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디젤엔진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질 정도로 질소산화물(NOx) 같은 유해 배기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었다. 여기에 소음과 진동도 심한 편이어서 국내에선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랬던 디젤차가 친환경·고효율을 실현하는 차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을 중심으로 가솔린엔진보다 공해물질을 덜 내뿜는 디젤엔진을 개발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9년 시행될 유럽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5(EURO5)’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2005년 확정된 유로5는 디젤차에서 나오는 미립물질과 질소산화물을 현 수준보다 각각 80%, 20%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 규제로 개발된 ‘클린 디젤엔진’은 연비를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디젤엔진은 일반적으로 가솔린엔진보다 연비가 앞서는데 요즘엔 그 차를 30% 이상 벌린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디젤엔진의 효율성은 배기량이 커질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미국산 수입차 지프의 그랜드 체로키를 예로 보면 3000㏄짜리 엔진을 단 디젤차가 4700㏄ 엔진을 단 가솔린차보다 토크가 앞서 성능이 좋다. 연비도 디젤차가 9.5㎞/L로 가솔린차(6.6㎞/L)보다 높다. 반면 차값은 디젤차(3.0CRD, 5790만원)가 가솔린차(4.7리미티드, 6290만원)보다 훨씬 싸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다양한 디젤차를 내놓고 있다. 동급 대비 강력한 주행성능과 고연비의 실용성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국산 디젤차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질적인 진동·소음이 발생해 소비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해외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 디젤차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도 문제다. 디젤 기술력이 해외업체에 못 미쳐 핵심부품을 수입하다 보니 원가절감에 어려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산 디젤차 가격은 가솔린차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수입 디젤차도 가솔린차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약간 있지만 가격을 고려한 성능과 연비 측면에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세계 디젤엔진 기술 개발은 독일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디젤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존 디젤차 배기가스의 NOx를 80%까지 줄일 수 있는 블루텍 엔진을 선보였다. 2006년 북미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이 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캘리포니아의 LEV2(Low Emission Vehicle2)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BMW도 효율적이면서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는 ‘이피션트 다이내믹(Efficient Dynamic)’ 개발 컨셉트를 토대로 디젤엔진 개량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엔진 자체의 중량은 줄이면서 전자제어 기능은 강화한 차세대 ‘커먼레일’ 기술 등을 적용해 엔진의 성능을 높임으로써 연비 향상을 꾀하고 있다.
역시 독일업체인 폴크스바겐의 경우 클린디젤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강조한 ‘블루 모션’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이 회사의 인기 모델로 1.9L TDi(Turbo Disel intercooler) 엔진을 탑재한 골프의 블루 모션 버전은 1L로 22.2㎞ 달릴 수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 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폴크스바겐은 공회전 시 엔진 회전수(rpm)를 낮추고 3~5단의 기어비를 높게 설정해 낮은 rpm에서 고속주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차는 올 3월에 열린 뉴욕 모터쇼에서 세계 기자단을 상대로 실시된 ‘가장 친환경적인 차’ 투표에서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 차량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TDi 엔진은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경주대회 ‘르망’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해 성능을 입증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솔린엔진의 개선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반면 디젤엔진은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유가 시대를 맞아 디젤엔진 관련 기술 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