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에서 열린 '2017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8강 부경고 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어낸 금호고 중원사령관 김정민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잔뜩 궂은 날씨에도 고교생들의 순수한 땀과 열정은 추위마저 뜨겁게 녹여줬다. 현대고(울산 U-18)와 오산고(서울 U-18), 금호고(광주 U-18), 통진고(경기)가 나란히 시즌 마지막 대회인 후반기 왕중왕전에서 상위 입상의 달콤한 열매를 만끽했다. 나란히 박빙의 승부를 펼쳤음에도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금호고는 22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에서 열린 '2017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8강에서 장동찬(2학년)의 멀티골 활약으로 부경고(부산)에 2-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백운기 우승 외에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금호고는 각종 토너먼트 대회에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번 왕중왕전에서 강호의 위용을 자랑하며 상위 입상을 일궈냈다.
프로산하 유스와 학원축구 대표 강호들의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전반 초반부터 중원에서 팽팽한 육탄전을 주고받았다. 금호고는 중원사령관 김정민(3학년)을 축으로 빠른 공-수 전환과 적극적인 공간 압박 등을 앞세워 전체적인 밸런스 유지에 포커스를 맞췄고, 부경고는 수비 안정을 꾀하면서 장기인 숏패스 위주로 금호고의 빈틈을 엿보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신경전이 계속됐다. 백전노장 최수용(금호고) 감독과 우승 제조기 안선진(부경고) 감독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을 더욱 스릴넘치게 완성시켰다.
그 와중에 먼저 칼을 빼든 쪽은 금호고였다. 금호고는 전반 31분 장동찬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다. 저돌적인 돌파력과 슈팅력 등이 일품인 장동찬은 부경고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부경고는 빌드업 과정에서 잔실수로 흐름이 뚝 끊긴데다 전방과 2선 동선이 중복되는 모습을 나타내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러한 상황은 전반전 내내 이어졌고, 최전방 박관우(3학년)와 안호종(2학년), 한영수(3학년) 등의 포지션체인지로 동점골을 기대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는데 실패했다.
부경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전우빈(2학년) 대신 최성혁(3학년)을 교체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드리블과 돌파력, 크로스 등을 겸비한 최성혁의 폭발력은 안호종과 박관우 등 나머지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 창출을 노리려는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부경고는 후반 20분 금호고 장동찬에게 추가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수비 뒤 이어지는 빠른 역습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던 금호고는 장동찬의 멀티골로 달아났다.
반격에 나선 부경고는 빠른 공-수 전환으로 측면 쪽을 최대한 열어젖히며 공격의 날을 계속 조였다. 미드필더 라인의 볼 운반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이준호(2학년)와 안호종 등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그럼에도 마무리가 계속 발목을 잡으면서 씁쓸하게 헛물을 킬 수 밖에 없었다. 부경고는 후반 35분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문을 외면하며 만회골 찬스를 또 한 번 놓쳤다. 남은 시간 두 팀은 마지막까지 일진일퇴의 육탄전을 펼쳤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금호고의 2-0 승리로 경기가 막을 내렸다.
금호고는 32강 대륜고(대구) 전과 16강 한양공고(서울) 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숨 막히는 레이스를 펼쳤음에도 특유의 끈끈함은 여전한 위력을 나타낸 셈이다. 내년 시즌부터 잘츠부르크에 새 보금자리를 트는 중원사령관 김정민은 순도 높은 플레이로 팀 승리를 지휘하며 이름값을 했다. 고등부 유일의 왕중왕전 2회 우승(2010, 2012) 팀인 부경고는 경기 내내 금호고를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아쉽게 3회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올 시즌 춘계연맹전 16강, 백록기대회 16강 등 지독한 ‘16강 징크스’에 걸린 통진고(경기)가 8강에 이어 4강 진출을 이뤄내며 사상 첫 왕중왕전 상위 입상의 꿈을 점점 현실화 시켰다. 통진고가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 접전 끝에 신갈고(경기)에 승리하며 4강 초대장을 움켜쥐었다. 전반 24분 김민수(2학년)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통진고는 종료시간이 임박한 후반 42분 신갈고 안주형(3학년)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부를 승부차기로 이었고, 결국 승리를 만들어 냈다. 올 시즌 통진고 지휘봉을 잡은 김정찬 감독은 특유의 '원 팀' 정신으로 위기를 헤쳐나오며 사상 첫 왕중왕전 상위 입상의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문체부장관배 우승팀 신갈고는 재현고(서울), 광문고(경기) 등을 돌려세운 기세를 몰아 또 한 번 '유쾌한 도전'을 꿈꿨지만, 아쉽게 8강에 만족했다.
현대고는 교체 투입된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영문고(경북)에 9-1 대승을 거뒀다. 전반 15분 오세훈(3학년)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전반을 1-0으로 마무리한 현대고는 후반 들어 최준(3학년)의 추가골에 이어 후반 11분 영문고 이필호(2학년)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불안했다. 하지만 이후 오세훈의 골에 이어 박정인(2학년)의 4골과 조동열(2학년)과 안재준(1학년)이 한 골씩을 보태며 대승을 완성시켰다.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매탄고(수원 U-18)를 제압하는 기점으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영문고는 특유의 ‘강한 투혼’을 통해 현대고에 맞불을 놨지만, 화력의 강점이 실종되면서 무릎을 꿇었다.
이밖에 오산고(서울 U-18)는 후반 13분 이인규(2학년)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중경고(서울)를 1-0으로 눌렀다. 오산고는 32강 삼일공고(경기) 전 5-0 대승에 이어 16강 충주상고(충북) 전에서 3-3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고, 이날도 집중력 높은 플레이로 승리를 거머쥐며 '끝판왕'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패싱게임의 제왕 중경고는 오산고의 그물망 수비에 장기인 공격력이 침묵을 지키면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어느덧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번 후반기 왕중왕전은 24일 통진고-금호고, 현대고-오산고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