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선비의 탐방로>를 다녀와서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옛 선비들의 삶의 모습을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들이 소망했던 이상세계란 무엇이었는가를.
그들의 이상을 나타낸 것이 정자의 이름 거연정(居然亭)이요,
군자가 되어 살고 싶은 마음에서 군자정(君子亭)이고,
자연을 벗삼아 노닐던 곳이 농월정(弄月亭)이었구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어지러운 속세에서 이상세계를 꿈꿔 온 옛 선비들의 인생관,세계관을 들여다 봅니다.
군자의 뜻을 구체적으로 잘 나타낸 식물들,
4군자(君子)로 부르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이른바 매난국죽(梅蘭菊竹) 이 있습니다.
추위에도 향기를 잃지 않는 다는 매화의 지조, (매일생한 불매향)
맑고 은은한 난초의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더 향기롭고, (향원익청)
오상고절로 유명한 동쪽 울타리가의 국화의 모습,
푸른 색을 띤 대나무의 칼같이 쪼개지는 기개와 부러지지 않는 모습 등은
많은 선비들의 숭모해마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표상하고 있는 대상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고려가 망하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忠)을 가슴에 품고 두문동으로 사라진 72명의 선비들의 정신이 거연정기 속에서 찾아봅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지는 우리나라가 군자의 나라이기를 염원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안의 삼동(三洞)중 가장 으뜸으로 (最最勝地) 치는 화림동 계곡을 보고는 이상향(理想鄕) 유토피아를 생각해봅니다.
인류의 영원한 꿈나라 같은 유토피아, 시대에 따라서, 나라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하나인 것,
낙원, 천국, 도원경, 패러다이스, 샹그릴라, 이어도....홍길동전의 율도국까지 말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모두 이상향을 꿈꾸며 사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
"무릉도원"으로 잘 알려진 옛이야기를
옛날 중국의 도원명 의 시와 <복사꽃피는 마을> 이야기로 그 근원을 찾아봅니다.
출처: 중국시가선 (세계문학전집 71 지영재 편역 을유문화사1974년 판)
<복사꽃 피는 고장>
도연명( 陶淵明365? - 427) : ( 214 - 215쪽)
4세기 말 경, 즉 진(晉)나라 태원(太元) 연간의 일이다.
무릉(武陵)1) 사람으로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이가 있었다.
하루는 개울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얼마나 멀리 갔는지 모를 즈음 갑자기 복사꽃이 핀 수풀이 나타났다.
강가의 양편으로 수백 걸음이나 되는 어간에 다른 나무는 하나도 없고, 향기로운 풀밭은 산뜻하게 예쁘고, 떨어지는 꽃잎은 팔랑팔랑 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퍽 이상하게 여기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수풀의 끝 간 데를 알아보려 하였다. 수풀은 강의 원천이 있는 곳에서 끝났고, 거기에는 산이 하나 있었다.
그 산에는 작은 동굴(*洞窟)이 있었는데, 거기서 빛이 나오고 있는 듯하였다. 어부는 배를 버리고 그 동굴로 들어갔다. 처음엔 아주 좁아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만 하였으나, 수 십 걸음을 더 나아가니 눈앞이 환하게 툭 트이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토지는 편편하고 넓었으며, 가옥들도 제법 번듯하였으며, 기름진 밭과 아름다운 못, 그리고 뽕나무와 대나무 따위도 있었다. 길은 동서남북으로 통하였으며, 여기저기서 닭이 울고 개가 짖는 소리도 한가롭게 들려왔다. 그 가운데에서 왕래하거나 밭갈이하는 남녀들의 복장은 어부가 살고 있는 바깥세상 사람들의 그것과 같았다. 머리가 누런 노인이나 댕기를 늘어 뜰인 아이들까지 모두 화목하고 각각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어부를 보고는 깜짝 놀라,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자세하게 대답해주니까 집으로 청했다. 집에 가서는 술을 내고 닭을 잡고 밥을 지어 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 사람 소식을 듣고 모두 찾아와 이것저것 질문하였다.
집주인이 말하기를,
「우리 선조께서는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서, 처자와 동네 사람을 데리고 이처럼 후미진 고장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여기서 나가지 않았으니, 마침내 세상 사 람들과는 단절된 것이죠.」 라 하더니,
아, 한(漢)나라가 있은 줄도 모르고 있으니, 위(魏)나라 진(晉)나라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부는 자기가 아는 대로 낱낱이 알려주니 모두 감탄하고 놀라워 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각각 그들의 집으로 초대해서는 모두 술과 밥을 내었다. 이렇게 며칠 머물다가 돌아가겠다고 인사하였더니,
그 고장 사람들이 「바깥세상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어부는 그곳에서 나와 그의 배를 찾아 앞서의 길을 따라 올라오면서 곳곳에 표지를 하여두었다.
성(城으)로 돌아온 어부는 태수(太守)를 찾아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다. 태수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어부를 따라 가게 하였다. 그래서 앞서의 표지를 찾아서 가봤으나, 마침내 헤매기만 하고 길은 찾지 못하고 말았다.
남양(南陽) 사람 류자기(劉子驥)는 고상한 선비였는데. 그는 이 소문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기도 찾아갈 계획을 서둘렀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그만 병들어 죽었다.
이리하여 그 뒤로는 마침내 그 나룻터를 묻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주석1) : 무릉(武陵): 호남성 동정호의 서쪽 상덕현(常德縣) 북쪽에 있음.
그 서쪽으로 원강(沅江)을 올라가는 곳, 직선거리로 30킬로미터 쯤 되는 곳에는 지금 이 시에서 이름 딴 것이 분명한 도원(桃源)이라는 곳이 있다.) (217쪽)
---------------------
<도화원시(桃花源詩)>
도원명
(*외람되게 감히 약간의 손질을 거쳐서 올립니다.)
영(嬴:*진시황 영정)씨가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히니,
현인들은 그 세상에서 피신하였다.
네 명의 노인들은 상산(商山)으로 갔고,
이 사람들도 떠났던 것이다.
嬴氏亂天紀, 賢者避其世。(영씨난천기, 현자피기세。)
(*嬴(영)은 진(秦)시황 영정(嬴政)의 영)
黃綺之商山, 伊人亦云逝。(황기지상산, 이인역운서。)
(*黃綺:夏黃公, 紀里季, 東園公, 甪里先生 4중 첫 두 명)
(*伊人; ‘복사꽃 피는 동네’로 온 사람들)
지난 발자취가 점점 파묻히니
찾아온 길은 드디어 없어졌다.
서로 권면하며 농사일 힘쓰지만,
해만 지면 마음대로 쉬는 고장.
往迹浸復湮, 來逕遂蕪廢。(왕적침복인, 래경수무폐。)
相命肆農耕, 日入從所憩。(상명사농경, 일입종소게。)
뽕·대나무는 널찍한 그늘을 드리웠구나.
콩·메기장은 계절에 맞추어서 심는구나.
봄누에로부터 기다란 실을 얻으며,
가을 결실에 나랏님의 세금도 없다.
桑竹垂餘蔭, 菽稷隋時藝。(상죽수여음, 숙직수시예。)
春蠶收長絲, 秋熟靡王稅。(춘잠수장사, 추숙미왕세。)
거친 길은 아득히 뻗었는데.
닭은 울고 또 개도 짖는다.
제기(祭器)는 옛날의 법도와 같고,
의복(衣服)은 새로운 형식이 없다.
荒路曖交通, 鷄犬互鳴吠。(황로애교통, 계견호명폐。)
俎豆猶古法, 衣裳無新製。(조두유고법, 의상무신제。)
아이들은 멋대로 노래 부르고,
노인들은 즐겁게 돌아다닌다.
풀이 우거지면 절기가 온화한 것이지,
나무가 시들면 바람이 사나운 것이지.
童孺縱行歌, 斑白歡游詣。(동유종행가, 반백환유예。)
草榮識節和, 木衰知風厲。(초영식절화, 목쇠지풍여。)
달력의 표시가 없다 하더라도,
사철은 저절로 일 년을 이룬다.
화목하고 즐거움이 넘치니,
무엇에다 머리를 짜겠는가?
雖無紀歷志, 四時自成歲。(수무기역지, 사시자성세。)
怡然有餘樂, 于何勞智慧? (이연유여락, 우하노지혜?)
이상한 종적 숨겨서 5백 년,
하루아침 열린 신비의 세계.
순박함과 각박함은 원천이 다른 것,
깜박할 사이에 또 깊숙이 가려졌다.
奇蹤隱五百, 一朝敝神界。(기종은오백, 일조폐신계。)
淳薄旣異源, 旋復還幽蔽。(순박기이원, 선복환유폐。)
속세만 돌던 선비에게 물어본댔자,
어찌 헤아릴까, 이 청정한 세계를 !
바라건대, 가벼운 바람을 타고
높이 올라, 이상향을 찾았으면!
借問游方士, 焉測塵囂外! (차문유방사, 언측진효외!)
願言躡輕風, 高擧尋吾契! (원언섭경풍, 고거심오계!)
(* 계: 契 : 설 卨 :商나라 건국 시조: 원주에는 없는 부분임)
(2024.07.04. 카페지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