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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모로도르 군을 괴멸시키고 승리를 거둔 곤도르-로한 서부 연합군에게는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있었긔. 펠렌노르에서 괴멸시킨 모르도르 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여전히 사우론의 본거지인 모르도르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어마어마한 수의 병사들이 남아있다는 것, 그리고 반지를 파괴하는 임무를 짊어진 프로도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긔. 이러한 상황에서 아라고른은 프로도가 사우론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우론의 눈을 돌리기 위해 모르도르 북서쪽에 있는 거대한 검은 문인 '모란논'으로 진격하자는 제안을 하긔(원작에서는 간달프가 먼저 제안했긔). 쉽게 말해, 사우론의 시선이 프로도에게 닿지 않도록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함정을 파자는 것이었긔. 그리고 팔란티르(사우론과 소통할 수 있는 구형 물체로 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 피핀이 이걸 만졌다가 사우론의 시선에 걸리기도 했긔)를 이용해 사우론의 손가락을 자르고 절대반지를 탈취한 이실두르의 후손이며 가장 적통성 있는 왕위 계승자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사우론을 자극하고, 남은 병사들을 모아 모란논으로 진군했긔.
영화 개봉판에서는 아르고른 일행이 모란논에 도착하자마자 모르도르의 병사들이 쏟아져나오지만, 확장판에서 아르고른 일행이 모란논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만난 건 사우론의 사절인 '사우론의 입'이었긔.
https://www.youtube.com/watch?v=SN-5dTGFyNU
사우론의 입은 프로도가 지니고 있던 미스릴 갑옷을 그들에게 보여주며 프로도가 고문 당하다가 고통 속에 죽었다는 거짓말로 아라고른 일행의 마음에 절망을 심으려 했고, 왕위 계승권자인 아라고른을 조롱하며 도발했긔. 그리고 사우론의 입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아라고른은 그에게 다가가 단칼에 목을 베어버린 뒤 이렇게 말하긔.
"I do not believe it. Will not."
"믿을 수 없어요. 믿지 않겠습니다."
원작에서는 사우론의 입이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일행들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깨달아 역으로 사우론의 입을 조롱했고, 사우론의 입은 아라고른과 눈이 마주치자 겁에 질려 달아나는 걸로 묘사되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영화 상에서의 연출이 더 좋았긔. 사우론이 거짓된 말로 반지 원정대 일원들을 겁박하고, 그들의 마음에 아무리 절망을 심으려 노력해도, 중간계가 악의 손에 넘어가게 하지 않겠다는 원정대의 의지가, 그리고 자신들의 친구 프로도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키려는 우정이 강하다는 것이 느껴져서 감동적이었거든요ㅠㅠ 이 부분이 있었더라면 후에 일어나는 일들이 더 극적으로 느껴졌을 거고, 사우론의 입의 기괴한 외형이나 의상도 멋있었는데 개봉판에서 빠져서 아쉬웠긔ㅠㅠ
https://youtu.be/6t4xMgrpjBs
Sons of Gondor, of Rohan, my brothers!
곤도르와 로한의 아들들이여! 나의 형제들이여!
I see in your eyes the same fear that would take the heart of me.
제군들의 눈에서 나와 같은 공포가 보인다.
A day may come when the courage of Men fails, when we forsake our friends and break all bonds of fellowship,
언젠가 인간의 용기가 무너지고, 친구를 버리고, 동맹이 깨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But it is not this day.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An hour of wolves and shattered shields when the age of Men comes crashing down,
늑대들이 울부짖고, 방패가 부서지고, 인간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But it is not this day!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This day we fight!
오늘! 우리는 싸울 것이다!
By all that you hold dear on this good earth, I bid you stand!
이 선한 세상에 그대들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나는 그대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을 명한다!
Men of the west!
서쪽의 인간들이여!
이윽고 검은 문 너머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모로드로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자 곤도르-로한 연합군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긔. 사실 연합군 병사들은 말로만 듣던 모르도르로 진격한다는 사실에 이미 시작부터 겁을 집어 먹고 있던 상태였긔. 때문에 진군하는 중에 달아난 이들도 많았고, 그래서 모란논에 도착했을 때는 출발했을 때보다 병사의 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긔. 그런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모르도르 군이 눈 앞에 쏟아져 나왔으니, 사기가 푹 꺾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거긔. 그러나 아라고른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로 그들을 독려하긔. 그리고 병사들을 자신의 형제라고 부르며, 그들을 '서쪽의 인간들'이라고 말하긔. 이는 그들이 아라고른 자신처럼 고귀하고 축복받은 혈통의 '두네다인(서쪽 인간들)'임을 뜻하는 것이었긔. 일개 병사들에게 너희는 나와 같은 고귀한 피를 이어받은 나의 형제들이라고 말해준 것이었긔. 아라고른의 격려에 로한과 곤도르의 병사들은 마음 속에 피어오른 두려움을 물리치고 무기를 고쳐잡았긔.
그리고 아라고른은...
https://www.youtube.com/watch?v=BtEC3pNEMhY
"For Frodo"
"프로도를 위해."
이 한 마디를 남긴 뒤 모르도르 군을 향해 돌격했긔.
저는 한 번씩 주말에 날 잡고 반지의 제왕 확장판을 정주행하는데 몇 번을 봐도 이장면에서 항상 아라고른의 마음이 궁금해지긔. 프로도의 생사는 알 수 없고, 사우론이 파멸하고 중간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극히 미비한 상황에서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평온한 얼굴을 한, 저 때의 아라고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가요. 아라고른은 저때 어쩌면 자신이 이 자리에서 전사할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긔. 하지만 자신의 죽음이 반지를 파괴하고 사우론을 파멸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중간계의 남은 이들이 악의 무리가 가져오는 두려움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다면, 중간계 땅의 아이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곳에서 사랑을 배우며 살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희생은 마땅히 감내해야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프로도가 반드시 반지를 파괴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고, 반지를 짊어진 고통을 감내하며 죽음 사이를 헤매이는 프로도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겪어야 할 희생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긔.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미 받아들였기에 저토록 평온한 얼굴을 한 것이 아닐지... 항상 저 장면, 저 표정, 저 대사에서는 생각하는 바가 많아지긔....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FyzE9thQIPo
아라고른 일행이 모라논 전투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프로도와 샘은 무사히 운명의 산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반지는 운명의 산의 용암 속에서 마침내 파괴되었긔. 그리고 마침내 반지 전쟁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긔.
폭발하는 운명의 산과 무너져내리는 바랏두르를 바라보는 간달프의 모습이긔. 저 표정이 뭔가 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다 느껴지긔ㅠㅠ 반지원정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반지를 파괴하고 사우론을 파멸시켜 악의 세력에 물들어가는 중간계를 구할 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냐긔. 그 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냐긔. 그리고 또 그 작고 약한 호빗이 마침내 이 일을 해낼 거라 믿은 이는 또 얼마나 있었냐긔. 그런데 그 미약한 희망에 마음을 모아 견디고 견딘 시간을 거쳐, 수많은 피를 흘리고 수많은 눈물을 흘려 마침내 지금 이 순간에 이르른 거긔. 인간의 머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살아온 간달프조차 회한에 젖은 얼굴로 눈물 흘리는게...ㅠㅠ 온갖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을 것 같긔ㅠㅠ 이거는 정말 반지의 제왕을 수십 수만 번 보고 또 읽어도 그 자리에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일 거긔ㅠㅠ 그런 의미에서 이안 맥켈런 경 연기력 대단하긔 진짜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8tgkaV2KUpU
마지막으로 모란논 전투에 날아온 독수리들로 마무리하긔. 날개를 활짝 펼치고 창공을 가로지르며 나타나는 독수리들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긔ㅠㅠ 원작에서는 말도 할 줄 알고 지성체라는 모습이 더 많이 드러났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묘사가 사라졌지만 그래서 더 신비로운 존재로 보여진 것 같아서 이것도 좋더라긔ㅠㅠ
요즘 반지의 제왕 재개봉하니까 팬심이 주체가 안 되넴... 재개봉 보고 확장판도 다시 봤는데 너무 좋긔ㅠㅠ 진짜 너무 좋긔ㅠㅠ 원작 소설은 분량이 방대해서 자주 읽지 못하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려고 책 펼쳤긔ㅋㅋㅋ 여러분 확장판도 보시고 책도 꼭 읽으세요. 반지의 제왕은 세계관이 탄탄해서 알면 알 수록 재미있긔. 책에는 연표나 지도도 함께 나와있어서 한 번 읽어보시면 작품을 즐기는 즐거움이 배가 되실 거긔.
그리고 tmi지만 아라고른의 연설 장면에서 아라고른이 연설을 끝내자 말이 앞발을 크게 휘드르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이건 연출이 아니라 말이 자기 혼자 그냥 갑자기 그렇게 움직인 거라고 하긔ㅋㅋㅋ 피터 잭슨이 보고 영화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냥 썼다고 하긔. 말형 연기를 좀 아는 말형인 것 같넴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원작에서는 모란논 전투 이후에 샤이어 전투도 벌어지긔. 하지만 워낙 소규모 전투였던데다가 반지전쟁의 실질적 종결은 사실상 모란논 전투였긔. 궁금하신 분들은 원작 도전 추천드리긔!
첫댓글 이것도 숙부가 예전에 올린 글인데 다른 숙부님께서 아라고른 연설 장면 말씀 해주셔서 끌올해보긔!
숙부는 인간애가 사라질 때 반지의제왕을 보긔. 선을 향한 움직임이 아무리 미약해보일지라도 반드시 그 결실을 맺게 될 거라고, 수많은 희생과 눈물이 뒤따르고 지금 이 순간의 노력이 무의미해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렇지 않다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반지의 제왕은 그런 면에서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긔ㅠㅠ 그래서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닐까 싶고요... 주책 그만 떨고 여기까지만 올리겠긔 ㅠㅠ 다들 반지의 제왕 많이많이 봐주시라긔!!!
ㅠㅠㅠㅠㅠ미약한 희망에 마음을 모아 견디고 견딘 시간을 거쳐ㅠㅠㅠㅠㅠㅠㅠㅠ사실 어릴때는 프로도가 진짜 짜증나는 존재였는데 이렇게 20여년이 지나고 보니 프로도가 참 선한 존재였어서 그만큼이나 견뎠고 또 해낼수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ㅠㅠㅜㅠ제가 프로도였으면 기냥 중간세계가 사우론의 세계가 아니라 뇨롱대제국 사우론이고 뭐고 내맘에 안들면 니네 다 뒤졌어냄ㅠㅠㅠㅠㅠㅜ선한건 바보가 아니고 강함이라구요!!!진짜 반지의 제왕은 대작이긔ㅠㅠㅠㅠㅠㅠ글쓰신 소쁘님 진짜 감사하긔!!!!
반제 덕후 허겁지겁 이 글 클릭했긔!! 정성어린 설명까지 넘 감사하긔!!! 모든 씬, 대사, 세계관, 연기까지 진짜 보면 볼수록 명작이긔!!
책 꼭 사서 읽어야겠긔
와 사우론의 입이라니 저런 장면 본적이 없어서 뭐지 했는데 확장판이었다니 확장판도 보고 싶어지네요ㅠㅠ
이 작품을 보고 깊은 생각을 하는 숙부님 덕에 제 시야도 좀 더 넓어진거같긔 감사하긔!
아라곤 진짜 너무 멋있긔. 비고가 연기도 기가막히게 했넴. 전 항상 반지원정대는 보다가 졸았는데 이번에 더시 보게되었는데 존잼이더라긔. 아라곤도 스트라이더로 첫 등장할 때 섹시하고 멋지고 다했넴 ㅠㅠ
최고긔... ㅠㅠㅠ
확장판 최고긔 ㅠㅠ
애플티비에 확장판 세편 다있긔 넘좋내
뻐렁치긔ㅠㅠㅠㅠ 원작 읽은지 너무 오래돼서 처음 읽는다 치고 다시 읽어야겠냄 ㅋㅋㅋ 이번 봄에는 꼭 읽겟읍니다
캬 언제봐도 명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