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엔에이치케이(NHK) 한국의 한국방송공사(KBS)와 같은, 일본의 공영방송입니다. 정식 명칭은 ‘일본방송협회’로 엔에치케이(NHK)는 이의 약자입니다.
②코스프레 정식 명칭은 ‘코스튬 플레이’입니다. ‘복장’을 뜻하는‘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입니다. 청소년들이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해서 복장과 헤어스타일, 제스처까지 흉내내는 놀이입니다.
③쇼케이스(showcase) 사전적 의미는 ‘유리 진열장, 전시하다, 소개하다’ 등의 뜻입니다. 그러나 대중 음악계에서 쇼케이스는 새 앨범의 발표회를 말하며 출판 기념회나 영화·드라마 시사회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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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젊은 여성들, 걸그룹 닮고 싶어해”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hahan.co.kr%2FUserFiles%2FImage%2Faha153%2F153-06-1.jpg) 삽시간에 일본열도를 사로잡은 케이팝(K-POP) 걸그룹 열풍, 그 원인과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일본 내 최초 한류잡지를 펴낸 〈코리아 엔터테인먼트 저널〉(KEJ) 한국연예 담당 사이토 미즈키(30) 기자를 인터뷰했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들은 눈에 보일 만한 성과를 내고 있나? “물론, 한국 걸그룹 열풍은 일본 내에서도 주요 이슈다. 일본인 스스로 깜짝 놀랄 만한 인기를 끌고 있고, 그 위력이 어디까지 발휘될지 기대하고 있다. ” 외국인 가수가 단번에 이렇게 인기를 얻는 것은 일본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유가 뭔가? “그들은 일본 걸그룹과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춤, 노래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운 곡을 낼 때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낸다. 귀엽고 깜찍한 소녀들이 갑자기 섹시 여전사로 돌아오는 등 팬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일본 걸그룹은 남성팬을 의식한 귀여운 콘셉트로 밀고 가기 때문에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일본인들이 한국 걸그룹의 매력에 빠지는 것 같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은 누구인가. 인기 이유는? “단연 소녀시대. 미끈하게 잘 빠진 각선미를 살린 춤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소녀시대 팬들은 10대, 20대 여성이 많은 편인데 모델같이 아름다운 그녀들의 스타일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멤버가 9명이나 되는데 모두 스타일이 좋고, 9명의 호흡이 딱 맞는 완성도 높은 안무는 일본인을 놀라게 했다.” 이전에도 슈가, 쥬얼리, 천상지희 같은 걸그룹이 일본어 앨범을 발매하며 진출했으나 실패했다. “동방신기 영향이 크다. 일본에서 동방신기가 크게 성공하면서, 그들을 계기로 케이팝이나 한류에 흥미를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젊은층이 한류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한국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걸그룹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국 걸그룹에 매료된 10대, 20대 여성이 한국 걸그룹 인기를 이끌게 되었다.” 이제까지 한류라면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남자배우들이 인기였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한류 중심이 걸그룹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된 배경이 있나? “일본의 아이돌 시장 규모는 상당하지만, 그 대부분이 자니스 소속 남성 아이돌이다. 그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여성 아이돌 시장은 침체 분위기로, 최근 에이케이비(AKB)48이 나타나면서 이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자극이 필요했던 일본 음악시장에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한국 걸그룹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 젊은층이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한국 걸그룹 인기 원인을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일본 아이돌도 혹독한 연습기간을 거치지 않는 것인가.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일본도 연습기간이 있지만, 한국처럼 몇 년 동안 심하게 연습을 시키지 않는다. 팬들은 조금 부족한 듯한 아이돌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십년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여성 아이돌은 무엇보다 남성팬을 사로잡는 ‘귀여움’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에 비해 한국 걸그룹은 실력이 없으면 금세 퇴출당하고, 이성은 물론, 동성까지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요구받는다. 이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 걸그룹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들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특징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다는 것이다. 한국 걸그룹 붐도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그래서 케이팝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젊은층뿐만 아니라 좀더 폭넓은 팬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2010-9-30, 기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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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어떻게 만들어지나?
남성 그룹이든 여성 그룹이든 아이돌 가수들은 연예기획사들의 치밀한 전략으로 태어납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철저하게 관리해 해외 진출까지 목표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킵니다. 아이돌 그룹의 탄생 과정은 상품과 비슷합니다. 연예기획사라는 전문 경영인이 기획(연습생)→제품 출시(데뷔)→홍보(방송 출연)→수출(해외 진출)의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신인 발굴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하기도 하고, 전국을 돌며 신인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각 연예기획사들이 공개 오디션을 합니다. 경쟁률이 수천 대 일에 이릅니다. 오디션에 합격한 신인들은 연습생 생활을 합니다. 연습생 기간은 평균 2~3년 정도지만 5년이 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습생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연예 기획사에 가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연습생 가운데 절반 정도만 데뷔가 가능합니다.
데뷔를 하면 합숙 생활을 합니다. 이들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매니저에 의해 통제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아이돌 그룹은 외모는 물론이고, 춤과 노래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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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영미권에서 대중음악을 팝(pop)이라고 부릅니다. 영미권 이외의 나라의 대중가요도 제이팝(일본의 대중가요 J-POP)처럼 각국 영어 이름의 첫글자를 따서 명명했습니다. 따라서 케이팝은 KOREA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우리 나라의 대중가요가 한류를 타고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케이팝은 외국에서 한국 대중가요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2007년 10월 미국에서 만들어진 올케이팝닷컴(www.allkpop.com)은 영어권의 한국 대중가요 전문 사이트로 유명합니다. 아이돌(idol)
영어 단어 idol은 원래 종교적으로 숭배되는 우상을 뜻합니다. 우상은 나무·돌·쇠붙이·흙 따위로 만든, 신이나 사람의 형상입니다. 인기 많은 대중가수의 팬들이 그를 우상처럼 생각하는 모습에서 ‘아이돌 가수’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줄여서 흔히 ‘아이돌’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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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만 보이는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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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지난 26일 ‘2010 엠넷 20’s 초이스’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핫팬츠를 입고 섹시한 의자 춤을 춘다. 쭉 뻗은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움직일 때마다 보는 이들은 열광한다. 방송이 끝난 뒤 인터넷에 캡처된 화면에는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너의 각선미” “남자를 유혹하는 뇌쇄적 눈빛”이라는 덧글이 달린다. 현아(18)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다. 장면2. 평균 나이 15살의 최연소 걸그룹 지피베이직이 지난 21일 문화방송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 “네 두 눈과 마음을 훔쳐. 넌 이미 내 거. 나만 바라봐.”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은 초등학생 한 명과 중학생 네 명이다. 노래 내용과 짙은 화장을 봐서는 소녀그룹인지 헷갈린다. 최근 들어 걸그룹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선정성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포함된 걸그룹들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는 기본이고, 속옷을 연상시키는 시스루룩 등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기가 예사지만, 프로그램은 되레 이를 부추기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자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특정 신체 부위 클로즈업 등 볼거리를 위주로 한 제작 태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선정적 앵글·노출 강요도 문제 지난 8월28일 방송한 문화방송 <쇼! 음악중심>에는 걸그룹 4팀이 출연했는데 이 중 3팀이 섹시 콘셉트를 선보였다. 한결같이 핫팬츠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고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브라운관을 달궜다. 팀을 바꿔 춤을 춰도 어색하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원더걸스가 복고풍, 투애니원이 힘있는 음악 등 제 색깔을 갖고 팀을 꾸리는 것과 달리 콘셉트도 모호하다. 노래는 뒷전, 그저 어떻게든 섹시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방송에 출연하는 걸그룹은 하나같이 ‘핫팬츠+엉덩이춤’이라는 몰개성의 인상이 짙다.
방송가에서는 우후죽순 쏟아진 걸그룹끼리의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모나 의상 콘셉트, 후렴 부분에 특징을 준 음악 스타일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걸그룹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은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쇼! 음악중심>의 김유곤 피디는 “요즘엔 보이그룹보다 걸그룹들이 더 주목받고 경쟁이 치열해 한번이라도 더 입에 오르내리려면 화젯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섹시 코드는 뜨기 위한 무기라는 것이다.
달라진 시청환경도 걸그룹 섹시화 현상을 부추긴다. 한국방송 <뮤직뱅크> 서수민 피디는 “걸그룹들의 섹시한 의상과 춤은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주요 시청층인 10대들이 블로그 등에 열심히 캡처해 인터넷에 소개하고 인터넷 언론들은 일제히 기사로 쏟아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화제를 일으켜 인지도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섹시 코드는 뜨기 위한 무기
이런 흐름 속에서 소속사도 전략적으로 섹시 코드를 내세운다. 한 걸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실제로 파격적인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고 말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사랑받았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를 내세워 섹시 콘셉트로 바꾸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신인 걸그룹 시크릿도 <마돈나>로 주목받고 있다. <꽃다발> <세바퀴>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걸그룹들에게 섹시한 댄스를 요구하고 이를 보는 중년의 남성 패널들이 대놓고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등 개념 없는 방송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출 강요 섹시코드를 강조하다 보니 노출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 23일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가 지난 7월21일부터 8월5일까지 만 19~24살의 남녀 연예인 및 연예인 지망생 103명에게 물었더니 19살 미만 청소년 연예인 중 다리, 가슴, 엉덩이 등 신체 부위의 노출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10.2%였고, 노출을 강요당했다는 응답도 33.3%나 나왔다.… <한겨레> 2010-8-31, 기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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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멤버 채용 때 근로기준법 위반”
초등학생까지 포함된 걸그룹까지 만들어지는 가운데 일부 연예 기획사가 미성년자 멤버를 채용할 때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안형환(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일부 연예 기획사가 걸그룹 멤버로 13∼15세 청소년을 고용할 때 의무적으로 취직인허증을 발급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15세 미만인 자(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자 포함)는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을 지닌 자는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94년생인 ‘에프엑스(f(x))’의 설리, ‘카라’의 강지영, 1996년생인 지피베이직의 헤나는 중학교를 다닐 때 취직인허증 없이 무대에 섰습니다. 지피베이직의 제이니는 1998년생으로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인데 취직인허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안 의원에 따르면, 걸그룹 멤버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취직인허증 발급은 2008년 3건, 2009년 14건, 2010년 7월말 현재 1건에 불과했습니다. 안 의원은 “어린 청소년을 노출 경쟁이 치열한 선정적 무대에 세우는 연예기획사의 상혼이 도를 넘고 있다”며 “청소년 취업에 대한 연령제한 규정을 좀 더 엄격히 적용하고, 공연 내용에 대한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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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기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한 법입니다. 5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친족만을 고용하거나 가정부 등 가정에서 가사일을 처리하기 위해 채용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법이 정한 근로 조건은 최저 기준입니다. 따라서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 조건을 더 낮출 수는 없습니다. 기업주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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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예술 사이 경계 꼭짓점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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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입니다.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이 일본 시스템을 따라하며 시작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보아나 동방신기, 빅뱅의 예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산품이나 다름없는 걸그룹의 영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으니 말이죠. 포화와 관성으로 내리막 어쨌든 외형적으로 봤을 때 이는 2007년 원더걸스를 기점으로 시작된 아이돌·걸그룹 열풍의 꼭짓점에 오를 법한 사건입니다. ‘국내에서 오를 데가 없으니 (우리보다 더 ‘크고 높은’) 외국시장으로 간다. 그리고 성공한다.’ 쇼 비즈니스에서 이런 매끄럽고 감동적인 내러티브가 또 어디 있을까요? 비, 세븐, 원더걸스, 다 그런 마음으로 떠난 게 아니었던가요?
다만 여기서 이것이 정말 꼭짓점이라면, 그 양옆에는 상승과 하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2010년의 한국 아이돌·걸그룹 시장은 완만하지만 뚜렷하게 하강 나선을 타고 있으며, 2008년과 2009년의 활기를 잃어버렸다고 봅니다.
이 상황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포화와 관성입니다. 2009년 7월, 한 음악순위 프로그램의 여성 출연자는 38명이었습니다. 이 중 33명이 걸그룹 멤버였죠. 양이 늘면 질도 담보되는 법. 빼어난 곡들, 들을 만한 곡들도 꾸준히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33이라는 숫자는 너무 많았죠. 아이돌·걸그룹 열풍의 막차를 탄 티아라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입니다. 33명이 우글거리는 무대에서 돋보일 방법은 그것 말고는 없었던 거죠.
또한 2009년에는 시스템 내부의 문제도 두드러졌습니다. 이른바 3대 기획사 모두에 악재가 닥쳤죠. 에스엠(SM)에서는 동방신기 계약 문제가, 와이지(YG)에서는 표절 논란이, 제이와이피(JYP)에서는 투피엠(2PM) 사태가 터졌습니다. 특히 투피엠 사태는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고, 아이돌과 팬덤의 역학관계를 근본부터 흔들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모종의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결국 2010년 상반기에 아이돌 시장은 관성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컴백 즉시 음원 올킬’이니 ‘가요 프로그램 1위’니 하는 것은 조금만 이름 있다 싶은 아이돌이면 통과 의례처럼 경험하 는 일이 됐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비즈니스’의 한 절차처럼 처리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이 쇼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필연이 아니라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는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가수들의 외국 진출은 늘 있어왔으니 굳이 그런 식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왜 바로 지금인가라는 것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의 시장이 포화되고 관성화됐다면, 다음에 뭐가 올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하건대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혹은 ‘진지한’ 음악이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 음악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죠.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지배자는 누구냐’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지금까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즉 덜 광적이지만 더 광활하고 다양한 시장 말이죠. 부산물 취급하는 매체들 끝으로 매체가 아이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습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칭찬하기 바빴던 바로 그 티브이 뉴스 는 불과 두어 달 전에 ‘5초 가수’를 비판하는 꼭지를 편성했습니다.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결국 그 둘은 아이돌을 산업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일 뿐이죠. ‘산업’의 차원에서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수출의 역군) 칭찬한 것이고, 산업일 뿐 예술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판한 것입니다. 결국 둘 다 아이돌 ‘음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이죠. 그건 에이치오티(H.O.T.) 이후의 아이돌 음악을 바라보는 매체들의 집단 무의식입니다. 그게 무의식이 된 건 그게 덜 ‘귀찮기’ 때문이죠(노래를 안 들어도 된다는 소리죠).
설사 아이돌 시스템이 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매체는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마치 시스템에 딸린 부산물처럼 취급합니다. 관성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최민우/웹진 <웨이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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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음악 실력 못갖추면 신한류는 거품”
지난 7월20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5초 가수’가 한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8인조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뱅’이란 노래의 경우 각 멤버가 개인별로 부른 시간은 리더인 가희가 18초, 메인 보컬 레이나 13초, 다른 보컬인 정아 6초, 주연은 가장 적은 3초에 불과했습니다.
남성 신인 그룹 ‘인피니트’는 멤버 7명 가운데 3명이 1초에서 4초까지로 채 5초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이런 그룹들이 최고 인기를 누리는 현실을 보면서 정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설 땅은 어디인지를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슷한 우려는 대중 음악계 종사자의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지난 9월2일 한류 관련 한 세미나에서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신한류의 문을 연 걸그룹의 공통점은 멤버들의 외모를 빼면 음악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걸그룹이 음악 중심의 탄탄한 팬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의 신한류는 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음악계는 “한국 걸그룹은 모델 같은 키와 스타일을 갖춘 데다 퍼포먼스도 뛰어나다”고 평가하면서도 음악적 성과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 이사는 “이는 신한류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이사는 “음악은 몸으로 노래하는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방송·영화 등 대중문화계 전반이 ‘육체의 바다’에 빠져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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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내러티브(narrative) 내러티브는 영어로 ‘(실제의) 이야기’, 설화, 서사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영화 등에서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전략·관습·형식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씁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은 내용 전개와 인물 설정이 거의 비슷합니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런 전개와 설정이 관객들을 가장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할리우드식 내러티브입니다. ②팬덤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입니다. 팬덤은 어떤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열광하거나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은 개념입니다. 경쟁 가수 팬클럽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도 팬덤 문화의 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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