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수봉 강의 듣고
감명받아
지금 인수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80612. 우이동
Ⅱ-005) 단오(端午)
/운곡 원천석
바람 따뜻하고 날씨는 청명한데
집집마다 문 위에 쑥 사람[艾人]*을 걸어 놓았네.
창포 술 한 항아리 마주 앉으니
난초 물가에 홀로 깨었던 신하*가 우습구나.
端午
薰風微軟氣淸新
萬戶千門掛艾人
靜對菖蒲一尊酒
笑他蘭渚獨酷臣
해설
운곡이 단오에 관해 여러 수의 시를 지었는데 그 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은 본인의 시심이 아주 자세하게 나타나는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운곡이 42살에 지은시로시사 2권에 수록되어 있다.
1구
단오는 한국과 중국, 일본등 동 아시아 삼국에서 모두 지키는 명절이다. 수릿날[수뢰일] 또는 천중절(天中節), 중오절, 단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3월 3일과 5월 5일, 6월 6일, 7월 7일, 9월 9일 등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 찬 길일로 쳐왔는데, 그 가운데 5월 5일을 가장 양기가 센 날이라고 해서 으뜸 명절로 지내왔다. 이 날이 바로 단오다. 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북쪽지방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날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경사스러운 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쪽은 추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북쪽에서는 단오를 더 중시했던 것은 지역간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2구
*애인(艾人)[쑥 사람. 단오날 문 위에 걸어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쑥으로 만든 인형(형초세시기에나온다)]을 걸어놓는 풍습은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만, 고려후기 사회에서는 일상적인 관습이었다. 사람나이 쉰 살을 애인이라고도 하는데, 위 작품은 1370년 그의 나이 42살 때 지어진 작품이다. 육신의 나이보다 앞질러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 것일 법도 하다. 다른 풍속으론 수리취를 넣어 둥글게 절편을 만들고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수리취로 떡 만드는 풍속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3구
아울러 단오 날에는 창포를 다려 머리를 감아 부스럼을 물리치는데, 이것으로 술을 빚어 마시기도 하였다. 술과의 인연을 끊을수 없었던 시인이기에 그의 시에서는 특히 음주와 관련된 작품이 상당수 전하고 있다. 봄날을 보내고 여름 무더위를 맞는 시기에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그 또한 술잔을 마주잡았다. 현재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되어 전통을 유지하며 매년 큰행사가 강릉과 대관령에서 열린다. 바로가기 http://ckcssh.blog.me/100189783810
4구
*신하란 바로 중국 전국시대 때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기원전 343~277)을 가리킨다. 그는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의 회왕의 좌도라는 중책을 맡아 내정과 외교에서 활약하였으나 정적과 충돌하여, 중상모략으로 국왕 곁에서 멀어졌다. 그가 지은 시 어부사에서 난저독혹신(蘭渚獨酷臣: 난초 물가에 홀로 깬 신하란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만 맑고, 나 혼자만 깨었네. 그래서 쫓겨났다네") 에서 인용한 시구이다.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을 추모하는 중국 사람들은 대나무 통에 쌀을 넣고 소태나무 잎으로 감아 물 속에 던졌다. 이 풍습이 변하여 대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을 먹는 풍습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운곡은 왜 창포 술항아리를 마주하니 굴원이 우습다고 하였을까? 현실정치에 참여한 굴원과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운곡 입장에서 헤아려 볼 일이다. 벼슬살이를 한 굴원에 비해 초지일관 초야에 뭍혀 자적(自適)했던 운곡의 시심으로 보면 우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80612.우이동
오늘 구입합니다!
요 책 보고 싶네요!
저의 졸저
어제 싸인 받은 책 ㆍ고맙습니다
첫댓글 사진 잘 봅니다. 그런데 인수봉 높이가 810. 5m 이네요?
나는 모든 자료를 이미 804m로 발표했는데...
이 표지비석엔요?
운곡 시 잘 감상합니다. 제 3, 4구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다시 풀이합니다. 고요히 창포를 대하며(마주하며) 술 한통(잔) 따루니/ 난초 핀 물가에 신하(나) 홀로 괴로운데 남들은 웃네... '한국고전번역원'도 더러 오류가 있습니다. 지적해준 것도 몇 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앞으로 한시 해석할 때, 7언은 넉 자, 석 자 단위로 끊어서 하기 바랍니다. 5언은 두 자, 석 자로...
전에(7~80년대) 산에 다닐때는 인수봉 (803m), 도봉산은 (717m) 이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더라고요.
글쎄요? 다시 측량했지는 몰라도, 나의 모든 자료는 예전 높이로 표기했습니다.,, ㅋㅋ
저도 오늘 의아해서 사진찍었어요^^
위 해설 1수~4수를, 제 1구~제 4구로 수정 바랍니다. 제 1구(起句), 제2구(承句), 제3구(轉句), 제4구(結句). 한시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집니다.
넵~~~고맙습니다. 앞으로 지도 해 주세요^^
집에가서 수정 하겠습니다
인수봉 오르지 못 한지가 20년이 넘었군요? 아! 세월무상!
사부작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