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고(독서후기)
제가 SNS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간혹 듣던 표현이 있습니다. 지인 중 한 명이 어떤 활동을 하고 그것을 모티브하여 다른 누군가가 유사한 행위를 한 후 그다음 누군가가, 또 그다음 누군가가 연쇄적으로 유사한 행위들이 일어났을 때 '○○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책을 읽지 않았거니와 그 담긴 의미가 어떤 뜻인지조차 알지 못해 대화의 맥을 잡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을 기회가 된다면 꼭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 자체가 조금은 밝지 않고 어떤 희망을 품고 사는 난장이의 이야기 이지 않을까라는 미리 짐작으로 책을 읽어가는데, 내용은 제 생각보다 더욱 암울한 현실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조세희 작가님의 작품들이 워낙에 소외계층을 다룬 소설들이 많은데 제가 선택한 이 단편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또한 그 한 부분입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의 빈민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큰 아들인 영수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이야기가 여러 시점에서 다뤄지는 것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읽혀 내려간 주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이고, 위치적 배경은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인 낙원구 행복동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난장이 가족은 어느 날 재개발 때문에 집을 자진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을 받게 됩니다. 집에 철거 계고장이 날아온 이후 주인공 가족의 삶은 더 암울해지고, 좌절을 겪게 됩니다. 암울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주인공 가족의 모습을 보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주요 인물들의 특성을 보자면..
1.영수(큰아들) : 집안의 맏이로,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공부도 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봅니다.
2.아버지(난쟁이) :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든 꾸려가려 하지만, 빈곤이라는 현실에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게 됩니다.
3.어머니 : 남편을 존중하며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분입니다.
4.영호(작은 아들) :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현실에 불만이 많습니다.
5.영희(막내/딸) : 순수하지만, 똘똘하며 비극적인 현실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합니다.
6.지섭 : 노동운동을 하며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인물로. 아버지에게 책을 빌려주는 등 아버지와 친하게 지냅니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봅니다. 철거 일 아침,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지섭이 쇠고기를 사 들고 집에 오고, 난장이네 가족은 아침 식사를 하게 됩니다. 식사가 끝나고 철거반들은 집에 들어와 집을 모조리 부숴버립니다. 지섭은 철거를 하는 사람들에게 거센 항의를 했지만, 지섭은 철거반들에게 두드려 맞습니다. 가족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희는 결국 투기업자의 금고에서 입주권과 돈을 찾게 되고, 다시 행복동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영희를 반겨주는 집은 없어지고, 영희는 아버지가 굴뚝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희는 큰오빠에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리라'고 말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너무나도 슬픈 결말입니다. 다음 소설이 나온다면 이 가족이 다시 만나 난장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러나 남은 가족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러지는 내용이길 기대하는 저의 속마음을 적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 속의 작은 공과 난장이를 묘사함에 있어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1970년대는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경제적으로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농촌이 해체되고 농민들이 도시의 노동자가 되어 도시에는 도시 빈민층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 속의 '난장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를 대표합니다. 그리고 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은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을 의미합니다. 또한 '공'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인 빈부 격차와 불평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약자의 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시대적인 배경과 더불어 위치적 공간적 배경인 '낙원구 행복동'에 담긴 의미도 새겨보아야 할거 같습니다. 낙원구'와 '행복동'은 어쩌면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낙원을 찾고 행복해지고 자 노력하는 삶과는 달리 재개발이 되면서 주민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희망을 잃게 만드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낙원구' '행복동'은 반어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고, 난장이 가족들과 주민들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등 다양한 연작들을 발표했던 조세희 작가님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였던 빈부격차와 노사 갈등을 극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연작 기법을 도입하여 계급 간의 대립과 갈등이 마치 동화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난장이' 연작은 단편과 장편이 보여줄 수 없는 현실 대응 방식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선진국 수준까지 올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외 계층의 힘겨운 삶과 마주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조세희 작가님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현 시점에서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하며 꾸준히 독자들이 찾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