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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는 인물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나갔던 KBS '상상플러스'를 최고시청률로 올려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학창시절 췄던 춤 한 번으로 월드컵 응원에 댄스 바람을 몰고 왔다. 드디어 떴다. 3월 1일. 월드컵 100일을 남기고 열린 앙골라와 평가전이 열린 그 날, 사람들은 '늑대와 춤을' 추는 대신, 처음 보는 인간과 꼭짓점 댄스를 추었다. 그걸 보는 시선은? 뜨거웠고 따가웠다. '좋다'와 '나쁘다', '재밌겠다'와 '놀고있네', '멋지다'와 '무섭다', 두 가지로 갈라졌다. 꼭짓점 댄스를 즐겼다는 김아무개씨는 말했다. "이효리 댄스를 추자는 것도 아닌데, 뭘 어때서? 그냥 춤추고 즐기면 좀 안 되겠니?" "그 집단행동에 녹아있는 애국의 광기가 무섭다" 하지만 꼭짓점 댄스를 걱정하는 시선은 날카로웠다. <오마이뉴스> 관련기사에 댓글을 남긴 아이디 젊은태양 누리꾼은 "그 집단 행동 안에 녹아있는 광기어린 애국주의가 섬뜩하게 느껴진다"며 '집단 애국질'을 걱정했다. "애국을 지나치게 숭상하고 강조하다보면 타인과 타국을 짓누르려는 파시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공감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걱정하는 목소리는 말했다. "너무 집단적이다." "인위적이다." "단체로 매스게임하냐?" "그냥 알아서 멋대로 즐기면 안 되냐?" "그렇게 꼭 똑같이 모여서 춤을 춰야 직성이 풀리냐?"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애국주의로 보는 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때나 가능한 논란이지, 꼭짓점 댄스는 그냥 가볍고 무의미한 것"이라며 "따라하기 쉬우니까 하는 거고, 누구도 댄스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말했다. "시작이 단체나 관공서가 아니고, 재밌는 영화배우가 나와서 오락처럼 농담처럼 던진 거라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댄스를) 한다. 사람들은 서로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같아지려는 욕구도 있다. 다 같이 춤추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다." 사람들 심리에 전문가인 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이렇게 똑같이 집단으로 하려는 심리는 뭐죠? 혹시 집단 광기?" 용인정신병원 신경정신과 이용석 과장은 말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고 싶은 욕구는 본능적인 거다. 현대사회라고 그런 욕구가 줄어든 건 아니다." 4년 전 2002년 월드컵 때 광장에 모여 좋았던 경험이 밖으로 표출된 거란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모였다고 똑같이 춤을 춰야하는 건 너무 인위적인 거 아닌가? 집단 광기의 전초전 아닌가? 왜 꼭 같은 춤을 같이 춰야하는 거야?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그렇게 걱정할 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은 그런 욕구가 다 있다. 남들과 차이를 만들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똑같아지고 싶은 욕구도 있다. 거기다 춤추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남들과 똑같이 함으로써 같은 부류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거고, 거기다 재미있으니까 따라하는 거다. 집단 압력으로 할 수 없이 추거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작해 대중 끌고 가는 거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꼭짓점 댄스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권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면." 집단의 아픈 기억...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그걸 전체주의적으로 보는 사람은 전체·집단에 호되게 가슴앓이 경험이 있다. 똑같은 군복이나 교련복 입고 집단 군사행동을 했던 사람, 그런 데 대해 두려움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걸 순수하게 즐기기보다 집단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이 살아날 거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것이다. 독창성없이 똑같이 추는 거 같아서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봤으면 한다." 결국 문제는 똑같이 추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느냐'와 '강제로 하느냐'다. 즐거워서 제멋대로 즐기는데, 뭐라 할 건 없다고나 할까? 이용석 과장은 꼭짓점 댄스는 훌리건처럼 공격 욕구가 아니라며 "꼭짓점 댄스는 남을 해하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게 아니다, 그냥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단, 남도 나처럼 꼭 춰야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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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최고의 응원가는 '오~ 필승 코리아'. 응원구호는 박수 다섯 번과 함께 외치는 '대한민국'이었다. 이번 2006년 월드컵에선 어떤 응원구호와 응원가가 우리 마음을 사로잡을까. 뜻깊은 3·1절 날 열린 한국-앙골라 평가전. 경기가 펼쳐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선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응원전이 선보였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화배우 김수로씨가 선보였던 '꼭짓점 댄스'가 바로 그것. 그 열기의 댄스 현장을 찾아가 봤다. 김수로가 예언한 '전 국민의 허슬화' 지난 1월 방영된 KBS <상상플러스> '올드앤뉴' 촬영현장.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It's fun to stay at the Y.M.C.A. It's fun to stay at the Y.M.C.A~" 김수로 : 무릎으로 박자를 맞춰 주세요. 파이브~ 파이브~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역시 이 대감님이 잘 추십니다. 1993년 완벽한 춤을 위해 제가 8명을 선발했죠. 피라미드 모양으로, 제가 그 꼭짓점이 됐죠. 한 번은 8명이서 춤을 추고 있는데 뒤에 100여 명이 뒤에 붙은 전설도 있었지요. 크~" 정형돈 : 이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따라하겠는데요. 마치 다단계 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월드컵 때 국민이 광화문에 집결하지 않겠습니까? 몇백만이 돌면서 춤을 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로 : "전 국민의 허슬화!! 크~~" 3월 1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 '김수로 예언' 적중하다 "자 드디어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꼭짓점 댄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동작 시작~ 오른발! 왼발! 하나 둘~" 3월 1일 오후 6시경, 한국-앙골라 경기가 열린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선 눈길을 '확' 끄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김수로씨가 공언한 대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 '꼭짓점 댄스'를 췄기 때문. 다음 카페가 주관한 이번 행사엔 비록 주인공인 김수로씨가 꼭짓점으로 참석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엄하게' 춤을 추었다.
허지혜(34)씨는 "참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고, 김성관(20)씨는 "TV로만 봤던 모습이 직접 현실화돼 신기하다. 앞으로도 이런 자발적인 응원문화가 계속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 시민들이 하나가 된 즐거운 댄스 마당. 그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두 함께 즐겨 보세요. ~ 파이브~ 파이브~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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