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31)과 엄정화(33)는 산 넘고 물 건너 결혼을 앞둔 연인 같았다.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홍반장과 혜진, 그 연장선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화 ‘…홍반장’서 척척맞는 호흡 엄정화·김주혁#성격홍반장은 오지랖 넓은 동네 반장, 혜진은 깐깐한 치과의사다. 둘은 극중 인물과 닮은 점이 많은 듯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인했다. “언행은 유사해 보이지만 성격은 다르다”고 말했다.
“누나는 혜진이처럼 깍쟁이 같은 점이 없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각별하고요. 그런 성격에 어떻게 이런 위치에 올랐는지 놀라곤 했죠.”“홍반장처럼 능청스럽지 않지만 볼수록 엉뚱하면서 재밌는 면이 있어요. 배우로선 상대방이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좋았고요.”둘은 혈액형이 같다(A형). 혈액형이 같은 걸 모르고 있던 이들은 “그래서 맞는구나”라며 반색했다. “소심하지” “나 피해받고 싶지 않고, 남 피해주고 싶지 않고” “먹는 거 좋아하고 생각 많고”라고 주고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홍반장’에 출연키로 한 결정은 빨랐다. 이것 저것을 재면서 고심하지 않았다. 각 캐릭터의 매력과 영화의 장점에 대한 견해에서도 이들의 심성을 읽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똑똑 부러지지만 내면은 부드럽고 인간적인 여성이란 점에 끌렸고, 각 장면마다 따뜻한 웃음이 배어있는 점이 좋았다.” “코믹하면서 은은하고 특별해 보이면서 지극히 평범한 남자라는 점이 매력적이고, 우스꽝스런 캐릭터와 상황에 의존하는 코미디가 아닌 점이 돋보였다.”#결혼‘…홍반장’은 서른을 넘긴 남녀가 제짝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조실부모한 남자는 비범한 동네 반장, 아버지가 재력가인 여자는 특출난 치과의사다. 세상의 일반적인 척도로 보면 이들의 결혼은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한 동네에서 수시로 마주치고 부대끼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알콩달콩한 사랑의 꽃을 피운다.
결혼관에 대해 김주혁은 “조건 차이가 많이 나는 건 반대한다”고 했다. “환경이 비슷한 사람간에 해야지 차이가 크면 안좋을 것 같다”면서도 “사랑하면, 사랑에 빠진 상태라면 차이 나더라도 결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말에 엄정화는 “짜잔~ 하고 왕자님이 나타나줬으면” 하고 혜진 흉내를 냈다. “제발 빨리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나 날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 맞춰가야 하는 삶이 싫다”면서 “그래서 현재로선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주혁도 “아직은 싱글을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순간 이들의 전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싱글즈’가 떠올랐다. ‘…홍반장’에서 혜진이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라는 말을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혼은…’에서 엄정화는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한 뒤 사랑하는 남자와도 지내는 여인으로, ‘싱글즈’에선 절친한 초등학교 동창생의 아이를 갖고 미혼모가 되는 여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주혁은 ‘싱글즈’를 통해 뭇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은 이상적인 남자’로 손꼽혔다.
#미래가수로도 활동하는 엄정화는 최근 8집 앨범을 냈다. ‘셀프’(Self)와 ‘컨트롤’(Control)이라는 이름을 단 2장짜리 앨범이다. ‘셀프’는 엄정화가 하고 싶은 일렉트로니카를 표방하는 실험적인 곡, ‘컨트롤’은 자신의 기존 스타일인 댄스·발라드로 구성돼 있다.
엄정화는 새 앨범과 관련해 “대중가수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고 했다. 김주혁이 “배우도 작품성과 오락성을 놓고 줄타기를 한다”고 응수했다.
이들의 고민과 꿈은 뭘까. 엄정화는 “20대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며 “고민은 없고 당면한 꿈은 ‘…홍반장’과 새 음반이 잘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혁은 “2~3년 뒤 유학을 떠나 2년 정도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데 공백기간을 메울 수 있을지, 그래서 유학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떠난다면 그때까지 좋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홍반장’과 다음 영화 ‘청연’ 등이 잘 돼야 한다”고 소망했다. 그러자 고민이 없다던 엄정화가 “유학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남자와 달리 여자는 결혼·출산·육아 등 가로막는 게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누나, ‘셀프’와 ‘컨트롤’을 컨트롤하자고요.” “그래, 이번 앨범 머리곡이 ‘에브리싱 이즈 체인지드’(Everything is changed)와 ‘이터너티’(Eternity)야. 바꿔가면서 영원한 것을 이루자.” 둘은 ‘…홍반장’에서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