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새의 눈, 벌레의 눈… 마지막 이야기
지난 5월 31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 경찰2묘역 787호와 788호 묘소.
고(故) 장진희·나성주 경사가 나란히 잠들어 있다.
충남 부여경찰서 소속이던 두 경찰관은 1995년 10월 24일 부여군 석성면 일대에서 남파간첩 김동식·박광남과 교전 도중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당시 장·나 순경은 각각 31세와 27세의 청춘이었다.
김동식이 묘비 앞에 하얀 국화를 놓고 무릎을 꿇었다.
29년 만에 산 자와 죽은 자의 첫 만남이다.
두 영령에게 사죄의 묵념을 올렸다.
“천근 같은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원한도, 고의도 아니었지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우리는 분단과 이념의 희생자입니다. 이런 비극이 없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용서를 구하며 명복을 빕니다.”
고통스러운 회상이다.
김동식도 그날의 총격전에서 장딴지에 관통상을 입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생포됐다.
죽음을 각오했다.
경찰관 두 명의 생명을 앗아간 김동식에게 비참한 최후가 예견됐다.
95년 당시 한국은 사형을 집행할 수 있었다.
사형 집행 중단은 98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다.
‘혁명적 자폭정신’은 김동식의 뇌에 주입됐다.
평양 공작원 초대소에서 주체철학에 관한 밀봉교육 때 ‘역경 속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배웠다.
남조선 혁명을 위한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다 적들에게 체포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면 혁명적 자폭으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충성해야 한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