기업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 능력을 살려 도시를 수출하는 것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도시에는 각종 인프라가 들어가는데 사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해외 곳곳에 건설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사업이 폐기 혹은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사가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생색내기 사업에 올인하면서 나온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합 전 토지공사는 전세계 10여 개 국가와 도시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신도시 수출에 적극 나서왔다. 특히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아프리카 지역과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던 것으로 LH공사 관계자들은 전한다.(표 참조) 토지공사 출신의 한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에서 추진되던 사업은 양 공사가 통합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2005년경부터 최근까지 토공이 전세계 도시들과 맺은 도시개발 관련 MOU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LH공사측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통합문제와 해외 사업진출 문제는 직접 관련이 없으며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사업을 접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LH공사 이지송 사장도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며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신도시 수출사업을 담당하는 해외사업팀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 2명입니다. 국제입찰서를 구경도 못 해본 사람이 수두룩하고요. 외국에서 도시를 개발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현재 LH공사는 해외에 나가 도시를 수출하거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능력을 키우자는 겁니다. 사장 취임 직후 해외사업 추진 인력 수십 명을 해외에 파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능력도 없이 외국에 나가 실패하면 고스란히 국가부담이 되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겠어요?”
LH공사 2010~11년 사업계획 문건 2009년 말 작성된 사업계획서에 이미 보류·중단 사업장 54곳 명단 있었다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 “사업 중단 없다”며 해명자료까지 냈던 LH공사와 국토해양부 ● 2년간 보류 24개, 중단 30개, 진행 중 재검토 3개 ● 보금자리 등 MB정부 정책사업은 최우선 추진 ● LH공사, ‘신동아’ 2월호 보도 관련 직원 2명 징계 착수 ● “청와대 들어가 ‘신동아’ 보도 해명, 국토해양부가 징계 요구”(LH 관계자) ● LH공사, “국민 피해 최소화 위해 사업조정 불가피하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에 파주운정3지구 사업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동아’는 지난 2월호(1월17일 발행)에서 ‘출범 100일, 흔들리는 LH공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정부 정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에 올인하는 바람에 2010~11년 추진할 예정이던 사업 수십 개를 중단 혹은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신동아’는 LH공사의 ‘2010년 사업계획’을 담은 여러 개의 내부 문건을 입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문건에는 LH공사가 2010년 추진 예정이던 55개 사업 중 8개를 보류하고 7곳의 사업은 중단하며, 2011년에는 그 수가 더 늘어 8곳의 사업을 중단하고 20곳의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참고로 LH공사는 현재 전국 414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이 276개, 신규사업은 138개다. 유형별로 보면 ▲택지·신도시·국민임대주택 248개 ▲도시재생지구 67개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49개 ▲보금자리주택지구 43개 ▲기타 7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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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중단 계획 담긴 내부문건
LH공사는 이외에도 2011년의 경우 주택사업승인 추진지구 중 8곳에서 사업을 보류하고 3개를 중단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의 재검토 필요성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문건에는 2009년 11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가운데 양주회천(신도시), 화성태안3· 청주동남(택지개발)에서의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돼 있다.
LH공사 측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2010년도 사업규모는 신규사업 축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진행사업도 투자규모 및 시기를 조정한다. 사업성 결여(양주회천), 개발여건 악화와 사업손실 증가, 경기위축으로 수요부족 우려가 있다”고 적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은 LH공사 사업조정심의실이 작성한 ‘사업구조조정 추진방안’(2009년 11월23일, ‘추진방안’), ‘2010년 사업시행규모 및 정부협조 건의사항’(2009년 12월, ‘건의사항’) 등 4건이다. 이 중 ‘추진방안’에 보류·중단 예정 사업장의 명단이 들어 있다. 문건을 통해 LH공사가 지난해에 이미 사업 중단·보류를 포함한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세워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LH공사는 최근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 포기선언을 하기 전까지 사업 중단·보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동아’ 보도가 현실로
2009년 10월7일 LH공사 출범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지난 2월호 보도 당시 만난 LH공사 일부 관계자들은 LH공사의 사업 중단 문제와 관련, “LH공사가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존에 진행하던 여러 사업을 사실상 축소 혹은 폐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속출할 개발사업 중단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LH공사 측의 반론은 당시 기사에 충실히 반영됐다.
LH공사 측은 당시 ‘신동아’ 보도 과정에서 “(문건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예산에 맞게 사업을 재조정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지 무기한 보류하거나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사업여력이 생기면 언제라도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도가 나간 직후 LH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해양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1월19일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가 낸 해명자료 내용이다.
(해명) LH공사의 사업 취소·중단은 없어
○이미 지구지정을 완료한 사업 등과 같이 기 추진 중인 사업은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하며, 취소·중단은 없음.
○보상금 지급시기를 약속한 지구는 계획대로 보상하되, 대토·채권보상을 우선하여 현금 부담 완화
○LH공사의 자구노력(자산매각 등)과 유동성 확보(국민임대지구를 보금자리지구로 전환 등)를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
그러나 LH공사와 국토해양부의 해명과는 달리 LH공사가 전국에서 추진 중인 각종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중단 혹은 연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7월23일 LH공사가 갑자기 성남시 구도심 재개발사업(금광1, 중동1, 신흥2, 수진2)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성남 재개발사업 중단이 알려진 이후 LH공사가 사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전국 지자체에선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성남처럼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민심이 동요했다. 실제로 LH공사의 각 지역본부도 각종 사업의 보류 혹은 중단 가능성을 내비쳐 반발을 사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라는 요구는 지역을 넘어 중앙 정치무대로 번지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 등장하는, 실제 신동아 보도 이후 사업이 연기되거나 중단된 사례는 이미 여러 건 확인된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업보류 지역(2010년)으로 분류됐던 김해율하2지구의 경우 최근 사업보류지역으로 최종 분류됐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이 지역 주민들은 LH공사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추진방안’에 사업 중단 지구로 분류됐던 마산가포 역시 최근 사업보류지역으로 분류된 뒤 LH공사와 지역 주민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사업 중단
인천 아시아선수촌 및 미디어촌 아파트 건설사업의 경우에도 ‘신동아’ 2월호 보도 이후 LH공사의 사업 포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추진방안’ 문건에 이 지역은 사업중단 지구로 분류돼 있다.
부안변산과 대전대신2지구 등도 이미 LH공사가 사업을 중단 혹은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사업보류 지역으로 분류된 파주운정3지구의 경우 최근 사업 중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파주운정3지구는 개발계획 안에 광역교통망인 광역급행철도(GTX)를 연결시키는 예산 3000억원가량이 잡혀 있어 자칫 파주운정신도시 건설 자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파주시와 시민들은 지난달 말 ‘보상 촉구 범시민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파주운정3지구는 당초 695만㎡에 3만2000여 가구를 수용할 예정이었다.
‘신동아’가 입수한 LH공사 ‘2010~11년 사업계획’ 관련 문건들. 보류·중단되는 사업 명단이 들어 있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83만여㎡ 개발에 3400억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진해가주지구 개발도 올해 초 취소됐다. LH공사는 실시계획 승인까지 낸 상태에서 7년간 사업을 미루다가 돌연 사업 취소를 결정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는 이 지역이 사업보류 지구로 분류돼 있었다.
2011년 사업 중단 예정지로 분류됐던 안양냉천·새마을지구의 경우 시기가 앞당겨져 사업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냉천지구는 안양5동 안양대학교 주변 12만8000㎡에 아파트 1482가구를, 새마을지구는 안양9동 양지초등학교 주변 19만1000㎡에 아파트 237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2011년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돼 있던 부산 강서신도시에 대해서도 LH공사 측은 “연구용역을 거쳐 사업 착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사업 보류·중단 지구 명단이 들어 있는 ‘추진방안’은 LH공사가 2010년 사업비를 40조원으로 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건이 만들어진 뒤 LH공사는 2010년 사업비 규모를 3조원 늘린 43조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2월 작성된 문건인 ‘건의사항’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애초 사업 보류 혹은 중단으로 분류됐던 사업장 중 일부가 살아났다. 양구광석, 평택고덕, 수원고등, 인천용마루 등 7곳이다.
그러나 최근 LH공사는 성남 구도심 개발사업 중단을 선언한 직후 애초 예정됐던 2010년 사업비 43조원을 8조~11조원가량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LH공사가 중단 혹은 보류해야 할 사업장은 ‘추진방안’에서 밝힌 것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LH공사는 빠르면 8월말까지 사업재검토를 거쳐 사업철수지역을 확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LH공사 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 중단 사태와 관련 최근 ‘신동아’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의 동시수행은 LH공사 재무여건상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무리한 사업 확장은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미착수된 신규사업에 대하여는 일정조정 등 사업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동아’ 2월호 보도 당시 LH공사의 해명은) 무리한 사업추진이 국가경제와 국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LH공사의 자구노력에 대해 CEO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기 착수된 진행사업에 대하여는 계속 추진될 것이며 미착수된 신규사업에 대하여는 동시추진이 어려우므로 시기조정 등 사업조정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8조 투자, 1조 회수
입수한 문건에는 사업 보류·중단 사업장의 명단뿐 아니라 LH공사의 재무부실의 원인 등에 대한 LH공사 측의 분석 내용도 들어 있어 관심을 끈다.
먼저 LH공사 측은 재무부실의 최대 원인을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국민임대주택사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고 있다.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할수록 부채가 증가하는 사업구조가 재무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MB정부 부동산 정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사업도 여기에 해당된다. “과도한 정책사업 추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내용도 있다.
대규모 사업비가 선투입된 세종도시, 혁신도시 등의 정책사업 방향 불투명에 따른 공급부진 및 회수 지연이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LH공사는 이 문제와 관련, “8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1조원을 회수했다”(2009년 11월 현재)고 밝히고 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 여수엑스포지원, 기업토지 매입 등 정부 현안 사업의 과도한 수임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 통합 전 양 공사(주택공사, 토지공사)의 과당경쟁, 무리한 사업 확대에 따른 원리금 상환을 위해 매년 7조~10조원의 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차환(借換)구조의 악순환 반복 등도 LH공사가 꼽은 재무부실의 주된 이유다.
문건에서 LH공사 측은 사업구조조정 방안과 관련, 먼저 통합 전 양 공사가 경쟁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을 모두 정상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정책 사업을 정상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사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적고 있다. MB정부의 부동산 정책과제 수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LH공사가 2012년까지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택지물량을 확보했다”고 돼 있다.
안 팔리는 LH채권
LH공사의 경영악화 정도는 얼어붙은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LH공사가 내놓은 채권은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목표한 금액을 채우지 못해 경영악화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공사의 채권은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려나간다. 그래서 공급자인 공사의 입맛에 맞게 시장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LH공사가 출범한 이후 발행된 채권은 시장에서 번번이 망신을 당했다. 최근에는 이런 보도도 나왔다.
“국토해양부와 LH공사, 채권시장 등에 따르면 LH공사는 올해 23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수요 격감으로 6월말 기준으로 7조원 발행에 그치고 있다. LH채권은 이를 통한 조달금액이 LH사업비(올초 목표치 43조원에서 최근 35조원으로 축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자금조달원이다.”(문화일보 8월13일자)
채권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은 LH공사 측도 인정하는 사항이다. 지난해 12월 작성된 ‘건의사항’에도 이 부분이 언급돼 있다.
“LH공사 자구 노력만으로는 21조원의 채권발행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LH발행 채권(매년 20조원)에 대한 ‘공사채 정부보증(국회 동의 필요)’이 2014년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문건은 LH공사가 정부 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도록 하는 LH공사법 개정의 필요성도 건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LH공사 한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회사 내에서도 쉬쉬하고 있지만 흔히 채권시장의 4대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농협, 우체국, 삼성생명이 언젠가부터 LH채권을 사지 않고 있다. 이것이 LH채권 발행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겉으로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진짜 이유는 LH채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관련 금융기관까지 채권을 사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LH공사 경영진은) 인력감축, 임금삭감, 보유자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본질적인 부분의 문제를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금자리주택 등 현 정부의 정책과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LH공사, ‘신동아’ 2월호 보도 관련 직원 징계
'LH공사는 ‘신동아’ 2월호 보도와 관련, 내부자료를 유출하는 등 해사(害社)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전 토지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고OO 등 2명을 상대로 현재 내부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다. LH공사는 징계이유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담긴 공사의 문건을 언론에 유출해 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LH공사 감사실이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인사위원회에 넘겼다고 한다. 조만간 회의를 거쳐 징계수위가 결정된다. 이와 관련, LH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징계는 국토해양부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 당사자인 ‘신동아’는 이번 징계문제와 관련, LH공사 측에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LH공사 측은 “서면답변은 어렵다”며 “아직 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국토해양부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국토해양부에 직접 알아보라”는 입장을 구두로 알려왔다. 징계 대상자인 고OO 전 위원장은 ‘신동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징계의 과정과 이유 등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고 전 위원장은 “‘신동아’ 보도 이후 LH공사 내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을 찾아가 해명했고 오해를 풀었다”며 징계 절차에 억울함을 표시했다. 한편 LH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 측은 “‘신동아’ 보도와 관련 LH공사 측에 직원 징계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뚜렷한 답을 해 오지 않았다.
- 미완으로 남은 재무구조 개선 - 혁신적인 인력·조직개편 `굿` - 정부·국회의 LH 지원 미지수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공기업 선진화의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초대사장에 오른 이지송 사장이 지난해 취임식에서 의욕적으로 한 말이다. LH가 다음달 1일 통합 1주년을 맞는다. LH는 옛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따라 지난해 10월1일 출범했다. LH는 지난 1년간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 재무구조 개선..미완의 과제 이 사장은 취임 초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경영의 제1목표로 삼았다. 이 사장이 재무개선에 올인한 것은 금융부채가 급증하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LH의 부채규모는 108조원(금융부채 72조원)에 달했다. 올 6월 말 현재 부채는 117조원(금융부채 84조원)으로 8개월만에 9조원이나 증가했다.
이 기간에 금융부채는 12조원이나 급증했다. 금융부채 증가는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순이익 감소를 초래했다. 실제로 총이자비용은 지난 2003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3조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LH 부채 증가에 대해 국민임대건설 100만가구 건설을 비롯해 세종·혁신도시,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 수행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향후에도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데 있다.
LH는 통합과 함께 사장 직속으로 특별조직을 설치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8월 1인1자산 판매운동, 경비 10%절감, 휴일비상근무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LH는 단기적으로 오는 2014년까지 재무개선 대책을 통해 금융부채 증가속도를 둔화세로 전환시키고 2018년까지 부채 규모를 적정 목표수준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 LH, 연도별 부채 변동 현황(단위 : 조원)
◇ 8월말까지 629명 희망퇴직 LH는 통합후 감원과 중복부서 통폐합 등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꾀했다. LH는 본사 조직 12개 본부를 6개로 줄이고 종전 24개인 지사도 13개로 통폐합했다. 2012년까지 전체인력의 24%인 1767명을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키로 했다. LH는 지난달말 현재 총 629명이 명예·희망 퇴직했다. LH는 특히 `이지송식 개혁`이라 불리는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조직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직원 대표로 구성된 특별인사실무위원회와 임원으로 구성된 보임인사추천위원회를 조직해 인사 정보를 공개하고 2중, 3중의 검증 절차를 거쳐 1, 2급 직위의 3분의 1에 하위 직급자를 발탁하는 능력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 LH는 또 이 사장의 지론인 `업무중심, 현장중심` 경영에 따라 유사 부서를 통폐합하고 본사 인원의 25%인 800여명을 지역본부와 직할사업단으로 분산 배치했다. 아울러 현장 조직이 단지건설과 주택건설로 이원화된 체계를 일원화해 사업계획에서부터 공사 준공까지 단지와 주택건설을 하나의 사업단으로 통합·운영토록 했다. 이 사장은 "무능과 복지부동, 부정부패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인사·조직 운영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여러차례강조하기도 했다.
◇ 재무역량 초과하는 사업 재조정 LH는 재무역량에 맞춘 적정 사업규모 수준을 짜느라 분주하다. LH는 출범 당시 큰 틀에서 국책사업은 그대로 수행하되 중대형 아파트 공급 등 비핵심사업은 없애고 택지개발, 신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사업 등도 종전보다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H의 총사업은 414개로 총사업비만 425조원 규모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은 276개(282조원)이며 보상이 안돼 사업은 138개(143조원)이다. 전체 사업을 모두 끌고가려면 연간 45조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LH 재무역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사업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H는 `선재무, 후사업` 원칙에 따라 재무역량 범위내로 사업을 조정하되 지역수요와 분양성, 사업 진행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 후보지 선정은 최대한 억제하고 민간과 경쟁하는 사업은 과감히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재조정에 따른 지역주민 피해 최소화 대책은 지구별로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다.
◇ 정부·국회에 `SOS` LH는 자구책 마련과 사업조정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침체와 자금시장에서의 신인도 하락 등에 따라 단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부채 절대규모의 축소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선 국책사업에 따른 손실보전을 골자로 한 LH법 개정을 비롯해 임대주택 건설단가 현실화, 임대주택 재정지원 비율 확대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일단 정부와 정치권도 LH법 개정과 임대주택 건설 재정지원 비율 확대, 건설단가 현실화 등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음달 이후 나올 LH의 재무개선 대책에 세부적인 사업재조정 내용은 물론 LH법 개정, 임대주택건설 단가 현실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재무상태 악화의 이유와 원인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지만 문제 해결은 오직 LH의 몫"이라며 "강도 높은 자구대책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LH공공임대주택 유동화 추진
시범사업으로 5000억원 유동화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유동화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공임대주택은 회계상 부채로 잡혀 있는데 이를 유동화 하면 회계상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도 빚을 줄일 수 있다. 28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LH의 공공임대주택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고 SPC가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시범적으로 5년·10년임대 5000채를 기초자산으로 5000억원 규모를 유동화할 계획이다.
◇ 유동화 구조는 임대주택 유동화 방안은 공공임대사업자인 LH가 별도의 SPC를 설립해 임대주택의 임대료나 분양전환대금 등 장래채권을 SPC에 넘기게 된다. SPC는 장래채권을 담보로 ABS를 발행해 시장에 유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ABS에 대한 원리금은 장래 임대료 및 분양전환대금으로 상환하게 된다. ABS를 발행하면 현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LH 입장에서는 현금유동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캐시(현금)가 필요한 LH로써는 임대주택을 유동화하면 자금조달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동화 이유는 LH는 지난해 10월1일 통합 때 111조9000억원(금융부채 76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출범했다. 특히 LH의 올해 금융부채 규모는 95조원에서 오는 2012년 135조원으로 급증하고 2014년에는 15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의 금융부채비율은 무려 530%에 달한다. 정부가 임대주택 유동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이 LH 재무구조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월 임대료로는 건설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은 4월말 현재 전국에 44만2068가구가 있다. 30년 국민임대가 24만8695가구로 가장 많고 영구임대 14만9078가구, 50년 공공임대 2만6254가구, 5년임대 2만1886가구, 10년 임대 5155가구 등이다. ◇ 해결과제는 임대주택 유동화는 우선 5년·10년 공공임대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임대주택 1가구당 조성원가는 1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5년·10년 공공임대를 모두 유동화할 경우 총 2조7000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30년 국민임대까지 유동화하면 27조5000여억원의 현금화가 예상된다. 임대주택 유동화는 적잖은 과제도 안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임차인과 임대사업자(LH)가 임대 잔여기간 등 임차조건을 맞춘 다음 유동화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할 경우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
LH, 1조1000억원 규모 임대주택 ABS발행 성공
이데일리|2010-10-01 09:53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조원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LH는 자금난에 숨통이 다소 트였다. LH는 1조1000억원 규모의 ABS를 주관사인 4개 증권사가 전량 인수했다고 1일 밝혔다. LH는 지난 8월 11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 ABS발행에 나섰다.
LH는 임대주택 ABS를 발행하면서 이미 성공을 예상했다. 수도권 5년·10년 임대주택의 경우 수요가 꾸준한 데다 분양전환도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0년 만기의 ABS 17종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9~10년 만기 5종이 8400억원으로, 총 발행금액의 76% 이상을 차지했다. 6개월 만기 ABS의 발행금리는 가장 낮은 연 3.08%, 3년 만기는 연 4.16%, 5년 만기는 연 4.58%, 10년 만기는 연 5.04% 등으로 확정됐다.
이번에 발행된 ABS는 LH가 보유한 전국 1만8000여 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의 임대료와 전환보증금·분양전환금 등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LH 관계자는 "분양성이 양호한 수도권 물량이 많아 ABS 발행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10월1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역사적 첫발을 내디딘지 1년을 맞았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15년간의 통합추진 일정에 종지부를 찍고 2009년 10월1일 LH로 재출범했다. 현 정권 들어 두 공사가 전격 통합된 것은 단순한 조직적 결합이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두 공사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벌여오던 중복 사업을 줄여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 있다. 주공과 토공은 과거 주택과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에 공공 공급주체로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으나 택지개발 등 동일사업에 대한 중복투자, 조직확대 등으로 인해 방만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경쟁적 택지개발에 따른 난개발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통합공사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적 소망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서민 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LH 출범식 자리에서 "국민에게 원망받지 않는 공기업"이 돼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로 해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이지송 초대 사장을 정점으로 LH는 휴일을 반납한채 조직개편과 재무개선에 매달려 왔다. 그러는 동안 갈등봉합을 통한 조직안정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사장이 출범 초기 강조한 '제1의 목표', 재무안정은 부진한 상태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와 정부의 신용보강 내용을 담은 법안처리 불발 등이 요인이다. LH가 414개에 이르는 사업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게 된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조정이 LH의 부담을 벗어던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을 보인다.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는 순간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취지에서다. 공기업 역할은 현대건설에서 키워온 민간마인드를 가진 이지송 사장이 역설적으로 강조해온 바다.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강력한 의지다.
더구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토지와 주택이 팔리지 않아 부채문제와 유동성 위기가 온만큼, 훗날 경기회복기를 감안한다면 사업성만으로 사업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사업조정과 함께 LH의 책임론을 앞세워 지나치게 임직원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의 폭이 크더라도 부채감축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부채가 발생한 원인은 과거 두 공사로 나뉘어있던 시절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업확대 탓도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지시한 정책사업을 수행하며 빚어졌기 때문이다.
LH 통합에 간여해온 한 인사는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나 인력 감축 주장은 인기에 영합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공기업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있지만 정책사업을 과다하게 벌인 책임을 모두 임직원에 뒤집어 씌워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신 "확장해놓은 사업과 임대와 분양 등 보금자리주택 등을 면밀하게 검토,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H의 1년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지금 출신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요. 목표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부채문제로 악화된 재무문제를 선결해야 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LH 사옥에서 만난 한 직원의 얘기다. 다른 부서 직원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전원판매 총력판매 전량판매"라는 플래카드 문구가 선명한 직원식당에서 숟가락을 들던 또다른 직원은 흡사 이지송 사장을 대신하는 듯 하다. "요즘같이 LH가 주목받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하루빨리 부채문제가 해소돼 직원들도,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반기 현재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와 414개에 이르는 사업조정 문제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LH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는 통합공사 출범 초기, 두 공사 출신 조직원간 반목을 없애는게 발등의 불이던 시절과 사뭇 다르다. 갈등은 커녕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통합 초기 이 사장의 우려가 말끔히 씻겨나간 셈이다.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보니 불편한 뒷얘기들이 묻혀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질적이던 두 조직원들이 합심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통합인사와 달라진 조직문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올 1월말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출신간 벽을 허물어 내는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려 했다. 능력있는 하위직급자를 대거 발탁, 전진 배치하고 팀장급 75%를 교체하는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통해 '이지송식'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지송 사장이 출범과 동시에 정부의 핵심정책을 빈틈없이 수행해 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한 뒤 이어진 조치였다. 이 사장은 쉴새없이 두 공사 출신들을 함께 불러 체련행사와 토론을 하면서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또 LH는 화학적 통합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분당 정자동 사옥과 구미동 사옥으로 나뉘어 있던 본사를 하나로 통합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구미동 사옥을 매각토록 해 재무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차대한 사안들이 LH를 압박하는 것도 조직원을 융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장을 필두로 경영진과 주요 팀 직원들까지 일요일은 반드시 쉬는 날로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일요일 출근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다보니 통합 이전 출퇴근을 상기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업조정과 추가 구조조정 등 여론이 집중된 사안들이 많다보니 각종 대책마련 회의가 연속된 탓이다.
통합 1년을 맞은 LH의 조직은 이런 가운데 신속히 안정되며 우선은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LH 재무개선을 위해서는 자체 구조조정이 더욱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감안해야 할 입장이다. 포퓰리즘의 발로라는 지적도 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 주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1인1자산 판매운동을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민이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LH 출범 1년.. 성과와 과제]②재무안정 목표는 '안갯속'
"투자최소·회수최대" 부채감축 안간힘 단계별 개선방안 마련.. 정부지원 시급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1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2012년 이후에도 2조1000억원 정도를 더 투입, 극심한 자금난을 해소해준다는 계획이다. 지원 형태는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임대주택 출자 비율을 현행 19.4%에서 25%로 높이는 방식이다. 지원단가를 3.3㎡당 541만1000원으로 올해보다 44만3000원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임대주택을 지원하면 내년 938억원,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회에서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LH의 자금난을 해소할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차갑다. 이 정도의 지원으로 LH의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더욱이 LH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당장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민간에 팔려고 내놓은 택지와 주택이 잘 팔리지 않고 있어서다. 택지개발 등에 투자된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매각 부동산이 17조원대였으나 8월말 현재는 23조2000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이에비해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각종 택지개발사업, 임대주택사업 등으로 자금소요는 가중돼 있는 상태다. 수지를 맞추기 힘든 구조에 맞닥뜨려 있는 셈이다.
이에비해 정부의 지원계획은 내년에나 실행가능한 일이다. 발등의 불을 꺼야할 LH로서는 너무 여유로운 얘기일 수 있다. LH가 당장 10월 투입해야 할 자금만 3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급박한 LH 고민을 해소할 방법은 이미 제시돼 있다. LH는 재무개선 기본방향을 정해놓고 있다. 우선은 '투자 최소화 및 회수 극대화, 선 재무개선 후 사업추진' 원칙으로 선투자된 부채는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앞으로 발생할 부채는 사업조정과 수익성 개선으로 최대한 억제한다는 것이다.
단계별 재무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2014년까지는 부채 증가속도를 둔화시키고 그 이후 4년간은 부채 규모를 적정 목표수준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초반 4년간 금융부채 증가속도를 줄여 기초체력을 기르고 후반 4년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원도 따라야 할 전망이다. LH가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가 대부분인만큼 지난해 발의된 LH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현실적인 자금운용 애로를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국회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법 개정안은 공익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자체 적립금으로 해결하되 미달할 땐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국민적 여론이 도덕적 해이를 지적할 수 있는만큼 한시적으로 정부가 보전해주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414개 사업조정이 시급하다. 이대로 사업을 추진하면 118조원의 부채가 2014년 223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이란 경고가 나와있다. 무분별한 사업축소는 아니더라도 과다한 경쟁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작된 사업들은 축소나 백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지원과 사업 조정은 필수적 재무안정 조건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자구노력 추가 실시 외에 아직은 묘연한 상태다. 이런 사정이 LH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재무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방안이 확정돼야 한다"면서 "아직 부처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고 국회 처리 일정도 불확실한만큼 빠른 시일 안에 정리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LH가 처한 현실은 위기 그 자체다. 지난 7월 이후 자금조달용 채권발행이 어려워졌다. 당장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많지만 쓸 돈이 모자라 자금집행 억제방안을 시행할 정도다. 이미 발주한 건설공사를 취소하는가 하면 사업추진 일정을 일부 보류하는 등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현재의 막대한 부채가 문제로 부각된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만큼 경기가 풀릴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단기유동성이 문제인 것이다. 자산은 충분하지만 토지와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자금경색에 부딪혀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LH는 부채에 대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서 정부의 신용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기업의 부실을 국민 혈세로 막느냐"는 취지에서다.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된 부채여서 논리적으로 정확한 지적은 아니지만, 퍼주기식 지원은 곤란하다는 정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LH 지원을 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꼬인다. 사업추진이 전면 중단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업추진지역 주민들의 재산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사업중단 파문이 일었던 성남 재개발사업과 아산탕정2, 파주운정3, 오산세교3지구 등의 주민 반발이 크다.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 등은 지속추진을 종용하며 맞서고 있다.
이지송 사장은 이 같은 정서를 의식,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업지구를 일일이 챙기고 있다. 지난 1일 출범 1주년을 맞아 수해현장 봉사활동에 나선 자리에서는 "현장 하나마다 수백명 수천명의 생명같은 재산이 달려있다"며 "11월 중순에 종합 대책을 발표할 때 사업장마다 축소하는 원인과 대책을 같이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를 구하면서도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법개정안을 보완, 퍼주기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공익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한시적으로 보전토록 하고 보전예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예산을 일정 기간 후에 돌려받는다면 공기업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를 유발한다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는 부동산경기가 풀릴 경우 미매각 토지와 주택이 팔려나가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수 있고, 이때 벌어들인 돈으로 정부지원금을 반납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있다. 대신 공익사업이라는 것이 정부 정책사업인만큼 금리는 보전해줘 일시적 자금지원에 따른 추가적 자금난을 덜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LH의 자금숨통을 트기 위한 정부의 손실보전 법개정이 해소되더라도 구조조정과 부채 관련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부채급증 원인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다. 이전 정권의 지나친 개발정책에 있었다는 지적과 정치권의 경쟁적 사업강요가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정치권 등은 정부지원에 앞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핵심에서 벗어난 얘기라는 지적들이 많다. 정종화 노조위원장은 "인건비를 아무리 깎아도 부채감축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며 "구조적 원인을 찾아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 이지송 사장은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이 사장은 "부채증가의 원인과 대책을 다른 데서 찾지 않고 우리 안에서 찾고 있다"며 "정부한테 재정지원 해달라고만 요청하고 싶지 않다. 자구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