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토끼의 해 맞아 연초부터 '금리 선물'
DTI 한시 폐지 시한 앞두고 우리은행 올해 3월 말까지 아파트 대출 최고 0.2%P 인하
신한은행 월 복리 정기예금 지난해보다 0.05%P 올려
시장금리가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새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3월 말까지 한시 폐지된 총부채상환비율(DTI·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 규제가 부활하기 전에 신규 대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올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금리를 최고 0.2%포인트 인하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금리를 최고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6개월 주기 변동)는 지난 7일 기준 연 3.60~5.02%로 지난해 말에 비해 최저금리가 0.2%포인트 인하됐다.
하나은행도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산금리를 0.03%포인트,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지난 7일 기준 하나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6개월 주기 변동)는 연 3.88~ 5.38%로, 3개월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8~6.18%로 각각 낮춰졌다.
반면 은행 대출금리의 기본이 되는 시장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만기와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7일 평균 3.27%와 4%로 지난해 12월 초에 비해 한 달 만에 0.12%포인트와 0.36%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데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통상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금리는 즉각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DTI 한시 폐지가 3월 말로 끝나고 부활하기 전에 서둘러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 간의 대출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9000억원에 달해 월별 증가규모로는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총 잔액은 39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 됐다.
한편 은행 예금금리는 금리 인상 추세를 반영해 연초부터 조금씩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1년제 월 복리 정기예금 금리는 7일 연 3.9%로 지난해 말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기업은행은 최근 6개월과 9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05%포인트와 0.03%포인트 각각 인상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4%로, 9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7%로 인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