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24. 숲에서 가꾸는 신체 건강 나이 – 건강 나이 자가 측정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이제는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별 의미가 없다. 생년월일보다는 신체 건강 나이가 얼마인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젊게 사는 ‘슬로 에이징(slow aging)’이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살면 자신의 나이보다 저 젊게 살 수 있을까?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이면 노화 속도가 느려져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의학자들은 말한다.
숲은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우리의 신체 나이를 젊게 만든다.
마흔 살이 넘으면 자신의 건강 계획표를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건강 생활 전략은 조금만 생활 습관을 바꿔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가히 혁명이라고 할 만큼 치밀한 계획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새들러 박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네 단계로 구분했다.
학습하면서 기본적으로 성장하는 20대 초반까지를 제1연령기, 일과 가정에 매여 사회적으로 정착하는 40대까지를 제2연령기, 그리고 40대 이후부터 70대까지를 제3연령기, 70대 이후를 제4연령기로 나눈 것이다. 특히 그는 사회적 상실감을 겪는 제3연령기를 중요시했다. 이 시기에는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과 여가 활동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제3연령기는 인생의 쇠퇴기가 아니라 2차 성장을 겪으며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시기이다. 심리학자 매슬로는 자아실현을 ‘자신의 잠재성을 표출하려는, 인간이 가진 가장 상위의 욕구’ 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40대 이후 제3연령기를 알차게, 자아를 실현하며 보내려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필수이다. 그래서 새들러는 제3연령기에 새롭게 성장하기 위해 중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과 여가 활동을 조화롭게 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제3연령기를 슬기롭게 사는 방법은 병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폐경기 또는 갱년기를 준비하고, 은퇴에 대비하여 여가 활동이나 경제적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과 재정에 대한 계획표가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노후의 경제 대책은 고민하면서도 건강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따라서 어떻게 건강을 지킬 것인가를 구체화해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체 건강 나이를 가꾸려면 지혜와 전략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필요하다. 생리적으로 35세 이후가 되면 10년마다 심장과 신장 기능, 골량, 근육량 등이 5퍼센트씩 감소하면서 노화되기 때문이다.
숲을 이용하면서 신체 나이를 가꾸는 일은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다. 젊었을 때는 다른 여러 가지 운동에 심취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숲과 산을 찾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그만큼 숲과 산은 경제적으로나 다른 측면에서도 아주 효과적인 운동이며 여가 활동이다. 특히 숲이 노화 방지와 신체 나이를 가꾸는 데 좋은 것은 육체적, 심리적인 건강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숲에는 어느 누구와도 같이 갈 수 있고, 그곳에서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다. 평소 할 수 없었던 말도 숲에서는 진솔하게 할 수 있다. 같이 숲을 찾으며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찬구나 가족이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행복한 일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므로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잘 작용해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노년이 될수록 이런 사회적 교류는 더욱 중요한 건강과 행복의 요인이 된다.
숲이 노년의 건강을 보장하고 사회적 네트워크 장소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숲이 있는 양로원의 노인들이 숲이 없는 양로원에 살고 있는 노인들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적었고 수명도 더 길었다. 숲 때문에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교류해 보다 건강해졌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또한 숲에서 걷기와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갱년기 증상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성 호르몬 감소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성욕을 좌우하는 테스토스테론, 행복을 주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은 나이가 들면서 잘 분비되지 않지만 숲의 환경적인 요인이 이들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예를 들어 숲에서 한껏 받을 수 있는 햇살, 숲 속의 비타민인 음이온, 나무와 식물이 내뿜는 건강 물질인 피톤치드 등이 몸과 마음을 자극해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갱년기를 늦춘다는 것이다.
이제 숲이 노화를 방지하고, 제3연령기를 더 찬란하게 빛낸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당장 실천하자. 매일 음식으로 우리 몸을 살찌우듯이 운동화나 등산화 끈을 조이고 숲을 찾아 마음에도 살을 찌우자. 친구와 함께 숲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친구, 가족 그리고 숲이 있는데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 건강 나이 자가 측정
1. 식생활 (모두 해당하면 –4, 셋이나 둘만 해당하면 –2, 모두 해당 없으면 +4)
① 항상 싱겁게 먹는다.
②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매주 5회 이상 먹는다.
③ 검게 태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
④ 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
2. 비만도
① 표준 체중 (이상 체중의 90~100%) (-1)
② 과체중 또는 저체중 (이상 체중의 110~119%, 혹은 80~89%) (+1)
③ 비만 또는 심한 저체중 (이상 체중의 120% 이상, 혹은 80% 미만) (+4)
※ 이상 체중 = { 키(cm) - 100 } × 0.9
3. 직업의 위험도
① 일이 위험하지 않다. (0)
② 일이 약간 위험하다. (-1)
③ 일이 위험하고 사고 가능성이 항상 있다. (+2)
4. 음주
① 전혀 마시지 않는다. (0)
② 매주 2회 이하이고 한 번에 소주 반 병 이하 (-1)
③ 매주 2회 이상이고 한 번에 소주 한 병 이상 (+3)
④ ②와 ③사이 (+1)
5. 연간 여행 거리
① 서울-부산 거리의 10배 이하 (-1)
② 서울-부산 거리의 10배 이상 (+1)
③ 서울-부산 거리의 20배 이상 (+2)
6. 운동
① 매주 3회 이상 (-2)
② ①과 ③사이 (0)
③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월 3회 미만 (+2)
7. 건강 검진
① 2년에 1회 이상 건강 검진을 받는다. (-2)
② 전혀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다. (+2)
③ ①과 ②의 중간 (0)
8. 스트레스
(지난 한 달 동안의 스트레스 정도를 범위로) 1개 이하는 –2, 2개는 0, 3개 이상은 +2)
① 정신적,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다.
② 나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살려다가 좌절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③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④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⑤ 할 일이 너무 많아 때로는 중요한 일을 잊기도 하고,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9. 흡연
① 전혀 피운 적이 없거나 10년 전에 끊었다. (0)
② 5년 전에 끊었다. (+0.5)
③ 1개월~5년 사이에 끊었다. (+1)
④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 (+5)
10. 운전과 안전 습관
① 안전벨트를 항상 착용하고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안전에 주의한다. (-1)
② ①의 질문 중 한 가지만 해당한다. (0)
③ ①의 질문 중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1)
11. B형 간염 환자이거나 바이러스 보균자
① 그렇다 (+3)
② 아니다 (0)
③ 모른다 (+1)
※ 각 질문에서 받은 점수를 합해 자신의 실제 나이와 더한 것이 현재 나의 건강 나이에 해당한다. 수치가 적을수록 건강하다. 이 질문지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가 미국의 자료와 한국인의 질병 발생률을 참조해 만든 건강 나이 측정법이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