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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3195] 백거이(白居易)한시 모음(1부)-194수-
백거이(白居易, 772 - 846)
중국 중당기(中唐期)의 시인.
자 낙천(樂天).
호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본적 산서성(山西省) 태원(太原). 낙양(洛陽) 부근의 신정(新鄭) 출생.
백거이(白居易)는 29세에 진사에 급제하여 비서성교서랑(秘書省校書郞),
한림학사(翰林學士), 항주자사(杭州刺使), 소주자사(蘇州刺使) 등을 두루 역임하였으며,
사회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신악부(新樂府)라 불리는 작품들을 많이 지었다.
만년에는 낙양(洛陽)에서 향산(香山)의 중들과 교유하여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등으로 불리었다.
젊을 때부터 정치적 포부가 있어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 비판을 행했으나
주장이 용납되어지지 않자 거문고와 술로 나날을 보내고
시도 한적한 경지를 주로 하는 소극적인 것이 되었다.
수교우음(睡覺偶吟)-잠에서 깨어 우연히 읊다
官初罷後歸來夜(관초파후귀내야) : 관리 초임에는 일 마치고 밤에 귀가하고
天欲明前睡覺時(천욕명전수각시) : 날이 밝기도 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었다.
起坐思量更無事(기좌사량경무사) : 일어나 앉아 생각에 잠겨도 할 일도 없어
身心安樂復誰知(신심안낙복수지) : 마음과 몸이 편하고 즐거움을 누가 알기나 할까.
항주춘망(杭州春望)항주의 봄풍경
望海樓明照曙霞(망해누명조서하) : 망해루에 날이 밝아 새벽놀 비치고
護江隄白蹋晴沙(호강제백답청사) : 호강제는 깨끗하여 청명한 모래를 밟는다.
濤聲夜入伍員廟(도성야입오원묘) : 파도소리는 밤에 오원의 사당에 들고
柳色春藏蘇小家(류색춘장소소가) : 버들 빛은 봄날 소소가에 숨겨있다.
紅袖織綾誇柿蔕((홍수직능과시체) : 붉은 소매 비단 짜며 감꼭지 문양 과시하고
靑旗沽酒趁梨花(청기고주진리화) : 주막에서 술 사서는 배꽃으로 쫓아간다.
誰開湖寺西南路(수개호사서남노) : 누가 호숫가 고산사에 서남쪽 길을 열어
草綠裙腰一道斜(초녹군요일도사) : 초록 치마 가는 허리인양 한 줄기 길이 비껴있나.
양풍탄(涼風歎)-차가운 바람의 탄식
昨夜涼風又颯然(작야량풍우삽연) : 어젯밤 찬 바람 또다시 바람소리
螢飄葉墜臥床前(형표섭추와상전) : 반딧불 날리고 나뭇잎 침상 머리에 진다.
逢秋莫歎須知分(봉추막탄수지분) : 가을을 맞아 탄식 말라 분수를 알아라
已過潘安三十年(이과반안삼십년) : 이이 반안을 진난 지 삼십 년이 되었어라.
감구시권(感舊詩卷)-옛 시집에 느껴워
夜深吟罷一長吁(야심음파일장우) : 밤 깊어 시를 읊고 길게 탄식하니
老淚燈前濕白鬚(노누등전습백수) : 등잔 앞 노인의 눈물 귀밑머리 적신다.
二十年前舊詩卷(이십년전구시권) : 이십 년 전 옛 시집이라
十人酬和九人無(십인수화구인무) : 수창한 열사람 중 아홉 사람 죽어 없구나.
야초회숙(夜招晦叔)-밤에 회숙을 초대하며
庭草留霜池結冰(정초류상지결빙) : 정원의 풀에는 서리 내리고 못에는 얼음 얼어
黃昏鍾絶凍雲凝(황혼종절동운응) : 황혼에 종소리 끊이고 구름도 얼어 엉기었다.
碧氈帳上正飄雪(벽전장상정표설) : 푸른 모직 휘장 위로 지금 한창 눈발이 날리고
紅火爐前初炷燈(홍화노전초주등) : 붉은 화로 앞에 처음으로 등불 심지에 불을 붙인다.
高調秦箏一兩弄(고조진쟁일량농) : 높은 음조로 진나라 쟁으로 한 두 번 노는데
小花蠻榼二三升(소화만합이삼승) :작은 꽃 무늬 오랑캐 술통에 두 세 되 술도 있다.
爲君更奏湘神曲(위군경주상신곡) : 그대 위해 다시 상군곡을 연주하려는데
夜就?家能不能(야취농가능부능) : 밤이면 바로 우리집에 올 수 있을까 없을까.
희초제객((戲招諸客)-놀이로 여러 객을 초청하여
黃醅綠醑迎冬熟(황배녹서영동숙) : 누른 술, 푸른 술 겨울에 익어가고
絳帳紅爐逐夜開(강장홍노축야개) :붉은 휘장 붉은 난로 밤 쫓아 열린다.
誰道洛中多逸客(수도낙중다일객) :누가 낙양에 명사가 많다고 말하나
不將書喚不曾來(부장서환부증내) :책으로 부르지 않으면 오지 않았었다.
지변즉사(池邊卽事)-못가에서
氈帳胡琴出塞曲(전장호금출새곡) : 모직 휘장, 오랑캐 거문고, 출새곡
蘭塘越棹弄潮聲(난당월도농조성) :난초 못 건너는 노가 조수 소리 희롱한다.
何言此處同風月(하언차처동풍월) : 풍월 같은 이곳을 어찌 말로 하랴
薊北空南萬里情(계배공남만리정) : 계북의 하늘 남쪽 만리 먼 풍정이로다.
추사(秋思)-가을 생각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 석양이 불타는 것보다 불고
晴空碧勝藍(청공벽승남) : 갠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구나.
獸形雲不一(수형운부일) : 동물 모양 구름 하나가 아니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 활모양의 달은 처음 삼 일이로다.
雁思來天北(안사내천배) : 기러기 마음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 다듬이질하는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 쓸쓸하여라, 가을 기운의 맛
未老已深?(미노이심암) : 늙지도 않았는데 이미 깊이 기억된다
송객(送客)-손님을 보내며
病上籃輿相送來(병상남여상송내) : 병으로 남여에 올라 전송고 돌아오니
衰容秋思兩悠哉(쇠용추사량유재) : 쇠한 얼굴, 가을 생각이 모두 아득하다.
涼風嫋嫋吹槐子(양풍뇨뇨취괴자) : 찬 바람 하늘하늘 홰나무에 불어와
却請行人勸一盃(각청항인권일배) : 도리어 행인에게 한 잔 술을 따르게 한다.
낭도사사륙수1(浪淘沙詞六首1)
一泊沙來一泊去(일박사내일박거) : 물결 한 번 드니 모래 밀려오고, 한 번 드니 씻겨가고
一重浪滅一重生(일중낭멸일중생) : 한번 무거워지니 물결 사라지고, 한 번 무거워지니 물결 인다
相攪相淘無歇日(상교상도무헐일) : 씻어내고 행구내며 그칠 날이 없으니
會敎山海一時平(회교산해일시평) :마침내 산과 바다를 일시에 평평하게 하는구나.
낭도사사륙수2(浪淘沙詞六首2)-
白浪茫茫與海連(백낭망망여해련) : 흰 물결 망망한데 바다와 이어지고
平沙浩浩四無邊(평사호호사무변) : 평평한 뱃사장은 넓디넓어 끝이 없구나.
暮去朝來淘不住(모거조내도부주) : 조석으로 오고가며 물결은 멈추지 않고
遂令東海變桑田(수령동해변상전) : 마침내 동해가 뽕나무 밭을 바꾸게 하는구나.
낭도사사륙수3(浪淘沙詞六首3)-
靑草湖中萬里程(청초호중만리정) : 호수 가운데 푸른 풀은 만 리 기다란 길
黃梅雨裏一人行(황매우리일인항) : 빗속의 누렇게 익은 매실꽃 한 사람 걸을 거리
愁見灘頭夜泊處(수견탄두야박처) : 수심겨워 여룰 가에 밤에 정박할 곳 바라보니
風?闇浪打船聲(풍번암낭타선성) : 바람이 푸른 물결을 뒤집으며 뱃전을 치는 소리
낭도사사륙수4(浪淘沙詞六首4)-
借問江潮與海水(차문강조여해수) : 강물과 바닷물에 잠시 묻노니
何似君情與妾心(하사군정여첩심) : 어찌 님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같을까요
相恨不如潮有信(상한부여조유신) : 서로 한하니 조수의 믿음만도 못하고
相思始覺海非深(상사시각해비심):그립고 보고프니 바다가 깊지 못함을 비로소 알았지요
낭도사사륙수5(浪淘沙詞六首5)-
海底飛塵終有日(해저비진종유일) : 바닷밑이 흙먼지 날리니 태양만이 남아있고
山頭化石豈無時(산두화석개무시) : 산 머리가 바위를 변화시키니 어찌 때가 없으랴
誰道小郎抛小婦(수도소낭포소부) : 누가 젊은 지아비가 젊은 아낙 버렸고 말하나
船頭一去沒廻期(선두일거몰회기) : 뱃머리 한번 떠나더니 돌아올 기약 묻혀버렸구나.
낭도사사륙수6(浪淘沙詞六首6)-
隨波逐浪到天涯(수파축낭도천애) : 물결을 따르면 하늘 끝에 이르건만
遷客生還有幾家(천객생환유기가) : 귀양객이 돌아온 일 몇 집이나 되는가.
却到帝鄕重富貴(각도제향중부귀) : 물리치고 서울에 이르면 부귀를 귀히 여겨
請君莫忘浪淘沙(청군막망낭도사) : 청컨대 그대는 낭도사를 잊지 마시오.
한항(閒行)-한가히 걸으며
五十年來思慮熟(오십년내사려숙) : 오십 년 동안 익숙한 생각이 있나니
忙人應未勝閒人(망인응미승한인) : 바쁜 사람은 한가한 사람보다 못하다네.
林園傲逸眞成貴(림원오일진성귀) : 숲에 사는 자부심과 편안함이 정말 귀하고
衣食單疎不是貧(의식단소부시빈) : 입고 먹는 간편함은 가난함이 아니라네.
專掌圖書無過地(전장도서무과지) : 책만 간직하니 허물이 없는 처지이며
遍尋山水自由身(편심산수자유신) : 산수를 두루 찾아다니니 자유의 몸이라네.
儻年七十猶强健(당년칠십유강건) : 만냑 나이 칠십이라도 여전히 강건하다면
尙得閒行十五春(상득한항십오춘) : 오히려 편히 걷는 십오 세 청춘을 얻은 것이네.
한출(閒出)-한가히 나아가
兀兀出門何處去(올올출문하처거) :올올히 문을 나서니 어디로 가나
新昌街晩樹陰斜(신창가만수음사) : 신창 거리의 저녁에 나무그늘 기울었네.
馬蹄知意緣行熟(마제지의연항숙) : 말발굽은 내 뜻 아노니 길이 익숙해서라
不向楊家卽庾家(부향양가즉유가) : 양가집 향하지 않으면 유가집이라네.
한영(閒詠)-한가하게 읊다
步月憐淸景(보월련청경) :달빛 아래 걸으니 맑은 풍광 애련하고
眠松愛綠陰(면송애녹음) : 소나무 아래서 잠드니 푸른 그늘이 좋아라.
早年詩思苦(조년시사고) : 젊어서는 시를 지음에 애를 쓰고
晩歲道情深(만세도정심) : 늙어서는 도를 찾는 마음이 깊어진다.
夜學禪多坐(야학선다좌) : 밤에는 참선을 배우려 앉아있는 일이 많고
秋牽興暫吟(추견흥잠음) :가을에는 흥에 이끌려 잠시 시를 읊는다.
悠然兩事外(유연량사외) : 이 두 가지 일 외에는 아득하니
無處更留心(무처경류심) : 다시 마음 머물게 할 곳이 하나도 없도다.
자탄(自歎)-스스로 탄식하다
豈獨年相迫(개독년상박) : 어찌 다만 나이만 많아지는가
兼爲病所侵(겸위병소침) : 아울러 병마저 찾아오는구나.
春來痰氣動(춘내담기동) : 봄이 되니 가래기운이 끓어오르고
老去嗽聲深(노거수성심) : 늙어가니 기침소리가 깊어지는구나.
眼暗猶操筆(안암유조필) : 눈이 어두워져도 붓을 잡고
頭斑未挂簪(두반미괘잠) : 머리가 빠져 비녀마저 꼽지 못한다.
因循過日月(인순과일월) : 습관대로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다니
眞是俗人心(진시속인심) : 진정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심정인가.
석낙화(惜落花)-지는 꽃이 애달파
夜來風雨急(야내풍우급) : 간밤에 비바람 심하였으니
無復舊花林(무복구화림) : 옛 꽃과 숲을 회복하지 못하리라.
枝上三分落(지상삼분낙) : 가지 위의 삼분의 일이나 떨어져
園中二寸深(원중이촌심) : 정원 안에 두 치나 깊어졌도다.
日斜啼鳥思(일사제조사) : 해 지는 저녁에 우짖는 새들의 심사
春盡老人心(춘진노인심) : 저무는 봄날에 늙어가는 사람들 마음이라
莫怪添盃飮(막괴첨배음) : 술잔을 더 한다 이상히 여기지 말라
情多酒不禁(정다주부금) : 정이 많아 술을 금할 수가 없도다.
노병(老病)-늙고 병들어
晝聽笙歌夜醉眠(주청생가야취면) : 낮엔 생황노래 듣고 밤엔 취하여 잠드는데
若非月下卽花前(야비월하즉화전) : 달빛 아래가 아니면 꽃 앞에 있노라.
如今老病須知分(여금노병수지분) : 지금처럼 늙고 병들어야 분수를 알리니
不負春來二十年(부부춘내이십년) : 봄이 옴을 저버리지 않은 지가 이십 년이어라.
춘풍(春風)-봄바람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 봄바람에 먼저 핀 동산 안의 매화꽃
櫻杏桃梨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오얏꽃이 차례로 핀다.
薺花楡莢深村裏(제화유협심촌리) : 냉이꽃 느릅나무 열매 마을 안에 깊숙하니
亦道春風爲我來(역도춘풍위아내) : 또한 말하리라, 봄바람이 나를 위해 불어왔다고.
탄추사(彈秋思)-가을 마음을 타다
信意閒彈秋思時(신의한탄추사시) : 마음에 맡겨 가을 마음을 타는 시간
調淸聲直韻疎遲(조청성직운소지) : 맑은 음조, 곧은 소리에 운율은 성글고 더디다.
近來漸喜無人聽(근내점희무인청) : 근래에 점차 기뻐지는데 들어주는 사람 없으나
琴格高低心自知(금격고저심자지) : 거문고 격조의 높고 낮음이야 마음의 절로 아노라.
추유(秋遊)-가을놀이
下馬閒行伊水頭(하마한항이수두) : 말에서 내려 한가히 이수 가를 걸으니
涼風淸景勝春遊(량풍청경승춘유) : 서늘한 바람 맑은 경치가 봄나들이 보다 좋아라.
何事古今詩句裏(하사고금시구리) : 무슨 일로 고금에 시구 안에는
不多說著洛陽秋(부다설저낙양추) : 낙양의 가을을 논하여 적은 글이 많지 않았을까.
유가화(劉家花)-유씨 집, 꽃나무
劉家牆上花還發(유가장상화환발) : 유씨 집, 담장 위에 꽃들 다시 피고
李十門前草又春(리십문전초우춘) : 이씨 집, 문 앞에는 풀빛이 또 봄이로다.
處處傷心心始悟(처처상심심시오) : 곳곳에서 상심하여 비로소 알았느니
多情不及少情人(다정부급소정인) : 다정이 미치지 못하여 정인이 적었구나.
장십팔(張十八)-장씨네 열여덞째 아들
諫垣幾見遷遺補(간원기견천유보) : 간원에서 몇 번 보았는데 유보로 옮겨가고
憲府頻聞轉殿監(헌부빈문전전감) : 헌부에서 자주 들었는데 전감으로 옮겼구나.
獨有詠詩張太祝(독유영시장태축) : 오직 시 읊는 장태축이 있으니
十年不改舊官銜(십년부개구관함) : 십 년 동안 옛 관함을 벗어나지 못했구나.
고상댁(高相宅)-고 재상댁
靑苔故里懷恩地(청태고리회은지) : 푸른 이끼 옛 고을 은혜받은 이 땅
白髮新生抱病身(백발신생포병신) : 백발이 새로 나서 병 안은 이내 몸.
涕淚雖多無哭處(체누수다무곡처) : 흐르는 눈물 많아도 울 곳도 없으니
永寧門館屬他人(영녕문관속타인) : 영녕문관이 남의 손에 넘어가버렸다네.
증매송자(贈賣松者)-소나무 파는 자에게
一束蒼蒼色(일속창창색) : 한 묶음 푸르고 푸른 빛
知從澗底來(지종간저내) : 골짜기 아래에서 온 것을 알겠다.
斸掘經幾日(촉굴경기일) : 찍어서 파낸지가 몇 일이나 지났나
枝葉滿塵埃(지섭만진애) : 가지와 잎에 흙먼지가 가득하다.
不買非他意(부매비타의) : 사지 않은 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城中無地栽(성중무지재) : 성 안에는 심을 땅이 전혀 없어서라네
송춘(送春)-봄을 보내며
三月三十日(삼월삼십일) : 때는 삼월 삼십 일
春歸日復暮(춘귀일부모) : 봄은 가려하고 해도 다시 지려한다.
惆悵問春風(추창문춘풍) : 추창이 봄바람에 물어보노니
明朝應不住(명조응부주) : 내일 아침에는 이곳에 머물지 않을 거야.
送春曲江上(송춘곡강상) : 곡강 위에서 봄을 보내려니
眷眷東西顧(권권동서고) : 아쉬움에 동서로 돌아보노라.
但見撲水花(단견박수화) : 보이는 것은 물위에 떨어지는 꽃
紛紛不知數(분분부지삭) : 분분하여 그 수를 알지 못하겠다.
人生似行客(인생사항객) : 인생이란 길가는 나그네 같아
兩足無停步(양족무정보) : 두 발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日日進前程(일일진전정) : 날마다 앞을 향해 나가지만
前程幾多路(전정기다노) : 가야할 길은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兵刀與水火(병도여수화) : 전쟁과 천재지변의 재앙을
盡可違之去(진가위지거) : 모두를 피해 갈 수가 있지만
唯有老到來(유유노도내) : 오직 늙음이 다가오는 것은
人間無避處(인간무피처) : 인간으로는 피할 길이 하나 없다.
感時良爲已(감시량위이) : 시절을 느낌을 진정 그만두고
獨倚池南樹(독의지남수) : 홀로 못 남쪽 나무에 기대어본다.
今日送春心(금일송춘심) : 오늘 이 봄을 보내는 마음
心如別親故(심여별친고) : 마치 친구를 보내는 마음 같아라.
연자루((鷰子樓)-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한 밝은 달,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이불은 차고 등불 희미한데 잠자리 추켜올린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연자루 안, 서리 내리는 달 밤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가을이 오니 오직 이 한 사람 위해 길기만하다.
야금(夜琴)-밤 거문고
蜀桐木性實(촉동목성실) : 촉 나라 오동나무는 든든하고
楚絲音韻淸(초사음운청) : 초 나라 악기는 소리 맑기도 하다.
調慢彈且緩(조만탄차완) : 느슨한 줄을 골라 통기다 늦추며
夜深十數聲(야심십삭성) : 밤 깊도록 열 몇 곡을 타노라.
入耳淡無味(입이담무미) : 귀에 들리는 소리 담담하여 맛도 없는 듯
愜心潛有情(협심잠유정) : 마음에 흡족하여 젖어들어 정겨워라.
自弄還自罷(자농환자파) : 스스로 즐기다가 도리어 그치나니
亦不要人聽(역부요인청) : 또한 다른 사람이 듣기를 바라지 않아서라.
영의(詠意)-내 마음을 노래하다
常聞南華經(상문남화경) : 남화경의 말을 항상 들었다
巧勞智憂愁(교노지우수) :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한다고.
不如無能者(부여무능자) : 차라리 못하리라, 무능한 사람이
飽食但遨遊(포식단오유) : 배불리 먹고 마음대로 노는 것만 말이다.
平生愛慕道(평생애모도) : 평생토록 그 도를 좋아하고 그리워했는데
今日近此流(금일근차류) : 오늘에야 이런 부류에 가까게 되었구나.
自來潯陽郡(자내심양군) : 심양군에 온 이래로
四序忽已周(사서홀이주) : 사계절이 흘러 벌써 이미 일 년이 되었구나.
不分物黑白(부분물흑백) : 일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
但與時沈浮(단여시침부) : 다만 때와 더불어 부침하였다.
朝飧夕安寢(조손석안침) : 아침에는 밥 먹고 저녁에는 편히 잠자며
用是爲身謀(용시위신모) : 이렇게 하며 자신을 위해 살았다.
此外卽閑放(차외즉한방) : 이 외에는 한가하게 지내며
時尋山水幽(시심산수유) : 때때로 자연의 그윽함을 찾았다.
春遊慧遠寺(춘유혜원사) : 봄에는 혜원사를 노닐었고
秋上庾公樓(추상유공누) : 가을이면 유공의 누각에 올랐다.
或吟詩一章(혹음시일장) : 간혹 시 한 편을 읊기도 하고
或飮茶一甌(혹음다일구) : 간혹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身心一無繫(신심일무계) : 몸과 마음 어느 한 곳에도 얽히지 않아
浩浩如虛舟(호호여허주) : 호방함이 마치 빈 배 같았다.
富貴亦有苦(부귀역유고) : 부귀한 사람에게도 고통이 있나니
苦在心危憂(고재심위우) : 고통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근심스럽다.
貧賤亦有樂(빈천역유낙) : 빈천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있나니
樂在身自由(낙재신자유) : 즐거움은 몸의 자유로움에 있다.
제원십팔계정(題元十八溪亭)-원 팔의 팔계정에 제하다
怪君不喜仕(괴군부희사) : 이상하나니, 그대 벼슬살이 싫어하고
又遊煙霞里(우유연하리) : 연기와 놀 낀 마을을 나다니지도 않다니.
今日到幽居(금일도유거) : 오늘 그윽한 그대 거처에 와보니
了然知所以(요연지소이) : 그 까닭을 확실히 알았도다.
宿君石溪亭(숙군석계정) : 그대의 석계정에 묵으니
潺湲聲滿耳(잔원성만이) : 졸졸 흐르는 물소리 귀에 가득하고
飮君螺盃酒(음군나배주) : 그대에게 소라잔으로 술을 권하니
醉臥不能起(취와부능기) : 취하여 누운 채로 일어나지 못하는구려.
見君五老峯(견군오노봉) : 그대 사는 오로봉을 보고나니
益悔居城市(익회거성시) : 시내에 사는 것이 더욱 후회스럽소.
愛君三男兒(애군삼남아) : 사랑스런 그대 세 아들을 보니
始歎身無子(시탄신무자) : 자신이 자식 없음을 비로소 한탄스럽소.
余方鑪峯下(여방로봉하) : 나도 이제야 향로봉 아래에 있어
結室爲居士(결실위거사) : 집 짓고 거사가 되리라.
山北與山東(산배여산동) : 산 북쪽과 산 동쪽을
往來從此始(왕내종차시) : 오가며 이제부터 시작하리라.
초동린(招東鄰)-동쪽 이웃을 초대하며
小榼二升酒(소합이승주) : 작은 통에 담긴 두 되의 술
新簟六尺床(신점륙척상(신점륙척상) : 새 삿자리 깔린 여섯 자의 평상.
能來夜話否(능내야화부) : 오셔서 밤에도 얘기 않으리오
池畔欲秋涼(지반욕추량(지반욕추량) : 못가에 지금 가을 찬 바람 입니다.
남정대주송춘(南亭對酒送春)-남쪽 정자에서 술을 마주하여 봄을 보내다
含桃實已落(함도실이낙) : 앵두는 이미 떨어지고
紅薇花尙薰(홍미화상훈) : 붉은 장미는 꽃이 아직 향기롭다.
冉冉三月盡(염염삼월진) : 흐르는 세월 삼월도 다 지나는데
晩鶯城上聞(만앵성상문) : 철 늦은 꾀꼬리 소리 성 위에서 들린다.
獨持一杯酒(독지일배주) : 홀로 한 잔의 술을 잡고
南亭送殘春(남정송잔춘) : 남쪽 정자에서 남은 봄을 떠나보낸다.
半酣忽長歌(반감홀장가) : 반쯤 취하여 문득 길게 노래 부르니
歌中何所云(가중하소운) : 노래 속말에서 무엇을 말했던가.
云我五十餘(운아오십여) : 내 나이 오십 세가 넘었다 하니
未是苦老人(미시고노인) : 상늙은이는 아직 아니로구나.
刺史二千石(자사이천석) : 자사의 녹봉은 이천 석이니
亦不爲賤貧(역부위천빈) : 또한 빈천하지는 않도다.
天下三品官(천하삼품관) : 세상의 삼품 관리들
多老於我身(다노어아신) : 내 몸보다 늙은이가 많도다.
同年登第者(동년등제자) : 같이 과거에 오른 사람들
零落無一分(령낙무일분) : 영락하여 십분의 일도 남아있지 않도다.
親故半爲鬼(친고반위귀) : 친구의 절반은 이이 귀신이 되었고
僮僕多見孫(동복다견손) : 동복들도 대부분 손자를 보았도다.
念此聊自解(념차료자해) : 이런 일들 생각하면 그런대로 스스로 풀어져
逢酒且歡欣(봉주차환흔) : 술을 만나 잠시 즐거워지고 기뻐지노라.
삼년위자사이수1(三年爲刺史二首1)-삼년 동안 자사를 지내고서
三年爲刺史(삼년위자사) : 삼년 동안 자사가 되어 일했어도
無政在人口(무정재인구) : 백성의 입에 오르는 치적도 없었다.
唯向郡城中(유향군성중) : 오직 고을 성읍 안을 향하고
題詩十餘首(제시십여수) : 십여 수의 시를 지었었다.
慙非甘棠詠(참비감당영) : 부끄러워라, 선정을 읊는 시 없으니
豈有思人否(개유사인부) : 어찌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삼년위자사이수2(三年爲刺史二首2)-삼년 동안 자사를 지내고서
三年爲刺史(삼년위자사) : 삼년 동안 자사가 되어 일했어도
飮?復食蘗(음빙복식벽) : 찬 물 마시고 다시 당귀만 먹었구나.
唯向天竺山(유향천축산) : 오직 천축산을 향하여
取得兩片石(취득량편석) : 두 조각 돌을 취하였도다.
此抵有千金(차저유천금) : 이 것을 밀어내고 천금을 찾았으니
無乃傷淸白(무내상청백) : 이 것이 바로 청백리 정신을 상하게 한 것 아닌가.
이가입신댁(移家入新宅)-이사하여 새집에 입주하며
移家入新宅(이가입신댁) : 이사하여 새 집에 들고 보니
罷郡有餘資(파군유여자) : 군의 벼슬을 그만 두어도 자산이 넉넉하다.
旣可避燥濕(기가피조습) : 건조함과 습기를 피할 수 있고
復免憂寒飢(복면우한기) : 다시 추위와 굶주림의 근심 면하였다.
疾平未還假(질평미환가) : 병이 나았는데 휴가는 끝나지 않았고
官閒得分司(관한득분사) : 관직은 한가하게도 분사의 자리라
幸有俸祿在(행유봉녹재) : 다행히도 봉록은 나오고
而無職役羈(이무직역기) : 얽어매는 직무도 전혀 없구나.
淸旦盥潄畢(청단관수필) : 맑은 아침 세수를 마치고
開軒卷簾幃(개헌권렴위) : 마루문을 열고 발과 휘장을 걷는다.
家人及雞犬(가인급계견) : 식구들과 닭과 개는
隨我亦熙熙(수아역희희) : 나를 따르며 즐거워한다.
取興不過酒(취흥부과주) : 흥을 갖는데는 술이 빠질 수 없나니
放情或作詩(방정혹작시) : 마음을 풀기 위해 간혹 시를 짓는다.
何必苦修道(하필고수도) :어찌 반드시 애서 도를 닦아야 하나
此卽是無爲(차즉시무위) : 이런 것들도 곧 무위자연인 것을.
外累信已遣(외누신이견) : 외물에 얽매임이 이미 사라지고
中懷時有思(중회시유사) : 마음속엔 때때로 생각이 난다.
有思一何遠(유사일하원) : 생각남은 하나같이 어찌나 먼지
黙坐低雙眉(묵좌저쌍미) : 말없이 앉으니 두 눈썹을 내려본다.
十載囚竄客(십재수찬객) : 지나온 십년이 귀양 온 나그네 처지
萬里征戍兒(만리정수아) : 만 리 변방 수자리간 젊은이 신세로다.
春朝鏁籠鳥(춘조쇄농조) : 봄날 아침에 새장에 갇힌 새 처지
冬夜支牀龜(동야지상구) : 겨울 밤 동안 책상을 바치고 있는 거북이로다.
驛馬走四蹄(역마주사제) : 역마의 달리는 네 발굽은
痛酸無歇期(통산무헐기) : 아프고 쓰라려도 쉴 기간이 전혀 없도다.
磑牛封兩目(애우봉량목) : 맷돌 가는 소는 두 눈을 가리니
昏閉何人知(혼폐하인지) :어굽고 갑갑함을 어느 누가 알아줄까.
誰能脫放去(수능탈방거) : 누가 불어주고 놓아주어 떠나가게 하여
四散任所之(사산임소지) : 사방으로 흩어져 마음대로 가고
各得適其性(각득적기성) : 각자 그들의 본성에 맞추어
如吾今日時(여오금일시) : 나의 오늘날의 시간과 같게 할 수 있을까.
초견백발(初見白髮)-백발을 처음 보고
白髮生一莖(백발생일경) : 흰머리 터럭이 한 줄기 생겨
朝來明鏡裏(조내명경리) : 아침에 거울 속에 분명하도다.
勿言一莖少(물언일경소) : 한 줄기가 적다고 말하지 말라
滿頭從此始(만두종차시) : 머리에 가득한 백발도 여기서 시작된다.
靑山方遠別(청산방원별) : 청산을 멀리 떠나 이별하여
黃綬初從仕(황수초종사) : 누른 인끈 두르고 처음 벼슬하였다.
未料容?間(미료용빈간) :얼굴과 귀밑머리 생각도 못했는데
蹉跎忽如此(차타홀여차) :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구나.
금중월(禁中月)-궁궐의 달
海上明月出(해상명월출) : 바닷가에 밝은 달 떠오르고
禁中淸夜長(금중청야장) : 궁궐 안에는 맑은 밤이 길기만 하다.
東南樓殿白(동남누전백) : 동남 쪽, 높은 전각 휘영청 밝은데
稍稍上宮牆(초초상궁장) : 조금씩 궁궐 담장 위로 솟아오른다.
淨落金塘水(정낙금당수) : 금당 연못물에 깨끗이 떨어져
明浮玉砌霜(명부옥체상) : 옥돌 섬돌에 서리가 밝게도 있다.
不比人間見(부비인간견) : 늘어선 사람들이여 보지를 말라
塵土汚淸光(진토오청광) : 세상의 티끌이 맑은 빛을 더럽힐까 한다.
고상(枯桑)-마른 뽕나무
道傍老枯樹(도방노고수) :길가에 늙고 마른 나무 있는데
枯來非一朝(고내비일조) : 마르게 된 지가 하루아침이 아니다.
皮黃外尙活(피황외상활) : 껍질은 누렇지만 밖은 아직 살아있어
心黑中先焦(심흑중선초) : 속이 검은데 가운데가 먼저 타들어간다.
有似多憂者(유사다우자) : 많은 근심거리가 있는 듯한데
非因外火燒(비인외화소) : 밖의 화제로 인해서 탄 것은 아니로다.
증왕산인(贈王山人)-왕산인에게 드리다
聞君減寢食(문군감침식) : 듣건대, 그대가 침식을 줄이고
日聽神仙說(일청신선설) : 날마다 신선의 설을 듣는다지요.
暗待非常人(암대비상인) : 남몰래 대단한 분 모셔다가
潛求長生訣(잠구장생결) : 장생의 비결을 은밀히 구한다지요.
言長本對短(언장본대단) : 장수란 본래 단명과 상대적이라 하나
未離生死轍(미리생사철) : 생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거라오.
假使得長生(가사득장생) :비록 장생을 얻는다하더라도
才能勝夭折(재능승요절) : 겨우 요절보다 나을 정도라오.
松樹千年朽(송수천년후) : 소나무는 천년을 살다 썩고
槿花一日歇(근화일일헐) : 무궁화 꽃은 하루 만에 진다오.
畢竟共虛空(필경공허공) : 그러나 필경에는 모두가 공허하니
何須誇歲月(하수과세월) : 어찌 반드시 세월 긴 것만 자랑하리오.
彭殤徒自異((팽상도자리) : 팽조의 장수와 팽자의 단명은 헛된 차이
生死終無別(생사종무별) : 살고 죽음이 끝내는 구별이 없어진다오.
不如學無生(부여학무생) : 차라리 무생을 배움만 못하며
無生卽無滅(무생즉무멸) : 무생이 바로 멸하지 않는 것이라오.
영숭리관거(永崇里觀居)-영숭리 도관에 머물면서
季夏中氣候(계하중기후) : 늦여름 반이 지난 날
煩暑自此收(번서자차수) : 무더위가 지금부터 물러난다.
蕭颯風雨天(소삽풍우천) : 쌀쌀한 비바람 내리는 날씨
蟬聲暮啾啾(선성모추추) : 저녁이면 매미소리 들리고
永崇里巷靜(영숭리항정) : 영숭리 골목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華陽觀院幽(화양관원유) : 황양관 원내는 조용하고
軒車不到處(헌거부도처) : 귀인 탄 수레는 어디고 오지 않는다.
滿地槐花秋(만지괴화추) : 회나무 꽃 땅에 가득한 가을
年光忽冉冉(년광홀염염) : 세월은 홀연히 흘러만 가고
世事本悠悠(세사본유유) : 세상사란 원래 아득하기만 하다.
何必待衰老(하필대쇠노) : 하필 늙어 노쇠하기만 기다려야
然後悟浮休(연후오부휴) : 죽고 사는 것의 진리를 깨달을까.
眞隱豈長遠(진은개장원) : 진정한 은일이 어찌 멀리 있을까
至道在冥搜(지도재명수) : 지극한 도는 깊이 추구하는 데 있다.
身雖世間住(신수세간주) : 몸은 비록 세간에 머물러 있으나
心與虛無遊(심여허무유) : 내 마음은 아득한 하늘과 노닌다.
朝飢有蔬食(조기유소식) : 아침에 배고프면 나물밥 먹고
夜寒有布裘(야한유포구) : 저녁에 차가우면 무명옷을 입는다.
幸免凍與餒(행면동여뇌) : 헐벗음과 굶주림 면하기만 한다면
此外復何求(차외복하구) : 그밖에 다시 무엇을 바랄까보냐.
寡慾雖少病(과욕수소병) : 비록 조금 아프지만 욕심을 줄이고
樂天心不憂(낙천심부우) : 천명을 즐기니 마음이 우울하지 않다.
何以明吾志(하이명오지) : 어찌해야 나의 뜻을 밝힐까
周易在床頭(주역재상두) : 주역이 내 책상머리에 놓여있다.
범춘지(泛春池)-봄 못에 배 띄워
白蘋湘渚曲(백빈상저곡) : 상수 물가에 흰 마름
綠篠剡溪口(녹소섬계구) : 섬계 어구에는 푸른 조릿대.
各在天一涯(각재천일애) : 각각 하늘 먼 곳에 있어
信美非吾有(신미비오유) : 정말 아름답지만 나의 소유 아니다.
如何此庭內(여하차정내) : 어떠한가, 이 정원 안
水竹交左右(수죽교좌우) : 수죽은 좌우로 얽혀있다.
霜竹百千竿(상죽백천간) : 서리 맞은 대나무 여러 줄기들
煙波六七畝(연파륙칠무) : 예닐곱 이랑이 물안개에 덥혀있다.
泓澄動堦砌(홍징동계체) : 맑은 물속에는 섬돌이 일렁거리고
淡泞映戶牖(담저영호유) : 깨끗한 물에는 문과 창문이 비추인다.
蛇皮細有紋(사피세유문) : 뱀껍질 같은 문양이 섬세하게 보이고
鏡面淸無垢(경면청무구) : 거울 표면처럼 맑아 먼지하나 없구나.
主人過橋來(주인과교내) : 주인이 다리를 지나오는데
雙童扶一叟(쌍동부일수) : 두 어린 아이가 한 노인을 부축하고 있다.
恐汙淸冷波(공오청냉파) : 맑고 찬 물결 더럽힐까 두려워
塵纓先抖擻(진영선두수) : 갓에 앉은 먼지부터 털어낸다.
波上一葉舟(파상일섭주) : 물결 위에 작은 배 띄우고
舟中一樽酒(주중일준주) : 배 안에는 한 동이 술을 실었다.
酒開舟不繫(주개주부계) : 술동이는 열어놓고 배는 풀어
去去隨所偶(거거수소우) : 배 가는 대로 따라 가고 또 간다.
或遶蒲浦前(혹요포포전) : 부들 물가 앞은 둘러싸고
或泊桃島後(혹박도도후) : 복숭아 섬 뒤에 멈추기도 한다.
未撥落杯花(미발낙배화) : 술잔에 떨어진 꽃잎을 건져내지도 않고
低衝拂面柳(저충불면류) : 얼굴을 스치는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半酣迷所在(반감미소재) : 반쯤 취하니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倚榜兀回首(의방올회수) : 노에 기대어 우뚝 머리를 돌려본다.
不知此何處(부지차하처) : 이곳이 어느 곳인지 모르겠는데
復是人寰否(복시인환부) : 혹시 인간세상이 아닌가.
誰知始疎鑿(수지시소착) : 누가 알리오, 처음 연못을 뚫고서
幾主相傳受(기주상전수) : 몇 사람의 주인이 서로 바뀌었는지를.
楊家去云遠(양가거운원) : 양씨는 떠난 지 오래되고
田氏將非久(전씨장비구) : 전씨는 오랫동안 가지지 못했다고 한다.
天與愛水人(천여애수인) : 하늘은 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었으니
終焉落吾手(종언낙오수) : 마침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도다.
증언(贈言)-드리는 말씀
捧籯獻千金(봉영헌천금) :바구니에 받들어 천금을 바쳐도
彼金何足道(피금하족도) :저 황금이 어찌 만족스럽다 말하랴.
臨觴贈一言(임상증일언) : 술잔을 마주하여 한 마디 말 드리니
此言眞可寶(차언진가보) : 이 말은 정말 보배롭습니다.
流光我已晩(류광아이만) : 흐르는 세월에 나는 이미 늙어
適意君不早(적의군부조) : 마음에 맞추는 일 그대 빠르지 않습니다.
況君春風面(황군춘풍면) : 하물며 봄바람 같이 부드러운 얼굴
柔促如芳草(유촉여방초) : 유연하나 짧기가 향기로운 풀 같습니다.
二十方長成(이십방장성) : 나이 스물에야 장성해져서
三十向衰老(삼십향쇠노) :서른이 되면은 늙어지기 시작합니다.
鏡中桃李色(경중도리색) : 거울 속 복숭아 자두 같은 얼굴빛도
不得十年好(부득십년호) : 좋은 때는 십년도 못갑니다.
胡爲坐脈脈(호위좌맥맥) : 무엇 때문에 거저 묵묵히 앉아서
不肯傾懷抱(부긍경회포) : 마음 속 회포를 풀려고 하지 않는가.
춘즙신거(春葺新居)-봄날 새 거처를 고치며
江州司馬日(강주사마일) : 강주 사마 시절
忠州刺史時(충주자사시) : 충주 자사 시절이었다.
栽松滿後院(재송만후원) : 후원에 심은 소나무 가득
種柳蔭前墀(종류음전지) : 섬돌 위에 버드나무 그늘졌어라.
彼皆非吾土(피개비오토) : 그곳은 모두 우리 땅 아니었지만
栽種尙忘疲(재종상망피) : 심고 가꾸어도 피곤함을 몰랐어라.
況茲是我宅(황자시아댁) : 하물며 이곳은 바로 우리 집인데
葺藝固其宜(즙예고기의) : 수리하고 가꿈은 진정 마땅하여라.
平旦領僕使(평단령복사) : 이른 아침 종들을 거느리고
乘春親指揮(승춘친지휘) : 봄을 맞아 직접 지휘하였다.
移花夾暖室(이화협난실) : 꽃나무는 온실에 가득 채우고
徙竹覆寒池(사죽복한지) : 대나무는 옮겨 연못을 덮어라.
池水變綠色(지수변녹색) : 연못의 물이 푸른빛으로 변하고
池芳動淸輝(지방동청휘) : 연못의 방초들은 깨끗해 졌어라.
尋芳弄水坐(심방농수좌) : 꽃을 찾고 물과 놀며 앉았노라면
盡日心熙熙(진일심희희) : 종일토록 마음은 희희낙락 즐거워라.
一物苟可適(일물구가적) : 한 물건이라도 진실로 마음에 맞으면
萬緣都若遺(만연도야유) : 만사는 모두 잊어버림과 마찬가지라.
設如宅門外(설여댁문외) : 설사 문 밖 세상에서
有事吾不知(유사오부지) :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몰라라.
병중봉추초객야작(病中逢秋招客夜酌)-병중에 가을밤 손님을 청해 술자리를 갖다
不見詩酒客(부견시주객) : 시객도 주객도 만나지 못한 채
臥來半月餘(와내반월여) : 누워서 반 달 여를 지나왔었다.
合和新藥草(합화신약초) : 새 약초를 섞어보고
尋檢舊方書(심검구방서) : 예 의약서적도 찾아보았다.
晩霽煙景度(만제연경도) : 안개 지난 뒤 저녁이 개어
早涼牕戶虛(조량창호허) : 이른 추위에 창문도 허전하다.
雪生衰鬢久(설생쇠빈구) : 늙은 귀밑머리 서리 내린지 오래인데
秋入病心初(추입병심초) : 병든 마음에 가을이 들기 시작한다.
臥簟蘄竹冷(와점기죽냉) : 자리에 누우니 기죽자리가 차갑고
風襟邛葛疎(풍금공갈소) : 옷깃에 바람부니 공갈도 성기다.
夜來身校健(야내신교건) : 밤에는 몸도 비교적 건강한데
小飮復何如(소음복하여) : 술 조금 마신들 또 무슨 일 있겠는가.
과낙산인야거소지(過駱山人野居小池)-낙산 사람의 교외 집 연못에 들러
茅覆環堵亭(모복환도정) : 띠 풀로 지붕 올리고 담 두른 정자
泉添方丈沼(천첨방장소) : 샘물 들여 만든 작은 연못 있다.
紅芳照水荷(홍방조수하) : 붉은 꽃, 물에 비치는 연잎
白頸觀魚鳥(백경관어조) : 하얀 목을 빼어 물고기 노리는 새.
拳石苔蒼翠(권석태창취) : 주먹만한 돌에 이끼가 푸르고
尺波煙杳眇(척파연묘묘) : 한 자 길이 물결마다 안개가 자욱하다.
但問有意無(단문유의무) : 뜻이 있는가, 없는가만 묻고
勿論池大小(물논지대소) : 연못이 크고 작음은 논하지 말라.
門前車馬路(문전거마노) : 문 앞에 수레와 말이 다니는 길
奔走無昏曉(분주무혼효) : 밤낮 없이 달리는구나.
名利驅人心(명리구인심) : 명예와 이익에 사람 마음 달리게 하여
賢愚同擾擾(현우동요요) : 어질거나 어리석은 사람 모두가 바쁘구나.
善哉駱處士(선재낙처사) : 훌륭하도다, 낙산의 선비여
安置身心了(안치신심료) : 몸과 마음을 편안히도 가지시구려.
何乃獨多君(하내독다군) : 어찌 다만 그대 같은 사람 많을까
丘園居者少(구원거자소) : 전원에 사는 사람 적어서랍니다.
자영(自詠)-스스로 읊다
夜鏡隱白髮(야경은백발) :밤에 거울 속에 백발이 숨어있고
朝酒發紅顔(조주발홍안) : 아침술에 얼굴이 붉어진다
可憐假年少(가련가년소) : 가련하다, 여생이 얼마 되지 않음이여
自笑須臾間(자소수유간) : 짧은 인생, 절로 우습다.
朱砂賤如土(주사천여토) : 주사를 흙처럼 천하게 여겨
不解燒爲丹(부해소위단) : 태우면 단약이 됨을 알지 못한다.
玄鬢化爲雪(현빈화위설) : 검은 머리 백발이 되어도
未聞休得官(미문휴득관) : 아직 벼슬을 그만 두지 못한다.
咄哉箇丈夫(돌재개장부) : 한심하여라, 못난 한 사내여
心性何墮頑(심성하타완) : 심성이 얼마나 게으르고 어리석은가.
但遇詩與酒(단우시여주) : 시와 술만 만나면 야
便忘寢與餐(편망침여찬) : 잠자고 먹는 일도 잊어버린다.
高聲發一吟(고성발일음) : 소리 높여 한번 읊으면
似得詩中仙(사득시중선) : 마치 시 속의 신선이라도 된 것 같다.
引滿飮一琖(인만음일잔) : 가득 채워 술 한 잔 마시면
盡忘身外緣(진망신외연) : 세상일은 모두를 잊어버린다.
昔有醉先生(석유취선생) : 그 옛날 취선생은
席地而幕天(석지이막천) : 땅을 자리로 삼고 하늘을 장막으로 삼는다.
于今居處在(우금거처재) : 지금 거처할 곳이 있어
許我當中眠(허아당중면) : 나는 그 속에서 잠을 잘 수가 있다.
眠罷又一酌(면파우일작) : 잠에서 깨면 또 술 한 잔 마시고
酌罷又一篇(작파우일편) : 마시고 나서 또 한 편의 시를 읊는다.
回面顧妻子(회면고처자) : 고개 돌려 처자식을 보니
生計方落然(생계방낙연) : 생계는 이제 막막하다.
誠知此事非(성지차사비) : 정말 이런 일이 잘못인 줄 알고
又過知非年(우과지비년) : 또 내 나이 잘못을 아는 나이 50세가 지났다.
豈不欲自改(개부욕자개) : 어찌 스스로 고치려하지 않았을까만
改卽心不安(개즉심부안) : 고치면 마음이 편하지 못하였다.
且向安處去(차향안처거) : 우선 마음 편히 가지면서
其餘皆老閑(기여개노한) : 그 나머지 일은 모두 버려두고 살리라.
낙하복거(洛下卜居)-낙양성으로 옮겨 살아
三年典郡歸(삼년전군귀) : 삼 년 고을을 맡고 돌아오며
所得非金帛(소득비금백) : 얻은 것은 황금과 비단이 아니었다.
天竺石兩片(천축석량편) : 천축석 두 조각
華亭鶴一隻(화정학일척) : 화정학 한 마리였다.
飮啄供稻粱(음탁공도량) : 마시고 쪼는데 벼와 기장을 주고
包裹用茵席((포과용인석) : 싸가지고 옴에는 방석 자리를 썼다.
誠知是勞費(성지시노비) : 수고와 낭비를 잘 알지만
其奈心愛惜(기나심애석) : 마음으로 아끼는 것을 어찌하랴.
遠從餘杭郭(원종여항곽) : 멀리 항주의 성곽에서
同到洛陽陌(동도낙양맥) : 낙양의 거리까지 같이 왔다.
下擔拂雲根(하담불운근) : 짐을 내리고 돌을 풀어놓고
開籠展霜?(개농전상핵) : 새장을 여니 화정학이 흰 날개를 펼친다.
貞姿不可雜(정자부가잡) : 곧은 자태는 섞일 수가 없고
高性宜其適(고성의기적) : 고고한 성품은 유유자적함에 어울린다.
遂就無塵坊(수취무진방) : 마침내 먼지 없는 깨끗한 마을에 나가
仍求有水宅(잉구유수댁) : 연못 있는 집을 찾았다.
東南得幽境(동남득유경) : 성의 동남쪽에 그윽한 땅을 마련하니
樹老寒泉碧(수노한천벽) : 우거진 나무, 차가운 샘물은 푸르다.
池畔多竹陰(지반다죽음) : 못가에 대나무 그림자 짙은데
門前少人跡(문전소인적) : 문 앞에는 사람의 자취 드물다.
未請中庶祿(미청중서녹) : 중서성의 복록을 청하지 않아
且脫雙驂易(차탈쌍참역) : 말 두 필 풀어주고 바꾸었다.
豈獨爲身謀(개독위신모) : 어찌 내 몸만을 위해 도모하리오
安吾鶴與石(안오학여석) : 나의 화정학과 천축석도 편안하게 하리라.
과이생(過李生)-이생의 집을 지나며 들러
蘋小蒲葉短(빈소포섭단) : 개구리밥 작고 창포잎 짧은데
南湖春水生(남호춘수생) : 남호의 봄 물결 일어난다.
子近湖邊住(자근호변주) : 그대 호숫가에 머물러 사는데
靜境稱高情(정경칭고정) : 고요한 경치 고상한 인품과 어울린다.
我爲郡司馬(아위군사마) : 나는 강주사마가 되어서는
散拙無所營(산졸무소영) : 산만하고 재주 없어 해내는 일 하나 없다.
使君知性野(사군지성야) : 태수도 나의 거친 성격 알고 있으리니
衙退任閒行(아퇴임한항) : 관아에서 퇴근하며 한가히 걸어본다.
行攜小榼去((항휴소합거) : 나가면서 작은 술통 가지고 떠나
逢花輒獨傾(봉화첩독경) : 꽃 볼 때마다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半酣到子舍(반감도자사) : 거나하게 취하니 그대 집에 이르러
下馬叩柴荊(하마고시형) : 말에서 내려 사립문을 두드린다.
何以引我步(하이인아보) : 무엇이 나의 발걸음 이끌었을까
繞籬竹萬莖(요리죽만경) : 울타리 둘러싼 울창한 대나무 줄기로다.
何以醒我酒(하이성아주) : 무엇이 나의 술을 깨게 하였을까
吳音吟一聲(오음음일성) : 노나라 노랫소리 한 곡조 읊음이었다.
須臾進野飯(수유진야반) : 잠깐 만에 들어온 시골 밥상
飯稻茹芹英(반도여근영) : 거친 밥에 미나리꽃 반찬이었다.
白甌靑竹箸(백구청죽저) : 흰 사발에 푸른 대젓가락
儉潔無?腥(검결무전성) : 검소하고 정결하여 비린내가 전혀 없다.
欲去復徘徊(욕거복배회) : 떠나려다가 다시 망설이는데
夕鴉已飛鳴(석아이비명) : 저녁 갈가마귀 이미 와 울며 난다.
何當重遊此(하당중유차) : 어느 때나 다시 와서 이렇게 놀아보나
待君湖水平(대군호수평) : 호수가 잔잔할 때 그대 기다려 보련다.
문조앵(聞早鶯)-아침 꾀고리 소리 들으며
日出眠未起(일출면미기) : 해가 솟아도 잠에서 일어나지 않았는데
屋頭聞早鶯(옥두문조앵) : 지붕 위에서 앵무새 소리 들린다.
忽如上林曉(홀여상림효) : 홀연 상림원의 새벽에
萬年枝上鳴(만년지상명) : 만년수 나뭇가지 위 우는 듯 하다.
憶爲近臣時(억위근신시) : 돌이켜 보건데, 천자의 근신이었던 때
秉筆直承明(병필직승명) : 붓을 잡고 승명원에서 당직했었다.
春深視草暇(춘심시초가) : 봄은 깊어가고 글을 보던 여가시간
旦暮聞此聲(단모문차성) :아침저녁으로 이 소리를 들었었다.
今聞在何處(금문재하처) : 지금 듣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寂寞潯陽城(적막심양성) : 바로 적막한 심양성이로다.
鳥聲信如一(조성신여일) :새소리는 진실로 하나같지만
分別在人情(분별재인정) : 사람의 마음 따라 달라지는 법이어라.
不作天涯意(부작천애의) : 하늘 끝 떠도는 마음 되지 못하면
豈殊禁中聽(개수금중청) : 어찌 대궐 안에서 듣는 것과 다르리오.
수조(垂釣)-낚싯대 드리우며
臨水一長嘯(임수일장소) : 강가에서 길게 휘파람 불어보니
忽思十年初(홀사십년초) : 문득 지난 십 년 전 일이 생각난다.
三登甲乙第(삼등갑을제) : 세 번 진사과에 합격하고
一入承明廬(일입승명려) : 한 번 한림원에 들어갔었다.
浮生多變化(부생다변화) : 덧없는 인생 변화가 많나니
外事有盈虛(외사유영허) : 세상일이란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법.
今來伴江叟(금내반강수) : 지금은 강가의 노인들과 벗하어
沙頭坐釣魚(사두좌조어) : 모랫가에 앉아서 물고기 낚고 있다.
소지이수1(小池二首1)-작은 연못
晝卷前齋熱(주권전재열) : 낮에는 앞 서재가 더웠는데
晩愛小池淸(만애소지청) : 저녁에는 작은 연못에 물이 맑다.
映林餘景沒(영림여경몰) : 햇볕 든 숲에 경치가 어둑한데
近水微涼生(근수미량생) : 가까운 물가에 미풍이 가볍게 인다.
坐把蒲葵扇(좌파포규선) : 앉은 채로 포규선 손에 잡고
閒吟三兩聲(한음삼량성) :한가하게 두 세 마디 시를 읊는다.
소지이수2(小池二首2)-작은 연못
有意不在大(유의부재대) :뜻이 큰 곳에 있지 않아
湛湛方丈餘(담담방장여) : 담담하여 마음이 여유롭구나.
荷側瀉淸露(하측사청노) :연꽃 곁에 맑은 이슬 쏟아지고
萍開見游魚(평개견유어) : 개구리밥 열리니 헤엄치는 물고기들.
每一臨此坐(매일림차좌) : 매번 이 곳에 앉을 적마다
憶歸靑溪居(억귀청계거) :청계의 거처에 돌아가고 싶어라.
팽규(烹葵)-아욱을 삶으며
昨臥不夕食(작와부석식) : 저제 석식을 먹지 않고 누웠더니
今起乃朝飢(금기내조기) : 이제 일어나니 아침 시장기가 생긴다.
貧廚何所有(빈주하소유) : 가난한 집 부엌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
炊稻烹秋葵(취도팽추규) : 밥 짓고 가을 아욱 정도를 삶는다.
紅粒香復軟(홍립향복연) : 붉은 밥알은 향기롭고도 부드럽고
綠英滑且肥(녹영골차비) : 녹색 꽃부리는 부드럽고도 두터워라.
飢來止於飽(기내지어포) : 굶주리면 배가 불러져야 그치고
飽後復何思(포후복하사) : 배불리 먹었으면 다시 무얼 생각하리오.
憶昔榮遇日(억석영우일) : 지난 날 영화로웠던 그날을 생각하니
迨今窮退時((태금궁퇴시) : 궁하게 물러난 지금에 이르렀다.
今亦不凍餒((금역부동뇌) : 지금도 굶주리지 않고
昔亦無餘資(석역무여자) : 지난날도 여유 있지는 않았었다.
口旣不減食(구기부감식) :밥 먹기에 굶지 않고
身又不減衣(신우부감의) : 몸에는 옷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撫心私自問(무심사자문) : 가슴을 부비며 혼자서 물어보노니
何者是榮衰(하자시영쇠) : 무엇이 영달이고 무엇이 쇠락이던가.
勿學常人意(물학상인의) :배우지 말자, 세상 사람의 마음 속 생각
其間分是非(기간분시비) : 영달과 쇠락 간에 시비 가리는 그 마음을.
등향노봉정(登香爐峯頂)-향로봉 정상을 오르며
迢迢香爐峯(초초향노봉) : 아득하다, 향로봉이여
心存耳目想(심존이목상) : 마음으로는 듣고 싶고 보고 싶었어라.
終年牽物役(종년견물역) : 해가 다가도록 세상일에 끌리어
今日方一往(금일방일왕) : 오늘에야 한번 오르는구나.
攀蘿蹋危石(반나답위석) : 넝쿨을 부여잡고 높은 바위 타고
手足勞俯仰(수족노부앙) : 굽어보고 쳐다보아 손발이 피곤하여라.
同遊三四人(동유삼사인) : 함께 노닌 사람이 서너 명
兩人不敢上(양인부감상) : 두 사람은 감히 오르지도 못했어라.
上到峯之頂(상도봉지정) : 위로 향로봉 정상에 올라보니
目眩心怳怳(목현심황황) : 눈은 어지럽고 마음은 두려웠어라.
高低有萬尋(고저유만심) : 높고 낮은 높이는 만 길인데
濶狹無數丈(활협무삭장) : 넓고 좁은 폭은 몇 길도 안 되어라.
不窮視聽界(부궁시청계) : 끝없는 보이고 들리는 세계
焉識宇宙廣(언식우주광) : 우주의 광활함을 어찌 알겠는가.
江水細如繩(강수세여승) : 양자강은 노끈처럼 가늘고
湓城小於掌(분성소어장) : 분성은 손바닥보다 작아라.
紛吾何屑屑(분오하설설) : 어지럽거니, 나는 그리도 자잘한가
未能脫塵鞅(미능탈진앙) : 아직도 세속의 굴레를 벗지 못하여라.
歸去思自嗟(귀거사자차) : 돌아가려니 생각할수록 한탄스러워
低頭入蟻壤(저두입의양) : 고개 숙이고 개미 땅 속으로 들어가노라.
상향노봉(上香爐峯)-향로봉에 오르며
倚石攀蘿歇病身(의석반나헐병신) : 바위에 기대고 덩굴 잡아 병든 몸 쉬노니
靑笻竹杖白紗巾(청공죽장백사건) : 흰 깁 수건에 푸른 대나무 지팡이 짚었구나.
他時畫出廬山障(타시화출려산장) : 훗 날 여산의 언덕을 그려내리니
便是香爐峯上人(편시향노봉상인) : 곧 향로봉 위에 있는 이 사람이리라.
세모(歲暮)-한 해가 다가는데
已任時命去(이임시명거) : 이미 시운이 가는대로 맡기고
亦從歲月除(역종세월제) : 또한 세월이 가는대로 따라간다.
中心一調伏(중심일조복) : 심중을 하나로 바로 가져
外累盡空虛(외누진공허) : 외부의 얽힘을 다 비워버렸다.
名宦意已矣(명환의이의) : 명예로운 벼슬자리에 대한 마음 버리고
林泉計何如(임천계하여) : 자연으로 돌아갈 생각이 어떠한가.
擬近東林寺(의근동림사) : 동림사 가까운 곳 어디
溪邊結一廬(계변결일려) : 개울가에 한 채의 오두막 지어볼까.
출산음(出山吟)-나아가 산을 읊다
朝詠遊仙詩(조영유선시) : 아침에는 유선시를 읊고
暮歌采薇曲(모가채미곡) : 저녁에는 채미가를 노래한다.
臥雲坐白石(와운좌백석) : 구름에 눕고 흰 바위에 앉아
山中十五宿(산중십오숙) : 산속에서 보름 동안을 보냈다.
行隨出洞水(항수출동수) : 걸어서 골짜기 나오는 물을 따르고
回別緣巖竹(회별연암죽) : 되돌오며 바위가 대나무를 떠난다.
早晩重來遊(조만중내유) : 조만간 다시 와 놀리니
心期瑤草綠(심기요초녹) : 마음으로 요초의 푸르름 기대한다.
춘침(春寢)-봄잠에 겨워
何處春暄來(하처춘훤내) : 어디서 봄날의 따스함이 오는가
微和生血氣(미화생혈기) : 조금 풀린 날씨에 혈기가 일어난다.
氣薰肌骨暢(기훈기골창) : 날씨가 온화하니 기골에 생기 통하고
東窓一昏睡(동창일혼수) : 동쪽 창가에서 한바탕 깊은 잠에 빠졌다.
是時正月晦(시시정월회) : 때는 바야흐로 정월 그믐날
假日無公事(가일무공사) : 휴가일이라 공무도 하나 없도다.
爛熳不能休(난만부능휴) : 깊은 잠에서 깰 수가 없고
自午將及未(자오장급미) : 오시부터 미시가 가까워진다.
緬思少健日(면사소건일) : 아련히 젊고 건강한 날 생각해보니
甘寢常自恣(감침상자자) : 달콤한 잠, 언제나 절로 가능했었다.
一從衰疾來(일종쇠질내) : 일단 한번 늙고 병들어버린 뒤로
枕上無此味(침상무차미) : 잠자리가 이처럼 맛있는 적은 없었다.
배정독숙(北亭獨宿)-북정에 홀로 묵으며
悄悄壁下床(초초벽하상) : 초조한 벽 아래 침상 있노라니
紗籠耿殘燭(사농경잔촉) : 비단 초롱에는 촛불이 깜빡인다.
夜半獨眠覺(야반독면교) : 밤 깊어 홀로 잠에서 깨어나 보니
疑在僧房宿(의재승방숙) : 내가 절간 승방에서 자고 있는가.
숙간적관(宿簡寂觀)-간적관에 묵다
巖白雲尙屯(암백운상둔) : 바위에 흰구름 아직 모여 있고
林紅葉初隕(림홍섭초운) : 숲에는 붉은 단풍잎 처음으로 진다.
秋光引閒步(추광인한보) : 가을 경치에 끌리어 한가히 걸으니
不知行遠近(부지항원근) : 얼마나 멀리 걸었는지도 모르겠구나.
夕投靈洞宿(석투령동숙) : 저녁에 영동관에 투숙하니
臥覺塵機泯(와각진기민) : 누우니 세상 속된 기운 사라짐을 느낀다.
名利心旣忘(명리심기망) : 명예와 이익, 마음속에서 이미 잊고
市朝夢亦盡(시조몽역진) : 저잣거리와 조정의 일들 꿈에서도 사라졌다.
暫來尙如此(잠내상여차) : 잠시 와 있어도 이러하거늘
況乃終身隱(황내종신은) : 하물며 평생토록 숨어산다면 어떠할까.
何以療夜飢(하이료야기) : 무엇으로 저녁 시장기 면하여볼까
一匙雲母粉(일시운모분) : 한 숟가락 운모 가루나 먹어 보련다.
조춘(早春)-이른 봄날
雪消冰又釋(설소빙우석) : 눈 녹고 얼음마저 풀리어
景和風復暄(경화풍복훤) : 햇볕 온화하여 바람도 따뜻하다.
滿庭田地濕(만정전지습) : 뜰에 가득한 햇볕, 땅에 촉촉 비
薺葉生牆根(제섭생장근) : 냉이는 담장 아래에서 자란다.
官舍悄無事(관사초무사) : 관사에는 초조하게 일 하나 없고
日西斜掩門(일서사엄문) :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문을 닫는다.
不開莊老卷(부개장노권) : 장자와 노자의 책 펴지 않으려니
欲與何人言(욕여하인언) : 누구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야 하나.
답고인(答故人)-친구에게 답하여
故人對酒歎(고인대주탄) : 친구가 술잔 마주하고 탄식하니
歎我在天涯(탄아재천애) : 내가 먼 하늘 끝에 있음을 탄식한다네.
見我昔榮遇(견아석영우) : 지난 날 내가 영전하게 됨을 보고는
念我今蹉跎(념아금차타) : 내가 지금 역경에 처해있음을 생각하네.
問我爲司馬(문아위사마) : 나에게 묻기를, 사마가 되었다가
官意復如何(관의복여하) : 새로 관직을 가진 마음이 어떠한가 물었다네.
答云且勿歎(답운차물탄) : 대답하여 이르기를, 탄식하지 말고
聽我爲君歌(청아위군가) : 들어보게나, 그대 위해 노래 부르리라.
我本蓬蓽人(아본봉필인) : 나는 본래 빈곤하고 천한 사람
鄙賤劇泥沙(비천극니사) : 지루하고 천함이 흙모래보다 심하다오.
讀書未百卷(독서미백권) : 책 읽은 것이 백 권도 못되고
信口嘲風花(신구조풍화) : 되는 대로 풍월을 지껄인다오.
自從筮仕來(자종서사내) : 벼슬길에 들어선 이래로
六命三登科(륙명삼등과) : 여섯 번 전임되고 세 번을 과거에 올랐다네.
顧慙虛劣姿(고참허렬자) : 돌아보건 데 부끄러워라, 자질은 보잘 것 없고
所得亦已多(소득역이다) : 소득도 또한 이미 많아졌다네.
散員足庇身(산원족비신) : 한직의 관직이나 몸을 충분히 비호하고
薄俸可資家(박봉가자가) : 박봉이나 집안 살림은 꾸릴 만하다네.
省分輒自愧(생분첩자괴) : 순수를 살피니 문득 스스로 부끄러웠다네.
豈爲不遇耶(개위부우야) : 어찌 하여 불우하게 되었던가
煩君對杯酒(번군대배주) : 번거롭게도 그대 술잔 마주하고
爲我一咨嗟(위아일자차) : 네 한 몸 때문에 탄식하게 되었다네.
배정(北亭)-북쪽 정자에서
廬宮山下州(여궁산하주) : 여궁의 산 아래 고을
湓浦沙邊宅(분포사변댁) : 분수 갯가에 집이 있도다.
宅北倚高岡(댁배의고강) : 집의 북쪽에 기댄 높은 언덕
迢迢數千尺(초초삭천척) : 아득하여 수천 척이나 높아라.
上有靑靑竹(상유청청죽) : 위에는 푸른 대숲이 있고
竹間多白石(죽간다백석) : 대숲 사이에 흰 돌도 많아라.
茅亭居上頭(모정거상두) : 띠풀 정자가 위에 있어
豁達門四闢(활달문사벽) : 환하게 사방으로 문이 열려있다.
前楹捲簾箔(전영권렴박) : 앞 기둥에서 발을 걷어 올리고
北牖施牀席(배유시상석) : 북쪽 창 쪽에 침상을 깔아놓았다.
江風萬里來(강풍만리내) : 강바람은 만 리나 멀리 와
吹我涼淅淅(취아량석석) : 서걱거리며 나에게로 불어온다.
日高公府歸(일고공부귀) : 해가 높아서야 관청에서 돌아와서
巾笏隨手擲(건홀수수척) : 두건과 홀을 닥치는 대로 던져놓는다.
脫衣恣搔首(탈의자소수) : 옷을 벗고 마음대로 머리 긁다가
坐臥任所適(좌와임소적) : 발걸음 가는 곳에서 앉았다 누웠다 한다.
時傾一盃酒(시경일배주) : 가끔씩 술 한 잔 기울이며
曠望湖天夕(광망호천석) : 멀리 저녁의 하늘과 호수를 바라본다.
口詠獨酌謠(구영독작요) : 시를 읊으며 혼자 술 따르고 노래하며
目送歸飛翮(목송귀비핵) : 눈으로 날아 돌아가는 새를 보노라.
慙無出塵操(참무출진조) : 부끄러워라, 세상을 벗지 못한 마음
未免折腰役(미면절요역) : 허리를 꺾는 수고를 면하지 못했구나.
偶獲此閑居(우획차한거) : 우연히 이러한 한가로운 거처를 얻어
謬似高人跡(류사고인적) : 외람되게도 고상한 선비 자취를 보인다.
군정(郡亭)-고을 정자
平旦起視事(평단기시사) : 이른 새벽 일어나 일을 보고
亭午臥掩關(정오와엄관) : 정오의 정자에서 누워 문을 가린다.
除親簿領外(제친부령외) : 공문서를 가까이 하는 일 외에
多在琴書前(다재금서전) : 자주 거문고와 책 앞에 있도다.
況有虛白亭(황유허백정) : 하물며 허백정이 있는데야
坐見海門山(좌견해문산) : 어찌 앉아서 해문산만 바라보랴.
潮來一凭檻(조내일빙함) : 조수가 밀려오면 난간에 기대어 보고
賓至一開筵(빈지일개연) : 손님이 오면 술자리를 마련하노라.
終朝對雲水(종조대운수) : 아침이 다하도록 구름과 물을 바라보고
有時聽管絃(유시청관현) : 때때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持此聊過日(지차료과일) : 이렇게 그럭저럭 나날을 보내니
非忙亦非閑(비망역비한) : 바쁘지도 않고 한가하지도 않도다.
山林太寂寞(산림태적막) : 산림은 너무 적막하기만 하고
朝闕空喧煩(조궐공훤번) : 조정은 헛되이 시끄럽고 번잡하다.
唯茲郡閤內(유자군합내) : 오직 이곳의 정자 안에서만은
囂靜得中間(효정득중간) :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아 좋아라.
호중자조(湖中自照)-호수 안에 자신을 비추어보다
重重照影看容鬢(중중조영간용빈) :몇 번이고 그림자 비춰, 얼굴과 살쩍을 바라본니
不見朱顔見白絲(부견주안견백사):혈색있는 젊은 얼굴 보이지 않고 흰 머리만 보인다.
失却少年無覓處(실각소년무멱처) : 젊은 날들을 잃어버리고 찾을 길이 없으니
泥他湖水欲何爲(니타호수욕하위) : 남의 호수에 빠져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가.
추일회표직(秋日懷杓直)-어느 가을날에 표직을 떠올리며
晩來天色好(만내천색호) : 저녁이 되니 하늘빛이 좋아
獨出江邊步(독출강변보) : 홀로 나가 강변을 거닌다.
憶與李舍人(억여리사인) : 기억하노니, 이 사인과 함께
曲江相近住(곡강상근주) : 곡강 서로 가까이 살았던일을.
常云遇淸景(상운우청경) : 항상 이르기를, 좋은 경치 만나면
必約同幽趣(필약동유취) : 그윽한 정취 함께 하자 약속했었다
若不訪我來(야부방아내) : 만약에 나를 찾아오지 않으면
還須覓君去(환수멱군거) : 도리어 반드시 그대 찾아 나섰었다.
開眉笑相見(개미소상견) : 미간을 펴고 웃으며 서로 만나
把手期何處(파수기하처) : 손을 잡고 어느 곳을 약속했던가.
西寺老胡僧(서사노호승) : 서쪽 절에는 늙은 서역 중이 있었는데
南園亂松樹(남원난송수) : 남쪽 동산에는 소나무 어지럽게 있었다.
攜持小酒榼(휴지소주합) : 작은 술통을 가지고 가서
吟詠新詩句(음영신시구) : 새로 지은 시구를 읊었다.
同出復同歸(동출복동귀) : 같이 나갔다가 다시 같이 돌아와
從朝直至暮(종조직지모) : 아침부터 저적까지 줄곧 함께 하였다.
風雨忽消散(풍우홀소산) : 비바람처럼 갑자기 서로 흩어져
江山眇回互(강산묘회호) : 강산을 두고 아득히 서로 바라 보게 되었다.
潯陽與涔陽(심양여잠양) : 심양과 잠양에서
相望空雲霧(상망공운무) : 쓸쓸한 구름과 안개 사이를 바라만 본다.
心期自乖曠(심기자괴광) : 마음의 기약을 스스로 어겼지만
時景還如故(시경환여고) : 시절의 경치는 여전히 지난날과 같다.
今日郡齋中(금일군재중) : 오늘 마을 관사에서는
秋光誰共度(추광수공도) : 가을풍광을 누구와 함께 지낼 것인가.
식후(食後)-식후에
食罷一覺睡(식파일각수) :식사 후, 한 숨의 잠
起來兩甌茶(기내량구다) : 깨어나면, 두 잔의 차.
擧頭看日影(거두간일영) : 머리 들어 해 그림자 보니
已復西南斜(이복서남사) :이미 서남쪽으로 기울었다.
樂人惜日促(낙인석일촉) : 즐거운 사람은 한 날이 짧음 아쉬워하고
憂人厭年賜(우인염년사) : 우울한 사람은 한 해가 더디 감을 싫어한다.
無憂無樂者(무우무낙자) : 우울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사람은
長短任生涯(장단임생애) :인생의 길고 짧음도 생애에 맡기노라.
중하재계월(仲夏齋戒月)-한여름 한거 기간에
仲夏齋戒月(중하재계월) : 한여름 한거 기간
三旬斷腥?(삼순단성전) : 한달 동안, 육식을 끊었다
自覺心骨爽(자각심골상) : 마음과 몸이 상쾌함을 느껴
行起身翩翩(항기신편편) :일어나다님에 몸이 날 것같다.
始知絶粒人(시지절립인) : 이제야 알겠다, 곡기 끊은 사람이
四體更輕便(사체경경편) : 사지가 더욱 가볍고 편해짐을.
初能脫病患(초능탈병환) : 처음에는 병에서 벗어날 수 있고
久必成神仙(구필성신선) : 오래 계속하면 신선이 되리라.
禦寇馭冷風(어구어냉풍) : 열어구가 시원한 바람 부리고
赤松游紫煙(적송유자연) : 적송자가 붉은 연기 속에서 논 일들.
常疑此說謬(상의차설류) :항상 이러한 말이 거짓이라 의심했는데
今乃知其然(금내지기연) : 이제야 그런 것들이 사실임을 알겠다.
我年過伴百(아년과반백) : 내 나이 이미 반백이 지나고
氣衰神不全(기쇠신부전) : 기력이 쇠하고 정신도 온전하지 않다.
已垂兩?絲(이수량빈사) : 이미 두 귀밑머리도 실같이 드리우고
難補三丹田(난보삼단전) :세 단전에 기운 보충하기도 어렵도다.
但減?血味(단감훈혈미) : 다만 훈채롸 고기맛이라도 줄여서
稍結淸淨緣(초결청정연) : 조금이라도 청정의 인연을 맺어보리라.
脫巾且修養(탈건차수양) : 벼슬살이 하면서 수양도 하여
聊以終天年(요이종천년) : 애오라지 하늘이 주신 나이를 누려보련다.
완신정수인영소회(翫新庭樹因詠所懷)-뜰에 새로난 나무를 보며 감회를 읊다
靄靄四月初(애애사월초) : 구름 어둑한 사월 초순
新樹葉成陰(신수섭성음) : 새로 나온 나뭇잎 그늘졌구나.
動搖風景麗(동요풍경려) : 흔들리는 풍경이 아름답고
蓋覆庭院深(개복정원심) :나뭇잎으로 덮인 뜰은 깊숙하다.
下有無事人(하유무사인) : 나무 아래에 일 없는 사람 있어
竟日此幽尋(경일차유심) : 종일토록 이러한 그윽한 곳 찾는다.
豈唯翫時物(개유완시물) :어찌 시절 물상만을 보았을까
亦可開煩襟(역가개번금) : 번뇌하는 속마음도 열 수 있다.
時與道人語(시여도인어) : 때때로 도사와 말을 나누고
或聽詩客吟(혹청시객음) : 가끔씩 시인들과 시를 읊는다.
度春足芳色(도춘족방색) : 봄 지나가도 향긋한 기분 충분하고
入夜多鳴禽(입야다명금) : 밤에 드니 지저귀는 새소리 많아진다.
偶得幽閑境(우득유한경) : 우연히 깊고 한적한 곳 찾으니
遂忘塵俗心(수망진속심) : 잡되고 속된 마음 다 잊어버렸다.
始知眞隱者(시지진은자) : 이제야 알았느니, 진정한 은자란
不必在山林(부필재산림) : 반드시 살림 속에 있어야 함이 아님을.
청조음(淸調吟)-청조로 부르는 노래
索索風戒寒(색색풍계한) : 씽씽 부는 바람은 추위를 경계시키고
沈沈日藏耀(침침일장요) : 어둑해지는 해는 그 빛을 감추는구나.
勸君飮濁醪(권군음탁료) :권하노니, 탁주를 마시며
聽我吟淸調(청아음청조) : 나의 청조로 읊는 노래를 들어주게나.
芳節變窮陰(방절변궁음) : 방초의 계절이 음산한 계절로 변하고
朝光成夕照(조광성석조) : 아침의 햇살이 저녁의 황혼으로 되었구나.
與君生此世(여군생차세) : 그대와 이 세상 살아가지만
不合長年少(부합장년소) : 오랜 세월 젊지만은 않으리라.
今晨從此遊(금신종차유) : 오늘 아침은 이처럼 다니지만
明日安能料(명일안능료) : 내일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若不結跏禪(야부결가선) : 가부좌 틀고 참선하지 않는다면
卽須開口笑(즉수개구소) : 곧바로 입 벌리고 웃어야 하리라.
억강남2(憶江南2)-강남을 생각하며
江南憶(강남억) : 강남을 생각하면,
最憶是杭州(최억시항주) : 가장 생각나는 곳은 항주이어라.
山寺月中尋桂子(산사월중심계자) : 산사에 달빛 비치는 가운데에 물푸레나무 찾고
郡亭枕上看潮頭(군정침상간조두) : 고을 정자에서 베게 베고 강 어구의 조수를 보았나니
何日得重游(하일득중유) : 어느날에야 다시 놀아볼 수 있을까.
달리이수1(達理二首1)-사리에 통달하여
何物壯不老(하물장부노) : 무엇이 장성하고 늙지 않겠으며
何時窮不通(하시궁부통) : 어느 시운이 궁하고 통하지 않겠는가
如彼音與律(여피음여률) : 저 음률과 꼭 같아서
宛轉旋爲宮(완전선위궁) :완연히 변하였다가 처음 음으로 돌아간다.
我命獨何薄(아명독하박) : 나의 운명은 어찌 이다지도 박복하여
多悴而少豐(다췌이소풍) : 곤란하고 피곤한 일만 많고 풍성한 일은 적은가.
當壯已先衰(당장이선쇠) : 장녕에 이미 남 먼저 늙어서
暫泰還長窮(잠태환장궁) : 잠깐 운수가 트였다가 도리어 길이 궁하여라.
我無奈命何(아무나명하) : 나는 나의 운명을 어찌할 수 없어
委順以待終(위순이대종) : 맡기고 순조하며 종말을 기다리노라.
命無奈我何(명무나아하) : 운명도 나를 어찌할 수 없어
方寸如虛空(방촌여허공) : 마음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아라.
瞢然與化俱(몽연여화구) :흐리멍덩 자연의 조화와 함께하고
混然與俗同(혼연여속동) : 혼연히 세속과 같이 하고 살아가노라.
誰能坐此苦(수능좌차고) :누가 능히 이러한 고통에 앉은 채로
齟齬於其中(저어어기중) : 그 안에서 거스르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달리이수2(達理二首2)-사리에 통달하여
舒姑化爲泉(서고화위천) : 서고가 변하여 샘이 되고
牛哀病作虎(우애병작호) : 우애가 병들어 호랑이가 되었다.
或柳生肘間(혹류생주간) : 간혹 버드나무가 팔꿈치에서 생기고
或男變爲女(혹남변위녀) : 간혹 남자가 변하여 여자가 되었다.
鳥獸及水木(조수급수목) : 새와 짐승, 물과 나무
本不與民伍(본부여민오) : 본래는 백성과 함께하지 않았었다.
胡然生變遷(호연생변천) : 어렵풋이 생겨나 온갖 모양으로 변하여도
不待死歸土(부대사귀토) : 죽어서 흙으로 돌아감을 바라기는 않는다.
百骸是己物(백해시기물) : 온갖 몸들은 곧 이미 죽었으니
尙不能爲主(상부능위주) : 오히려 어찌 주인이 될 수 있겠는가.
況彼時命間(황피시명간) : 하물며 저 시간과 운명의 사이에 있어서야
倚伏何足數(의복하족삭) : 바뀌어 일어나는 것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時來不可遏(시내부가알) : 시운이 다가 옴을 막을 수 없고
命去焉能取(명거언능취) : 명운이 떠나감을 어찌 잠을 수 있겠는가
唯當養浩然(유당양호연) : 오직 호연함을 기름에 당하니
吾聞達人語(오문달인어) : 나는 달인의 말을 듣겠노라.
산중독음(山中獨吟)-산중에서 홀로 읊다
人各有一癖(인각유일벽) : 사람은 고유한 병적 버릇 하나 있는데
我癖在章句(아벽재장구) : 나의 병적 버릇은 글 쓰는 것에 있다네.
萬緣皆已消(만연개이소) : 온갖 인연이 다 이미 사라졌지만
此病獨未去(차병독미거) : 이 병폐만 오직 아직 떠나지 않았도다.
每逢美風景(매봉미풍경) : 좋은 풍경을 만날 때마다
或對好親故(혹대호친고) : 혹 친한 친구라도 만나는 듯하다네.
高聲詠一篇(고성영일편) : 소리 높여 한 편을 읊고 나면
황若與神遇(황야여신우) : 마치 신을 만난 듯이 멍해진다네.
自爲江上客(자위강상객) : 스스로 강호의 나그네 되어서
半在山中住(반재산중주) : 절반을 산 속에 머물러 산다네.
有時新詩成(유시신시성) : 때때로 새로 시가 지어지면
獨上東巖路(독상동암노) : 홀로 동쪽 바윗길로 올라간다네.
身倚白石崖(신의백석애) : 흰 바위 언덕에 몸을 기대고
手攀靑桂樹(수반청계수) : 손으로 푸른 계수나무 잡고 오른다네.
狂吟驚林壑(광음경림학) : 미친 듯이 읊으면 산골짜기 놀래고
猿鳥皆窺?(원조개규처) : 원숭이와 새들도 모두 가만히 엿본다네.
恐爲世所嗤(공위세소치) :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 될까 두려워
故就無人處(고취무인처) : 그래서 사람 없는 곳으로 나간 것이라네.
영회(詠懷)-마음 속 생각을 읊다
冉牛與顔淵(염우여안연) : 공자의 제자 염구와 안회
卞和與馬遷(변화여마천) : 옥공 변화씨와 역사가 사마천
或罹天六極(혹리천육극) : 그들은 혹 하늘의 육극을 만나고
或被人刑殘(혹피인형잔) : 혹은 인간의 가혹한 형벌을 당했다.
顧我信爲幸(고아신위행) : 나를 돌아보면, 다행하기만 하니
百骸且完全(백해차완전) : 온 몸쭝이가 우선 완전히 남아있다.
五十不爲夭(오십부위요) : 오십 살은 요절하는 것도 아닌데
吾今欠數年(오금흠삭년) : 나는 지금 몇 년이 부족할 뿐이다.
知分心自足(지분심자족) : 분수를 알면 마음은 절로 흡족하고
委順身常安(위순신상안) : 순리에 맡기면 몸은 항상 편안하도다.
故雖窮退日(고수궁퇴일) : 그래서 궁하고 물러나 있어도
而無戚戚顔(이무척척안) : 슬퍼하는 얼굴빛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昔有榮先生(석유영선생) : 옛 영계기 선생이 있어서
從事於其間(종사어기간) : 그러한 경지에 처신하였다.
今我不量力(금아부량력) : 지금 나는 역량을 헤아리지 못하고
擧心欲攀援(거심욕반원) : 온 마음으로 잡아당겨 올라가려고만 한다.
窮通不由己(궁통부유기) : 곤궁함과 영달함은 나에게 달려있지 않고
歡戚不由天(환척부유천) : 즐거움과 슬픔은 하늘에 달려있지도 않도다.
命卽無奈何(명즉무나하) : 운명은 곧 어찌할 수 없으나
心可使泰然(심가사태연) : 내 마음은 태연하게 할 수 있도다.
且務由己者(차무유기자) : 우선은 내 의지에 달려있는 것에 힘쓰고
省躬諒非難(생궁량비난) : 자신을 성찰하면 실로 어려운 일은 아니도다.
勿問由天者(물문유천자) : 하늘에 달려있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
天高難與言(천고난여언) : 하늘은 높아서 같이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속계(贖雞)-닭을 되사서 풀어주며-백거이(白居易)
淸晨臨江望(청신림강망) : 맑은 새벽, 강가에서 바라보니
水禽正諠繁(수금정훤번) : 물새들이 마침 어지럽게도 소란스럽다.
鳧雁與鷗鷺(부안여구노) : 물오리와 기러기, 갈매기와 백로들이
游颺戲朝暾(유양희조돈) : 노닐며 날아올라 아침 햇살을 희롱한다.
適有鬻雞者(적유죽계자) : 마침 닭을 파는 사람이 나타나
挈之來遠村(설지내원촌) : 닭들을 끌고 먼 시골에서 왔다.
飛鳴彼何樂(비명피하낙) : 날아 지저귀는 소리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窘束此何寃(군속차하원) : 막히어 갇힌 이것들은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喔喔十四雛(악악십사추) : 꼭꼬댁 거리며 악을 쓰는 열네 마리의 달들
罩縛同一樊(조박동일번) : 갇히어 한 닭장에 있구나.
足傷金距蹜(족상금거축) : 다리 다친 쇠 발톱으로 종종 걸음치고
頭搶花冠翻(두창화관번) : 머리 서로 부딪쳐 벼슬이 뒤집혀있구나.
經宿廢飮啄(경숙폐음탁) : 밤새도록 마시지도 먹이를 쪼지도 못하고
日高詣屠門(일고예도문) : 새가 높이 솟으면 도살장으로 가겠구나.
遲廻未死間(지회미사간) : 죽지 않은 기간에 이리저리 배회하는 것은
飢渴欲相呑(기갈욕상탄) : 주리고 목말라 삼키고 싶어서라.
常慕古人道(상모고인도) : 언제나 옛사람의 도리를 흠모하여
仁信及魚豚(인신급어돈) : 어짊과 믿음이 물고기와 돼지에도 미친다.
見茲生惻隱(견자생측은) : 이 닭들을 보니 측은한 마음 일어나
贖放雙林園(속방쌍림원) : 돈 들여 되사서 쌍림원에 놓아준다.
開籠解索時(개농해색시) : 닭장 열고 끈을 풀어 줄 때
雞雞聽我言(계계청아언) : 닭들아 내 말 좀 들어라
與爾鏹三百(여이강삼백) : 너희들을 삼백 량 돈을 주었으나
小惠何足論(소혜하족논) : 어찌 족히 작은 은혜를 논하겠는가.
莫學銜環雀(막학함환작) : 배우지 말라, 옥을 물고 온 공작새가
崎嶇謾報恩(기구만보은) : 거북하게도 보은의 도를 더럽힌 일을.
전원낙칠수1(田園樂七首1)-정원의 즐거움
出入千門萬戶(출입천문만호) : 천문만호의 황궁을 출입하고
經過北里南鄰(경과배리남린) : 북쪽남쪽 온갖 마을을 다 오간다.
屧躞鳴珂有底(섭섭명가유저) : 천천히 말 구슬 울리며 다녀도
崆峒散髮作人(공동산발작인) : 공동산 속, 산발한 사람 누구인가.
전원낙칠수2(田園樂七首2)-정원의 즐거움
再見封侯萬戶(재견봉후만호) : 두 번째 알현으로 만호 식읍의 제후에 봉해져
立談賜璧一雙(입담사벽일쌍) : 선 채로 담화하며 한 쌍의 고리옥을 하사 받는다.
詎勝耦耕南畝(거승우경남무) : 그것이 어찌 남향의 논밭을 경작함보다 나으며
何如高臥東窓(하여고와동창) : 동쪽 창가에 높이 누워 살아가는 것만 하겠는가.
전원낙칠수3(田園樂七首3)-정원의 즐거움
採菱渡頭風急(채능도두풍급) : 마름을 캐는데 나루터에 바람은 급하고
策杖邨西日斜(책장촌서일사) : 서쪽에는 해 저무는데 지팡이 짚고서있다.
杏樹壇邊漁父(행수단변어부) : 은행나무 제단가에 어부 하나 있어
桃花源裏人家(도화원리인가) : 도화원 안에는 사람의 집들이 보인다.
전원낙칠수4(田園樂七首4)-정원의 즐거움
萋萋芳草春綠(처처방초춘녹) : 우거진 방초로 봄은 푸르고
落落長松夏寒(낙낙장송하한) : 늘어진 긴 소나무에 여름도 차갑다.
牛羊自歸邨巷(우양자귀촌항) : 소와 양은 절로 마을 골목으로 돌아오는데
童稚不識衣冠(동치부식의관) : 어린 아이들은 벼슬아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전원낙칠수5(田園樂七首5)-정원의 즐거움
山下孤煙遠邨(산하고연원촌) : 산 아래 먼 마을에 외로운 연기
天邊獨樹高原(천변독수고원) : 하늘 가 높은 고원에 외로운 나무.
一瓢顔回陋巷(일표안회누항) : 한 쪽박의 물로 누추한 골목에 사는 안회
五柳先生對門(오류선생대문) : 오류선생과 서로 대문을 마주보고 있다.
전원낙칠수6(田園樂七首6)-정원의 즐거움
桃紅復含宿雨(도홍복함숙우) : 복사꽃 붉은데다 지난 밤비 머금고
柳綠更帶春煙(유녹경대춘연) : 버들잎 푸른데 더욱이 봄 안개 가득하다.
花落家僮未掃(화낙가동미소) : 꽃잎이 떨어져도 어린 하인은 쓸지 않고
鶯啼山客猶眠(앵제산객유면) : 꾀꼬리 울어도 산속 나그네 여전히 자고 있다.
전원낙칠수7(田園樂七首7)-정원의 즐거움
酌酒會臨泉水(작주회림천수) : 샘물가에 모여 술 따라 마시며
抱琴好倚長松(포금호의장송) : 거문고 안고 와 긴 소나무에 기댄다.
南園露葵朝折(남원노규조절) : 남쪽 동산 아욱을 아침에 따고
東谷黃粱夜舂(동사황량야용) : 동쪽 골짝 매조는 저녁에 찧는단다.
哭孟浩然 (哭孟浩然 )-맹호연을 곡하다
故人不可見(고인부가견) : 친구를 이제 볼 수가 없는데
漢水日東流(한수일동류) : 한수는 날마다 동쪽으로 흘러간다.
借問襄陽老(차문양양노) : 묻노라, 양양 땅 늙은이여
江山空蔡洲(강산공채주) : 강산은 채주를 비워논 채로구나.
최흥종사진(崔興宗寫眞)-최흥종의 사진
畫君年少時(화군년소시) : 그대의 소년 때를 그렸으니
如今君已老(여금군이노) : 지금 보면, 그대도 이미 늙었구나.
今時新識人(금시신식인) : 요즈음 처음 알게 된 친구들도
知君舊時好(지군구시호) : 그대 지난 날 아름다웠음을 알아주리라
추접(秋蝶)-가을나비
秋花紫蒙蒙(추화자몽몽) : 가을꽃은 자색으로 덮혀있고
秋蝶黃茸茸(추접황용용) : 가을나비는 노란빛으로 가득하다.
花低蝶新小(화저접신소) : 꽃 아래 나비는 신기고도 작은데
飛戲叢西東(비희총서동) : 날아다니며 놀다가 동서로 모여든다.
日暮涼風來(일모량풍내) : 해 저물어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紛紛花落叢(분분화낙총) : 어지러이 꽃잎이 떨기에 떨어진다.
夜深白露冷(야심백노냉) : 밤 깊어지니 흰 이슬이 차가운데
蝶已死叢中(접이사총중) : 나비는 이미 떨기 속에 죽어있다.
朝生夕俱死(조생석구사) : 아침에 나서 저녁이면 다 죽었으니
氣類各相從(기류각상종) : 기운이 같은 종류는 서로 따르는구나.
不見千年鶴(부견천년학) : 천 년 학이 보이지 않나니
多棲百丈松(다서백장송) : 대부분 백 길 소나무에 깃들어있구나.
오추(吾雛)-내 새끼
吾雛字阿羅(오추자아나) : 내 새끼의 이름은 아라
阿羅纔七齡(아나재칠령) : 아라는 이제 나이 일곱이다.
嗟吾不才子(차오부재자) : 나는 못난 놈이라
憐爾無弟兄(련이무제형) : 형제도 없는 네가 불쌍하다.
撫養雖驕曖(무양수교애) : 애지중지 길러 철없지만
性識頗聰明(성식파총명) : 타고난 머리는 총명하다.
學母畵眉樣(학모화미양) : 어미에게 배워 눈썹 그리고
效吾詠詩聲(효오영시성) : 내 시 읽는 소리도 흉내 낸다.
我齒今欲墮(아치금욕타) : 내 치아는 빠지려는데
汝齒昨始生(여치작시생) : 너의 치아는 지금 나왔다.
我頭髮盡落(아두발진낙) : 나의 머리털은 빠져 떨어지는데
汝頂髻初成(여정계초성) : 너의 정수리에 상투머리 이제야 생겼다.
老幼不相待(노유부상대) : 늙음과 젊음은 서로 기다리지 않아
父衰汝孩縈(부쇠여해영) : 아버지는 늙어가고 너는 아직 어리구나.
緬想古人心(면상고인심) : 옛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봐도
慈愛亦不輕(자애역부경) : 부모의 자애는 역시 가볍지가 않구나.
蔡邕念文姬(채옹념문희) : 채옹은 딸 문희를 늘 생각했고
于公歎緹縈(우공탄제영) : 우공은 딸 제영의 효심에 감탄했었다.
敢求得汝力(감구득여력) : 어찌 네게 이득을 바라겠니
但未忘父情(단미망부정) : 다만 아비의 정을 잊지나 말아다오.
산노우흥(山路偶興)-산길에서 우연히 흥겨워
筋力未全衰(근력미전쇠) : 근력은 아직 다하지 않는 않았고
僕馬不至弱(복마부지약) : 마부와 말도 약해지지 않다.
又多山水趣(우다산수취) : 더욱이 자연에 흥취가 많아
心賞非寂寞(심상비적막) : 마음에 느껴짐이 적막하지는 않다.
捫蘿上煙嶺(문나상연령) : 덩굴 부여잡고 안개 낀 고개 올라
蹋石穿雲壑(답석천운학) : 바위를 지나 구름 낀 산골짜기 지난다.
谷鳥晩分啼(곡조만분제) : 골짜기 새들은 저녁에도 나누어져 울고
洞花秋不落(동화추부낙) : 골짝의 꽃들은 가을인데도 지지 않는다.
提籠復攜榼(제농복휴합) : 대그릇 쥐고 가다 다시 술동이 들고 가
遇勝時停泊(우승시정박) : 절경을 만나면 때때로 멈추어 머문다.
泉憩茶數甌(천게다삭구) : 샘이 보이면 쉬면서 차를 몇 잔 마시고
嵐行酒一酌(남항주일작) : 안개 속을 걸으며 술 한 잔을 마신다.
獨吟還獨嘯(독음환독소) : 혼자 시를 읊으며 다시 혼자 휘파람 부니
此興殊未惡(차흥수미악) : 이러한 흥취는 결코 싫지가 않다.
假使在城時(가사재성시) : 만약 성 안에 있을 때였다면
終年有年樂(종년유년낙) : 한 해가 다가도 즐거울 날 없었으리라
영회(詠懷)-내 마음 속 생각을 읊다
昔爲鳳閤郎(석위봉합낭) : 예전에는 봉합랑이었는데
今爲二千石(금위이천석) : 지금은 봉록 이천 석을 받는 자사입니다.
自覺不如今(자각부여금) : 스스로는 지금보다 못하다고 느끼지만
人言不如昔(인언부여석) : 다른 사람들은 예전보다 못하다고 말하지요.
昔雖居近密(석수거근밀) : 예전에는 황제를 가까이 모시고 살아도
終日多憂悐(종일다우척) : 종일토록 근심과 두려움이 많았었지요.
有詩不敢吟(유시부감음) : 시를 지어도 감히 읊지 못하고
有酒不敢喫(유주부감끽) : 술이 있어도 감히 마시지 못했습니다.
今雖在疎遠(금수재소원) : 지금은 비록 황제의 먼 곳에 있지만
竟歲無牽役(경세무견역) : 한 해가 다하도록 아무런 구속이 없습니다.
飽食坐終朝(포식좌종조) : 아침이 다하도록 앉아서 배불리 먹고
長歌醉通夕(장가취통석) : 밤새도록 취하여 길게 노래를 부릅니다.
人生百年內(인생백년내) : 인생살이 미처 백 년도 못되는데
疾速如過隙(질속여과극) : 빠르기가 마치 망아지 문틈을 지나는 듯합니다.
先務身安閒(선무신안한) : 우선은 몸이 편안하고 한가한 것에 힘쓰고
次要心歡適(차요심환적) : 다음은 마음이 기쁘고 명랑해야 합니다.
事有得而失(사유득이실) : 사람의 일에는 얻었다가 잃기도 하고
物有損而益(물유손이익) : 세상 물건이란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합니다.
所以見道人(소이견도인) : 그래서 도인을 살펴보면
觀心不觀跡(관심부관적) : 마음을 살피지 결코 자취를 살피지는 않습니다.
정저인은병(井底引銀甁)-우물 바닥에서 은 두레박을 당겨올리다
井底引銀甁(정저인은병) : 우물 바닥에서 은 두레박을 당겨 올리니
銀甁欲上絲繩絶(은병욕상사승절) : 은 두레박은 올라올 듯 끈 끊어집니다.
石上磨玉簪(석상마옥잠) : 돌 위에 옥비녀를 갈아보니
玉簪欲成中央折(옥잠욕성중앙절) : 옥비녀는 갈아질듯 가운데가 부러집니다.
甁沈簪折知奈何(병침잠절지나하) : 두레박은 빠지고 비녀는 잘리니 어찌하나
似妾今朝與君別(사첩금조여군별) : 저의 오늘 아침 남과의 이별과 비슷합니다.
憶昔在家爲女時(억석재가위녀시) : 생각해봅니다, 옛날 처녀시절 집에 있을 때
人言擧動有殊姿(인언거동유수자) : 사람들은 내 거동이 특별한 자태 있다 하였지요.
嬋娟兩鬢秋蟬翼(선연량빈추선익) : 아리따운 두 살쩍은 매미 날개 같고
宛轉雙蛾遠山色(완전쌍아원산색) : 둥그스름한 눈썹은 먼 산 빛과 같았지요.
笑隨戲伴後園中(소수희반후원중) : 후원 안에서 웃으며 친구 따라 놀았는데
此時與君未相識(차시여군미상식) : 그때는 나는 당신과 아직 알지도 못했습니다.
妾弄靑梅憑短牆(첩농청매빙단장) : 내가 청매를 들고 낮은 담장에 기댔을 때
君騎白馬傍垂楊(군기백마방수양) : 그대는 백마 타고 수양버들 옆에 계셨었지요.
牆頭馬上遙相顧(장두마상요상고) : 담장 머리, 말위에서 아득히 서로 눈 마주쳐
一見知君卽斷腸(일견지군즉단장) : 한눈에 그대 속 타는 심정을 알았었지요.
知君斷腸共君語(지군단장공군어) : 그대의 속 타는 심정을 알고 서로 이야기 하며
君指南山松柏樹(군지남산송백수) : 그대는 남산의 송백을 가리키며 맹세하셨지요.
感君松柏化爲心(감군송백화위심) : 그대의 송백 같은 굳은 마음에 감격하여
暗合雙鬟逐君去(암합쌍환축군거) : 남몰래 머리손질하고 마침내 그대를 따랐지요.
到君家舍五六年(도군가사오륙년) : 그대 집에 와서 산지 대 여섯 해 되었는데
君家大人頻有言(군가대인빈유언) : 그대 아버님은 자주 제게 말씀하시기를
聘則爲妻奔是妾(빙칙위처분시첩) : ˝혼례 해야 아내가 되지 달아나면 첩이라
不堪主祀奉蘋蘩(부감주사봉빈번) : 조상의 제사상을 차리게 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終知君家不可住(종지군가부가주) : 끝내 그대 집에 더 살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其奈出門無去處(기나출문무거처) : 그러나 문을 나서면 갈 곳도 없음을 어찌할까.
豈無父母在高堂(개무부모재고당) : 어찌 부모가 생존해 계시기는 않았겠는가 마는
亦有親情滿故鄕(역유친정만고향) : 또한 고향에는 아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요.
潛來更不通消息(잠내경부통소식) : 더구나 몰래 가출하여 소식이 끊겼으니
今日悲羞歸不得(금일비수귀부득) : 오늘날 슬프고 부끄러워 돌아 갈 수가 없습니다.
爲君一日恩(위군일일은) : 그대 위한 하루 사랑 때문에
誤妾百年身(오첩백년신) : 저의 일생의 신세가 그르치게 되었소.
寄言癡小人家女(기언치소인가녀) : 세상의 철부지 어린 아가씨들에게 충고하니
愼勿將身輕許人(신물장신경허인):신중하게 처신하여 몸을 경솔히 남에게 주지 마라.
사죽창(思竹窓)-그리운 대나무 창가
不憶西省松(부억서성송) : 서성의 소나무 기억나지 않고
不憶南宮菊(부억남궁국) : 남궁의 국화도 기억나지 않는다.
惟憶新昌堂(유억신창당) : 오직 기억나는 것은 신창당 뿐
蕭蕭北窓竹(소소배창죽) : 쓸쓸하다, 북창의 대숲이여.
窓閑枕簟在(창한침점재) : 한가한 창가에 베개와 삿자리 남았는데
來後何人宿(내후하인숙) : 내 돌아 간 뒤에는 어떤 사람이 묵을까.
제물이수1(齊物二首1)-평등한 만물이여
靑松高百尺(청송고백척) : 푸른 소나무 높아서 백 자
綠蕙低數寸(녹혜저삭촌) : 초록빛 혜초는 낮아서 몇 치.
同生大塊間(동생대괴간) : 천지간에 함께 자랐건만
長短各有分(장단각유분) : 길로 짧음에는 서로 구분이 있다.
長者不可退(장자부가퇴) : 긴 것은 짧게 할 수 없고
短者不可進(단자부가진) : 짧은 것은 길게 할 수 없도다.
若用此理推(야용차리추) : 만약 이와 같은 이치로 헤아린다면
窮通兩無悶(궁통량무민) : 궁하건 통하건 모두 번민 할 것 없도다.
제물이수2(齊物二首2)-평등한 만물이여
椿壽八千春(춘수팔천춘) : 참죽나무의 수명은 팔천 년이 봄
槿花不經宿(근화부경숙) : 무궁화꽃은 하룻밤도 지나지 못한다.
中間復何有(중간복하유) : 그 사이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冉冉孤生竹(염염고생죽) : 부드럽게 홀로 자란 대나무가 있다.
竹身三年老(죽신삼년노) : 대나무 몸체는 삼 년이면 늙어지나
竹色四時綠(죽색사시녹) : 대나무 몸빛은 사시사철 푸르다.
雖謝椿有餘(수사춘유여) : 비록 여유 있는 참죽나무만 못하나
猶勝槿不足(유승근부족) : 무궁화 꽃의 부족함보다는 여전히 낫다.
은궤(隱几)-안석에 기대어
身適忘四支(신적망사지) : 몸이 쾌적하니 손발을 잊고
心適忘是非(심적망시비) :마음이 쾌적하니 시비도 잊는다.
旣適又忘適(기적우망적) :이미 쾌적하니 쾌적함도 잊으니
不知吾是誰(부지오시수) :내가 곧 누구인지도 모르겠구나.
百體如槁木(백체여고목) :온 몸이 마른 나무 같아
兀然無所知(올연무소지) :멍하니 아는 것 아무것도 없어라.
方寸如死灰(방촌여사회) :마음은 꺼져버린 재와 같아서
寂然無所思(적연무소사) :적막하게도 아무런 생각도 없어라.
今日復明日(금일복명일) :오늘 아침 또 내일 아침
身心忽兩遺(신심홀량유) :몸과 마음을 홀연히 모두 잊는다.
行年三十九(항년삼십구) :살아온 내 나이 이미 서른아홉
歲暮日斜時(세모일사시) :세모에 해가 기우는 때이로다.
四十心不動(사십심부동) :마흔 살이면 마음 동요가 없다는데
吾今其庶幾(오금기서기) :나는 지금 그러한 경지에 가까울까.
지반이수2(池畔二首2)-연못가에서
持刀剮密竹(지도과밀죽) : 칼을 잡고 빽빽한 대숲 쳐주니
竹少風來多(죽소풍내다) :대나무가 성기어 자주 바람이 분다.
此意人不會(차의인부회) :이런 내 마음 남들은 모르리라
欲令池有波(욕령지유파) :연못에 물결일게 하려는 것인 줄을.
식포(食飽)-배불리 먹고서
食飽拂枕臥(식포불침와) : 배불리 먹고 베개 털고 눕고
睡足起閒吟(수족기한음) : 충분히 자고 일어나 한가히 시를 읊는다.
淺酌一杯酒(천작일배주) : 가볍게 한 잔의 술을 마시고
緩彈數聲琴(완탄삭성금) :천천히 거문고 노래 몇 곡을 타노라.
旣可暢情性(기가창정성) :이미 마음 속 기분을 펼 수 있고
亦足傲光陰(역족오광음) :또한 세월을 편안히 보내기에 충분하다.
誰知名利盡(수지명리진) :누가 알리오, 명예심과 이해심을 다하여
無復長安心(무복장안심) :다시는 장안 그리운 마음 조금도 없음을.
과자하난야(過紫霞蘭若)-자하 낭야에 들러서
我愛此山頭(아애차산두) : 나는 이 산머리가 좋아
及此三登歷(급차삼등력) :이 곳에 와서 세 번이나 올랐다.
紫霞舊精舍(자하구정사) :자하정사는 오래된 정사
寥落空泉石(요낙공천석) :쓸쓸히 빈 산천만 남아있다.
朝市日喧隘(조시일훤애) :조정과 시정은 날마다 시끄럽고 험한데
雲林長悄寂(운림장초적) : 구름 낀 숲 속은 오래도록 고요하다.
猶存住寺僧(유존주사승) : 절에 머물러 사는 스님 아직도 살아있어
肯有歸山客(긍유귀산객) : 기꺼이 산에 돌아와 사는 나그네도 있으리라.
망강누상작(望江樓上作)-망강루 위에서 짓다
江畔百尺樓(강반백척누) :강가의 백 척 누대
樓前千里道(누전천리도) :누대 앞에는 천 리 먼 실.
憑高望平遠(빙고망평원) :높은 곳에 기대어 평원을 바라보니
亦足舒懷抱(역족서회포) :또한 마음속에 품은 생각 풀리는구나.
驛路使憧憧(역노사동동) :역으로 통한 길에는 사신들이 왕래하고
關防兵草草(관방병초초) :관문의 방어벽에는 병사들이 바쁘게 다닌다.
及茲多事日(급자다사일) : 이처럼 다사한 세월에는
尤覺閒人好(우각한인호) :한가하게 사는 사람 좋음을 더욱 알겠다.
我年過不惑(아년과부혹) :내 나이 마흔을 넘기고
休退誠非早(휴퇴성비조) : 물러나 쉬어도 진정 빠른 것은 아니다.
從此拂塵衣(종차불진의) : 이제부터 먼지 묻은 세상 옷 털고
歸山未爲老(귀산미위노) : 아직 늙어지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폐관(閉關)-문 닫아 걸고
我心忘世久(아심망세구) : 나는 마음으로 세상 잊은 지 오래고
世亦不我干(세역부아간) : 세상도 나를 상관하지 않는다.
遂成一無事(수성일무사) : 마침내 전혀 아무 일 없게 되니
因得長掩關(인득장엄관) : 오래도록 문 닫고 지낼 수 있었다.
掩關來幾時(엄관내기시) : 문 닫고 지낸지 얼마나 되었을까
髣髴二三年(방불이삼년) : 아마도 이삼 년은 되었을 것이다.
著書已盈帙(저서이영질):저서는 이미 한 질을 채웠고
生子欲能言(생자욕능언) : 태어난 자식은 이미 말을 다 배웠다.
始吾身易老(시오신역노) : 이제부터 이 몸 쉽게도 늙어가니
復悲世多艱(복비세다간) : 세상에 어려운 일 많음이 다시 슬퍼진다.
廻顧趨時者(회고추시자) : 뒤돌아보면, 시류를 쫓아 사는 사람들도
役役塵壤間(역역진양간) : 속된 세상 속에서 힘겨워한다.
歲暮竟何得(세모경하득) : 늙어가는 형편에 결국 무엇을 얻을까
不如且安閑(부여차안한) : 차라리 편안하고 한가히 삶만 못하리라.
산하숙(山下宿)-산 아래서 묵으며
獨到山下宿(독도산하숙) : 혼로 산 아래에 이르러 묵으며
靜向月中行(정향월중항) : 고요히 달빛 속을 향해 걸어본다.
何處水邊碓(하처수변대) : 어느 곳인가, 물가 방앗간에서
夜舂雲母聲(야용운모성) : 밤에 운모 찧은 소리가 들려온다.
범분수(泛湓水)-분수에 배 뛰워-백거이(白居易)
四月未全熱(사월미전열) : 사월이라 아직 완전히 무덥지 않아
麥涼江氣秋(맥량강기추) : 보리에 서늘한 바람, 강 기운은 가을
湖山處處好(호산처처호) : 호수와 물은 곳곳이 좋으나
最愛湓水頭(최애분수두) : 분수의 머릿가가 가장 좋아라.
湓水從東來(분수종동내) : 분수는 강 쪽에서 동쪽으로 와서
一派入江流(일파입강류) : 한 줄기는 장강 물줄기에 흘러든다.
可憐似縈帶(가련사영대) : 아름다워라, 구불구불한 띠 같아서
中有隨風舟(중유수풍주) : 강 가운데는 바람으로 가는 배 있다.
命酒一臨泛(명주일림범) : 술 가져오라 명하고는 한 번에 배 띄우고
捨鞍揚棹謳(사안양도구) : 말안장 버려두고 소리 날리며 뱃노래 부른다.
放廻岸傍馬(방회안방마) : 언덕 기슭의 말은 놓아 돌려보내고
去逐波間鷗(거축파간구) : 말 떠난 뒤에는 물결 사이의 백구를 쫓는다.
煙浪始渺渺(연낭시묘묘) : 자욱한 물결은 아득하고
風襟亦悠悠(풍금역유유) : 바람에 날리는 옷깃도 아득하구나.
初疑上河漢(초의상하한) : 처음에는 은하수에 올랐나 하였는데
中若尋瀛洲(중야심영주) : 중간에는 신선 사는 곳을 찾는 것 같았다.
汀樹綠拂地(정수녹불지) : 물가의 나무 푸름은 못을 떨치고
沙草芳未休(사초방미휴) : 모래벌판의 향기로운 풀은 가시지 않았구나.
靑蘿與紫葛(청나여자갈) : 푸른 담쟁이와 자줏빛 칡은
枝蔓垂相樛(지만수상규) : 가지와 덩굴을 늘어지고 서로 얽혀있다.
繫纜步平岸(계람보평안) : 닻줄을 매어놓고 평편한 언덕을 걸으며
回頭望江州(회두망강주) : 머리 돌려 강주를 아득히 마라본다.
城雉映水見(성치영수견) : 성가퀴는 물에 비춰 보이고
隱隱如蜃樓(은은여신누) : 신기루처럼 은근하기만 하구나.
日入意未盡(일입의미진) : 해가 저물어도 뜻은 다하지 않아
將歸復少留(장귀복소류) : 돌아가려다가 다시 잠시 머무노라.
到官行半歲(도관항반세) : 강주의 관리 생활 반년도 지나지 않아
今日方一遊(금일방일유) : 오늘에야 비로소 한 번 노니노라.
此地來何暮(차지내하모) : 이 땅에 돌아옴이 그리도 저무니
可以寫吾憂(가이사오우) : 이렇게 나의 근심을 베껴내 버릴 수 있으리라.
광가사(狂歌詞)-호방한 내 노래여
明月照君席(명월조군석) : 밝은 달 그대 자리 비추고
白露霑我衣(백노점아의) : 흰 이슬은 나의 옷을 적신다.
勸君酒杯滿(권군주배만) : 권하노니, 술 잔에 가득 술을 채우고
聽我狂歌詞(청아광가사) : 나의 호방한 노래 들어보게나.
五十已後衰(오십이후쇠) : 오십 이후는 기운이 쇠하고
二十已前癡(이십이전치) : 이십 전에는 철없는 법이다.
晝夜又分半(주야우분반) : 낮과 밤으로 또 반으로 나누어지니
其間幾何時(기간기하시) : 그 사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나.
生前不歡樂(생전부환낙) : 살아서 즐기지 못하면
死後有餘貲(사후유여자) : 죽고 난 뒤에 재산이 남는다.
焉用黃墟下(언용황허하) : 그런들 어찌 황천 아래서
珠衾玉匣爲(주금옥갑위) : 비단 이불과 옥 상자만 사용하나.
백운기(白雲期)-백운과 약속하여
三十氣太壯(삼십기태장) : 서른 나이는 기운이 가장 왕성하니
胸中多是非(흉중다시비) : 가슴 속에는 시비 가리는 일 많구나.
六十身太老(육십신태노) :예순 나이는 몸이 너무 늙어서
四體不支持(사체부지지) : 사체마저 지탱하고 유지하지 못한다.
四十至五十(사십지오십) : 마흔에서 오십 나이에 이르면
正是退閒時(정시퇴한시) : 바로 은퇴하여 한가히 지낼 시기라
年長識命分(년장식명분) :나이가 많아 천명과 순수를 알아
心慵少營爲(심용소영위) : 마음은 게을러져 하는 일도 적어진다.
見酒興猶在(견주흥유재) : 술을 보면 여전히 흥이 나고
登山力未衰(등산력미쇠) : 산에 올라도 힘은 모자라지 않는다.
吾年幸當此(오년행당차) : 다행히 내 나이가 바로 이러한 나이라
且與白雲期(차여백운기) : 장차 백운과 기약하여 지내리라.
하처난망주칠수1(何處難忘酒七首1)-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長安喜氣新(장안희기신) : 장안에서 공기의 신선함을 즐긴다.
初登高第日(초등고제일) : 처음 과거에 오르던 날
乍作好官人(사작호관인) : 잠깐 동안 좋은 관료가 되었다.
省壁明張?(생벽명장방) : 성벽에는 밝게 방이 붙어있고
朝衣穩稱身(조의온칭신) : 공복이 편하게도 몸에 꼭 맞았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奈帝城春(쟁나제성춘) : 다투어 서울의 봄을 어찌해야 하나.
하처난망주칠수2(何處難忘酒七首2)-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天涯話舊情(천애화구정) : 하늘 끝 먼 곳에서 친구의 정 나눈다.
靑雲俱不達(청운구부달) :청운의 꿈 이루지 못하고
白髮遞相驚(백발체상경) :백발이 갈아드니 서로가 놀라는구나.
二十年前別(이십년전별) : 이십 년 전에 이별하여
三千里外行(삼천리외항) : 삼천 리 밖을 돌아다니는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以敍平生(하이서평생) : 무슨 수로 평생의 마음을 풀어보나.
하처난망주칠수3(何處難忘酒七首3)-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朱門羨少年(주문선소년) : 귀문귀가 사람들 젊음을 부러워한다.
春分花發後(춘분화발후) : 춘분날 온갖 꽃 활짝 핀 뒤
寒食月明前(한식월명전) : 한식날에 달은 눈앞에 밝기도하다.
小院廻羅綺(소원회나기) : 작은 궁궐에 비단옷 걸친 여인들 다니고
深房理管絃(심방리관현) : 깊은 방 안에서는 음악을 켠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過艶陽天(쟁과염양천) : 아름답고 따뜻한 날들은 다투어 지나 가라라.
하처난망주칠수4(何處難忘酒七首4)-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霜庭老病翁(상정노병옹) : 서리 내린 뜰에 늙고 병든 사람.
闇聲啼蟋蟀(암성제실솔) : 으슴푸레한 소리로 귀뚜라미 우는데
乾葉落梧桐(건섭낙오동) : 마른 잎은 오동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
鬢爲愁先白(빈위수선백) : 귀밑머리털이 수심에 먼저 희어지고
顔因醉暫紅(안인취잠홍) : 얼굴은 취하여 잠시 얼굴 붉어지는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計奈秋風(하계나추풍) : 무슨 수 있어 가을바람을 어찌해보나.
하처난망주칠수5(何處難忘酒七首5)-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을 잊기 어려워
軍功第一高(군공제일고) : 군사의 공은 제일 높도다.
還鄕隨露布(환향수노포) : 고향에 돌아가려니 군사들 따르고
半路授旌旄(반노수정모) : 거리는 반이나 깃발로 덮여있구나.
玉柱剝蔥手(옥주박총수) : 거문고 발에 고운 손 다 벗겨지고
金章爛椹袍(금장난심포) : 금빛 문장이 도포보다 찬란하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以騁雄豪(하이빙웅호) : 무슨 수로 영웅호걸을 불러올까나.
하처난망주칠수6(何處難忘酒七首6)-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靑門送別多(청문송별다) : 청문에서는 송별의 잔치도 많아라.
斂襟收涕淚(렴금수체누) : 옷깃을 걷으며 눈물을 거두리니
簇馬聽笙歌(족마청생가) : 늘어선 말들은 생황 소래 소리 듣는다.
煙樹?陵岸(연수파능안) : 패릉 언덕에 안개 낀 나무들
風塵長樂坡(풍진장낙파) : 장락궁 언덕에 풍진이 일어난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爭奈去留何(쟁나거류하) : 떠나고 머무는 것을 다투어 어찌하려나.
하처난망주칠수7(何處難忘酒七首7)-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逐臣歸故園(축신귀고원) : 쫓겨난 신하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赦書逢驛騎(사서봉역기) :임금의 사면 조서 역마에서 만나니
賀客出都門(하객출도문) : 축하의 나그네 도성 문을 나온다.
半面?煙色(반면장연색) : 얼굴 절반에는 흐릿한 병색지고
滿衫鄕淚痕(만삼향누흔) : 옷에 가득한 고향 그린 눈물 자국.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物可招魂(하물가초혼) : 무엇으로 영혼을 불러올 수 있을까.
추강송객(秋江送客)-가을 강에서 손님을 보내며-백거이(白居易)
秋鴻次第過(추홍차제과) : 가을 기러기 차례로 지나가고
哀猿朝夕聞(애원조석문) : 애처로운 원숭이 울음 조석으로 들린다.
是日孤舟客(시일고주객) : 오늘 외 딴 배 탄 나그네
此地亦離羣(차지역리군) : 이 땅에서도 친구들과 떠나는구나.
濛濛潤衣雨(몽몽윤의우) : 부슬부슬 옷을 적시는 비
漠漠冒帆雲(막막모범운) : 막막하게 돛단배를 덮는 구름.
不醉潯陽酒(부취심양주) : 심양주에 취하지도 않는데
煙波愁殺人(연파수살인) : 자욱한 물보라에 수심 겨워 사람 죽는다.
밤비-백거이(白居易)
早?啼復歇(조공제복헐) : 초가을 귀뚜라미 울다가 그치고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 : 새벽등불 꺼질 듯 다시 밝아진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 창밖에 밤비 내리는 줄 아는데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 : 파초가 먼저 빗방울소리 듣는다.
추산(秋山)-가을산
久病曠心賞(구병광심상) : 오랜 병으로 마음이 비어
今朝一登山(금조일등산) : 오늘 아침 한번 산에 올랐다.
山秋雲物冷(산추운물냉) : 가을 산에 구름은 찬데
稱我淸羸顔(칭아청리안) :내 얼굴이 맑고 파리하단다.
白石臥可枕(백석와가침) : 깨끗한 돌은 누워 베개 삼을 만하고
靑蘿行可攀(청나항가반) : 푸른 담쟁이덩굴 붙잡을 만하다.
意中如有得(의중여유득) :마음 속에 득의함이 있어
盡日不欲還(진일부욕환) : 종일토록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人生無幾何(인생무기하) : 인생은 얼마 되지도 않아
如寄天地間(여기천지간) : 천지 사이에 기숙하는 것 같도다.
心有千載憂(심유천재우) :마음에는 천년의 근심이 있고
身無一日閑(신무일일한) : 몸에는 하루의 한가함도 없도다.
何時解塵網(하시해진망) : 어느 때라야 속세의 거물을 끊고
此地來掩關(차지내엄관) :이곳에 와서 대문 닫고 살아볼까.
송성(松聲)-소나무
월호호독좌月好好獨坐 달 좋아 홀로 앉으니 좋다
쌍송재전헌雙松在前軒 집 앞 소나무 둘
서남미풍래西南微風來 서남쪽에서 미풍이 불어와
잠입지엽간潛入枝葉間 가지와 잎 사이로 흘러든다.
소요발위성蕭寥發爲聲 쏴아 소리가 일어나
야반명월전半夜明月前 깊은 밤 밝은 달 아래.
한산삽삽우寒山颯颯雨 차가운 산에 쏴아 빗소린가
추금랭랭현秋琴冷冷絃 가을 거문고 챙챙 소린가.
일문척염서一聞滌炎署 한 번 들어 더위 씻기고
재청파혼번再聽破昏煩 다시 들어 번민이 가신다.
경석수불매竟夕遂不寐 저녁 다하도록 잠 못 이루어도
심체구수연心體俱翛然 몸과 마음은 날아갈듯 하구나.
남맥거마동南陌車馬動 남쪽 길에 마차가 움직이고
서린가취번西隣歌吹繁 서쪽 이웃에는 노랫소리 시끄럽다.
수지자첨하誰知玆簷下 누가 알리오? 이 처마아래
만이불위훤滿耳不爲喧 아무리 시끄러워도 못 느끼는 자 있음을.
증오단(贈吳丹)-오단에게 드리다
巧者力苦勞(교자력고노) : 간교한 자는 몸이 괴롭고 고달픈데
智者心苦憂(지자심고우) : 지혜로운 자는 마음이 괴롭고 근심스럽습니다.
愛子無巧智(애자무교지) : 사랑하는 선생은 간교와 지혜가 없어
終歲閑悠悠(종세한유유) : 평생토록 한가하고 여유롭습니다.
嘗登御史府(상등어사부) : 일찍이 어사부에 등청하시고
亦佐東諸侯(역좌동제후) : 동쪽의 제후들도 보좌하셨지요.
手操糺謬簡(수조규류간) : 몸소 그릇된 기록을 바로 잡고
心運決勝籌(심운결승주) : 마음으로 좋은 정책을 결정했었지요.
宦途似風水(환도사풍수) : 벼슬길은 바람과 물 같고
君心如虛舟(군심여허주) : 당신의 마음 빈 배와 같았지요.
汎然而不有(범연이부유) : 마음이 넓어서 집착하지 않으시고
進退得自由(진퇴득자유) : 벼슬에 나가고 물러남에 자유로웠지요.
今來脫豸冠(금내탈치관) : 이제야 치관을 벗으시고
時往侍龍樓(시왕시룡누) : 때대로 용루에 가서 모십니다.
官曹稱心靜(관조칭심정) : 관리들은 마음이 고요하여
居處隨跡幽(거처수적유) : 사시는 곳은 자취 따라 그윽하답니다.
冬負南簷日(동부남첨일) : 겨울에는 남쪽 처마의 햇빛 받아
支體甚溫柔(지체심온유) : 지체는 대단히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夏臥北窓風(하와배창풍) : 여름에는 북쪽 창에서 바람 불어
枕席如涼秋(침석여량추) : 잠자리는 서늘한 가을 같았습니다.
南山入舍下(남산입사하) : 남산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시면
酒甕在牀頭(주옹재상두) : 술단지가 언제나 평상 머리에 있었지요.
人間有閑地(인간유한지) : 인간 세상에 한가로운 땅 있는데
何必隱林丘(하필은림구) : 어찌 반드시 숲 속 언덕에 숨어야만 합니까.
顧我愚且昧(고아우차매) : 저 자신을 돌아보니, 어리석고도 우매하여
勞生殊未休(노생수미휴) : 삶을 수고롭게 하고, 특별히 쉬지도 못하여
一入金門直(일입금문직) : 한번 대궐에 들어 직분을 맡아
星霜三四周(성상삼사주) : 세월은 벌써 삼사 년이나 되었습니다.
主恩信難報(주은신난보) : 임금의 은혜는 진정 보답하기 어렵고
近地徒久留(근지도구류) : 가까운 곳에서 헛되이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
終當乞閒官(종당걸한관) : 결국에는 마땅히 한가한 관직을 빌어
退與夫子遊(퇴여부자유) : 물러나 선생과 즐겁게 교유하고 싶습니다.
금중(禁中)-궁궐에서
門嚴九重靜(문엄구중정) :문은 삼엄하여 아홉 겹이 조용하고
窓幽一室閑(창유일실한) : 창안은 깊숙하여 온 방은 한가하여라.
好是修心處(호시수심처) : 마음 닦는 곳으로는 이곳이 좋아라
何必在深山(하필재심산) : 어찌 반드시 깊은 산에 있어야 하나.
중제사수3(重題四首3)-거듭 제하다
日高睡足猶慵起(일고수족유용기) : 해는 높이 뜨고 잠도 충분한데 일어나기 귀찮아
小閣重裘不怕寒(소각중구부파한):작은 누각에서 겹이불 덮으니 추위도 두렵지 않다.
遺愛寺鍾欹枕聽(유애사종의침청) : 유애사의 종소리 베개 높이 베고 누워 듣는데
香爐峯雪發簾看(향노봉설발렴간) : 향로봉의 남은 눈을 발을 제치고 바라본다.
匡廬便是逃名地(광려편시도명지) : 광속이 살던 이곳 여산이야 말로 은둔할 땅이고
司馬仍爲送老官(사마잉위송노관) : 사마 벼슬도 바로 노년을 보내는 관직이로다.
心泰身寧是歸處(심태신녕시귀처) : 마음 편하고 몸이 안녕한 이곳이 은퇴할 곳이니
故鄕何獨在長安(고향하독재장안) : 고향이 어찌 다만 장안에만 있어야 하겠는가.
중제사수4(重題四首4)-거듭 제하다
宦途自此心長別(환도자차심장별) : 벼슬길 여기서 맘으로 길이 이별하고
世事從今口不言(세사종금구부언) : 세상일 이제부터 입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豈止形骸同土木(개지형해동토목) : 어찌 한 몸을 흙이나 나무에 그치며
兼將壽夭任乾坤(겸장수요임건곤) : 아울러 장수하고 요절함을 천지에 맡기랴.
胸中壯氣猶須遣(흉중장기유수견) : 가슴 속에는 사나이 기상이 필요하니
身外浮雲何足論(신외부운하족논) : 몸 밖의 뜬 구름을 어찌 족히 논하리오.
還有一條遣恨事(환유일조견한사) : 도리어 남겨진 한스런 일, 하나 있으니
高家門館未酬恩(고가문관미수은) : 귀인의 집으로 아직 인사한 번 못 드렸다오
화비화(花非花)-꽃이면서 꽃아니어라
花非花(화비화) : 꽃이면서 꽃 아니고
霧非霧(무비무) : 안개이면서 안개 아니어라.
夜半來(야반내) : 밤 깊어 왔다가
天明去(천명거) : 날 밝아 떠나가더라.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 봄 꿈처럼 왔던 것이 얼마나 되던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 아침 구름처럼 떠나고는 찾을 곳이 없어라.
중심행원(重尋杏園)-살구농원을 다치 찾아
忽憶芳時頻酩酊(홀억방시빈명정) : 젊은 시절 자주 술 취한 일 생각나서
却尋醉處重徘徊(각심취처중배회) : 문득 취한 곳 찾아서 다시 배회하노라.
杏花結子春深後(행화결자춘심후) : 살구꽃 열매 맺고, 봄이 무르익은 뒤
誰解多情又獨來(수해다정우독래) : 누가 알까, 정겨워 다시 혼자 찾은 것을.
한규야(寒閨夜)-차가운 규방의 밤
夜半衾裯冷(야반금주랭) : 밤 깊도록 이불 ?감이 차갑고
射眠懶未能(사면나미능) : 잠들려도 나른하여 잠들지 못한다.
籠香銷盡火(롱향소진화) : 상자 속 향도 다 타들어가고
巾淚滴成氷(건루적성빙) : 수건 눈물 방울은 얼음이 되었다.
爲惜影相伴(위석영상반) : 그림자 서로 친구 됨이 애석하여
通宵不滅燈(통소불멸등) : 밤새도록 등불을 꺼지도 못했도다.
영졸(詠拙)-모자람을 노래한다
所稟有巧拙(소품유교졸) : 타고난 재주는 정교함과 졸렬함이 있어
不可改者性(부가개자성) : 고칠 수 없는 것이 성품이도다.
所賦有厚薄(소부유후박) : 주어지는 것은 두터움과 엷음이 있어
不可移者命(부가이자명) : 옮길 수 없는 것이 운명이도다.
我性拙且憃(아성졸차창) : 내 성품은 졸렬하고 어리석고
我命薄且屯(아명박차둔) : 내 운명은 박복하고 어렵도다.
問我何以知(문아하이지) : 나에게 묻기를, 무엇으로 아는가
所知良有因(소지량유인) : 아는 것은 진실로 원인이 있도다.
亦曾擧兩足(역증거량족) : 또한 일찍이 두 발을 들고 가서
學人蹋紅塵(학인답홍진) : 사람에게 배워 티끌세상을 밟았다.
從茲知性拙(종자지성졸) : 이로써 내 성품이 졸렬함 알았으니
不解轉如輪(부해전여륜) : 수레처럼 굴러갈 줄을 알지 못했다.
亦曾奮六翮(역증분륙핵) : 또한 일찍이 여섯 날개 떨치어
高飛到靑雲(고비도청운) : 높이 날아 청운에 이르렀도다.
從茲知命薄(종자지명박) : 이로써 내 운명이 박복함 알았으니
摧落不逡巡(최낙부준순) : 꺾이어 떨어도 머뭇거리지 못했다.
慕貴而厭賤(모귀이염천) : 부귀를 부러워하나 천박함을 싫어하고
樂富而惡貧(낙부이악빈) : 부유함을 좋아하나 가난함이 싫어한다.
同此天地間(동차천지간) : 남과 같이 이 천지 사이에 태어났거늘
我豈異於人(아개리어인) : 내가 어찌 남과 다르겠는가.
性命苟如此(성명구여차) : 타고난 성품과 운명이 그러하니
反則成苦辛(반칙성고신) : 어겼다가는 도리어 고생스러워진다.
以此自安分(이차자안분) : 이 때문에 스스로 분수에 만족하고
雖窮每欣欣(수궁매흔흔) : 비록 궁색하여도 매양 기뻐하노라.
葺茅爲我廬(즙모위아려) : 띠풀 엮어 나의 집 만들고
編蓬爲我門(편봉위아문) : 쑥대 엮어서 나의 대문을 삼는다.
縫布作袍被(봉포작포피) : 베를 재봉하여 솜이불 만들고
種穀充盤飧(종곡충반손) : 곡식을 심어 반찬과 밥을 만든다.
靜讀古人書(정독고인서) : 조용히 옛 사람의 책을 읽으며
閑釣淸渭濱(한조청위빈) : 한가롭게 맑은 위수에서 낚시질 한다.
優哉復游哉(우재복유재) : 한가롭기도 하여 다시 마음껏 놀며
聊以終吾身(요이종오신) : 애오라지 조용히 한 평생을 마치리라.
소곡신사이수1(小曲新詞二首1)-짧은 곡, 새 노랫말
霽色鮮宮殿(제색선궁전) : 갠 날빛에 궁궐은 선명하고
秋聲脆管絃(추성취관현) : 가을 소리에 음악소리 가냘프다.
聖明千歲樂(성명천세낙) : 태평한 세상 천년이 즐거운데
繼情似今年(계정사금년) : 이어지는 속마음도 올해와 같아라.
소곡신사이수2(小曲新詞二首2)-짧은 곡, 새 노랫말
紅裙明月夜(홍군명월야) : 밝은 달 밤, 붉은 치마
碧簟早秋時(벽점조추시) : 이른 가을철에 푸른 대나무.
好向昭陽宿(호향소양숙) : 기분 좋아 소양궁에 가 묵으니
天涼玉漏遲(천량옥누지) : 청량한 날 시간은 드디기만 하다.
상춘사(傷春詞)-봄날에 마음 아파서
深淺檐花千萬枝(심천첨화천만지) : 짙고 엹은 처마 가의 꽃, 천 만 가지
碧紗牕外囀黃鸝(벽사창외전황리) : 창밖 푸른 버들잎에 꾀꼬리들 지저긴다.
殘粧含淚下簾坐(잔장함누하렴좌) : 얼룩진 화장에 머금은 눈물, 주렴에 떨구며 앉아
盡日傷春春不知(진일상춘춘부지) : 종일토록 봄날에 마음 아파도 봄은 모른다.
서원만망(西原晩望)-서쪽 언덕에서 저녁에 바라보다
花菊引閑步(화국인한보) : 봄 가을날에는 한가히 걷는데
行上西原路(항상서원노) : 서쪽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노라.
原上晩無人(원상만무인) : 언덕 위에는 저녁이라 사람은 아무도 없어
因高聊四顧(인고료사고) : 높이 올라가서 애오라지 사방을 돌아본다.
南阡有煙火(남천유연화) : 남쪽 길에는 밥 짓는 연기 오르고
北陌連墟墓(배맥련허묘) : 북쪽 길에는 무덤만이 들어서 있도다.
村鄰何蕭疎(촌린하소소) : 고을은 어찌 그리도 쓸쓸한가
近者猶百步(근자유백보) : 가까운 곳은 백 걸음도 정도로다.
吾廬在其下(오려재기하) : 내 오두막집도 그 아래에 있는데
寂寞風日暮(적막풍일모) : 적막하게도 바람에 해가 저물어간다.
門外轉枯蓬(문외전고봉) : 문밖에는 마른 쑥이 바람에 굴러다니고
籬根伏寒ꟙ(리근복한토) : 울타리 아래에는 겨울 토끼가 엎드려 있도다.
故園汴水上(고원변수상) : 고향은 변수 위에 있었으나
離亂不堪去(리난부감거) : 혼란하여 떠나지 않을 수 없었도다.
近歲始移家(근세시이가) : 근래에 비로소 이사 와서
飄然此杓住(표연차표주) : 표연히 이 곳에서 살게 되었도다.
新屋五六間(신옥오륙간) : 새로 지은 집은 대여섯 칸
古槐八九樹(고괴팔구수) : 오래된 느티나무 여덟아홉 그루.
便是衰病身(편시쇠병신) : 이곳은 곧 노쇠하고 병 든 몸이
此生終老處(차생종노처) : 이 인생이 늙은 삶을 마칠 곳이로다.
관사내신착소지(官舍內新鑿小池)-관사 내에 새로 작은 연못을 파다
簾下開小池(염하개소지) : 발아래에 작은 연못 마련하니
盈盈水方積(영영수방적) : 가득히 물이 이제 모여드는구나.
中底鋪白沙(중저포백사) : 연못 가운데 바닥에 흰 모래 깔고
四隅甃靑石(사우추청석) : 사방에는 푸른 돌로 꾸몄다.
勿言不深廣(물언부심광) : 깊고 넓지 않다고 말하지 말게나
但取幽人適(단취유인적) : 숨어사는 사람의 한적함만 맛보려네.
泛灩微雨朝(범염미우조) : 물이 가득한 보슬비 내리는 아침
泓澄明月夕(홍징명월석) : 물이 깊고 맑은 밝은 달 뜬 저녁.
豈無大江水(개무대강수) : 어찌, 큰 강에 물이 있어
波浪連天白(파낭련천백) : 그 물결이 하늘에 닿아 희게 보이는 일 없겠는가
未如牀席間(미여상석간) : 그러나, 평상의 자리 사이로
方丈深盈尺(방장심영척) : 사방 한 길에, 한 자 깊이로 가득한 못물보다는 못하다.
淸淺可狎弄(청천가압농) : 맑고 얕아 마음대로 놀 수 있어
昏煩聊漱滌(혼번료수척) : 흐릿하고 번거로운 일들을 애오라지 씻어버린다.
最愛曉暝時(최애효명시) : 무엇보다, 이른 새벽 어둑한 때에
一片秋天碧(일편벽) : 한 조각 가을 하늘의 푸름이 가장 좋구나.
향로봉하신치초당(香?峯下新置草堂)-향로봉 아래에 초당 지어
香鑪峯北面(향로봉배면) : 향로봉 북쪽
遺愛寺西偏(유애사서편) : 유애사의 서쪽 치우친 곳
白石何鑿鑿(백석하착착) : 흰 바위는 어찌나 잔잔하고
淸流亦潺潺(청류역잔잔) : 맑게 흐르는 물도 잔잔하도다.
有松數十株(유송삭십주) : 소나무가 수십 그루 있고
有竹千餘竿(유죽천여간) : 대나무가 천여 그루나 있도다.
松張翠傘蓋(송장취산개) : 소나무는 비취빛 우산 펼친 듯 하고
竹倚靑琅玕(죽의청랑간) : 대나무는 푸른 옥돌에 의지하여 있다.
其下無人居(기하무인거) : 그 아래에 사는 사람 아무도 없어
悠哉多歲年(유재다세년) : 아득하다,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有時聚猿鳥(유시취원조) : 때때로 원숭이와 새들이 모여들고
終日空風煙(종일공풍연) : 종일토록 쓸쓸히 바람과 이내만 인다.
時有沈冥子(시유침명자) : 당시에 깊숙한 곳에 사는 녀석 있었으니
姓白字樂天(성백자낙천) : 성은 백이요 자는 낙천이었단다.
平生無所好(평생무소호) : 평생토록 좋아하는 것이 없다가
見此心依然(견차심의연) : 이것을 보고 마음이 흡족했단다.
如獲終老地(여획종노지) : 마침내 늙어 죽을 곳을 얻은 듯 하여
忽乎不知還(홀호부지환) : 갑자기 돌아갈 줄을 몰라 했어라.
架巖結茅宇(가암결모우) : 바위사이 가로 질러 작은 초가집 짓고
斲壑開茶園(착학개다원) : 골짜기를 파서 차밭을 만들었단다.
何以洗我耳(하이세아이) : 어디 가서 나의 귀를 씻으리오
屋頭飛落泉(옥두비낙천) : 처마모리에서 날아 떨어지는 샘이 있도다.
何以洗我眼(하이세아안) : 어디 가서 나의 눈을 씻으리오
砌下生白蓮(체하생백련) : 섬돌 아래에는 백련 꽃이 피었구나.
左手攜一壺(좌수휴일호) : 왼손에는 술 한 병을 들고
右手挈五絃(우수설오현) : 오른손에는 거문고 끼고 다녔단다.
傲然意自足(오연의자족) : 도도하게도 뜻이 절로 만족하여
箕踞於其間(기거어기간) : 그 사이에 다리를 걸터앉았단다.
興酣仰天歌(흥감앙천가) : 술에 취하여 하늘을 쳐다보고 노래하니
歌中聊寄言(가중료기언) : 노래 속에 애오라지 할 말을 담았도다.
言我本野夫(언아본야부) : 나는 본시 시골 사람으로
誤爲世網牽(오위세망견) : 잘못하여 세속의 그물에 걸렸단다.
時來昔捧日(시내석봉일) : 지난날엔 때를 만나 임금 받들었는데
老去今歸山(노거금귀산) : 늙어버린 지금에는 산으로 돌아왔단다.
倦鳥得茂樹(권조득무수) : 날다 지친 새는 무성한 숲을 얻고
涸魚反淸源(학어반청원) : 마른 물의 물고기는 맑은 물로 돌아왔단다.
捨此欲焉往(사차욕언왕) : 여기를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人間多險難(인간다험난) : 인간세상은 험난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단가행(短歌行)-백거이(白居易)
白日何短短(백일하단단) : 낮은 어찌 이렇게도 짧은가
百年苦易滿(백년고역만) : 백 년은 괴롭게도 쉽게도 차는구나.
蒼穹浩茫茫(창궁호망망) : 창공은 넓고도 아득한데
萬劫太極長(만겁태극장) : 만 겁 세월은 끝없이 길기만 하다.
麻姑垂兩鬢(마고수량빈) : 마고 할멈도 두 귀밑머리 드리우고
一半已成霜(일반이성상) : 절반은 이미 서리가 다 되었구나.
天公見玉女(천공견옥녀) :천제도 옥녀를 보고
大笑億千場(대소억천장) :크게 웃은 지 억 천 번이 되었도다.
吾欲攬六龍(오욕람륙룡) :나는 여섯 용을 고삐를 잡고
回車掛扶桑(회거괘부상) : 수레를 돌려 부상목에 매달고 싶도다.
北斗酌美酒(배두작미주) : 북두칠성에 맛있는 술 따라서
勸龍各一觴(권룡각일상) : 용들에게 각자 한 잔씩 권하리라.
富貴非所願(부귀비소원) : 부귀는 내가 바라는 것 아니니
與人駐顔光(여인주안광) :사람들과 젊은 얼굴빛이나 지키리라.
양가남정(楊家南亭)-양씨네 남쪽 정자
小亭門向月斜開(소정문향월사개) : 작은 정자문은 달 향해 열려 있고
滿地凉風滿地苔(만지양풍만지태) : 서늘한 바람과 이끼 땅에 가득하여라.
此院好彈秋思處(차원호탄추사처) : 이 집은 가을 마음 노래하는 곳으로 좋아
終須一夜抱琴來(종수일야포금래) :끝내 온 밤을 거문고 안 고와서 보내는구나.
오야제(烏夜啼)-까마귀 밤에 울어
城上歸時晩(성상귀시만) : 성 위에 돌아온 때는 저녁
庭前宿處危(정전숙처위) : 뜰 앞, 잠자는 곳은 높기만 하다.
月明無葉樹(월명무섭수) : 밝은 달,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
霜滑有風枝(상골유풍지) : 눈 내려 미끄러운 가지에 바람인다.
啼澀飢喉咽(제삽기후인) : 굶주린 목구멍에 울음소리 껄끄러운데
飛低凍翅垂(비저동시수) : 낮게 날다가, 얼어버린 날개가 처진다.
畫堂鸚鵡鳥(화당앵무조) : 집안에 그려진 앵무새는
冷暖不相知(냉난부상지) : 차가움도 따뜻함도 알지 못한다
조한(早寒)-이른 추위
黃葉聚牆角(황섭취장각) : 누런 나뭇잎 담장 모퉁이에 모이고
靑苔圍柱根(청태위주근) : 푸른 이끼는 기둥뿌리를 둘러싸있다.
被經霜後薄(피경상후박) : 서리 지나간 뒤에는 더욱 엷어져
鏡遇雨來昏(경우우내혼) :거울이 비를 맞아 어두워지는구나.
半卷寒簷幕(반권한첨막) : 차가운 처마 아래 휘장 반 쯤 걷히니
斜開暖閣門(사개난각문) : 따스한 전각문이 비스듬히 열리는구나.
迎冬兼送老(영동겸송노) : 겨울 맞아 늙음을 보내는 것 함께하며
只仰酒盈樽(지앙주영준) : 오직 술이 술독에 가득한 것을 바라만 본다.
춘노(春老)-봄 늙은이
欲隨年少强遊春(욕수년소강유춘) :젊은이들 따라서 억지로 봄놀이 같지만
自覺風光不屬身(자각풍광부속신) : 경치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단다.
歌舞屛風花障上(가무병풍화장상) : 병풍의 꽃 언덕 위에선 노래하고 춤추니
幾時曾畫白頭人(기시증화백두인) : 어느 때라야 백머리의 사람을 그려넣을까.
오려(吾廬)-내 오두막집
吾廬不獨貯妻兒(오려부독저처아) : 내 오두막에는 아내와 자식들만 없으니
自覺年侵身力衰(자각년침신력쇠) : 나이가 많아져 몸이 쇠약해짐을 알았다.
眼下營求容足地(안하영구용족지) : 현실은 발하나 들여 놓을 작은 땅 찾지만
心中準擬挂冠時(심중준의괘관시) : 마음속 기준으로는 갓 걸어놓을 때와 같다.
新昌小院松當戶(신창소원송당호) : 신창의 작은 관아 집 앞에 소나무
履道幽居竹遶池(이도유거죽요지) : 그윽한 내 집을 걷자니 대숲이 못을 둘러있다.
莫道兩都空有宅(막도량도공유댁) : 두 도읍에 공연히 집 가졌다 말하지 말라
林泉風月是家資(림천풍월시가자) : 숲속 바람과 달이 곧 내 집의 재산인 것을.
지서정(池西亭)-못 서편 정자에서
朱欄映晩樹(주란영만수) : 붉은 난간에 저녁 나무 비치는데
金魄落秋池(금백락추지) : 가을의 신이 가을 연못에 내렸구나.
還似錢塘夜(환사전당야) : 오리려 전당 연못의 밤 같아라
西樓月出時(서루월출시) : 서편 누대에 달 떠오를 이 때는
유오진사시(遊悟眞寺詩)-오진사에 놀고 지은 시
元和九年秋(원화구년추) : 때는 원화 9년 가을
八月月上弦(팔월월상현) : 팔월이라, 달은 상현달.
我遊悟眞寺(아유오진사) : 나는 오진사를 유람했는데
寺在王順山(사재왕순산) : 절은 왕순산에 있었다.
去山四五里(거산사오리) : 산을 떠나, 사오 리 쯤 되는 곳
先聞水潺湲(선문수잔원) : 먼저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린다.
自茲捨車馬(자자사거마) : 여기서 말과 수레를 두고
始涉藍溪灣(시섭남계만) : 푸른 개울 굽이를 걸어 건넌다.
手拄靑竹杖(수주청죽장) : 손에 푸른 대지팡이 짚고
足蹋白石灘(족답백석탄) : 여울의 깨끗한 돌을 밟고 지난다.
漸怪耳目曠(점괴이목광) : 점점 이상하게도, 눈과 귀 환해지고
不聞人世喧(부문인세훤) : 세상의 시끄런 소리 들리지 않는다.
山下望山上(산하망산상) : 산 아래서 산 위를 바라보니
初疑不可攀(초의부가반) : 처음에는 오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誰知中有路(수지중유노) : 안에 길이 있을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盤折通巖巓(반절통암전) : 편평한 바닥길이 꺾여 바위 위까지 통했다.
一息幡竿下(일식번간하) : 번간 아래에서 한 번 쉬었다가
再休石龕邊(재휴석감변) : 돌 감실 곁에서 다시 한번 쉬었다.
龕間長丈餘(감간장장여) : 감실 간격은 길이가 한 길이 넘었고
門戶無扃關(문호무경관) : 문에는 빗장이 전혀 없었다.
俯窺不見人(부규부견인) : 내려다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石髮垂若鬟(석발수야환) : 돌에는 풀이 귀밑머리처럼 늘어져 있다.
驚出白蝙蝠(경출백편복) : 흰 박쥐들이 놀라 나오는데
雙飛如雪翻(쌍비여설번) : 쌍쌍이 나는 것이 눈 흩날리듯 했다.
回首寺門望(회수사문망) : 고개 돌려 절문을 바라보니
靑崖夾朱軒(청애협주헌) : 푸른 언덕에 끼어있는 붉은 집이 있다.
如擘山腹開(여벽산복개) : 손톱 같이 산 중턱이 열렸는데
置寺於其間(치사어기간) : 그 사이에 절이 위치해 있었다.
入門無平地(입문무평지) : 절문에 드니 평지는 없었고
地窄虛空寬(지착허공관) : 땅이 좁아 빈 곳도 거의 없었다.
房廊與臺殿(방낭여대전) : 방의 회랑과 누대의 전각이
高下隨峯巒(고하수봉만) : 산봉우리 따라 높아지고 낮아진다.
巖崿無撮土(암악무촬토) : 바위와 낭떠러지에 흙은 조금도 없었다.
樹木多瘦堅(수목다수견) : 나무은 마르고 단단한 것이 많았고
根株抱石長(근주포석장) : 나무뿌리는 길게 돌을 감싸고 있었다.
屈曲蟲蛇蟠(굴곡충사반) : 울룩불룩한 뿌리는 뱀처럼 서리어 있다.
松桂亂無行(송계난무항) : 소나무가 어지러워 다닐 길 없고
四時鬱芊芊(사시울천천) : 사시사철 울창하고 무성했다.
枝梢嫋淸翠(지초뇨청취) : 가지는 늘어져 하늘거리고 빛은 푸르고
韻若風中絃(운야풍중현) : 그 운치는 바람 속의 음악소리 같았다.
日月光不透(일월광부투) : 햇빛과 달빛이 들지 못하여
綠陰相交延(녹음상교연) : 푸른 나무그늘이 섞이고 이어져있다.
幽鳥時一聲(유조시일성) : 그윽한 새소리 때때로 한 번씩 들리니
聞之似寒蟬(문지사한선) : 들으면 마치 가을매미 소리 같았다.
首憩賓位亭(수게빈위정) : 처음에는 빈위정에서 쉬면서
就坐未及安(취좌미급안) : 자리에 앉았으나 편안하지 않았다.
須臾開北戶(수유개배호) : 잠시 북쪽 문을 열어보니
萬里明豁然(만리명활연) : 만 리 먼 곳까지 환하게 밝았다.
拂簷虹霏微(불첨홍비미) : 처마 걸쳐 가랑비에 무지개 서고
遶棟雲回旋(요동운회선) : 마룻대를 둘러 구름이 돌아 흐른다.
赤日間白雨(적일간백우) : 붉은 해가 소나기 사이에 보이는데
陰晴同一川(음청동일천) : 흐리고 개는 것이 한 내에 같이 있다.
野綠蔟草樹(야녹족초수) : 들판의 푸른 기운이 초목에 모이고
眼界呑秦原(안계탄진원) : 내 시야는 중국 벌판을 삼킨다.
渭水細不見(위수세부견) : 위수는 가늘어 보이지 않고
漢陵小於拳(한능소어권) : 한나라 언덕은 주먹보다도 작다.
却顧來時路(각고내시노) : 물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縈紆映朱欄(영우영주난) : 얽히고 굽은 것이 붉은 난간에 비친다.
歷歷上山人(력력상산인) : 산 위의 사람들도 뚜렷하여
一一遙可觀(일일요가관) : 하나하나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前對多寶塔(전대다보탑) : 앞에 마주보이는 다보탑
風鐸鳴四端(풍탁명사단) : 바람에 풍경소리는 사단을 울린다.
欒櫨與戶牖(란로여호유) : 난 두공과 지게 창
恰恰金碧繁(흡흡금벽번) : 부드러운 장식이 금벽처럼 번화롭다.
云昔伽葉佛(운석가섭불) : 이러기를, 옛날 가섭 부처가
此地坐涅槃(차지좌열반) : 이 땅에 앉아서 열반하였다고 한다.
至今鐵鉢在(지금철발재) : 지금까지 쇠 바리때가 남아있어
當底手跡穿(당저수적천) : 아래에는 손자취가 뚫려있단다.
西開玉像殿(서개옥상전) : 서쪽으로 옥상전이 열려있고
白佛森比肩(백불삼비견) : 흰 부처가 삼엄하게 늘어서 있다.
抖擻塵埃衣(두수진애의) : 흙먼지 붙은 옷을 털고
禮拜永雪顔(례배영설안) : 영설안에 예배하였다.
疊霜爲袈裟(첩상위가사) : 겹겹이 쌓인 눈을 가사로 삼고
貫雹爲華鬘(관박위화만) : 우박을 꿰어 흰 머리로 삼았다.
逼觀疑鬼功(핍관의귀공) : 핍진히 보고 귀신의 공인가 했는데
其跡非雕鐫(기적비조전) : 그 자취는 결코 꾸민 것이 아니었다.
次登觀音堂(차등관음당) : 다음으로 관음당에 오르는데
未到聞栴檀(미도문전단) : 미처 이르지도 않아 전단 향기가 난다.
上階脫雙履(상계탈쌍리) : 계단에 올라 두 신을 벗고
斂足升瑤筵(염족승요연) : 발을 거두어 예배하는 자리에 올랐다.
六楹排玉鏡(륙영배옥경) : 여섯 기둥에 거울은 없고
四座敷金鈿(사좌부금전) : 사방 자리에는 금 세공품을 놓아두었다.
黑夜自光明(흑야자광명) : 칠흑 같은 밤에 절로 빛이 밝아지고
不待燈燭燃(부대등촉연) : 등촉 타는 것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衆寶互低昂(중보호저앙) : 여러 보석들이 번들거리고
碧珮珊瑚幡(벽패산호번) : 푸른 구슬과 산호가 번쩍이었다.
風來似天樂(풍내사천낙) : 하늘 음악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相觸聲珊珊(상촉성산산) : 서로 부딪쳐 그 소리가 쟁쟁거린다.
白珠垂露凝(백주수노응) : 흰 구슬은 늘어진 이슬이 맺힌 듯
赤珠滴血殷(적주적혈은) : 붉은 구슬은 떨어지는 핏방울 같았다.
點綴佛髻上(점철불계상) : 부처 머리 위에 점철되어
合爲七寶冠(합위칠보관) : 합하여 칠보관이 되었다.
雙甁白琉璃(쌍병백류리) : 한 쌍의 병은 흰 유리이고
色若秋水寒(색야추수한) : 색은 가을 물의 차가움과 같았다.
隔甁見舍利(격병견사리) : 병 너머로 사리가 보이는데
圓轉如金丹(원전여금단) : 둥글게 구르는 것이 금단 같았다.
玉笛何代物(옥적하대물) : 옥피리는 어느 시대의 물건인가
天人施祗園(천인시지원) : 천인이 지원에 시주하였다.
吹如秋鶴聲(취여추학성) : 부는 소리는 가을 학의 소리 같아
可以降靈仙(가이강령선) : 신령한 신선을 내려오게 할 수 있었다.
是時秋方中(시시추방중) : 이 때는 마침 가을이었는데
三五月正圓(삼오월정원) : 보름달이 한참 둥글었다.
寶堂豁三門(보당활삼문) : 보당에 확 뚫린 세 개의 문
金魄當其前(금백당기전) : 달이 그 앞에 와있었다.
月與寶相射(월여보상사) : 달과 보당이 마주 보여.
晶光爭鮮姸(정광쟁선연) : 수정 빛이 선명함을 다투었다.
照人心骨冷(조인심골냉) : 사람을 비춰 마음과 뼈가 차가운데
竟夕不欲眠(경석부욕면) : 저녁이 다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曉尋南塔路(효심남탑노) : 새벽에 남탑로를 찾으니
亂竹低嬋娟(난죽저선연) : 어지러운 대나무 선연히 늘어져있다.
林幽不逢人(림유부봉인) : 숲이 깊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
寒蝶飛翾翾(한접비현현) : 가을나비가 파뜩파뜩 날아다닌다.
山果不識名(산과부식명) : 산속 과일은 이름도 모르는데
離離夾道蕃(리리협도번) : 길게 뻗혀 길을 끼고 무성하였다.
足以療飢乏(족이료기핍) : 배고픈 것을 족히 면할 수 있어서
摘賞味甘酸(적상미감산) : 따다가 그 맛을 보니 달콤새콤하였다.
道南藍谷神(도남남곡신) : 길 남쪽의 푸른 골짜기는 신비롭고
紫繖白紙錢(자산백지전) : 자줏빛 천에는 흰 종이돈이 있었다.
若歲有水旱(야세유수한) : 만약에 한해가 있다면
詔使修蘋蘩(조사수빈번) : 조서를 내려 풀을 깎아버리게 했다.
以地淸淨故(이지청정고) : 땅이 맑고 깨끗한 까닭에
獻奠無葷羶(헌전무훈전) : 비리고 누린 음식을 못 올리게 했다.
危石疊四五(위석첩사오) : 큰 바위가 네댓 개나 쌓여
嵬欹敧且刓(외의기차완) : 높고 기울어지고 또 깎여있었다.
造物者何意(조물자하의) : 조물주는 무슨 의도로
堆在巖東偏(퇴재암동편) : 바위 동쪽에 치우쳐 쌓아놓았는가.
冷滑無人跡(냉골무인적) : 차고 미끄러워 사람 자취 없고
苔點如花牋(태점여화전) : 이끼 얼룩이 마치 꽃종이 같았다.
我來登上頭(아내등상두) : 내가 와서 위쪽으로 올라서
下臨不測淵(하림부측연) : 아래를 보니 못을 헤아릴 수 없었다,
目眩手足掉(목현수족도) : 눈이 어지럽고 팔다리가 흔들려
不敢低頭看(부감저두간) : 감히 머리를 숙이고 살펴보지 못했다.
風從石下生(풍종석하생) : 바람은 돌 아래에서 일어나고
薄人而上搏(박인이상박) : 사람을 하찮게 여겨 올라가 친다.
衣服似羽翮(의복사우핵) : 의복은 날개 같아서
開張欲飛騰(개장욕비등) : 펼쳐서 날아오르고 싶었다.
??三面峯(외외삼면봉) : 높고 높은 삼면의 산봉우리 *여기서 ??는 <山+雙>임
峯尖刀劍攢(봉첨도검찬) : 칼끝을 모아 놓은 듯 뾰족한 봉우리.
往往白雲過(왕왕백운과) : 가끔씩 흰 구름이 지나가고
決開露靑天(결개노청천) : 구름 터진 틈으로 푸른 하늘 드러난다.
西北日落時(서배일낙시) : 서북으로 해가 넘어갈 시간
夕暉紅團團(석휘홍단단) : 저녁 햇볕 붉게 둥글었다.
千里翠屛外(천리취병외) : 푸른 병풍 밖, 아득한 천 리
走下丹砂丸(주하단사환) : 붉은 둥근 모래판으로 달려 내려갔다.
東南月上時(동남월상시) : 동남쪽에 달 뜰 시간
夜氣淸漫漫(야기청만만) : 밤기운은 맑고 질펀하였다.
百丈碧潭底(백장벽담저) : 백 길이나 되는 푸른 못 아래
寫出黃金盤(사출황금반) : 황금빛 둥근 쟁반이 쏟아져 나왔다.
藍水色似藍(남수색사남) : 푸른 물, 물빛은 쪽빛 같았고
日夜長潺潺(일야장잔잔) : 밤낮으로 길이 졸졸 흘러갔다.
周廻繞山轉(주회요산전) : 주변을 돌아 산을 둘러 돌아가니
下視如靑環(하시여청환) : 아래로 내려 보니 푸른 고리 같았다.
或鋪爲慢流(혹포위만류) : 혹은 퍼져 천천히 내려가고
或激爲奔湍(혹격위분단) : 혹은 부딪쳐서 빠른 여울물이 된다.
泓澄最深處(홍징최심처) : 가장 깊은 곳은 넓고도 맑아서
浮出蛟龍涎(부출교룡연) : 교룡의 침처럼 둥둥 떠서 나온다.
側身入其中(측신입기중) : 몸을 비스듬히 그 안으로 들이면
懸磴尤險難(현등우험난) : 돌길이 매어달린 듯이 더욱 험난하다.
捫蘿蹋樛木(문나답규목) : 덩굴 붙잡고, 굽은 나무 밟으며
下逐飮澗猨(하축음간원) : 계곡물 마시는 원숭이를 아래로 쫓는다.
雪迸起白鷺(설병기백노) : 눈이 흩어지니 백로가 놀라 일어나고
錦跳驚紅鱣(금도경홍전) : 붉은 상어에 놀라 비단결처럼 뛰어오른다.
歇定方盥漱(헐정방관수) : 쉴 곳을 정하고 세수하고 양치하여
濯去支體煩(탁거지체번) : 다 씻고 나니 팔다리가 피곤하였다.
淺深皆洞徹(천심개동철) : 옅고 깊은 모든 골짝물이 투명하니
可照腦與肝(가조뇌여간) : 가히 뇌와 간이라도 비출 것 같았다.
但愛淸見底(단애청견저) : 오직 바닥 보이는 맑음이 좋아
欲尋不知源(욕심부지원) : 찾으려 했으나 그 근원을 알지 못했다.
東崖饒怪石(동애요괴석) : 동쪽 언덕에는 괴석이 많고
積甃蒼琅玕(적추창랑간) : 돌을 쌓아놓은 것이 푸른 옥돌 같았다
卞和死已久(변화사이구) : 변씨와 화씨가 죽은 지 오래되어
良玉多棄捐(량옥다기연) : 좋은 옥돌이 많이도 버려졌었다.
或時洩光彩(혹시설광채) : 혹 때때로 광채를 끌어들이고
夜與星月連(야여성월련) : 밤에도 별과 달이 이어졌다.
中頂最高峯(중정최고봉) : 가운데 꼭대기가 최고봉이라
拄天靑玉竿(주천청옥간) : 하늘을 밭치는 푸른 옥 줄기 같도다.
형령上不得(형령상부득) : 올라가려 해도 갈 수가 없으니
豈我能攀援(개아능반원) : 어찌 내가 능히 잡아당겨 갈 수 있을까
上有白蓮池(상유백련지) : 위에는 백련지 연못이 있어
素葩覆淸瀾(소파복청란) : 흰 꽃이 푸른 물결을 덮었구나.
聞名不可到(문명부가도) : 이름을 들었어도 가보지 못했으니
處所非人寰(처소비인환) : 사는 곳이 사람의 세계는 아니었으리라.
又有一片石(우유일편석) : 또 한 조각, 돌이 있는데
大如方尺甎(대여방척전) : 크기가 사방 한 자의 벽돌과 같았다.
揷在半壁上(삽재반벽상) : 벽 절반 위에 꽂아 두었으니
其下萬仞懸(기하만인현) : 그 아래로 만 길이나 매달려있었다.
云有過去師(운유과거사) : 사람들이 이르기를, 과거에 스님이 있었는데
坐得無生禪(좌득무생선) : 앉아도 선을 이루지 못했었단다.
號爲定心石(호위정심석) : 정심석이라 이름을 지어
長老世相傳(장노세상전) : 노인들이 대대로 전하여왔다.
却上謁仙祠(각상알선사) : 물러나 신선 사당에 올라가 아뢰니
蔓草生綿綿(만초생면면) : 덩굴풀이 면면히 자라났도다.
昔聞王氏子(석문왕씨자) : 옛날에 들으니, 왕씨의 자식
羽化升上玄(우화승상현) :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랐다고 했다.
其西曬藥臺(기서쇄약대) : 그 서쪽에 쇄약대가 있는데
猶對芝朮田(유대지출전) : 여전히 지출전과 마주보고 있다.
時復明月夜(시복명월야) : 때로 다시 밝은 달 뜬 밤이면
上聞黃鶴言(상문황학언) : 황학의 말이 위에서 들린다고 하였다.
廻尋畫龍堂(회심화룡당) : 돌아서 화룡당을 찾았더니
二叟鬚髮斑(이수수발반) : 두 늙은이가 수염이 반백이었다.
想見聽法時(상견청법시) : 생각해 보니, 불법을 들을 때
歡喜禮印壇(환희례인단) : 예인단을 보면서 기뻐하였으리라.
復歸泉窟下(복귀천굴하) : 다시 천굴 아래로 돌아와
化作龍蜿蜒(화작룡완연) : 바꾸어서 용완연을 만들었다.
階前石孔在(계전석공재) : 계단 앞에는 돌구멍이 있는데
欲雨生白煙(욕우생백연) : 비가 내리려 하면 흰 연기가 생긴단다.
往有寫經僧(왕유사경승) : 왕년에 경전을 베끼는 중이 있었는데
身靜心精專(신정심정전) : 몸은 고요하고 마음은 정성스럽고 순수했다.
感彼雲外鴿(감피운외합) : 저 구름 밖 비둘기 느끼어
羣飛千翩翩(군비천편편) : 수 천 번을 퍼덕이며 떼 지어 날았다.
來添硯中水(내첨연중수) : 내려와 돌 속에 물을 보태고
去吸巖下泉(거흡암하천) : 날아가서는 바위 아래 샘물을 들이킨다.
一日三往復(일일삼왕복) : 하루에 세 번 씩 왕복하면서
時節長不僣(시절장부참) : 시절마다 언제나 교만하지 않았다.
經成號聖僧(경성호성승) : 자신을 다스려 이루어 성승이라 불렸는데
弟子名揚難(제자명양난) : 제자를 양난이라 명명하였다.
誦此蓮花偈(송차련화게) : 이 연화의 게송을 외웠는데
數滿百億千(삭만백억천) : 그 수가 백억 천 개를 채웠다.
身壞口不壞(신괴구부괴) : 몸은 부서져도 입은 부서지지 않았으며
舌根如紅蓮(설근여홍련) : 혀는 붉은 연꽃 같았다.
顱骨今不見(로골금부견) : 해골은 지금 보이지 않지만
石函尙存焉(석함상존언) : 돌함에는 아직도 그것이 남아있다.
粉壁有吳畫(분벽유오화) : 가루 발린 집에는 오도자의 그림이 있었는데
筆彩依舊鮮(필채의구선) : 붓으로 그린 채색그림이 옛날처럼 선명하였다.
素屛有褚書(소병유저서) : 흰 병풍에는 저수량의 글씨가 있었는데
墨色如新乾(묵색여신건) : 먹빛이 금방 말라 버린 것 같았다.
靈境與異跡(령경여리적) : 신령한 경지와 이색적인 자취들
周覽無不殫(주람무부탄) : 두루 살려보아도 끝이 없었다.
一遊五晝夜(일유오주야) : 한 번 돌아다니면, 오 일 밤낮 다녔고
欲返仍盤桓(욕반잉반환) : 돌아가려하니 머뭇거려졌다.
我本山中人(아본산중인) : 나는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인데
誤爲時網牽(오위시망견) : 잘못 시대의 거물에 끌려들었다.
牽率使讀書(견률사독서) : 나를 끌고 와서 책을 읽게 하고
推挽令效官(추만령효관) : 나를 하여 관리가 되게 하였다.
旣登文字科(기등문자과) : 이미 문학으로 과거에 올라
又忝諫諍員(우첨간쟁원) : 욕되게도 간쟁하는 관리가 되었다.
拙直不合時(졸직부합시) : 졸렬하게 곧아서 시대에 맞지 않아
無益同素餐(무익동소찬) : 유익이 없으면서 녹만을 함께 먹었다.
以此自慚惕(이차자참척) : 이 때문에 스스로 부끄럽고 두려워
戚戚常寡歡(척척상과환) : 불안해하면서 항상 기뻐하는 일이 적었다.
無成心力盡(무성심력진) : 일은 이루지 못하면서 심력은 다하여
未老形骸殘(미노형해잔) : 늙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쇠약해졌다.
今來脫簪組(금내탈잠조) : 이제 비녀의 끈을 풀고 벼슬길에서 물러나니
始覺離憂患(시각리우환) : 비로소 근심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도다.
及爲山水遊(급위산수유) : 산수에 노닐게 되어
彌得縱疎頑(미득종소완) : 내게 소홀하고 완고함이 가득 하여도
野麋斷覇絆(야미단패반) :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됨을 끊어버렸다.
行走無拘攣(항주무구련) :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구속됨이 없어
池魚放入海(지어방입해) : 못 속의 물고기를 놓아 주어 바다로 들게 하였다.
一往何時還(일왕하시환) : 한 번 가면, 어느 때나 돌아오나
身著居士衣(신저거사의) : 몸에는 거사의 옷을 입고
手把南華篇(수파남화편) : 손에는 도덕경을 들고 돌아다녔다.
終故此山住(종고차산주) : 끝내는 고향의 이 산에 머물러 살며
永謝區中緣(영사구중연) : 영원히 이 땅 안의 인연에 감사한다.
我今四十餘(아금사십여) : 나는 이제 마흔 살이 되었지만
從此終身閑(종차종신한) :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한가로우리라.
若以七十期(야이칠십기) : 만약 칠십 살이 내 생애라면
猶得三十年(유득삼십년) : 여전히 삼십 년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白樂天詩集,卷六,閒適二)
절검두(折劍頭)-부러딘 칼 머리
拾得折劍頭(습득절검두) : 칼 부러진 머리 주웠는데
不知折之由(부지절지유) : 부러진 사유는 알 수 없구나.
疑是斬鯨?(의시참경예) : 혹은 고래를 잘랐나
不然則蛟?(불연칙교규) : 아니면 교룡을 잘랐을까.
缺落尼土中(결락니토중) :흙 속에 떨어져 있어
委棄無人收(위기무인수) : 버려둔 채, 줍는 사람 없구나.
我有鄙介性(아유비개성) :나는 지루한 고집 있어
好剛不好柔(호강불호유) :강직한 것 좋고 굽히는 것 싫도다.
勿輕直折劍(물경직절검) :곧아서 부서진 칼 얕보지 말라
猶勝曲全鉤(유승곡전구) : 굽혀서 온전한 갈구리보다 낫도다.
지반이수1(池畔二首1)-연못가에서
結構池西廊(결구지서랑) :못 서편에 행랑 짓고
疏理池東樹(소리지동수) : 동쪽의 나무들을 손질했다.
此意人不知(차의인부지) : 이러한 뜻 남들은 몰라
欲爲待月處(욕위대월처) : 달구경하는 곳으로 만들려한다.
주야증내(舟夜贈內)-배에서 밤에 아내에게-
三聲猿後垂鄕淚(삼성원후수향누) :세 마디 원숭이 울음소리 뒤엔 고향 눈물
一葉舟中載病身(일섭주중재병신) : 일엽편주 속에 병든 이 몸 싣고서
莫凭水窓南北望(막빙수창남배망) : 물가 창에 기대어 남북을 바라보지 말지니
月明月闇總愁人(월명월암총수인) :달이 밝아도, 어둑해도 사람을 근심케 합니다.
파약(罷藥)-복약을 그만 두며
自學坐禪休服藥(자학좌선휴복약) : 좌선을 배우고부터 복약을 그만두었더니
從他時復病沈沈(종타시복병침침) : 다른 때를 따라 다시 병이 심해진다.
此身不要全强健(차신부요전강건) : 이 몸이 완전히 강건해지기 바라지 않지만
强健多生人我心(강건다생인아심) : 강건함은 남과 나의 마음에서 생기는 법이라오.
백로(白鷺)-백거이(白居易)
人生四十未全衰(인생사십미전쇠) : 인생 사십은 완전히 늙음이 아닌데
我爲愁多白髮垂(아위수다백발수) : 나는 근심이 많아 백발이 드리웠구나.
何故水邊雙白鷺(하고수변쌍백노) :무슨 까닭으로 물가에 있는 두 마리 백로
無愁頭上亦垂絲(무수두상역수사) : 근심 없는 머리 위에도 흰 실이 드리웠나.
조경(照鏡)-거울에 비취보며
皎皎靑銅鏡(교교청동경) : 밝고 맑은 청동 거울
斑斑白絲?(반반백사빈) :얼룩덜룩 흰 실 같은 귀밑머리.
豈復更藏年(기부경장년) : 어찌해야 고쳐서 나이를 감출까
實年君不信(실년군불신) :실제 내 나이를 믿지 못하리라.
병가중남정한망(病假中南亭閑望)-병가 중에 남정에서 한가히
欹枕不視事(의침부시사) : 베개 베고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兩日門掩關(량일문엄관) : 이틀간 문짝에 빗장을 걸어두었다.
始知吏役身(시지리역신) : 이제야 알겠느니, 관리생활이 몸을 부려
不病不得閑(부병부득한) : 병이 나지 않고 한가롭지도 못하다는 것을
閑意不在遠(한의부재원) : 한가로운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고
小亭方丈間(소정방장간) : 이 작은 정자, 한 간의 방 안에 있는 것을
西簷竹梢上(서첨죽초상) : 서쪽 처마 밑, 대나무 가지 위를
坐見太白山(좌견태백산) : 태백산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遙媿峯上雲(요괴봉상운) : 아득히 부끄러워라, 봉우리 위 구름
對此塵中顔(대차진중안) : 구름을 마주보는 세속에 더렵혀진 내 얼굴이여
(白樂天詩集,卷五,閒適一)
감흥이수(感興二首)-느낌이 있어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내유) : 길흉화복은 오는 길이 있어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다만 깊이 알아야지 근심 말라.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윤택한 집 태우는 것 보나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낭복허주) : 풍랑을 속이 진 배를 엎지 못한다.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공기라, 많이 취하지 말라
利是身災合少求(리시신재합소구) : 이익은 몸의 재앙이라, 적게 함이 좋다.
雖異匏瓜難不食(수리포과난부식) :표주박과 달라, 굶기가 어려우나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대강 먹기 충분하면 일찍 쉬어야 한다.
주중만기(舟中晩起)-배 안에서, 저녁에 일어나
日高猶掩水窓眠(일고유엄수창면) : 해가 높이 솟아도 문 가리고 잠자고
枕簟淸涼八月天(침점청량팔월천) : 베개와 잠자리가 맑고 시원하니 팔월이라.
泊處或依沽酒店(박처혹의고주점) : 정박한 곳에서, 혹 술집에 머물러
宿時多伴釣魚船(숙시다반조어선) : 그곳에 묵으면서 자주 고깃배와 친구한다.
退身江海應無用(퇴신강해응무용) : 은퇴한 몸이라 강호에 쓰일 곳 없고
憂國朝廷自有賢(우국조정자유현) : 나랏일 걱정은 조정에 어진 사람 있으리라.
且向錢塘湖上去(차향전당호상거) : 장차 전당호로 올라가서
冷吟閒醉二三年(냉음한취이삼년) : 이삼 년간 냉정히 읊으며 한가히 취해보리라.
이도서문이수2(履道西門二首2)-이도서문에서
履道西門獨掩扉(이도서문독엄비) :이도 서문에 홀로 문을 가리고
官休病退客來稀(관휴병퇴객내희) :벼슬 그치고 병들어 물러나니 손님 드물다.
亦知軒冕榮堪戀(역지헌면영감련) : 높은 벼슬 그리워 할 만하다는 것도 알지만
其奈田園老合歸(기나전원노합귀) : 전원이 늙어서 돌아갈 곳임을 어쩌리오.
跋鼈難隨騏驥足(발별난수기기족) : 절뚝이 자라는 천리마의 다리를 따르기 어렵고
傷禽莫?鳳皇飛(상금막진봉황비) : 상처 난 새는 봉황새의 비상을 쫓아가지 못한다.
世間認得身人少(세간인득신인소) : 세상에는 자기 몸을 얻는 자가 드무니
今我雖愚亦庶幾(금아수우역서기) :이제 나는 비록 어리석어도 도에 가까우리라.
도중감추(途中感秋)-길 가다 가을은 느껴
節物行搖落(절물항요낙) :철 따라 만물은 더욱 요락해 가고
年顔坐變衰(연안좌변쇠) : 나이 따라 얼굴빛도 절로 변하여 쇠락한다.
樹初黃葉日(수초황섭일) : 나무에 처음 누런 잎 지는 날
人欲白頭時(인욕백두시) : 사람도 백발이 되어가는 때이로구나.
鄕國程程遠(향국정정원) : 고향 가는 길마다 아득하고
親朋處處辭(친붕처처사) : 친구들은 곳곳에서 떠나가는구나.
唯憐病與老(유련병여노) :오직 가련한 것은, 병들고 늙어감이
一步不相離(일보부상리) : 한 걸음도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로다.
추모교거서회(秋暮郊居書懷)-늦가을 교외에서 회포를 적다
郊居人事少(교거인사소) : 교외에 다니는 사람 적고
晝臥對林巒(주와대림만) : 낮에는 누워서 숲 가득한 산을 본다.
窮巷厭多雨(궁항염다우) : 궁핍한 골목길에 내리는 비 싫고
貧家愁早寒(빈가수조한) : 가난한 집안에 이른 추위 걱정된다.
葛衣秋未換(갈의추미환) : 갈포 옷을 가을에도 못 바꿔 입고
書卷病仍看(서권병잉간) : 서책은 병들어도 여전히 읽고 있노라.
若問生涯計(야문생애계) :앞으로의 생애의 대책을 문는다면
前溪一釣竿(전계일조간) : 앞개울에 낚싯줄이나 드리고 살리라.
동초주숙이수1(冬初酒熟二首1)-초겨울, 술은 익어가는데
霜繁脆庭柳(상번취정류) : 서리 자주 내리자 뜰의 버들 시들고
風利剪池荷(풍리전지하) :바람 매서워지자 연못의 연꽃이 꺾인다.
月色曉彌苦(월색효미고) : 달빛은 새벽이 되니 더욱 괴롭고
鳥聲寒更多(조성한경다) : 새소리는 차가워지니 더욱 시끄럽다.
秋懷久寥落(추회구요낙) : 가을의 마음 늘 서글퍼지는데
冬計又如何(동계우여하) : 겨울 대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一甕新醅酒(일옹신배주) : 한 독에 가득한 새로 빚은 술빛이
萍浮春水波(평부춘수파) : 마름 떠다니는 봄 연못 물결 같구나.
동초주숙이수2(冬初酒熟二首2)-초겨울, 술은 익어 가는데
酒熟無來客(주숙무내객) :술이 익어도 찾아오는 손님 없어
因成獨酌謠(인성독작요) : 혼자 마시고 노래 부르게 되었구나.
人間老黃綺(인간노황기) : 인간세계 늙어가는 하황공과 기리계
地上散松喬(지상산송교) : 지상에 내려온 적송자와 왕자교이로다.
忽忽醒還醉(홀홀성환취) : 문득문득 깨었다가 다시또 취하고
悠悠暮復朝(유유모복조) : 편안하게 밤에도 낮에도 취하리라.
殘年多少在(잔년다소재) : 남은 인생 얼마간 살아있을 동안을
盡付此中銷(진부차중소) : 술마시고 취하며 모든 날을 삭이리라.
(白樂天詩後集,卷十三,律詩)
야량(夜涼)-밤은 차가운데
露白風淸庭戶涼(노백풍청정호량) : 흰 이슬, 맑은 바람, 싸늘한 뜰
老人先著夾衣裳(노인선저협의상) :늙은이가 가장 먼저 겹옷 입는다.
舞腰歌袖抛何處(무요가수포하처) : 무희와 가수들 어디에 버려두고
唯對無絃琴一張(유대무현금일장) :다만 줄 없는 거문과를 바라 본 뿐.
숙죽각(宿竹閣)-죽각에 묵으며
晩坐松檐下(만좌송첨하) : 저녁에 소나무 처마 아래 앉고
宵眠竹閣間(소면죽각간) : 밤에는 죽각 사이에서 잠을 잔다.
淸虛當服藥(청허당복약) : 청허한 마음은 선약을 복용함 같고
幽獨抵歸山(유독저귀산) : 그윽한 기분은 산으로 돌아온 것 같아라.
巧未能勝拙(교미능승졸) :재치는 졸렬함을 이길 수 없고
忙應不及閒(망응부급한) : 바쁜 것은 한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無勞別修道(무노별수도) :따로 도를 닦으려 수고할 필요 없으니
卽此是玄關(즉차시현관) : 이것에 이르면 곧, 현묘한 경지가 되니라.
(白樂天詩集,卷二十,律詩)
사십오(四十五)-마흔 다섯 살
行年四十五(항년사십오) : 내 나이 이미 마흔 다섯
兩鬢半蒼蒼(량빈반창창) : 두 귀밑머리 반백이 되었다.
淸瘦詩成癖(청수시성벽) : 성격이 말쑥하고 작시가 버릇되어
粗豪酒放狂(조호주방광) : 억세고 거칠어 취하면 광태로다.
老來猶委命(노내유위명) : 늙어서는 오히려 천명에 맡기고
安處卽爲鄕(안처즉위향) : 편안히 처할 곳은 고향이로라.
或擬廬山下(혹의려산하) : 혹 여산 기슭쯤에다가
來春結草堂(내춘결초당) : 봄이면 초당이나 엮어 볼까한다.
(白樂天詩集,卷十六,律詩)
장안조춘려회(長安早春旅懷)-이른 봄날 장안에서 나그네 회포
軒車歌吹喧都邑(헌거가취훤도읍) : 수레와 노랫소리로 장안이 시끄러운데
中有一人向隅立(중유일인향우립) : 그 가운데 구석 향해 서있는 한 사람 있다.
夜深明月卷簾愁(야심명월권렴수) : 깊은 밤, 달은 밝은데 주렴 걷으니 수심 겹고
日暮靑山望鄕泣(일모청산망향읍) : 해 저무는 청산에서 고향 바라보며 눈물 흘린다.
風吹新綠草芽?(풍취신녹초아탁) : 신록에 바람 부니 풀싹이 트고
雨灑輕黃柳條濕(우쇄경황류조습) : 가볍게 뿌리는 비에 연둣빛 버들가지 물오른다.
此生知負少年春(차생지부소년춘) : 이 몸은 젊의 봄날을 저버린 것을 알았나니
不展愁眉欲三十(부전수미욕삼십):근심스런 눈썹 펴지 못한 채로 삼십 년이 되어간다.
강남송북객(江南送北客)-강남에서 북객을 보니며
故園望斷欲何如(고원망단욕하여) : 고향을 바라봐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하나
楚水吳山萬里餘(초수오산만리여) :초나라 강물과 오나라 산이 만여 리나 막혔도다.
今日因君訪兄弟(금일인군방형제) : 오늘 그대가 내 형제 찾아간다니
數行鄕淚一封書(삭항향누일봉서):몇 줄기 흐르는 향수의 눈물로 한 장의 편지를 쓴다.
(白樂天詩集,卷十三,律詩)
연자루삼수1(鷰子樓三首1)-연자루에서
滿窓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 달빛,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찬 이불 꺼져가는 등잔, 떨치고 잠에 든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연자루 안에서의 십일월의 밤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가을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길기만 하다.
연자루삼수2(鷰子樓三首2)-연자루에서
鈿暈羅衫色似煙(전훈나삼색사연) : 흐릿한 금비녀와 비단 적삼 색깔이 연기 같아
幾回欲著卽潛然(기회욕저즉잠연) : 몇 번인가 입어보려 하나 곧 눈물만 흘러내린다.
自從不舞霓裳曲(자종부무예상곡) : 예상곡으로 춤추지 않은 채로
疊在空箱十一年(첩재공상십일년) : 빈 옷장에 쌓아둔 지가 이미 십일 년이 되었도다.
연자루삼수3(鷰子樓三首3)-연자루에서
今春有客洛陽回(금춘유객낙양회) : 금년 봄, 낙양에서 돌아온 나그네
曾到尙書墓上來(증도상서묘상내) :언젠가 장상서의 무덤을 찾아 갔었단다.
見說白楊堪作柱(견설백양감작주) : 무덤의 백양목이 기둥 삼을 만하다 하니
爭敎紅粉不成灰(쟁교홍분부성회) :아름다운 그 얼굴이 다 시들지 않았으리요.
구중유일사이수(丘中有一士二首)-산속에 숨어사는 선비 한 분
丘中有一士(구중유일사) : 산 속에 한 선비 있어
守道歲月深(수도세월심) : 도를 지키며 세월이 깊어간다.
行披帶索衣(항피대색의) :다닐 때는 새끼줄 옷을 입고
坐拍無絃琴(좌박무현금) : 앉아서는 줄 없는 거문고를 탄다.
不飮濁泉水(부음탁천수) : 탁한 샘물은 마시지 않고
不息曲木陰(부식곡목음) : 굽은 나무 그늘에는 쉬지 않았다.
所逢苟非義(소봉구비의) : 만나는 일이 진실로 의롭지 않으면
糞土千黃金(분토천황금) : 천량의 황금도 분토같이 여긴다.
鄕人化其風(향인화기풍) : 마을 사람들이 그의 풍교에 감화되고
薰如蘭在林(훈여난재림) : 향기는 난초가 숲에 있는 것 같았다.
智愚與强弱(지우여강약) : 지자와 우자, 강자와 약자가
不忍相欺侵(부인상기침) :서로 차마 속이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我欲訪其人(아욕방기인) : 내가 그 사람을 찾아보려고 하여
將行復沈吟(장항복침음) : 길을 나섰다가는 다시 주저하고 망설였다.
何必見其面(하필견기면) : 어찌 반드시 그 얼굴을 보아야 하는가.
但在學其心(단재학기심) : 다만 그이 마음만을 배우는데 있는 것이다.
구중유일사이수(丘中有一士二首)-산속에 숨어사는 선비 한 분
丘中有一士(구중유일사) : 산 속에 한 선비 있어
不知其姓名(부지기성명) : 그 성명을 알지 못한다.
面色不憂苦(면색부우고) :얼굴에 근심과 고통이 없고
血氣常和平(혈기상화평) : 혈기는 항상 화평하였다.
每選隙地居(매선극지거) : 매일 한적한 곳을 가려 살고
不?要路行(부답요노항) : 벼슬길은 절대로 밟지 않았다.
擧動無尤悔(거동무우회) : 거동에는 잘못이나 후회가 없고
物莫與之爭(물막여지쟁) : 물질에는 그들과 다투지 않았다.
藜藿不充腸(여곽부충장) : 명아주나 콩잎으로도 배를 채우지 않고
布褐不蔽形(포갈부폐형) :베옷이나 갈포로도 몸을 가리지 못했다.
終歲守窮餓(종세수궁아) :평생토록 궁핍과 굶주림을 지키고
而無嗟歎聲(이무차탄성) : 탄식하는 소리가 전혀 없었다.
豈是愛貧賤(개시애빈천) :어찌 곧 가난과 천함을 좋아해서인가
深知時俗情(심지시속정) : 속세의 정을 깊이 알아서 이리라.
勿矜羅弋巧(물긍나익교) : 그물이나 주살에 익숙하다 자랑마라
鸞鶴在冥冥(난학재명명) :난새나 학이 넓은 세상을 날고 있단다.
채지황자(采地黃者)-지황을 캐는 사람
麥死春不雨(맥사춘부우) : 봄에 가물어 보리가 죽고
禾損秋早霜(화손추조상) : 가을 이른 서리에 벼농사 망쳤단다.
歲晏無口食(세안무구식) : 세모에 입에 먹을 것이 전혀 없어
田中采地黃(전중채지황) :밭에서 지황을 캐고 있단다.
采之將何用(채지장하용) : 그것을 캐어서 어디에 쓰느냐 하니
持以易?糧(지이역후량) : 그것을 가져다 양식과 바꾼단다.
凌晨荷鋤去(능신하서거) : 새벽에 호미 메고 나가서
薄暮不盈筐(박모부영광) : 저녁 되어도 광주리를 못 채운단다.
攜來朱門家(휴내주문가) : 붉은 대문 집에 가지고 가서
賣與白面郎(매여백면낭) :희멀건 도령에게 팔아버린단다.
與君啖肥馬(여군담비마) : 도령은 살찐 말에게 먹이어
可使照地光(가사조지광) : 땅에 광택이 비치도록 하더란다.
願易馬殘粟(원역마잔속) :바라기를, 말먹이고 남은 곡식 주어서
救此苦飢腸(구차고기장) : 그렇게 쓰리고 주린 창자를 구해달란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송재자제(松齋自題)-송재에 제하여
非老亦非少(비노역비소) : 늙지도 젊지도 않았으니
年過三紀餘(년과삼기여) : 나이가 서른여섯 살이 지났다.
非賤亦非貴(비천역비귀) : 천하지도 귀하지도 않으니
朝登一命初(조등일명초) :조정에 올라 처음 임명받은 초기
才小分易足(재소분역족) : 재능이 적어 분수에 만족하기 쉽고
心寬體長舒(심관체장서) :마음이 너그러워 몸이 늘 편하다.
充腸皆美食(충장개미식) : 배만 채우면 모두가 맛있는 음식이요
容膝卽安居(용슬즉안거) : 두릅만 들여놓으면 편안한 거처이다.
況此松齋下(황차송재하) : 하물이 나의 서재인 송재 아래서
一琴數帙書(일금삭질서) : 거문고 하나와 몇 질의 책이 있음에야.
書不求甚解(서부구심해) :책을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琴聊以自娛(금료이자오) : 거문고도 적당히 스스로 즐긴다.
夜直入君門(야직입군문) : 밤에는 당직서려 대궐에 들고
晩歸臥吾廬(만귀와오려) : 저녁에는 돌아와 내 집에 눕는다.
形骸委順動(형해위순동) : 신체는 섭리에 맡겨 움직이고
方才付空虛(방재부공허) :마음은 공허한 곳에 붙여놓는다.
持此將過日(지차장과일) : 이러한 태도 지키며 장차 날을 보내면
自然多晏如(자연다안여) : 자연히 마음 편한 날이 많아진다.
昏昏復黙黙(혼혼복묵묵) : 혼미한 듯, 또는 말 못하는 듯 하나
非智亦非愚(비지역비우) : 지혜롭지 않고, 또한 어리석지도 않도다.
출부귀오려(出府歸吾廬)-관청을 나와 내 집에 돌아와
出府歸吾廬(출부귀오려) : 관청을 나와 집에 돌아오니
靜然安且逸(정연안차일) : 고요하여 편안하고 한가롭구나.
更無客干謁(경무객간알) : 게다가 만자자고 오는 손님도 없고
時有僧問疾(시유승문질) : 때로 병문안 오는 승려가 있다.
家僮十餘人(가동십여인) : 사내 종 십여 명이 있고
櫪馬三四匹(력마삼사필) : 마구간에는 서너 필의 말이 있다.
慵發經旬臥(용발경순와) : 게을러지면 열흘을 누워있고
興來連日出(흥내련일출) : 흥겨우면 며칠 동안 나가논다.
出遊愛何處(출유애하처) : 나아가 놀 때면 어느 곳을 좋아하는가.
嵩碧伊瑟瑟(숭벽이슬슬) : 숭산의 푸름이 그렇게 보석 같다.
況有淸和天(황유청화천) : 하물며 맑고도 따뜻한 날씨
正當疎散日(정당소산일) : 마침 한가로운 달이라면 어떠하리오.
身閒自爲貴(신한자위귀) : 몸이 한가하면 절절로 고귀해지니
何必居榮秩(하필거영질) : 어찌 반드시 영화를 누리는 지위에 있어야 할까.
心足卽非貧(심족즉비빈) : 마음이 흡족하면 가난하지 않나니
豈唯金滿室(개유금만실) : 어찌 오직 황금을 집안에 가득히 채워야 할까.
吾觀權勢者(오관권세자) : 내가 권세 있는 자를 살펴보니
苦以身徇物(고이신순물) : 고통스럽게 자신을 물질을 따르게 한다.
炙手外炎炎(자수외염염) : 손에 불 쪼이고 밖으로는 기세가 타오르지만
履冰中慄慄(이빙중률률) : 얼음을 밟은 듯이 마음속으로 떨고 있다.
朝飢口忘味(조기구망미) : 아침에는 배고파도 입맛을 잃었고
夕惕心憂失(석척심우실) : 저녁에는 마음속으로 잃을까 걱정한다.
但有富貴名(단유부귀명) : 다만 부귀의 이름만 있을 뿐이지
而無富貴實(이무부귀실) : 부귀의 실속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대학(代鶴)-학을 대신하여
我本海上鶴(아본해상학) : 나는 본래 바닷가 학이었는데
偶逢江南客(우봉강남객) : 우연히 강남 나그네를 만났다네.
感君一顧恩(감군일고은) : 황제의 한 번 베푼 은혜에 감격하여
同來洛陽陌(동내낙양맥) : 함께 낙양의 거리로 왔었다네.
洛陽寡族類(낙양과족류) : 낙양에는 나와 동류가 드물어
皎皎唯兩翼(교교유량익) : 교교히 두 날개만 가졌을 뿐이었다.
貌是天與高(모시천여고) : 모습은 곧 하늘과 같이 고고하고
色非日浴白(색비일욕백) : 몸은 햇빛을 받지 않아 희기만 하였다.
主人誠可戀(주인성가련) : 주인을 참으로 그리워했지만
其奈軒庭窄(기나헌정착) : 집과 뜰이 좁은 것을 어찌하리오.
飮啄雜雞羣(음탁잡계군) : 먹고 쪼이며 닭의 무리들에 섞여 살다가
年深損標格(년심손표격) : 나이가 많아지며 품격만 손상당하였다.
故鄕渺何處(고향묘하처) : 고향은 아득한 어느 곳인가
雲水重重隔(운수중중격) : 구름과 물가로 겹겹이 막히었도다.
誰念深籠中(수념심농중) :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깊은 조롱 안에서
七換摩天翮(칠환마천핵) : 하늘 나는 날갯죽지 일곱 번이나 바뀔 것을.
양졸(養拙)-바보처럼 살리라
鐵柔不爲劍(철유부위검) : 쇠가 휘면 칼이 될 수 없고
木曲不爲轅(목곡부위원) : 나무가 굽으면 멍에가 될 수 없다.
今我亦如此(금아역여차) : 이제 나도 이와 같으니
愚蒙不及門(우몽부급문) : 어리석고 몽매하여 입문도 못하는구나.
甘心謝名利(감심사명리) : 마음에 달갑게 명예와 이익 버리고
滅跡歸丘園(멸적귀구원) : 자취를 숨겨 전원으로 돌아가리라.
坐臥茅茨中(좌와모자중) : 초가집에 앉았다가 누웠다 하면서
但對琴與樽(단대금여준) : 오로지 거문고와 술을 마주보며 살리라.
身去韁鏁累(신거강쇄누) : 몸은 고삐의 얽음에서 벗어나고
耳辭朝市喧(이사조시훤) : 귀는 조정과 거리의 소란함을 떠났다.
逍遙無所爲(소요무소위) : 자유롭게 거닐며 억지로 하는 일 없이
時窺五千言(시규오천언) : 때때로 노자의 오천 마디 글을 살피며
無憂樂性場(무우낙성장) : 근심 없이 본성의 바탕을 즐기며
寡慾淸心源(과욕청심원) : 욕심을 줄여서 마음의 근원을 맑게 하리라.
始知不才者(시지부재자) : 이제야 알았노라, 재주 없는 사람이라야
可以探道根(가이탐도근) : 진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내(贈內)-아내에게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 살아서는 같은 방의 친구 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 죽어서는 같은 무덤 흙먼지 되겠소.
他人尙而勉(타인상이면) : 남들도 높여주고 노력하거늘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 하물며 그대와 내에 있어서야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 검루는 정말로 궁핍한 선비였으나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 아내는 어질어 그들의 가난을 잊었소.
冀缺一農夫(기결일농부) : 기결은 한 사람의 농부이었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 아내는 공경하여 손님처럼 공손했소.
陶潛不營生(도잠부영생) : 도잠은 생계를 도모하지 못했으나
翟氏自爨薪(적씨자찬신) : 아내 적씨가 스스로 살림을 꾸렸었소.
梁鴻不肯仕(양홍부긍사) : 양홍은 기꺼이 벼슬살이 하지 않았으나
孟光皯布裙(맹광간포군) : 아내 맹광은 무명치마 옷에 만족하였소.
君雖不讀書(군수부독서) : 당신은 비록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 이 일들을 또한 귀로는 들었겠지요.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 천 년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 이들이 어떠한 사람으로 전해 졌는가.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 사람이 태어나 살아있을 동안
不能忘其身(부능망기신) :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없을 것이요.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 필요한 것은 의복과 음식일 것이니
不過飽與溫(부과포여온) : 배불리고 몸을 따뜻이 할 뿐이라오.
蔬食足充飢(소식족충기) : 채소를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있으니
何必膏粱珍(하필고량진) : 어찌 반드시 고기와 쌀이 기름져야 하리오.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 무명 솜으로 추위를 막으면 족하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 어찌 반드시 비단옷에 무늬에 있어야 하리오.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 당신 집에 가훈이 있는데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 청렴과 결백을 자손에게 남기라 하였지요.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 나도 정절을 지키는 근면한 선비인지라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 당신과 새로 혼인을 맺었었지요.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 바라건대, 가난과 소박함을 지키어
偕老同欣欣(해노동흔흔) : 해로하며 함께 즐겁게 살았으면 하지요.
효도잠체시3(效陶潛體詩3)-도잠의 시체를 본받아
朝飮一杯酒(조음일배주) : 아침에 술 한 잔 마시니
冥心合元化(명심합원화) : 그윽한 마음이 천지조화에 맞는다.
兀然無所思(올연무소사) : 홀로 우뚝이 하여 다른 생각 없어
日高尙閒臥(일고상한와) : 해가 높이 떠올라도 한가하게 누웠다.
暮讀一卷書(모독일권서) : 저물어 한 권의 책 읽어보니
會意如嘉話(회의여가화) : 기쁜 대화 나누듯 마음이 흡족하다.
欣然有所遇(흔연유소우) : 만날 사람 생긴 듯이 뿌듯하여
夜深猶獨坐(야심유독좌) : 밤이 깊어가도 여전히 홀로 앉았다
又得琴上趣(우득금상취) : 또 거문고의 흥취를 느끼어
按絃有餘暇(안현유여가) : 거문고 줄을 누르니 한가로워라.
復多詩中狂(복다시중광) : 시에 미친 광기가 다시 생기어
下筆不能罷(하필부능파) :붓 들어 휘갈기니 그칠 줄을 모른다.
唯茲三四事(유자삼사사) :오직 이러한 서너 가지일
持用度晝夜(지용도주야) : 이 일들로 밤낮을 지내노라.
所以陰雨中(소이음우중) : 그리하여 장맛비 속에서
經旬不出舍(경순부출사) : 십 여일을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始悟獨住人(시오독주인) : 이제야 알았네,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 마음 편안하게 세월도 지나가는 것임을.
자제사진(自題寫眞)-초상화에 스스로 글을 짓다
我貌不自識(아모부자식) : 내 모습을 내가 모르는데
李放寫我眞(이방사아진) : 이방이 초상화를 그려주었구나.
靜觀神與骨(정관신여골) : 신기와 골격을 가만히 살피니
合是山中人(합시산중인) : 산 속에 사는 사람이 분명하다.
蒲柳質易朽(포류질역후) : 갯버들 체질이라 썩기가 쉽고
麋鹿心難馴(미녹심난순) : 사슴 같은 마음이라 길들이기 어려워.
何事赤墀上(하사적지상) : 무슨 일로 대궐에 올라와
五年爲侍臣(오년위시신) : 오 년간을 황제 모신 신하되었나.
況多剛狷性(황다강견성) : 하물며 고집과 고지식함이 많아
難與世同塵(난여세동진) :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라.
不惟非貴相(부유비귀상) : 귀골의 인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但恐生禍因(단공생화인) : 화를 초래할 원인이 될까 두려워라.
宜當早罷去(의당조파거) : 마땅히 일찍 파직하고 물러나
收取雲泉身(수취운천신) : 산과 물에 사는 처신을 택하여라.
방언(放言)-거리낌 없이 말하다
泰山不要欺毫末(태산부요기호말) :태산은 털끝만한 것을 속일 필요 없고
顔子無心羨老彭(안자무심선노팽) : 안자는 노팽을 부러워할 마음 전혀 없으리라.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 : 소나무는 천 년을 살아도 끝내는 썩어버리고
槿花一日自爲榮(근화일일자위영) : 무궁화는 하루를 피어도 스스로 영화를 누린다.
何須戀世常憂死(하수련세상우사) :어찌 현세에 연연하여 항상 죽음을 근심하나
亦莫嫌身漫厭生(역막혐신만염생) : 또한 육신을 혐오하여 삶을 함부로 싫어 말라.
生去死來都是幻(생거사내도시환) : 살고 죽고 가고 오는 일 모두가 환상인 것을
幻人哀樂繫何情(환인애낙계하정) : 환상에 사는 인간의 애락이 어떤 마음에 매였나.
남호조춘(南湖早春)-남쪽 호수의 이른 봄
風廻風斷雨初晴(풍회풍단우초청) : 바람 불어 구름 흩어져 비 처음 개이니
返照湖邊暖復明(반조호변난복명) : 반사하는 석양에 호수는 따뜻하고 밝아진다.
亂點碎紅山杏發(난점쇄홍산행발) :부서진 붉은 잎이 어지러운 곳에 산 살구 피고
平鋪新綠水蘋生(평포고녹수빈생) : 신록이 평평하게 깔린 곳에 마름풀이 자란다.
翅低白雁飛仍重(시저백안비잉중) : 날개 처진 흰 기러기 날기가 무겁고
舌澁黃鸝語未成(설삽황리어미성) : 혀놀림 부자유한 꾀꼬리 말소리가 서투르다.
不道江南春不好(부도강남춘부호) : 강남 봄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 않으나
年年衰病減心情(년년쇠병감심정) : 해마다 노쇠하고 병들어 흥겨운 마음 줄어든다.
歌舞(가무) -그들만의 노래, 그들만의 춤-백거이(白居易)
秦城歲云暮(진성세운모) : 서울에 해 저문다 하는데
大雪滿皇州(대설만황주) : 성 안에는 큰 눈이 내린다.
雪中退朝者(설중퇴조자) : 눈 내리는데 퇴궐하는 사람들
朱紫盡公侯(주자진공후) : 홍색 자주색 옷, 모두가 고관들
貴有風雪興(귀유풍설흥) : 귀족에게는 눈과 바람에도 흥취 있고
富無饑寒憂(부무기한우) : 부자들은 춥고 배고픔일 전혀 없구나.
所營唯第宅(소영유제택) : 하는 일이란 오로지 저택에 사는 것
所務在追遊(소무재추유) : 힘쓰는 일이란 향락을 구하는 일이다.
朱門車馬客(주문거마객) : 붉은 대문에는 마차 탄 손님들
紅燭歌舞樓(홍촉가무루) : 등불 밝혀놓고 노래하고 춤추는 누각
歡酣促密坐(환감촉밀좌) : 환락에 도취되어 가까이 다가앉고
醉暖脫重裘(취난탈중구) : 취기 오르자, 열기에 겹 가죽옷 벗어버린다.
秋官爲主人(추관위주인) : 추관이 주인인데
廷尉居上頭(정위거상두) : 정위가 상좌에 앉았다
日中爲樂飮(일중위락음) : 대낮부터 음주를 즐기어
夜半不能休(야반불능휴) : 밤이 깊어도 그칠줄 모른다.
豈知閿鄕獄(기지문향옥) : 어찌 알까, 문향 감옥의 일들
中有凍死囚(중유동사수) : 그 곳에서 얼어 죽는 죄수가 있음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不致仕(불치사)-물러나지 않는 관리들-白居易(백거이)
七十而致仕(칠십이치사) : 일흔이면 관직에서 물러나라
禮法有明文(례법유명문) : 예법에 분명히 적혀 있도다.
何乃貪榮者(하내탐영자) : 어찌하여 영화를 탐하는 자들은
斯言如不聞(사언여불문) : 이 말을 못 들은 척 하는구나.
可憐八九十(가련팔구십) : 가련하다, 팔구십 살이 다 되어
齒墮雙眸昏(치타쌍모혼) : 이 빠지고 두 눈동자 흐려져도
朝露貪名利(조로탐명리) : 아침 이슬 처지로도 명예와 이익 탐하고
夕陽憂子孫(석양우자손) : 지는 해 처지에서 자손을 근심하는구나.
掛冠顧翠緌(괘관고취유) : 걸어둔 관끈을 돌아보고
懸車惜朱輪(현거석주륜) : 매어둔 수레 바퀴 아까워한다.
金章腰不勝(금장요불승) : 허리에 찬, 금 인장 무게도 감당 못하여
傴僂入宮門(구루입군문) : 곱사등이 모습으로 입궐한다네.
誰不愛富貴(수불애부귀) : 누가 부귀를 싫어하고
誰不戀君恩(수불련군은) : 임금의 은총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年高須告老(년고수고로) : 늙으면 마땅히 늙음을 고하고
名遂合退身(명수합퇴신) : 명예를 얻었으면 물러나야 마땅하네.
少時共嗤誚(소시공치초) : 젊을 때는 같이 비웃어 놓고
晩歲多因循(만세다인순) :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른다.
賢哉漢二疏(현재한이소) : 어질구나, 한의 소광과 소수여
彼獨是何人(피독시하인) : 그들은 곧 어떠한 사람이었던가.
寂寞東門路(적막동문로) : 적막하다, 동문 밖 길이여
無人繼去塵(무인계거진) : 아무도 속된 풍속 없애지 못하다니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早秋獨夜(조추독야)-초가을 외로운 밤에 -白居易(백거이)
井梧凉葉動(정오량엽동) : 우물가 오동나무, 서늘한 잎 나부끼고
隣杵秋聲發(인저추성발) : 이웃집 다듬질은 가을 소리를 낸다.
獨向簷下眠(독향첨하면) : 홀로 처마 향해 잠들어 있다가
覺來半牀月(각래반상월) : 깨어보니 평상에는 달빛이 반쯤 들었다.
商山路有感(상산로유감)-상산 가는 길에-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연시시유수(燕詩示劉叟)-제비른 노래한 시를 유노인에게 보이l며
梁上有雙燕(양상유쌍연) : 들보 위에 한 쌍의 제비 있어
翩翩雄與雄(편편웅여웅) : 펄럭펄럭 암수가 함께 나는구나.
銜泥兩椽間(함니양연간) : 흙 물어다 두 서까래 사이에 집 지어
一巢生四兄(일소생사형) : 한 둥지에 네 형제가 살았다.
四兒日夜長(사아일야장) : 네 마리 새끼 밤낮으로 자라는데
索食聲孜孜(색식성자자) : 먹이 달라고 서로가 짹짹거린다.
靑蟲不易捕(청충불이포) : 푸른 벌레 쉽게 잡을 수 없어
黃口無飽期(황구무포기) : 새끼들은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다.
嘴爪雖欲弊(취조수욕폐) : 부리와 발톱이 다 닳아져도
心力不知疲(심력부지피) : 마음의 힘으로 피곤한 줄 몰랐다.
須臾十來往(수유십래왕) : 잠깐 동안에도 열 번을 왕래하는 것은
猶恐巢中饑(유공소중기) : 둥지의 새끼가 굶주릴까 걱정되어서라.
辛勤三十日(신근삼십일) : 고생하고 부지런히 보낸 삼십 일에
母瘦雛漸肥(모수추점비) : 어미는 야위고 새끼는 저점 비대해졌다.
喃喃敎言語(남남교언어) : 지저귀며 말을 가르쳐주고
一一刷毛衣(일일쇄모의) : 하나하나 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一旦羽翼成(일단우익성) : 어느 날 아침에 날개가 생기니
引上庭樹枝(인상정수지) : 뜰의 나무의 가지 위로 끌어 올렸다.
擧翅不回顧(거시불회고) : 날개를 펴고 돌아보지도 않고.
隨風四散飛(수풍사산비) : 바람 따라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雌雄空中鳴(자웅공중명) : 암수 한 쌍의 어미 새가 공중에서 울면서
聲盡呼不歸(성진호불귀) : 소리가 다하도록 불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卻入空巢裏(각입공소리) : 문득 빈 둥지 속에 들어와
啁啾終夜悲(조추종야비) : 찍찍 짹짹 밤새도록 슬피 울었다.
燕燕爾勿悲(연연이물비) : 제비여, 제비여, 슬퍼 말아라.
爾當返自思(이당반자사) : 너희들도 마땅히 돌이켜 스스로 생각 봐라.
思爾爲雛目(사이위추목) : 너희를 생각해보면, 너희도 새끼 되어서
高飛背母時(고비배모시) : 공중 높이 날아가 버리고 어버이를 때를
當時父母念(당시부모념) :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의 심정을
今日爾應知(금일이응지) : 오늘에야 너희도 반드시 알 것이니라.
초당초성우제동벽(草堂初成偶題東壁)-초당이 처음 지어져 동쪽 벽에 쓰다
日高眠足猶慵起(일고면족유용기) : 해 높이 돋도록 잠자도 늦어 일어나고
小閣重衾不怕寒(소각중금불파한) : 초당의 두꺼운 이불로 추위를 몰랐다.
遺愛寺鐘欹枕聽(유애사종의침청) : 유애사 종소리, 베개머리에서 듣고
香爐蜂雪撥簾看(향로봉설발렴간) : 향로봉 눈, 발 걷고 바라본다.
匡廬便是逃名地(광여편시도명지) : 광려 땅은 곧 숨어살기 좋은 곳
司馬仍爲送老官(사마잉위송노관) : 사마의 벼슬이 내 노년 벼슬살이로다.
心泰身寧是歸處(심태신녕시귀처) : 마음과 몸 편안하면 내 살 곳인데
故鄕何獨在長安(고향하독재장안) : 고향이 어찌 서울에만 있어야 하는가.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고원의 풀을 시로 읊어 송별하다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 무성한 언덕 위의 들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 한 해에 한 번씩 나고 시든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 들불에 타도 다 하지 않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난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 멀리 뻗힌 풀은 오래된 길을 덮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 맑은 풀빛은 거친 옛 성터에 어린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 다시 그대를 보내어 전송하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마음 가득하다.
숙장정역(宿樟亭驛)-장정역에 묵으며-백거이(白居易)
夜半樟亭驛(야반장정역) : 밤 깊은 장정역에는
愁人起望鄕(수인기망향) : 수심 겨운 사람 일어나 고향 바라본다.
月明何所見(월명하소견) : 밝은 달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湖水白茫茫(호수백망망) : 호수에 가득한 물은 희고도 망망하구나.
야우(夜雨)-밤비-백거이(白居易)
早蛩啼復歇(조공제복헐) : 철 이른 귀뚜라미 울다 그치고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 : 아물거리는 등불 꺼졌다 밝아진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 창 너머로 밤비가 내렸는가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 : 파초에 먼저 듣는 소리 들려온다.
지창(池窓)-못가 창문에서-백거이白居易
池晩蓮芳謝(지만연방사) : 연꽃 향기 이우는 연못가의 저녁
窓秋竹意深(창추죽의심) : 창밖은 가을이라, 대나무도 유정하다
更無人作伴(갱무인작반) : 친구 삼을 사람도 다시 아무도 없어
唯對一彈琴(유대일탄금) : 오직 거문고 하나만을 마주하고 있다.
속고시십수[2](續古詩十首[2])-속고시십수2-백거이(白居易)
掩淚別鄕里(엄누별향리) : 눈물을 가리고 고향을 떠나
飄颻將遠行(표요장원항) : 쓸쓸히 장차 먼 곳으로 가려네
茫茫綠野中(망망녹야중) : 아득하고 푸른 들판 속
春盡孤客情(춘진고객정) : 봄도 다 지난 외로운 나그네 심정
驅馬上丘隴(구마상구롱) : 말을 몰아 언덕을 오르니
高低路不平(고저노부평) : 높고 낮아 길은 평탄치 않도다
風吹棠梨花(풍취당리화) : 바람이 해당화와 배꽃에 불고
啼鳥時一聲(제조시일성) : 때때로 새들도 울어댄다
古墓何代人(고묘하대인) : 이 옛무덤은 어느 시대 사람의 무덤인지
不知姓與名(부지성여명) : 그 성명도 알지 못 하겠네
化作路傍土(화작노방토) : 길가의 한 줌 흙으로 변하여
年年春草生(년년춘초생) : 해마다 봄풀만 돋아나는구나
感彼忽自悟(감피홀자오) : 이에 느껴워 문득 저절로 생각나네
今我何營營(금아하영영) :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만망(晩望)-저물녘에 -백거이(白居易)
江城寒角動(강성한각동) : 강 언덕에 차가운 피리소리 들려오고
沙州夕鳥還(사주석조환) : 모래섬에 저녁 새 둥지 찾아 돌아온다.
獨在高亭上(독재고정상) : 나 혼자 높은 정자에 올라
西南望遠山(서남망원산) : 서남쪽으로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본다.
상산노유감(商山路有感-상산가는 길에-백거이(白居易)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 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商山路有感(상산노유감)-상산 길을 걸으며-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始歸(육년금시귀) : 육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돌아온다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이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태반이 옛 주인이 아니라니
지상1(池上1)-연못에서-백거이
山僧對棋坐(산승대기좌) : 산에서 스님이 바둑판에 앉아있고
局上竹陰淸(국상죽음청) : 바둑판 위로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映竹無人見(영죽무인견) : 대나무 그림자 비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時聞下子聲(시문하자성) :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린다
지상2(池上2)-연못에서-백거이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며
偸採白蓮廻(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캐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캔 자취를 감출 줄 몰라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 한 가닥 길을 남겨놓았다.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권학문
有田不耕倉廩虛(유전불경창름허) : 밭이 있어도 경작하지 않으면 창고가 비고
有書不敎子孫愚(유서불교자손우) :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다.
倉廩虛兮歲月乏(창름허혜세월핍) : 창고가 비면 세월이 궁핍해지고
子孫愚兮禮義疎(자손우혜예의소) :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
若惟不耕與不敎(약유불경여불교) : 만약에 다만 경작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면
是乃父兄之過歟(시내부형지과여) : 이것은 바로 부형의 잘못인 것이리라.
(古文眞寶,前集,一卷)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몽득과 술 사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며-백거이(白居易)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 늙어서 누가 능히 술값을 아끼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 우리 일만 전으로 술 한 말 사서
相看七十缺三年(상간칠십결삼년) :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살 모자란다네.
閑微雅令窮經史(한미아령궁경사) :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 게다가 국화꽃 노래지고 국화주는 익는데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여보자.
춘제호상(春題湖上)-호수에서 봄날 시를 짓다-백거이
湖上春來似圖畵(호상춘래사도화) : 호수 위에 봄 그림인듯하고
亂峰園繞水平鋪(난봉원요수평포) : 여기저기 봉우리 에워싸고 물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重翠(송배산면천중취) : 소나무는 산면에 늘어서 천 겹 비취색을 이루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달은 물결 속, 한 알 구슬로 박혀 있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파란 담요 같은 논가엔 뽑아 놓은 듯한 벼
靑羅裙帶展新蒲(청라군대전신포) : 푸른 비단 허리띠 같은 것은 새로 돋은 창포라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나는 아직 항주를 버리고 떠날 수 없으니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나를 붙잡은 것이라네
후궁사(後宮詞)-후궁사(後宮詞)/후궁사
淚濕羅巾夢不成(누습나건몽불성) : 비단 수건 눈물 젖고 잠은 오지 않고
夜深前殿按歌聲(야심전전안가성) : 깊은 밤, 앞 궁궐에서 박자 맞춘 노랫소리.
紅顔未老恩先斷(홍안미노은선단) : 늙지 않은 홍안에 임금 사랑 끊어져
斜倚薰籠坐到明(사의훈농좌도명) : 향료 상자에 기대어 날 새도록 앉아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학(鶴)-학-백거이
人有各所好(인유각소호) :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不如閑立時(불여한입시) :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대림사 복숭꽃-백거이(白居易)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 : 인간세상 4월은 꽃다운 풀이 다 지는데
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 : 산사의 복숭아꽃은 이제야 활짝 피었구나.
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 : 가버린 봄 찾을 곳 없어 길이 탄식했는데
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내) :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곳에 왔소.
문류십구(問劉十九)-유십구에게 물어본다-백거이(白居易;772-846)
綠蟻新배酒,(녹의신배주), 거품 부글부글 이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노). 작은 화로에 붉게 단 뚝배기
晩來天欲雪,(만내천욕설), 저녁이 되어 눈 내리려는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능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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