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한 쪽눈은 오른쪽, 다른 쪽은 왼쪽을 본다
그것은 어쩌면 외부 세계를 향하고 있는 대물렌즈와 내면세계를 향하고 있는 접안렌즈로 이루어진 카메라와 닮았다. 물고기좌의 사내들의 삶과도 닮았고..
물고기좌의 사내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상주의자이다.
현실 바탕 없는 몽상가의 삶도 거부할 뿐 아니라, 천박하게 현실만을 추구하는 필부의 삶 또한 거부한다. 그래서 나의 사진에는 언제나 탄탄한 현실이 있고 그 현실은 당신과 내가 이루어낼수있는 이상이 있다고 꿈꾸는 것이다.
1985년.
카메라 한대 달랑 매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로 나는 히피처럼 지구촌을 떠돌아다녓다. 잘 때도 눈을 뜬채로 자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방랑했다.
사람이란 흙에 뿌리 내린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우주,그 허공에 뿌리를 내린 존재라는것을 알게 된것도 그 때쯤이었다. 그리고 사람의 다리는 더듬이와 같아 그 더듬이로 지구촌을 더듬으며 돌아다니는 족속이란것을 알 게 된것도 그 때엿다. 또한 사람들이 가장 멋진 곳이 어디였느냐고 물을때마다, "사랑에 빠졌던 곳" 이라고 답을 하게 된것도 그 때쯤이었다.
나에게 사진이란, 내가 떠돌아다니며 뜨겁게 사랑한 열병의 흔적같은 것이다. 나는 프리렌서 사진가로 이십년을 필드에서 보냈다.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열한번의 전시도했다.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나름의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삶을 만나는 순간마다 뜨겁게 사랑을 했다는 것이며, 그 열병의 흔적이 사진으로 내 인생에 광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싶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다. 그 결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암자로 가는 길' '예술가로 산다는것' '인도기행' '세기말 초상' '방랑' 등의 책이 나왔다. 그리고 2000년에는 문예 진흥원이 선정한 28명중의 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진 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전국을 돌며 '신사진 택리지'를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오륙도가 훤히 보이는 다락방인 일우당에서 먼길을 찾아온 벗들과 함께 차와 담소를 나누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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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의 사진 노트..나는 사진이다..중에서..
삶에 대한 열정과 자세..그리고
사진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카타르시스를 통해
일상을 뛰어넘을수 있게 해준 책이다..
첫댓글 요즘 독서 삼매경에 빠지셨나봅니다. ^^ 아름다운 사진은 삶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는듯.... 진사님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사랑이란 참 쉽고도 어려운것이죠...마음을 비워보세요....그러면 아마도 열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